진수아미(螓首蛾眉)
진수(螓首)는 참매미의 윤기 흐르는 이마, 아미(蛾眉)는 누에의 촉각처럼 가늘고 길제 휘어진 눈썹으로 미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螓 : 매미 진(虫/10)
首 : 머리 수(首/0)
蛾 : 나방 아(虫/7)
眉 : 눈썹 미(目/4)
(유의어)
傾國之色(경국지색)
傾城之美(경성지미)
曲眉豊頰(곡미풍협)
巧笑倩兮美目盼兮(교소천혜미목반혜)
羅浮少女(나부소녀)
綠鬢紅顔(녹빈홍안)
丹脣皓齒(단순호치)
萬古絶色(만고절색)
曼理皓齒(만리호치)
望月方娥(망월방아)
明眸皓齒(명모호치)
無比一色(무비일색)
眉目女花(미목여화)
雪膚花容(설부화용)
羞花蔽月(수화폐월)
蛾眉曼睩(아미만록)
玉鬢紅顔(옥빈홍안)
雲鬢花容(운빈화운)
月宮姮娥(월궁항아)
柳眉桃顔(유미도안)
一顧傾國(일고경국)
一顧傾色(일고경색)
一笑千金(일소천금)
絶代佳人(절대가인)
絶世佳人(절세가인)
絶世美人(절세미인)
朱脣皓齒(주순호치)
天下一色(천하일색)
天香國色(천향국색)
沈魚落雁(침어낙안)
解語花(해어화)
杏瞼桃腮(행검도시)
蕙心紈質(혜심환질)
紅粉靑蛾(홍분청아)
花顔月貌(화안월모)
花容月態(화용월태)
출전 : 시경(詩經) 위풍(衛風) 석인(碩人)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숲속에는 매미가 탈각한 흔적인 허물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매미의 계절이 될 것이다. 한여름 더위에 지친 우리뿐만 아니라 나무들에게도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매미들이다.
최근 미(美)의 기준은 매우 구체적이다. 연예인 누구의 얼굴을 닮았다고 하며, 구체적으로 눈, 코, 입은 누구 누구를 닮았다고 한다. K-성형의 유명세에 힘입어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유명배우의 사진을 내밀며 똑같이 고쳐 달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옛사람들은 미인의 조건을 애매모호하게 사물에 비유하였다. 이를테면, 계란같은 얼굴에 눈썹은 초승달, 코는 마늘쪽, 입술은 앵두, 심지어 발은 외씨(오이씨)를 닮아야 한다고 했다.
시경은 기원전 12세기부터 춘추시대 중엽인 기원전 6세기까지 약 600년간 전래된 노래 300여편을 공자가 엄선해 엮은 일종의 가사책이다. 시경의 '위풍(衛風)' 석인(碩人)에서는 띠풀, 지방덩어리, 굼벵이, 박씨, 매미까지 미의 기준으로 삼았다.
手如柔荑(수여유이)
손은 띠풀(삘기) 새싹같이 희고 부드러우며,
膚如凝脂(부여응지)
피부는 엉긴 기름처럼 희고 윤택이 흐른다네.
領如蝤蠐(영여추제)
목은 나무굼벵이같이 희고 길며,
齒如瓠犀(치여호서)
이는 박씨처럼 희고 가지런하지요.
螓首蛾眉(진수아미)
반듯한 매미 이마에 누에나방 더듬이같은 눈썹,
巧笑倩兮(교소천혜)
쌩긋 웃으면 파이는 볼우물,
美目盻兮(미목혜혜)
흑백이 또렷한 눈은 맑기도 하여라!
이는 제나라의 공녀(公女; 당시 제나라가 춘추 5패중 하나로 종주국인 주나라보다 막강했지만, 명목상으론 제후국이었기 때문에 공주가 아니라 공녀라 한다)인 장강(莊姜)이 위나라 장공(莊公)에게 시집갈 때의 광경과 그녀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노래다.
내용은 네 부분으로 나뉜다. 1장은 그녀의 고귀한 신분, 2장은 그녀의 아름다움, 3장은 풍성한 예물, 4장은 그녀를 따른 시종들(이들도 예물이었음)이 많고 건장함을 노래하였다. 앞서 인용된 부분은 제2장이다.
제목인 석인(碩人)이란 의미는 본래 '크고 위대한 사람'을 뜻하나, 주인공이 여성인 까닭에 '늘씬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 해석하는 것이 알맞으리라. 장강이 키가 늘씬하고 아름다우며 거리낌이 없는 자유분방한 성격 때문에 붙인 제목이 아닐까 한다.
옷을 입었어도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신체부위인 손, 피부, 목, 치아, 이마, 눈썹, 보조개와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의 아름다움을 통해서 장강의 미모를 노래했다. 여기서 우리는 당시 귀족 여성들은 일반 백성들과 달리 몸의 노출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있다. 그래서 옷으로 감싼 신체 부위인 가슴, 엉덩이, 허리, 팔과 다리 등에 대한 묘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어쨌든 석인(碩人)에는 매미가 등장한다. 다섯번째 구절의 '진수아미(螓首蛾眉)'가 그것이다. 여기서 '진수(螓首)'는 온몸에 솜털이 보송보송 난 참매미의 이마를 가리킨다. 반듯한 이마는 까맣고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며 숭어의 이마만큼 예쁘다.
아미(蛾眉)는 누에나방의 촉각처럼 가늘고 길게 굽어진 예쁜 눈썹을 뜻한다. 백거이는 장한가에서 이런 눈썹을 완전아미(宛轉蛾眉)라고 표현했다. 그 모습이 초승달을 닮아 초승달을 아미월(蛾眉月)이라 부르며 아울러 미인을 뜻하는 말로도 쓰였다.
매미 이마에 누에나방의 촉각과 같은 눈썹, 흑백이 또렷한 눈동자, 웃으면 보조개가 살짝 패이고, 치아는 희고 가지런하며, 옷깃사이로 드러난 목은 희고 길며, 피부는 기름덩이처럼 윤기가 흐른다.
중국의 4대 미인으로는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이다. 사진을 보면 그 얼굴이 그얼굴이다. 진짜 미인은 각자의 눈과 마음에 있는 것 아닐까.
시대가 흐르자 실제 인물의 특징을 콕집어 미인의 기준으로 삼았다. 예를들면, 천자문 118구에는 '毛施淑姿(모시숙자) 工嚬姸笑(공빈연소)'이란 구절이 있다. "모장(毛嬙)과 서시(西施)는 자태가 아름답고, 고혹적으로 찡그리고 웃는 모습이 예쁘다"라는 말이다.
모장(毛嬙)은 춘추시대 오나라의 아름다운 용모와 자태를 뽐낸 미인으로 훗날 월나라 구천의 애첩이 된다. 서시(西施)는 잘 알다시피 월나라의 일색(一色)이다. 모장의 웃는 모습에 안넘어갈 사내가 없었으며, 서시는 가슴앓이를 하여 눈살을 자주 찡그렸는데 그 모습조차 매혹적이라 당시 여인들이 흉내냈다고 한다.
그후 '나라를 기울게 할 정도의 아름다움'이라고 하여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표현을 쓰더니, 드디어 4명의 대표적인 미인을 선정하여 각자의 개성있는 아름다움을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바로 침어(沈魚)는 서시, 낙안(落鴈)은 왕소군, 폐월(閉月)은 초선, 수화(羞花)는 양귀비를, 이른바 중국 4대미인이라 일컫는 그들이다.
이후 중국 고전소설 금병매에서는 미녀의 기준으로 매우 그럴듯한 이론인 횡삼종삼(橫三縱三)을 들었다. 가로는 왼쪽 눈 가장자리, 입술 왼쪽 끝과 오른쪽 끝, 오른쪽 눈 가장자리가 삼등분돼야 하고 세로로는 머리 끝, 눈썹, 코밑, 턱 끝이 삼등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흑대백소(黑大白小; 눈의 검은 부분이 흰 부분보다 많을 것), 상연하중(上軟下重; 윗 입술은 얇고 아랫 입술은 도톰할 것), 난안장발(卵顔長髮; 계란꼴 얼굴을 긴머리로 감쌀 것)까지 덧붙여 확실한 미인의 조건으로 삼았다.
진짜 미인은 누구일까?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인가 아니면 천경자의 미인도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요즘 강남의 비슷비슷한 얼굴의 미인들일까. 그건 각자의 눈과 마음에 달려있지 않을까?
■ 영여추제(領如蝤蠐)
목이 나무굼벵이 같다는 뜻으로, 여인의 목이 길고 하얗게 생겨 아름답다는 찬사의 말이다.
領 : 옷깃 령
如 : 같을 여
蝤 : 나무굼벵이 추
蠐 : 굼벵이 제
시경(詩經) 위풍(衛風) 석인(碩人)편에 유래하는 말이다. 석인은 덕(德)이 많은 사람을 의미한다. 이 시는 중국 위(衛)나라 장공(莊公)에게 재(齋)나라 태자 득신(得臣)의 누이인 장강(莊姜)이 시집갈 때의 정경을 노래한 것으로, 특히 장강의 미모를 묘사하며 찬미한 첫 구절은 다음과 같다.
碩人其頎, 衣錦褧衣.
석인이 키가 훤칠하니 비단옷 입고 홑옷 덧입으셨네.
齊侯之子, 衛侯之妻, 東宮之妹, 邢侯之姨, 譚公維私.
제나라 임금의 따님이요, 위나라 임금의 아내이며, 태자의 누이이고, 형나라 임금의 처제요, 담나라 임금은 그의 형부라네.
手如柔荑, 膚如凝脂, 領如蝤蠐, 齒如瓠犀, 螓首蛾眉, 巧笑倩兮, 美目盼兮.
손은 부드러운 어린싹 같고, 피부는 하얗게 언 기름 같고, 목은 나무굼벵이 같고 치아는 박속의 살과 씨 같고, 매미 이마에 나방 눈썹이니, 귀여운 웃음에 보조개 예쁘며 아름다운 눈에 눈동자 선명하도다!
앞에서는 장강의 높은 신분을 열거하여 그녀의 위신을 세우고 뒤에는 구체적인 아름다운 자태를 자세하게 빗대어 묘사하였다. 대체로 부드럽고 하얀, 가지런하고 깨끗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사물에 비유하고 있다. 매미 이마라는 것은 네모지고 반듯한 이마를 가졌다는 것이고 나방 눈썹이라고 한 것은 가늘고 길게 굽어진 모양을 나타낸 것이다.
여기서 목을 추제(蝤蠐), 굼벵이와 같다고 하였는데 굼벵이가 나무에 사는 벌레 중에 희고 긴 것이어서 그 모양을 본따 영여추제라고 한 것이다. 영여추제와 더불어 진수아미(螓首蛾眉), 부여응지(膚如凝脂), 치여호서(齒如瓠犀) 등 인용 구절에 나오는 모든 묘사의 말이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 미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 절대미인 서왕모(西王母) 이야기
1. 들어가는 말
동아시아문명권에서 절세미인으로 일컬어지는 여성은 많다. 흔히 중국 역사에서 사대미인은 양귀비(楊貴妃), 서시(西施), 초선(貂蟬), 왕소군(王昭君)이라 일컬어지는 여성들이 그들이다. 그런데 이들 이전에 절대미인으로 일컬어진 여성이 있다. 바로 신화속에 나타나는 서왕모(西王母)다.
동아시아 신화를 여성에 초점을 맞추면 복희(伏羲=包犧)와 짝을 이루는 여와(女媧)를 비롯하여 많은 여신(女神)이 등장하는데, 이런 여신은 이후 여선(女仙)으로 변화된 과정을 겪는 특징이 있다. 그 대표적인 대상이 바로 서왕모다.
도교 차원에서는 서왕모, 남악위부인(南岳魏夫人), 마고(麻姑), 하선고(何仙姑)를 '사대여신'이라고 병칭하는 데, 그 가운데 서왕모의 지위를 가장 높이 평가한다. 서왕모는 반인반수(半人半獸)로 여신, 혹은 도(道)를 체득한 인물 등으로 규정되다가 점차적으로 남성의 사랑을 받는 여선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서왕모 존숭 현상은 고금에 걸쳐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이른바 문화적 흐름의 한 현상을 엿볼 수 있는 대상에 해당한다. 서왕모에 관한 이같은 문화적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동아시아 여성과 관련된 신화는 물론 여성관의 변모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부장제 사회의 정착과 더불어 여신과 남신의 관계도 점차 차이에서 차별의 관계로 만들어진다. 이에 여성은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보다는 의미를 부여받는 대상으로 변화함에 따라 여신의 탈신성화가 일어나게 된다. 여신의 탈신성화 경향에 나타난 여신의 남신의 보조자 혹은 배우자로 탈바꿈하는 이런 변천 과정에는 음양론 사유가 작동한다. 음양론은 중국의 철학은 물론 문화와 역사 및 예술을 이해하는 관건인데, 이런 점은 신화와 여성이란 주제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서왕모가 반인반수의 여신으로 규정되다가 이후 주목왕(周穆王)부터 시작하여 한무제(漢武帝) 때에 여선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이른바 절대 미인이면서 예술적 재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이같은 절대미인이면서 예술적 재능을 가진 서왕모에 대한 인식에는 음양론 차원에서 이해된 여인상 및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이 바라는 여인상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다.
2. 음양론 관점에서 이해된 서왕모
여신과 여선은 음양론 측면에서 볼 때 모두 음적 속성에 속한다. 이런 점을 '산해경(山海經)' 대황서경(大荒西經)에 나타난 서왕모의 거처와 용모와 관련하여 이해해 보자. 특히 음이 서쪽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
서해의 남쪽에 유사(流沙)의 물가, 적수의 뒤, 흑수의 앞에 큰 산이 있는데 곤륜구라고 부른다. 신이 – 얼굴은 사람이고 몸은 호랑이로서, 무늬 있는 꼬리가 있는데 모두 흰색이다 - 살고 있다. 그 아래 약수연이 둘러싸고 있으며 그 바깥쪽에는 염화산이 있는데 물건을 던지면 즉시 태워버린다. (그곳에) 어떤 사람이 있는데 ‘머리꾸미개[勝]’를 쓰고 호랑이 이빨에 표범 꼬리를 하고서 동굴 속에 산다. 그를 서왕모라고 부른다. 이 산에는 오만가지가 다 있다.
기본적으로 반수반인의 서왕모가 거처하는 방위와 다양한 형상 및 정황 묘사는 음적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 음양론 차원에서 볼 때, 앞서 본 바와 같이 동쪽이 생의 상징이라면 서쪽은 사를 상징한다. 어두운 동굴은 양의 이미지가 밝은 것을 의미하는 것에 비해 음적 이미지다. 인간의 삶을 성도(城都)가 상징하는 문명 공간이 양의 이미지라면, 산수가 상징하는 자연공간은 음의 이미지다.
'주역'에서는 양과 음을 자연변화와 관련하여 양과 봄의 상징으로서 운종룡(雲從龍)의 현상을, 음과 가을의 상징으로서 풍종호(風從虎)의 현상을 말하고 있는 것을 적용하면, 서왕모의 호랑이 이빨에 표범 꼬리는 음과 서쪽을 상징한다.
'적수의 뒤', '흑수의 앞'이란 것을 오행에 적용하면, 적수는 남, 흑수는 북이란 점에서 서왕모가 거처하는 곤륜구는 서쪽에 해당한다. 아울러 오행으로서 서쪽의 색은 백색이 된다. 염화산의 강력한 화기를 통한 죽음도 음적 이미지다. 이같은 호랑이와 표범 등을 오행에 적용하면 금이 되고, 이에 서왕모를 다른 이름으로 일컬을 때는 '금(金)'자를 붙여 일컫게 된다.
이밖에 곤륜산에 '오만가지가 다 있다'는 것은 이후 불사의 여신 상징인 서왕모가 여신으로서 모든 만물을 낳는 기능적 측면과 현상을 기술한 것이 아닌가 한다. 결과적으로 천제의 여자로서 서왕모는 태음(太陰)의 정령(精靈)에 해당한다. 도교 상청파(上淸派)에서는 서왕모를 '만기(萬氣)의 어머니'라고도 한다. 이같은 음양론 시각에서 규정하는 서왕모에 대한 것은 두광정(杜光庭), '용성집선록서墉城集仙錄(敘)'에 잘 나타난다.
서화(西華)의 지극히 묘한 기운이 변화함으로써 금모(金母)를 낳았다...음령(陰靈)의 기를 주로 함으로써 서방을 다스렸다. 또한 왕모라고도 호를 하니, 모두 태무(太無)를 빼어 바탕으로 하고 신의 현오(玄奧)함을 길렀다. (서왕모는) 서방의 아득한 가운데에서 대도의 순수한 정기를 나누고 기를 맺어 형체를 이루었다. 동왕목공과 음양 두 기운을 함께 다스리면서 천지를 양육하고 만물을 빚어 고르게 하였다. 유순한 근본을 체득하여 극음(極陰)의 으뜸이 되니 서방에 위치를 짝하면서 만물을 양육하였다. 천상 천하와 삼계 시방에 여자가 신선에 오르고 도를 얻은 것은 모두 서왕모에 예속되었다.
서왕모를 '금모'라고 하는 것은 바로 오행에서 서쪽을 금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이 있다. '서화'와 '태무'는 서쪽을 상징하는 금모의 속성 및 본질에 해당한다. 두광정은 이런 점을 구체적으로 '일음일양(一陰一陽)'하는 자연의 변화 및 원리에 적용하여 목공과 금모에 대한 지위를 밝히고 있다.
또 일음일양하는 도의 묘용에 의해 만물을 재성(裁成)하고 군형(群形)을 영육하니, 낳고 낳음이 멈춤이 없이 새롭고 새로운 것이 서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하늘은 덮고 땅은 실어, 청한 기운과 탁한 기운이 그 공을 같이한다. 해가 비추고 달이 임하여 주야에 그 작용을 가지런히 한다. 이 두가지 상을 빌려 나의 삼재를 이룬다. 그러므로 목공[동쪽의 동왕공]은 진방(震方)에서 주인이 되고, 금모는 태택(兌澤)에서 존경을 받아 남진(男眞)과 여선(女仙)의 지위가 다스려지는 바가 밝게 드러난다.
동쪽의 동왕공인 목공을 진방에 적용한 것은 진방이 문왕(文王) 후천팔괘에서 동쪽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서쪽의 서왕모인 금모를 태택에 적용한 것은 문왕 후천팔괘에서 서쪽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일음일양하는 자연의 현상과 그 질적 차이를 각각 해와 달 및 긍정적인 청한 기운과 부정적인 탁한 기운에 적용하고 있는 것은, 주대(周代)에 남성을 혈연의 중심으로 보는 종법제가 실시됨과 동시에 형성된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여신이나 여선의 경우도 양선음악(陽善陰惡)과 양주음종(陽主陰從)의 적용을 피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동아시아 신화에서 여신 혹은 여선에 대한 규정 중 주목할 것은 여신과 여선에 관한 음유지미(陰柔之美)를 통한 미에 대한 기술이다. 양강지미(陽剛之美)는 주로 남신(男神)과 관련된 남성성, '음유지미'는 주로 여신과 관련된 여성성으로 규정할 수 있는데, 서왕모의 경우는 특히 음유지미와 관련하여 장식미인이란 점을 강조한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이런 점을 절세미인이되 특히 장식미인의 특징을 보이는 서왕모의 용모와 관련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3. 절세미인으로서 장식미인 서왕모
앞서 기술한 서왕모의 이상과 같은 언급에서 주목할 것은 무시무시한 반수반인의 서왕모가 '머리꾸미개'를 하고 있다는 이른바 '여성성'과 관련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국문화에서 미인을 말할 때 사용하는 용어들이 많다. '우유빛 피부의 엉긴 기름(凝脂)', '방정한 매미 이마와 초승달 모양처럼 길게 굽은 누에 눈썹(螓首蛾眉)', '붉은 입술과 흰 이(丹唇皓齒)' 등이 그것이다.
머리를 장식하고 다듬는 것으로 남성에게는 갓이 있다면 여성에게는 '머리꾸미개(勝)'이란 것이 있다. 남성의 갓은 정제됨 몸가짐을 하기 위한 도구지만 여성에게 '승(勝)'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외모를 꾸며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한 장식이란 면이 있다. 이에 '산해경'의 서왕모에 관한 또 다른 기록을 보자.
다시 서쪽으로 350리를 가면, 옥산이란 곳인데, 이는 서왕모가 거처하는 곳이다. 서왕모는 그 형상이 사람같지만, 호랑이 이빨에 표범 꼬리를 하고서 '휘파람(嘯)'을 잘 분다. 더부룩한 머리에 '머리꾸미개(勝)'를 꽂고 있다. 그녀는 하늘의 재앙과 형벌을 주관하고 있다. (山海經 西次三經)
서왕모에 관한 기술에서 '玉으로 만든' 머리꾸미개를 하고 있다는 공통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점이라면 이곳 두 번째 기술에서는 '더부룩한 머리'에 머리꾸미개를 하고 있다고 하여 더부룩한 머리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정황과 관련해서는 두가지 판단이 가능하다. 하나는 더부룩한 머리를 묶기 위해서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을 꾸미기 위해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후자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남성의 경우 더부룩한 머리라도 일반적으로 머리꾸미개를 통해 머리를 묶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렇게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왕모의 머리꾸미개는 장식화된 인위적 장식미인의 서막을 알리는 장치라고 본다. 머리꾸미개는 표범꼬리와 호랑이 이빨이 주는 남성성의 무서운 양강 이미지와 반대되는 유약한 여성 이미지에 해당한다. 머리꾸미개를 계절에 적용했을 때는, 화사한 봄의 이미지와 연결하여 이해한다. 예기(禮記) 월령(月令)에서는 '대승(戴勝)'은 늦봄의 새라고 한다. 이후 머리꾸미개는 진대(晉代)에서 유행하고, 당대에 이르면 여성들이 자신의 용모를 꾸미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두광정은 '용성집선록' '서왕모전'에서 서왕모가 봉발로서 머리꾸미개를 하고 있고 호랑이 이빨을 하면서 휘파람을 잘 분 것은 서왕모의 사신인 백방의 백호이지 서왕모의 '진형(眞形)'은 아니라는 반전을 꾀한다. 이에 서왕모의 외모와 관련된 장식화된 미인의 전형을 기술한다.
그럼 이처럼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서왕모 외모와 관련된 기술을 보자. 두광정이 묘사한 서왕모의 형상은 장식화된 여인상이다.
자운(紫雲)의 연(輦)을 타고, 아홉가지 반린(斑麟)을 몰면서, 천진(天真)의 채찍을 허리에 두르고 금강(金剛)의 신령한 옥새 노리개를 차고, 황금 비단의 옷을 입은 모습이 문채가 선명하고 금빛 광채가 혁혁한 모습의 서왕모는 허리에는 경색(景色)의 검을 나누어 차고, ‘나는 구름 모양[飛雲]의 큰 띠[大綬]를 매고, 머리 위에는 화계(華髻)를 하고, 태진(太眞)의 별모양의 끈이 달린 관을 쓰고, 네모난 옥에 봉의 무늬가 있는 신을 신고 있는데, 나이는 20여 세 정도 된다. 천연의 자태는 농염하고 영묘한 얼굴은 절세미인이니 참으로 신령한 사람이다.
'자운'은 상서로움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도교 색채가 묻어 있다. '9마리'의 9는 황제를 상징하듯이 지존의 경지를 의미한다. 타고 있는 수레를 형용하는 것, 몰고 있는 용, 들고 있는 채찍, 차고 있는 옥쇄 노리개, 입고 있는 황금 의복, 허리에 차고 있는 경색의 검, '비운' 모양의 큰 띠, 머리를 장식하는 머리꾸미개와 쓰고 있는 관, 더 나아가 신발까지 봉황무늬가 있는 외모와 장식은 그 어느 것 하나 속된 것이 없는 고귀하면서도 존엄한 신분임을 보여준다.
이런 형상은 최상층 신분의 전형적인 꾸밈새로서 장식미인의 절대 표본에 해당한다. 주목할 것은 이같은 외적 장식적 요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얼굴이 매우 아름답고 20여 세 정도 되는 절대미인이란 여성관에 담긴 유미주의 요소다.
이같은 절대미인의 서왕모는 남성이라면 황제를 비롯한 그 어떤 남성이라도 함께 하고자 하는 여선으로 변한다. 더 나아가 도연명 같은 경우는 서왕모가 장수와 더불어 술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부탁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교태를 머금은 아름다운 여인과 연관하여 이해하기도 한다. 이같은 서왕모에 담긴 변천은 음양론 관점에서 볼 때 남성이 요구하는 여성상의 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
이런 장식미인이면서 유미주의적 서왕모에 대한 미적 관념은 유가의 경전인 '시경' 관저(關雎)에서 말하는 '요조숙녀'가 '군자호구(君子好逑)'라는 차원의 여성상, 도요(桃夭)에서 말하는 미래의 남편 집을 화목하게 만드는 결혼적령기의 복숭아같은 여성상과 다르다. 특히 석인(碩人)에서 말하는 '회사후소(繪事後素)' 차원의 백색 미인과 다르다.
4. 나오는 말
유가는 공자가 '괴(怪), 력(力), 난(亂), 신(神)'을 배제한 사유의 영향을 받아 신화가 깃들일 공간을 제한하였다. 상대적으로 도가와 도교는 신화 혹은 '괴(怪), 력(力), 난(亂), 신(神)'을 통해 유가와 다른 철학과 미학을 전개하는 특징을 보였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 양성평등 사회에서 매우 성차별적이면서 불편한 표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런 점을 동아시아 신화와 여성이란 주제에 적용하면 그 불편함과 차별성은 그다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 하나의 예로 제왕은 물론 문인사대부로부터 일반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랑을 받았던 서왕모에 대한 인식 변천을 들 수 있다.
주목왕(周穆王)과 서왕모의 사랑을 그린 '목천자전(穆天子傳)'에서는 여선으로서 서왕모가 주목왕과 함께 시를 나누고 재회의 소망을 피력하는 것을 통해 '여성으로서 남성과 교감이 가능한 대상'으로 변한다.
이제 '산해경'에서 최초의 야성적이고 중성적인 이미지는 사라지고 인간의 이상적 미의 동경에 부합하는 여신의 이미지가 형성되는데, 그것은 서왕모가 이제 가부장제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성상의 하나로 자리 매김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목천자전'의 주인공이 종법제도가 확립된 서주의 주목왕으로서, 이미 문왕(文王)의 후천팔괘도가 상징하듯 음양관의 차별화가 적용된 시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인류 창조 신화에 남신이 출현하는 것은 바로 부계 씨족 시대의 남녀 양성의 사회적 지위의 변화를 반영한다. 즉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의 변화는 신화 속 여신에 대한 인식 변화와 관련이 있다. 양강지미를 잘 보여주는 영웅으로서의 황제(黃帝)를 비롯하여 복희(包犧) 등의 남성신들은 백성들을 보호하고 농경사회에 이로움을 주는 인물로 기록된다.
이런 점에 비하여 서왕모의 경우 여신에서 여선으로 변화하고 그 과정에 절대미인으로 규정되거나 혹은 사랑의 대상이 변모하게 되는데, 이런 변화에는 남성이 바라는 여성상과 시선이 담겨 있다. 남성과 함께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여성상의 한 단면을 서왕모가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동아시아 신화와 여성에 대한 음양론적 이해는 동아시아 신화와 여성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본다.
(참고)
시경(詩經) 국풍(國風)
第五 위풍(衛風)
57. 석인(碩人; 훌륭하신 분)
第一章
碩人其頎(석인기기) : 훌륭하신 분 훤칠하시고
衣錦褧衣(의금경의) : 비단 깃틀무늬 옷을 입으셨다
齊侯之子(제후지자) : 제나라 임금의 자식이요
衛侯之妻(위후지처) : 위나라 제후의 아내요
東宮之妹(동궁지매) : 제나라 태자의 누이고
邢侯之姨(형후지이) : 형나라 제후의 이모요
譚公維私(담공유사) : 담나라 제후가 형부이시다
(解)
賦이다. 碩人은 莊姜을 가리킨 것이다. 頎는 헌걸찬 모양이다. 錦은 文衣요, 褧은 홑옷이니, 錦衣에 褧衣를 加한다는 것은 그 문채가 더욱 드러나기 때문이다. 東宮은 태자가 거처하는 宮이니, 齊나라 太子인 得臣이다. 太子에게 연결시켜 말한 것은 태자와 同母인 것을 밝힌 것이니 그 태어난 것이 貴함을 말한 것이다. 여자가 뒤에 태어난 것을 妹라 하고 妻의 姊妹를 姨라 하고 姊妹의 지아비를 私라 한다. 邢侯와 譚侯는 모두 莊姜의 지아비의 남편이니 互言한 것이다. 諸侯의 딸이 諸侯에게 시집갈 적에 尊位가 같다. 그러므로, 두루 말한 것이다.
○ 莊姜의 일은 邶風 '綠衣'편에 보였다. '春秋傳'에 이르기를, "莊姜이 아름다웠으나 아들이 없거늘 衛나라 사람들이 '碩人'을 읊었다"라 하였으니, 바로 이 詩를 이른 것이니, 그 首章은 그 族類의 貴함을 極稱하여 正嫡의 小君을 나타내었으니, 그 마땅히 親厚하게 하여 거듭 莊公의 昏惑함을 탄식한 것이다.
第二章
手如柔荑(수여유이) : 손은 부드러운 띠 싹 같고
膚如凝脂(부여응지) : 피부는 엉긴 기름같이 윤택하지요
領如蝤蠐(령여추제) : 목은 흰 나무벌레 같고
齒如瓠犀(치여호서) : 이는 박씨같이 가지런하지요
螓首蛾眉(진수아미) : 매미 이마에 나방 같은 눈썹이고
巧笑倩兮(교소천혜) : 쌩긋 웃는 예쁜 보조개
美目盼兮(미목반혜) : 아름다운 눈이 맑기도 하여라
(解)
賦이다. 띠풀이 처음 난 것을 荑라 하는데, 부드럽고 흼을 말한 것이다. 凝脂는 기름이 寒氣에 엉긴 것이니, 또한 흼을 말한 것이다. 領은 줄기이다. 蝤蠐는 木蟲이 희고 긴 것이다. 瓠犀는 박 중에서 작은 것이니, 方正하며 潔白하며 나란히 하여 整齊한 것이다. 螓은 매미와 같이 작은데 그 이마가 넓고 方正하다. 蛾는 누에이니, 그 눈썹이 가늘고 길며 구부러졌다. 倩은 보조개가 아름다운 것이요, 盼은 눈동자의 흑백이 분명한 것이다.
○ 이 章은 그 容貌의 아름다움을 말한 것이니, 前章의 뜻과 같다.
第三章
碩人敖敖(석인오오) : 훌륭하신 분 날씬하시고
說于農郊(설우농교) : 도성 밖에 머물러 사신다
四牡有驕(사모유교) : 수레 끄는 네 필 말은 장대하고
朱幩鑣鑣(주분표표) : 붉은 끈을 감은 재갈은 아름답고
翟茀以朝(적불이조) : 꿩깃 덮개 덮고 조정에 간다
大夫夙退(대부숙퇴) : 대부들아 일찍 불러나
無使君勞(무사군로) : 임금님을 피곤하게 하지 말라
(解)
賦이다. 敖敖는 긴 모양이다. 說는 머무름이다. 農郊는 近郊이다. 四牡는 수레를 끄는 네 마리의 말이다. 驕는 씩씩한 모양이다. 幩은 鑣飾이다. 鑣라는 것은 말재갈 밖의 쇠이니, 人君은 붉은 끈으로 이것을 감는다. 鑣鑣는 盛함이다. 翟은 翟車이니, 夫人은 翟羽로 수레를 꾸민다. 茀은 가리움이니, 婦人의 수레는 前後에 가리개를 설치한다. 夙은 이름이다. '玉藻'에 "임금은 해가 뜨면 朝會를 보고 물러나와 路寢에 가서 정사를 들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大夫를 보게 하여 大夫가 물러난 후에 小寢에 가서 옷을 벗는다"라 하였다.
○ 이는 莊姜이 齊나라로부터 시집올 때에 近郊에 舍止하여 이 성대한 車馬를 타고서 임금의 조정에 드니, 國人들이 莊公의 배필되는 것을 기뻐하였다. 그러므로, 여러 대부가 임금에게 조회하는 것은 마땅히 일찍 물러나서 임금으로 하여금 정사에 수고로움이 없게하여 大夫와 함께 相親하게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음을 탄식한 것이다.
第四章
河水洋洋(하수양양) : 강 불은 넘실거리고
北流活活(북류활활) : 북쪽으로 콸콸 흘러간다
施罛濊濊(시고예예) : 물 깊은 곳에 고기 그물 던지면
鱣鮪發發(전유발발) : 잉어와 붕어 파닥거리고
葭菼揭揭(가담게게) : 갈대와 풀달이가 길게 자란다
庶姜孼孼(서강얼얼) : 따라온 여인들 곱기도 하고
庶士有朅(서사유걸) : 수행관원들도 늠름하구나
(解)
賦이다. 河는 魯나라 서쪽, 衛나라의 동쪽에 있으니, 북쪽으로 흘러서 바다에 들어간다. 洋洋은 盛大한 모양이요, 活活은 흐르는 모양이다. 鱣魚는 용과 흡사하고 노란색에 머리가 예리하고 입이 턱 아래에 있으며, 등 위와 배 아래에 모두 껍질이 있으니, 큰 것은 千餘斤이다. 鮪는 鱣魚와 흡사한데 작고 색은 靑黑色이다. 發發은 盛한 모양이다. 菼은 갈대인데 , 또한 荻이라고도 한다. 揭揭는 기름이다. 庶姜은 姪娣를 이른 것이다. 孽孽은 盛飾이다. 庶士는 媵臣을 이른다. 朅은 굳센 모양이다.
○ 말하자면, 제(齊)나라가 넓고 풍요로와서 부인(夫人)이 옴에 사녀(士女)가 예쁘고 좋았고 예의(禮儀)의 성비(盛備)함이 이와 같으니, 또한 수장(首章)의 뜻이다.
석인(碩人)은 4장(四章)이니, 장(章) 7구(七句)이다.
▶️ 螓(매미 진)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벌레 훼(虫: 뱀이 웅크린 모양, 벌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秦(성씨 진)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螓(매미 진)은 털매미(매밋과의 곤충), 씽씽매미(털매미)를 일컫는 말이다. 용례로는 쓰르라미나 저녁매미로 매밋과의 곤충을 일컫는 말을 조진(蜩螓), 진수는 참매미의 윤기흐르는 이마이고 아미는 누에의 촉각처럼 가늘고 길제 휘어진 눈썹으로 미인을 가리켜 이르는 말을 진수아미(螓首蛾眉) 등에 쓰인다.
▶️ 首(머리 수)는 ❶상형문자로 얼굴, 머리, 목 등 사람의 머리 앞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옛 자형(字形)은 머리털과 눈을 강조하였다. 머리는 몸의 맨 위에 있어 '우두머리, 처음'의 뜻으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首자는 '머리'나 '우두머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首자는 사람의 머리를 뜻하는 글자로 분류되어 있지만, 사실은 동물의 머리를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首자를 보면 입이 길쭉한 동물의 머리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큰 눈과 뿔을 표현하고 있어서 마치 사슴의 머리를 그린 것과도 같았다. 이처럼 首자는 동물의 머리를 그린 것이지만 실제 쓰임에서는 사람의 '머리'나 '우두머리'를 뜻한다. 그래서 首(수)는 (1)시(時)나 노래를 세는 단위(單位) (2)동물(動物)의 개수(個數)를 세는 단위(單位) 등의 뜻으로 ①머리, 머리털 ②우두머리, 주장(主將) ③임금, 군주(君主) ④첫째, 으뜸 ⑤칼자루 ⑥요처(要處) ⑦끈, 줄 ⑧마리(짐승을 세는 단위) ⑨편(篇: 시문의 편수를 나타내는 말) ⑩시작하다, 비롯하다 ⑪근거하다, 근거(根據)를 두다 ⑫복종하다, 항복하다 ⑬자백하다, 자수하다 ⑭나타내다, 드러내다 ⑮향하다 ⑯절하다, (머리를)숙이다 ⑰곧다, 바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우두머리 추(酋), 머리 두(頭), 괴수 괴(魁)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꼬리 미(尾)이다. 용례로는 한 나라의 정부가 있는 도시를 수도(首都), 맨 윗자리를 수석(首席), 그러하다고 고개를 끄덕임을 수긍(首肯), 내각의 우두머리를 수상(首相), 등급이나 직위 등의 첫째나 우두머리 자리를 수위(首位), 반열 가운데의 수위로 행정부의 우두머리를 수반(首班), 위에 서서 집단이나 단체를 지배나 통솔하는 사람을 수장(首長), 한 단체나 기관 등 어떤 조직 가운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 또는 그러한 자리에 있는 사람을 수뇌(首腦), 한 당파나 모임의 우두머리를 수령(首領), 사물의 머리와 꼬리를 수미(首尾), 해의 처음을 수세(首歲), 구멍에 머리만 내밀고 엿보는 쥐라는 뜻으로 진퇴나 거취를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양의 비유한 말을 수서(首鼠), 목을 자름을 참수(斬首), 한 당의 우두머리를 당수(黨首), 국가의 최고 통치권을 가진 사람 곧 임금 또는 대통령을 원수(元首), 배의 머리를 선수(船首), 날이 썩 날카롭고 짧은 칼을 비수(匕首), 한자 자전에서 글자를 찾는 길잡이가 되는 글자의 한 부분을 부수(部首), 그러하다고 고개를 끄덕임을 긍수(肯首), 죄인의 목을 베어 높은 곳에 매다는 처형을 효수(梟首), 사형수의 목을 옭아매어 죽이는 것을 교수(絞首), 학의 목으로 목을 길게 빼고 간절히 기다림을 비유하는 말을 학수(鶴首), 관을 쓰지 않은 검은 머리라는 뜻으로 일반 백성을 이르는 말을 검수(黔首), 여우는 죽을 때에 자기가 본디 살던 산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 또는 고향을 생각함을 이르는 말을 구수(丘首), 머리와 꼬리가 서로 응한다는 뜻으로 뜻이 잘 맞아 일이 잘 되어감을 이르는 말을 수미상응(首尾相應), 여우는 죽을 때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라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 또는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하는 마음을 수구초심(首丘初心), 구멍 속에서 목을 내민 쥐가 나갈까 말까 망설인다는 뜻으로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양 또는 어느 쪽으로도 붙지 않고 양다리를 걸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수서양단(首鼠兩端),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일을 해 나간다는 말을 수미일관(首尾一貫), 참형을 당하여 머리와 다리가 따로따로 됨을 이르는 말을 수족이처(首足異處), 비둘기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듯이 여럿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고 의논함 또는 그런 회의를 구수회의(鳩首會議), 학처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몹시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학수고대(鶴首苦待), 여우는 죽을 때가 되면 제가 살던 굴 있는 언덕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 또는 고향을 그리워함을 이르는 말을 호사수구(狐死首丘) 등에 쓰인다.
▶️ 蛾(나방 아, 개미 의)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벌레 훼(虫: 뱀이 웅크린 모양, 벌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我(아)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蛾(아, 의)는 ①나방, 누에나방 ②(누에나방)눈썹 ③예쁜 눈썹 ④목이버섯(木耳--) ⑤갑자기(=俄) 그리고 ⓐ개미(개밋과의 곤충을 통틀어 이르는 말)(=蟻)(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나비가 나온 고치를 아구(蛾口), 개미의 알에서 까 나온 유충이라는 뜻으로 어린아이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의자(蛾子), 개미 떼같이 새까맣게 많이 모인 두둑의 무리 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효를 아적(蛾賊), 누에나방의 눈썹이라는 뜻으로 가늘고 길게 곡선을 그린 고운 눈썹을 두고 비유하는 말 또는 미인의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아미(蛾眉), 여름 밤에 불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방을 비아(飛蛾), 자벌레나방을 일컫는 말을 척아(尺蛾), 불나방을 일컫는 말을 등아(燈蛾), 씨고치에서 맨 나중에 나온 나비를 본아(本蛾), 알에서 방금 까 나온 누에를 묘의(苗蛾), 곡식 좀나방을 곡아(穀蛾), 알을 스는 암누에나방을 모아(母蛾), 누에가 나방이 되어 누에고치를 뚫고 나옴을 발아(發蛾), 붉은 갈색을 띤 산누에나방을 적아(赤蛾), 두보의 시에서 나온 말로 눈썹먹으로 푸르게 그린 눈썹 곧 미인을 달리 이르는 말을 청아(靑蛾), 검은 빛의 참나무 누에나비를 두루 이르는 말을 흑아(黑蛾), 독나방을 일컫는 말을 독아(毒蛾), 명나방과의 곤충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명아(螟蛾), 자벌레나방을 일컫는 말을 축아(蹴蛾), 쓰지 못하게 되어 골라 버리는 누에나방을 폐아(廢蛾), 미인의 고운 눈썹을 쌍아(雙蛾), 나방의 새끼는 작은 벌레이지만 때로는 그 어미가 하는 일을 배워 흙을 물어다 작은 개미둑을 이루고 나중에는 큰 개미둑을 이룬다는 뜻으로 학자가 쉼 없이 학문을 닦아 큰 도를 성취함을 이르는 말을 아자시술(蛾子時術), 홍분은 연지와 분은, 청아는 청색으로 아미를 그리는 일 곧 미인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홍분청아(紅粉靑蛾) 등에 쓰인다.
▶️ 眉(눈썹 미)는 ❶상형문자로 눈썹의 형상이다. 그래서 눈을 더 그려넣어 눈썹을 표시했다. ❷상형문자로 眉자는 '눈썹'을 뜻하는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眉자를 보면 目(눈 목)자 위로 눈썹이 그려져 있었다. 소전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변형되면서 지금의 眉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眉자가 들어간 글자 중에는 여럿 중에 '가장 으뜸이다'는 뜻으로 쓰이는 백미(白眉)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촉나라 때 마량(馬良)의 5형제 중 흰 눈썹을 가진 량(良)의 재주가 가장 뛰어났다는 데서 온 말이다. 그래서 眉(미)는 ①눈썹 ②노인(老人), 눈썹 긴 사람 ③언저리 ④가장자리 ⑤둘레 ⑥미녀(美女) ⑦알랑거리다 ⑧교태(嬌態)를 부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눈썹먹 대(黛)이다. 용례로는 두 눈썹의 사이를 미간(眉間), 이마의 눈썹 근처를 미우(眉宇), 눈섭과 눈 또는 얼굴 모양을 미목(眉目), 눈 같이 흰 눈썹을 미설(眉雪), 눈썹 모양 같이 된 초승달을 미월(眉月), 두 눈썹의 사이를 미심(眉心), 미목의 아름다운 모습을 미채(眉彩), 새의 눈 위에 세로 박인 무늬를 미반(眉斑), 미인의 눈썹을 미부(眉斧), 눈썹과 눈을 이르는 말을 미첩(眉睫), 눈썹 모양과 같이 생긴 논밭을 미전(眉田), 짐승의 꼬리에 난 털을 미모(眉毛), 수염과 눈썹을 수미(鬚眉), 근심에 잠긴 눈썹 또는 근심스러운 기색을 수미(愁眉), 머리와 꼬리 또는 처음과 끝을 두미(頭眉), 초승달 모양의 눈썹을 곡미(曲眉), 미인의 눈썹을 가리키는 말을 유미(柳眉), 흰 눈썹 곧 노인의 눈썹을 상미(霜眉), 아주 빼어나게 아름다운 눈썹을 수미(秀眉), 노인의 눈썹 중에서 가장 긴 눈썹을 수미(壽眉), 좌우의 두 눈썹을 양미(兩眉), 긴 눈썹을 이르는 말을 장미(長眉), 눈썹을 그림 또는 그린 눈썹을 화미(畫眉), 가는 눈썹이라는 뜻으로 미인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섬미(纖眉), 좌우의 두 눈썹을 쌍미(雙眉), 여럿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나 물건을 이르는 백미(白眉), 눈썹에 불이 붙은 것같이 매우 위급함을 초미(焦眉), 눈썹을 마주 친다는 뜻으로 서로 가까이 지냄을 이르는 말을 박미(拍眉), 마음의 근심을 푸는 일을 개미(開眉), 바싹 가까이 닥침을 박미(迫眉), 삼가 얼굴을 뵘을 배미(拜眉), 고개를 숙임 또는 굴복함을 저미(低眉), 찡그렸던 눈썹을 바로 폄 곧 마음이 안심하는 일을 전미(展眉), 눈살을 찌뿌림을 빈미(顰眉), 눈썹을 찡그림 또는 그 눈썹을 추미(皺眉), 두 눈썹 사이가 좁은 인상을 축미(蹙眉), 버들잎의 푸른 모양 또는 푸른 눈썹이란 뜻으로 화장을 한 눈썹을 취미(翠眉), 눈썹이 가고 눈이 온다는 뜻으로 서로 미소를 보냄을 이르는 말을 미거안래(眉去眼來), 눈썹과 눈이 수려하다는 뜻으로 얼굴이 빼어나게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을 미목수려(眉目秀麗), 눈썹이 타게 될 만큼 위급한 상태란 뜻으로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매우 다급한 일이나 경우를 비유한 말을 초미지급(焦眉之急), 밥상을 눈썹 높이로 들어 공손히 남편 앞에 가지고 간다는 뜻으로 남편을 깍듯이 공경함을 일컫는 말을 거안제미(擧案齊眉), 맑고도 밝은 눈과 성긴 눈썹을 일컫는 말을 낭목소미(朗目疎眉), 눈썹이 타는 재액이라는 뜻으로 매우 급하게 닥치는 재앙을 이르는 말을 연미지액(燃眉之厄), 맑고도 밝은 눈과 성긴 눈썹이라는 뜻으로 청수한 모습을 이르는 말을 낭목소미(朗目疎眉), 머리를 들고 눈썹을 편다는 뜻으로 고고하여 굽히지 않는 태도를 나타내는 말을 앙수신미(仰首伸眉)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