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해상 국립공원 여행 처음 행선지는 금오도!
2021년 3월 말, 긴 휴가를 내고 전라남도로 향했다. 한국 사람들이 긴 시간 동안 국내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대부분 제주도로 갈 테지만 나는 주로 전라남도로 떠난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로 제주도 항공권을 비롯해 모든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특히 렌터카 비용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비싸졌다. 제주도에서 지금까지 휴가를 보낸 시간을 합쳐보니 거의 두 달에 육박했기 때문에 딱히 보고 싶은 여행지도 없었다. 제주도 맛집 투어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지만 안 그래도 가벼운 지갑을 짜내어 여행을 하는 건 무리였다.
이러한 연유로 다시 전라남도, 특히 남해안을 여행하기로 했다. 전라남도 오른쪽 끝의 여수부터 시작해 보성을 거쳐 강진·해남·완도까지 고흥과 장흥을 제외하면 전라남도 남해안에 접한 대부분의 지역을 탐방하는 것이다. 이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을 반드시 들릴 수밖에 없을 터이고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긴 휴가라 평소에 가기 힘든 섬에 가다 보니 그동안 가지 못 했던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의 몇몇 지구를 탐방할 수 있었고 섬 여행임에도 제주도 여행과 전혀 다른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의 시작은 여수 돌산도 남쪽의 섬 금오도였다.
국립공원 이야기 82 - 금오도(金鰲島)
금오도는 면적은 27.0㎢이고, 해안선 길이는 64.5㎞이며, 북쪽에 돌산도, 북서쪽에 개도, 남쪽에 소리도가 있다. 남면사무소가 섬의 중앙부인 우학리에 있으며, 남쪽의 안도와는 안도대교로 연결되었다. 여수시에서 돌산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주위에 있는 돌산도·소리도·월호도·두리도·개도 등과 함께 금오열도를 이루며,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에 속한다.
섬의 모양이 자라를 닮았다고 하여 큰 자라라는 뜻으로 ‘금오도(金鰲島)’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금오도의 두모리에 직포 해송림이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이 송림의 동쪽에 있는 옥녀봉에서 선녀들이 달밤에 베를 짜다가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바닷가로 목욕하러 와서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밤새도록 목욕을 하고 놀다가 승천하지 못하고 훗날 소나무로 변하였다고 한다. 마을 이름을 직포(織布)라 한 것도 이러한 전설과 관계가 있다.
북쪽에 대대산(382m), 동쪽에 옥녀봉(261m), 남쪽에 망산(344m) 등이 연속적으로 분포하며, 산세의 경사가 급한 편이다. 산줄기의 완사면에는 농경지와 취락이 형성되어 있다. 해안은 대부분 암석해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부 사빈 해안이 있다. 침강 운동으로 형성된 해안선의 드나듦이 복잡한 이른바 리아스식 해안을 이루고 있으며 수심이 다른 해안보다 깊은 것이 특징이다. 연평균 기온 14.2℃, 1월 평균기온 2.1℃, 8월 평균기온 24.8℃, 연강수량은 1,247㎜이다.
농산물로는 쌀·보리를 비롯하여 콩·고구마·고추·마늘 등이 생산되고, 근해에서는 멸치·장어·삼치·미역이 어획 및 채취된다. 미역과 김 양식이 활발하고, 인근 해안은 우리나라 최대의 감성돔 산란장소이다. 금오도∼여수 간에 정기여객선이 운항된다. 교육시설로는 여남초등학교와 여안초등학교, 여남중학교, 여남고등학교가 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금오도(金鰲島))]
금오도 비렁길을 걷기 전에 작은 섬 안도부터
여수에서 금오도로 가는 배는 총 3곳에서 출발한다. 여수시내에 있는 여수 여객선터미널에서는 하절기 기준으로 06:20, 14:30에 출항하며 여천 선착장, 우학 선착장을 거쳐 안도까지 간다. 하루 3번 출항하는 배는 06:10, 09:50, 14:50에 출발하며 금오도 북쪽의 함구미 선착장으로 간다. 여수에서 금오도까지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배 타는 시간을 줄이려면 돌산도의 신기항으로 가야 한다. 신기항에서 금오도의 여천 선착장까지 하루에 총 7번 운행하며, 07:45, 09:10, 10:30, 12:00, 14:30, 16:00, 18:00에 출발한다. 시간이 25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풍랑 등의 이유로 금오도에서 여수행 여객선이 끊겼을 때도 신기항으로 가는 여객선은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여수 남쪽의 또 다른 섬인 백야도에서 금오도로 가는 배편이 있다. 하루 4번이 운행되며, 08:10, 09:50, 11:40, 14:20에 출발한다. 시간은 35분 정도로 짧은 편이며 화양도로 가는 길이 여수 시내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오직 금오도만 가고 싶은 사람들은 백야도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는 것이 좋다.
나는 여수시내에서 하루를 묵고 아침 첫 배를 타기로 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여수에서 금오도로 가는 배는 한산했다. 3월이라 새벽 6시에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상태였으며, 여수 앞바다는 하루를 시작하는 어민들로 북적였다. 배가 금오도로 향하고 있을 무렵 일출 시간이 지났지만 흐린 날씨로 인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지는 못 했다. 구름 낀 하늘이 점점 붉어지는 것을 보며 이미 해가 떴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1시간 30분 정도 지나자 자라를 닮았다는 섬 금오도에 도착했다. 금오도의 수많은 선착장 중 내가 가기로 한 곳은 안도 선착장이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금오도의 우학 선착장에서 내렸지만 나는 안도 선착장에 내린 뒤 금오도 비렁길을 걸을 생각이었다. 금오도 비렁길 1코스부터 5코스까지 8시간이 걸리니 아침 일찍 시작해 열심히 걸으면 완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있었다. 게다가 1코스의 시작점인 함구미항은 여수로 향하는 배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서두르면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가 내린 안도에도 금오도 비렁길의 일부인 '안도 기러기길'이 있었다. 안도는 금오도와 안도대교로 연결된 작은 섬으로 '아빠 어디 가'를 촬영한 무대로도 알려져 있다. 벼랑 위 해송 군락과 기러기길의 동백 군락은 안도가 그냥 무시하고 가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섬인 걸 증명한다. 서쪽 해안 대부분이 기암절벽인 금오도에서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을 발견하기엔 쉽지 않은데 안도 해변은 아름다운 몽돌해변과 모래 해변 모두를 갖추고 있다. 이런 절경을 놓치기 싫어 금오도 비렁길 완주는 진작에 포기하고 안도를 돌아보고 비렁길은 여력이 닿는 데까지 가기로 했다.
아침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안도제일식당에 들렀다. 백반으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기에 혼자 들어갔더니 주인아주머니가 왜 혼자 왔냐고 핀잔을 주신다. 특별할 것도 없는 백반 이지만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 내 입장에서 너무나 든든한 식사였다. 아침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면 여수에서 빵과 같은 부실한 식사를 했어야 할 터라 안도제일식당이 문을 연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식사를 하고 둘러본 안도는 아기자기한 마을과 마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바다, 그리고 금오열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까지 신비한 풍경으로 눈 돌릴 틈도 없었다. 여안초등학교를 지나자 몽돌로 이루어진 이야포 해변이 보였다. 오랜 세월 동안 파도로 인해 둥글해진 몽돌은 안도에 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었다.
이야포 해변을 지나면 안도를 한 바퀴도는 안도 기러기길이 시작된다. 기러기길 양편으로 동백이 가득해 한반도에 봄이 시작되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기러기길을 다 걷고 나면 언덕 위에 올라가 바라보는 안도대교와 안도마을의 풍경이 일품이다. 기러기길을 다 내려오면 고운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안도 해변이 나온다. 안도 해변은 특이하게 백사장 가운데에 몽돌이 이곳저곳 박혀 있어 신비한 모습이다. 잠시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조용히 감상했다. 남해의 아름다운 풍경은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금오도에서 하루를 묵고 비렁길을 다 걸었을 테지만 일정상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안도 해변에서 발걸음을 돌려 금오도로 갈 수 있는 안도대교로 향한다. 안도대교를 건너면 금오도 비렁길 제5구간이 시작되며, 제1구간까지 금오도의 바위 절벽을 감상할 수 있는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비록 완주는 못 하겠지만 제5구간부터 될 수 있는 데까지 걸어 보자 하고 금오도 비렁길을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