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백산이 몸을 벌떡 일으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흑색지안이 발현되었을 때 보여주었던 그 춤을 이번에는 아무런 기세 없이 그저 추어대는 것이었다. 이어서 흘러나온 구성진 노랫가락.
이상히도 생겼다. 맹랑하게도 생겼구나.
송아지의 말뚝에서 물줄기가 웬 말이냐.
이놈이 그놈인데 어찌 저리 다를쏘냐.
한 줄기는 천 리 가고 한 줄기는 만 리 간다.
"흐윽!"
순간 백산의 주변을 돌고 있던 여인들 사이에서 격렬한 움직임이 일며 반라 여인들의 형상이 희미해졌다.
색정요마무를 펼치던 요마가 백산이 부르는 노랫가락의 의미를 알아차린 것이다. 백산이 읊고 있는 노래는 조금 전 그녀의 수치스러운 행동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얍!"
심리적인 동요 때문에 약해졌던 내공을 더욱 세게 끌어올렸다. 결국 내공대결로 승부를 결정지어야 할 것 같았다. 그 또한 그녀가 바라는 바였다.
그녀가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게 내공이었다.
구마 중 제일이라 자부하고 있고 모두들 인정하고 있는 바였다. 나이도 몇 살 먹지 않은 애송이에게 질 리가 없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더욱더 강하게 끌어올린 그녀의 내공과는 상관없이 백산의 노랫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제사상에 숭어던가, 꼬챙이 구녁 완연하고.
뒷절에 중이던가, 민대가리 둘이구나.
예절도 바르구나, 꼬박꼬박 절은 한다.
계속해서 춤을 추는 백산의 몸에서 붉은 혈무가 뿜어져나와 구성진 노랫가락을 타고 흘렀다.
갈수록 농밀해진 혈무는 사방으로 더욱 퍼져나갔고, 요마에 의해서 만들어진 환락무가 점차 무너지고 있었다. 얼굴이 창백해진 요마의 입가에 피가 흘러내렸다.
별것 아닌 애송이라 생각했는데 내상(內傷)을 입고 말았다.
"환락색정무!"
요마의 입에서 다시 한 번 고함소리가 터져나오자 모든 여인들이 옷을 벗어 던지며 나체로 춤을 추었다.
요마의 최후 절초인 환락색정무, 자신의 모든 내공을 동원하여 펼친 색공이었기에 그 위력 또한 엄청났다.
폭발적인 힘을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색을 알고 있는 남자에게는 그만큼 강한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말이었다. 백산도 견디기 힘들었는지 그의 노랫가락이 더욱 커졌다.
아이고 어쩔거나, 아니고 어쩔거나.
물을 보니 목마르고, 알밤 두 쪽 먹고 싶네.
아이고 어쩔거나, 아니고 어쩔거나.
마시려니 물이 없고, 먹으려니 밤 떨어졌네.
에라, 하릴없다.
오장군만 경사 났네.
"커억!"
백산의 마지막 노랫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요마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어 울컥울컥 핏물을 토해냈다.
노랫소리 때문이었다. 내공을 이용해서 귀를 막아도 머릿속으로 선명하게 들려오는 노랫소리, 그 노랫가락은 스스로 욕망을 채우려 했던 치욕스런 행동을 선명하게 떠올리게 하였다.
온몸을 잠식해오는 수치심 때문에 지금 내공대결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집중력이 흐트러지자 순간적으로 균형이 무너졌고, 그곳을 통해서 놈의 내공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처음 당했던 옆구리를 또 한 번 강타당해 버렸다.
그러나 이번의 공격은 처음 당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자신의 몸을 바스러트릴 정도의 엄청난 내공이었다.
"누구냐?"
조금 전에는 형식적으로 물었지만 지금은 진정 알고 싶었다. 비록 야비한 방법을 이용했지만 나이도 몇 안 되어 보이는 자가 자신보다 월등한 내공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궁금했다. 이름도 없는 무명에게 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에.
죽을 때도 이름 있는 자에게 패해야 명예가 지켜진다고 생각하는 무인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코웃음 치며 비웃었는데,
그 입장이 되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자존심을 지키며 죽고 싶다는 의사표현인 거였다.
"천하제일도의 제자."
"혈마도 네가 죽였더냐?"
죽음이 임박해서인지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 백살대의 대주 정도 되니까 저 정도의 인물을 키워냈을 것이다.
"지금 죽여줄 수 있겠느냐?"
혈마도 죽였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적을 향해 부탁을 했다. 추악한 늙은이의 모습으로 죽고 싶지 않았다. 언제나 요마 요추추로 남고 싶었고 요추추의 얼굴로 죽고 싶었다.
"알았소."
대답과 동시에 백산의 도가 움직였다.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과거 팽무도의 애도인 그 도가 붉은빛을 뿌리며 요마의 목을 갈랐다.
"저승에 가거든 부디 욕심 부리지 말고 사시오."
과거 객잔에서 음양쌍마의 늙어가는 모습을 보았기에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순수한 욕심이었기에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어이구, 급하다 급해! 빨리 가야겠다."
춘약(春藥)에 중독되어 아래쪽으로 힘이 쏠리는 느낌이 강해지자 서둘러 몸을 날렸다.
운기를 해서 몰아내면 못할 리도 없겠지만 마누라가 셋씩이나 있는 놈이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백산이 떠난 자리에는 하체가 벗겨진 요마의 몸뚱이만 남았다. 또 한 명의 야망자가 백산의 손에 의해서 죽어갔다. 아울러 사부인 팽무도의 복수도…….
"어? 자네……."
객잔의 문을 거칠게 밀고 들어온 백산을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서문천이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상태를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서 대협, 누님 좀 불러주시오. 어서.'
서문천에게 전음을 보낸 백산이 재빨리 객잔 아래쪽에 있는 빈집으로 몸을 날렸다.
"거참! 별것 아닌 줄 알았는데 독하네."
일부러 이런 상황으로 몰아갔지만 요마의 춘약은 생각 외로 독했다.
이미 혈액 속으로 녹아들었는지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거워졌다. 또한 자꾸만 떠오르는 미녀들의 환영이라니.
이런 면이 색정요마공의 무서움이었다. 춘약에 의해서 생기는 욕정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더더욱 무서운 점은 머릿속에 끊임없이 나타나는 미녀들의 환영이었다.
분명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끼이익!
밖에서 문을 여는 소리에 백산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어서 와요, 어? 추렴이네?"
'백 공자, 세상은 공평해야 하네. 특히 밤일은 더더욱…….'
서문천이 전음을 남기며 멀어져갔다.
'쩝! 장가도 안 간 사람이 남녀관계에 대해서 뭘 안다고…….'
하긴 서문천의 말이 맞긴 맞는 말이다. 세상사에서 가장 공평해야 할 일이 남녀관계인 것이다. 특히 많은 여자를 거느린 남자일수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공연히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닐 터였다. 가정이 편안해야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때문에 남자가 더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백산의 그런 마음을 알지 못하는 냉추렴은 그의 이상한 모습에 기겁을 했다.
"오라버니, 왜 이래요? 온몸이 불덩이 같으니."
벌겋게 달아 있는 백산의 얼굴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순간 훅 끼쳐드는 여인의 향기가 들끓고 있던 백산의 몸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하악!"
거칠게 자신의 허리를 잡아끄는 백산의 손길에 화들짝 놀란 냉추렴이 부지불식간 신음을 내질렀다. 순간 덮쳐드는 두툼한 입술 하나, 기분이 아득해지며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았다.
"또 기습이야, 그때와 똑같아……."
용지에서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때도 자신의 허리를 잡아끄는 백산의 손길에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고, 그 순간 입술을 도둑맞았는데.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마음가짐이 달랐다. 그때는 자신의 남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어색했지만 지금은 내 남자인 것이다. 당당하게 이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내 남자.
"헉!"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움직임에 비명을 삼킨 냉추렴이 붉어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백산의 행동에 동조해나갔다.
이미 과년한 처녀인데 자신의 하체를 찌르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님이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은 님에게 자신이 필요하고 자신도 님이 필요할 뿐이다.
투박한 백산의 손이 냉추렴의 온몸을 더듬었다. 보름달 같은 엉덩이를 끌어당기던 손길이 허리를 지났고 팽팽하게 솟아 있는 두 개의 육봉을 거칠게 틀어쥐었다.
"아! 살살!"
옷 위로 만지는 것임에도 아픔이 밀려왔다. 그러나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분홍빛 쾌감은 아니었지만 님의 손길이 자신을 만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포근함이었다. 안락함이었다. 다만 조금만 더 부드럽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옷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위에서부터, 급하지만 능숙한 손길로 냉추렴의 옷들을 제거해나가던 백산이 눈부신 듯 그녀의 몸을 쳐다보았다.
부끄러운 듯 살짝 가리고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정녕 환상이었다. 어떤 미사여구를 가져다 붙여도 그녀의 몸에 대해선 표현할 길이 없을 것 같았다.
옷을 전부 입고 있을 때도 백산을 쏠리게 했던 그녀가 아니었던가.
모든 껍질을 다 벗어버린 냉추렴의 모습은 백산의 머릿속에 있던 열두 명의 미녀를 전부 태워버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춘약의 기운보다 더한 갈망이 온몸 가득 밀려왔다. 여자를 안고 싶다는 욕정이 아닌, 사랑을 품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사랑해……."
서둘러 자신의 옷을 벗어버린 백산이 냉추렴의 귓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으며 밀어를 속삭였다.
"저도 사랑해요, 백랑……."
마주잡은 두 손에서 애명환이 울어대며 사랑하는 이들의 뜨거운 밤은 깊어만 갔다.
몸도 마음도 하나가 되는 의식. 한순간의 유희가 아닌 영원히 하나가 되는, 죽음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는 성스러운 의식인 것이다.
백산의 입술이 냉추렴의 이마에서부터 천천히 아래를 향해 내려갔다. 두 눈을 지나고 코를 지나고 양쪽 귀로 가서 뜨거운 입김을 쏟아내며 그녀의 몸을 달궜다.
다시 귀로 돌아온 그의 입술이 이번에는 앵두같이 붉은 그녀의 입술을 점령하고 그녀의 모든 것을 빨아 당기듯 깊숙하게 흡입해들었다.
마치 입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관찰하려는 듯 그의 혀는 입 안 곳곳을 헤매고 다녔고, 이에 대응이라도 하듯 그녀의 혀가 마중을 나와 백산의 혀를 꽉 붙잡아버렸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족하지 못한 백산의 입술은 다시 아래쪽을 향해 내려갔다. 목에서 간지럼을 태우던 그것이 이번에는 우뚝 솟아 있는 가슴을 향해 질주해나갔다.
깊게 패인 골에서 물이라도 찾는지 한참 동안을 음미하던 입술이 이번에는 등정을 시작했다.
덩달아 투박한 손길도 그녀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더욱더 높은 봉우리로 만들어버렸다.
"하악!"
가슴 끝에서 느껴지는 묘한 느낌에 주체할 수 없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님의 머리를 감쌌다.
그의 머릿속에 손을 밀어 넣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혀로 굴리고 이로 깨물고 이쪽저쪽을 부지런히 오가던 님의 입술이 이번에는 아래쪽으로 이동을 해나간다.
아래쪽으로 다가갈수록 팽팽한 긴장감이 밀려오고 복부가 울렁거리는 것 같다.
"백랑……!"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님과 자신밖에는 아무도 없는 방인데 왜 이리도 얼굴이 붉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
평생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그곳을 향해 님의 입술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어떤 기분일까, 하늘을 날아갈 듯한 기분일까, 아니면 다른 곳을 만질 때와 같은 기분일까.
자신이 만질 때는 별 느낌이 없는데 님의 입술이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발끝에 힘이 모아지는 것 같다.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중얼거려 보지만 온몸은 님의 입술을 기다리는 기대감으로 꽉 들어찼다.
오히려 너무 늦은 것 같아서 애가 달았다.
결국 자신의 손으로 님의 머리를 밀어 내리고 말았다.
냉추렴의 적극적인 행동에 백산이 깜짝 놀랐다. 입맞춤을 할 때도 느꼈지만 그녀는 상당히 예민했다.
자신의 조그마한 손길에도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체모를 헤치고 급격히 경사진 둔덕을 향해 입술을 내리눌렀다.
사랑은 정성이다. 비록 그것이 격렬한 쾌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열과 성을 다하고 마음만 통한다면 그 어떤 것보다 훌륭한 사랑이 되는 것이다.
"하악! 하하!"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무엇인가 느낌이 올 것 같은데 정확한 실체를 잡을 수 없었다.
안타까움이었다. 조금만 더 있어주면 그 기묘한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님은 고개를 들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대신 이번에는 님의 투박한 손길이 그곳에 머물렀다.
"백랑! 사랑……."
갑자기 격렬한 느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바로 이 느낌이었다. 님의 손길이 닿는 곳에서부터 조금씩 밀려오는 쾌감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님이 자신의 손을 잡아서 쥐어주는 것,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로 화들짝 놀랐다.
언제나 상상 속으로만 그렸던 그것이었다. 님의 상징, 맥동하는 그것이 손안에 가득 잡혀졌다. 소운에게 언뜻 듣기에는 위아래로 쓰다듬어주면 님이 좋아한다 했다.
"허억!"
이번에는 백산의 입에서 숨넘어갈 듯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서툴렀지만 그녀가 자신의 그것을 만져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즐겁게 해주려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백산도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지경이 왔다. 첫 경험인 그녀를 위해서 춘약의 기운을 억지로 참고 있었는데 한계치에 다다른 것이다.
"사랑해……."
냉추렴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며 천천히 허리를 눌러갔다.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냉추렴이 인상을 찡그리며 백산을 끌어안았다.
"괜찮아?"
천천히 한다고 하고 있으나 처음인 그녀에게는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기에 미안함이 앞섰다.
"계속해요."
백산의 엉덩이를 천천히 앞으로 당기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언젠가는 겪어야 할 아픔인 것이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다. 자신을 최대한 배려했기에 이제야 들어오려는 것 아닌가.
"학! 허억!"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이 터져나오며 하나가 되었다. 사랑이란 이런 기분인 것인가. 껴안고만 있어도 좋았다.
그 사람이 내 속에 있고 내가 그 사람을 감싸고 있다. 이젠 진정 내 것이라는 소속감까지 생겨나는 것 같았다.
"좋아요."
쾌감이 생겨서 좋다는 말이 아니었다.
편안함과 포만감과, 그리고 안정감이 좋다는 말이었다. 사랑하는 님의 품속은 그 어떤 곳보다 넓었다. 자신이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춘약을 해소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었다. 단지 그것은 핑계에 불과할 뿐, 사랑하는 사람들의 약속을 위한 행위였다.
두 사람의 행위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이어졌다.
주변에 있는 수백의 적도, 다가오는 수천의 적도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이 세상의 중심이었다.
"일어났어? 우리 잠깐 나갈래?"
으스름한 새벽 공기에 눈을 뜬 냉추렴이 가장 먼저 본 것은 사랑스런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님의 얼굴이었다.
간밤의 일이 꿈이었나 했는데 아니었다. 알몸으로 님의 품에 안겨 있지 않은가.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와아!"
밖으로 나온 냉추렴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어둠을 박차고 오른 붉은 덩어리가 그녀의 시야 가득 들어왔다.
구름 사이로 내려 비치는 수천의 투명한 빛줄기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 강물이 반짝이며 꿈틀거렸다.
환희였다.
자연이 만들어낸 위대한 아름다움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랑하는 님의 품에 안겨서 처음으로 맞아보는 아침이다.
너무나 넓어 보이는 님의 품속이어서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인지, 반짝이는 물결 속에 생명의 환희가 느껴졌다.
"백랑은 태양이에요, 태양.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태양."
"아니야, 태양은 당신들이야. 나는 저 강물이고. 추렴과 천영, 그리고 소운이 내려주는 저 빛줄기를 받아야만 살아나는 강물."
"강물 오라버니, 나도 목말라."
서로의 사랑에 심취되어 있는 두 사람의 공간 속으로 뚱한 소성이 끼어들었다. 조천영과 소운이 그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이쿠, 뜨거워라! 태양이 세 개나 있으니 몸이 더워지네."
어색한 표정을 감추기 위해 짐짓 너스레를 떨며 두 사람도 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전쟁을 시작해야 하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다.
자신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사람들, 이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것이리라.
"근데 저놈은 왜 안 사라지고 계속 있는 거야."
"우리를 질투해서 그래."
태양 한쪽을 가리고 있는 검은 구름을 보면서 소운이 소리를 지르자, 백산이 빙긋 웃으며 그녀를 더욱 깊숙이 끌어안았다.
* * *
"어떻습니까."
"괜찮았다. 성과도 좋고."
분주객잔으로 돌아온 백산이 간밤에 기습하러 나갔던 남궁세우와 팽무도를 향해 진의 효과에 대해서 묻자 남궁세우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반 시진 그리고 십 장, 이것만 주의하면 될 것 같다."
귀식대법과 함께 모든 대원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기 위해서는 평소에 쓰던 진력의 수배가 소모되기에 강기의 경지에 들어선 고수들이라 할지라도 쉽지가 않았던 터였다.
더구나 요마나 비마 수준의 초극 고수에게는 십 장의 거리를 두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남궁세우의 말이었다.
"이제는 비마만 조심하면 되겠군요."
"그래, 천무맹에는 그 정도의 고수가 없더구나."
간밤에 백산이 요마를 제거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울러 대견한 마음뿐이었다. 자신들의 복수를 해준 것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대통진을 알아볼 만한 고수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비마까지 제거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천마맹이 너무 밀릴 것 같아서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이었다.
구화산에서 벌였던 일을 이곳에서도 추진하려 하고 있었다.
"형님, 작전이 먹힐까요?"
"당연하지, 저놈들은 우리보다는 서로가 더 신경 쓰이는 존재들이거든."
일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백산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구화산에 비하면 지금의 상황은 일도 아니다.
아직도 자신들을 노리고 있지만 지금은 서로에게 더 관심이 많다 할 수 있다.
어떤 계기만 만들어주면 서로가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게 될 것이고, 그 계기를 제공하는 게 자신들의 할 일이다.
"가자! 오늘도 천마맹이다."
이번에는 백산과 팽무도 두 사제지간이 광풍대원과 함께 객잔을 나섰다.
"아직도 소식이 없느냐?"
천마맹의 진지에서 비마 상남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간밤에 당했던 기습 때문에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해 있는데 아침이 되자 요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거였다.
잠시 어디 갔겠거니 하고 기다렸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녀가 돌아오지 않자 급기야 수색조를 내보냈으나 여태껏 별다른 소식이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전주님!"
그때 비마를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수가……."
부하들이 장포로 싸들고 온 시체를 본 비마의 얼굴이 급속하게 굳어졌다. 목과 몸뚱이가 따로 분리된 요마의 시체였다.
구마 중 최고의 내공을 지니고 있다는 그녀가 하체가 발가벗겨진 채 목이 잘려 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하체가 발가벗겨졌다 함은 그녀를 능욕하려 했다는 뜻일진대 색공의 달인인 그녀가 당했다는 것 또한 이해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비마가 알아차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볼일을 보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 그가 어찌 알 수 있으랴.
"묻어줘라."
"으악! 적이다."
더 이상 조사해봐야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다고 느낀 비마가 매장을 지시하는 순간, 또다시 부하들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또란 말이냐!"
경악스런 표정을 지은 비마가 전력의 경공을 전개하여 비명소리가 들린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종료된 뒤였다. 간밤의 상황과 똑같이 부하들의 시체만 사방에 뒹굴고 있었다.
"누구 본 사람 없느냐?"
비명소리를 듣고 나온 부하들을 향해 소리를 질러 보았으나 자신보다 늦게 나온 자들인데 보았을 리가 없다.
비마의 얼굴이 곤혹스럽게 변했다. 살아생전에 처음 보는 괴사였다. 자신의 무공이 여타 구마들에 비해서 약하다고는 하지만 강호무림의 최고 반열에 올라 있는 사람이다.
그런 실력으로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는 적이 있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비마가 넋을 잃고 서 있는 그 순간, 백산과 광견조 일행은 그에게서 십여 장 정도 떨어진 뒤쪽에서 또 다른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지금 비마가 서 있는 곳은 사부인 팽무도가 있는 조에서 만든 작품이고 자신들은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 도(一刀)만 휘두르고 신속하게 빠진다, 죽여!"
백산의 명령에 따라 순식간에 진이 해체되며 사방으로 몸을 날린 광견조원들이 자신의 도에 붉은 혈광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거의 비명도 없었다. 요마의 시체가 있는 곳과 동료들이 당했던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고
귀신같이 움직이는 적에 대해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뒤쪽에서 은밀히 접근하는 광견조원들의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커억!"
단 한 명만이 목을 감싸며 나직한 비명을 내질렀다.
"누구냐?"
부하의 비명소리에 고래를 돌린 비마의 눈에 보이는 광경은 목이 잘린 부하들이 피를 쏟아내며 넘어지는 광경이었다.
"썩을……."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등 뒤에서 적이 나타났는데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광전비를 이용하여 순식간에 사방을 휩쓸었으나 그 무엇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살수들의 움직임도 아니었다.
주변에 은신해 있는 살수의 짓이라면 분명 흔적을 잡았을 것이다. 더구나 이곳은 은신하고자 해도 은폐물이 없는 갈대밭. 정녕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돌아간다."
비마의 모습을 지켜보던 백산과 광견조원들이 은밀하게 몸을 움직여 뒤쪽으로 물러났다.
이제는 물러갈 때인 것이다. 후퇴를 할 때도 바로 객잔으로 가는 법이 없다. 객잔 뒤쪽으로 나 있는 조그마한 동산을 돌아 움직였다.
적에게 발견될 경우에 대비해서 취하는 행동이었다. 객잔에 도착하자, 먼저 돌아온 팽무도와 나머지 일행들이 앞으로의 일을 상의하고 있었다.
"어서 와라! 앞으로는 어쩔 거냐?"
남궁세우가 백산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또한 이곳이 발견되는 데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양맹에서 인원수로 들이닥치면 오십 명 정도의 광풍대원으로는 견딜 재간이 없는 것이다.
"야! 화인걸, 여기 차."
그러나 백산의 얼굴은 태연했다. 오히려 별걸 가지고 걱정한다는 투로 남궁세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짓고 떠나야지요."
"네가 말한 적당한 선이 어느 정도냐."
남궁세우가 답답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구화산에서 벌인 이야기를 들었다. 단 한 명도 살려주지 않았다고 하였다.
지금은 그때보다 살기가 더욱 강해졌을 터인데 어중간하게 처리하고 가지 않을 것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 있는 자들이 다가 아니다.
지금 분하와 황하를 타고 올라오는 자들까지 합치면 오십여 명의 광풍대원들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스물두 개의 광천뢰와 광풍대 오십 명, 그리고 대통진……."
"너!"
남궁세우가 놀란 표정으로 백산을 쳐다보았다. 또다시 전멸을 원하고 있다. 서로가 싸워서 양패구상을 당하지 않더라도 전부 없애버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인상 펴, 임마! 그렇게 우중충한 상판으로 음식을 만들면 맛이 나겠냐?"
남궁세우의 놀란 표정엔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가져온 화인걸에게 딴죽을 걸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광견조원들에게 맞아서 퉁퉁 부은 얼굴을 보고 인상을 쓰고 있다며 욕을 해대는 것이었다.
결국 남궁세우의 물음에 아무 소리 안 하는 것은 이곳에 오는 양맹의 인물들을 전부 다 죽이겠다는 말이다.
"더 이상 뒤통수에 적을 달고 다니지는 않을 것입니다."
죽여야 한다면 죽일 것이고 피를 봐야 한다면 피를 볼 터이다.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당한 것은 한 번이면 되었다. 두 번 다시 저번처럼 그렇게 당하는 일은 없게 할 것이다.
"뭐해, 새끼야! 안 꺼지고."
옆에 가만히 서 있는 화인걸을 쳐다보며 백산이 소리를 팩 질렀다.
"개자식……."
주방으로 돌아온 화인걸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의 성정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인지, 아니면 그동안 겪었던 고초 때문인지는 몰라도 성격이 거칠게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자네가 말하고 있는 것도 듣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포로로 잡혀 있으면서도 거친 욕설을 쏟아내는 화인걸을 쳐다보며 패웅이 물었다.
화인걸도 그렇고 저들도 재미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를 맞지 않기 위해서 시키는 일은 하면서도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화인걸과, 시킨 일을 하지 않으면 주먹을 날리면서도 욕설을 뱉어내는 것을 그냥 두고 있는 저들.
지금껏 겪어본 바에 의하면 저들의 성격상 욕을 해대는 화인걸의 행동을 웃어넘길 사람들이 절대 아니었다. 화인걸과 광풍대원들간의 진행 상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알도 없는 놈!"
그런 패웅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화인걸이 씹어뱉듯 말을 건넸다. 어찌 저런 자가 흑기철기병의 단주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자신의 이름에는 당당한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천하를 지배하는 곳에 소속된 자가 포로가 되었다고 자존심마저 버린 채 적에게 알랑거리는 꼴이라니.
"괜히 자존심이라고 세워봐야 자네와 같은 꼴이 될 텐데……. 젊은 자네야 괜찮지만 나 같은 늙은이는 더 힘들어진다네, 차라리 배알 없이 얼굴 깨끗한 게 더 낫지."
화인걸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패웅의 표정은 태연했다. 현실을 빨리 인정해야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은 고향인 해남도에서부터 이미 배웠던 사항이다.
검 대신 창을 선택했을 때 경험했던 문파인들의 멸시, 결국은 창을 배운다는 핑계를 달고 중원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가 선택했던 철마궁도 해남도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산다는 것은 어디를 가나 항상 같았다.
굽힐 때는 굽히고 펴야 할 땐 확실하게 펴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인생철학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굽힐 때인 것이다.
내공만 금제당했고 주방에서 나갈 수 없다 뿐이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도망도 치지 못할 것이고 나가봐야 갈 곳도 없을 터인데 차라리 주방이 더 낫다는 생각뿐이었다.
"저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 아마 천마맹과 천무맹 인물들을 공격하고 있을 걸세. 배알이 남아 있는 자네나 한번 빠져나가 보지, 그런가."
패웅도 광풍대원들이 하고 있는 일을 짐작하고 있었다. 자신이 깨어났을 때 해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들의 뒤를 쫓던 자들이 이곳에 와 있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아울러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되지도 않은 인원으로 그들을 칠 생각을 하고 있는 그들의 용기가 부러웠다. 자신 같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인 게다.
"그게 정말이오? 천무맹 인물들이 와 있다는 게?"
화인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어쩌면 맹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생길 수도 있음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혈도를 뚫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다.
혈도만 풀리면 도망치는 것쯤이야 전보다는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놈들이 바빠지고 있는지 감시의 눈길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왜, 천무맹으로 돌아가면 자네를 받아줄 것 같은가? 전 병력을 다 잃어버린 패장을……."
패웅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곳에 빨리 적응한 이유이기도 했다. 궁주인 고인엽은 흑기철기병을 다 잃은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에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었는데 흑기철기병의 전멸은 그에게 그럴싸한 빌미를 제공해줄 것이고 남은 것은 죽음밖에 없다.
"당신네 마도와 우리 정도와의 차이가 바로 그거야."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패웅에게 이죽거리고는 있으나 화인걸의 내심도 그와 다를 바 없었다.
이미 자신의 미래는 끝났다. 혹시 이곳에 있는 자들의 목이라도 들고 가면 실추되었던 명예는 되찾을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과거의 지위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산서성 전투로 해서 천무맹에 있던 모든 지지기반을 잃은 것이다.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계속 잡혀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백산이란 놈의 표정을 보건대 결코 살려주기 위해서 이곳에 잡아두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 때문에 마지못해서 살려두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탈출은 자네 몫이니 일이나 하자고. 아침 준비를 미리 해놔야지 안 굶지."
자리에서 일어난 패웅이 식량 창고에 가서 자루 가득 들어 있는 야채를 들고 나왔다. 주방에서 패웅과 화인걸이 하는 일은 야채 다듬는 것과 식후의 설거지였다.
그런데 패웅의 행동도 이상했다. 왼손엔 식도를, 오른손에는 조그마한 나무 막대기를 들고서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내공을 운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무공연마를 하고 있었다.
요리를 하기 위해 움직이던 광풍대원들의 행동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무공이란 별도의 시간을 내서 연마하는 것이 아니었다.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마음가짐.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가 무공을 연마하는 장소라 생각하면 그곳이 곧 연공관이 되는 것이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작은 나뭇가지는 그의 애병인 묵창이었다.
"저 친구들도 대단하지 않은가. 천무맹과 천마맹이라는 거대 단체에 맞서면서도 전혀 두려움이 없으니 말일세."
"큭! 그게 가능하리라 보는가. 상대는 강호 전체야, 지금 있는 자들이 다가 아니라고."
"저놈 말이 맞네, 백 소협. 지금 양쪽 강을 따라서 두 맹의 정예가 올라오고 있네."
"그러니까 더욱 열심히 움직여야죠, 도착하자마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석두가 서문천의 말을 받았다. 백산과 그가 노리는 바였다.
지금 오고 있는 자들에게도 쉴 틈을 주지 않고 한꺼번에 전장으로 들어오게끔 유도하는 것, 광풍대원들이야 눈에 보이지 않으니 계속해서 싸우도록 유도하면 되는 것이다.
"놈들은 언제 도착할 것 같소."
"내일 오후 정도."
"좋군요. 석두야, 애들 푹 쉬게 해라. 내일은 하루 종일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저 아래쪽에도 진을 설치해둬라."
백산이 냉추렴과 사랑을 나누었던 곳에 있는 십여 채의 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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