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쉽게 설명드려볼께요.
디플레이션은 신용축소, 즉, 소비를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고점을 찍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세요.
당연히 부동산 관련 산업이 타격을 받겠지요?
부동산 사장님도 소득이 줄고 이삿짐, 도배 아저씨들도 소득이 줄 겁니다.
건설사는 구조조정을 할 것이고 직원들은 직장을 잃겠지요?
그러면 그 분들도 어쩔 수 없이 지출을 줄이게 됩니다.
외식도 줄이고, 꼭 필요한 옷도 아울렛에서 사고
아이들 학원도 줄이고 새 신발도 사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이제 식당 사장님, 옷가게, 신발가게 사장님 등이 타격을 받겠죠?
그럼 이 타격은 돌고돌아 그런 옷과 신발을 만드는 회사에 가해지게 됩니다.
재고가 쌓이고 경영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버티다가 결국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임금 동결,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 상여금이 대폭 삭감되며 실질 소득이 반토막..
그러면 남편의 월급 받아 생활하던 가정주부들은
외식도 줄이고, 새 옷도 사지 않을 겁니다.
요게 이런식으로 계속 악순환이되요.
그러면 그 과정에서 부채가 많은 사람들이나
건전하지 못한 경영을 했던 회사들이 부도가 나겠죠?
부도난 사람들은 소비를 못하니 소비는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이들에게 대출을 해주었던 은행들은 대출금을 받지 못하니 망합니다.
그리고 은행이 망하면 정부가 보장해주는 금액 이상의 예금도 날라갑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그 보장액도 돌려받는다는 보장은 없구요.
은행은 경제가 잘 돌도록 해주는 심장과 같은 기관인데
쉽게 말해 심근 경색이 오면서 경제 시스템 자체가 멈춰버리는거죠.
..
그럼 이 상황에서 개인들은 어떻게 되느냐?
평소 3백을 벌던 김씨는 그 중 100만원을 부채를 갚는데 쓰고
나머지 200백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소득이 반토막이 납니다.
자영업자들은 바로 영향을 받게 되고
일반 기업 직원들과 공무원들은 가장 나중에 영향을 받겠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소득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실 소득이 반토막 났지만 대출금은 그대로죠!
결국 개인 입장에서는 값아야될 대출금이 두배가 되어 버립니다.
150만원 벌어 100만원 대출금 갚고
50만원으로 생활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는거죠.
물론 디플레이션 상황이 생기면 물가도 떨어지기 때문에
50만원의 구매력은 예전보다 훨씬 높아지지만
그래도 이전의 150만원 구매력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결국 대출금을 갚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집, 자동차, 귀금속 등을 헐값에 팔게 되겠죠?
이때 자본이 있는 사람들은 돈 없는 사람들이 헐값에 내 놓은
부동산, 자동차, 귀금속 등을 싸게 싹쓸이해서 나중에 큰 돈을 벌게 됩니다.
결국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해지게되는거죠.
물론 외부 위기에 100% 노출되어 있는 자영업자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월급생활자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게 되고요.
반면 자본가들은 디플레이션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일단 노동자에게 전가할 수 있고
무엇보다 자본의 구매력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큰 이득을 볼 수도 있습니다.
..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좀 독특한 케이스인데,
정부의 지나친 발권으로 인해 돈의 가치가 폭락을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디플레이션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용을 팽창시키다
초가삼간을 다 태워먹는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할수도 있습니다.
하이퍼가 발생하면 돈의 가치가 너무 빨리 떨어지는 것을 대중들이 인식하고
최대한 지출을 늘리게 됩니다.
쌀이 됐건 신발이 됐건 살 수 있는 것을 무조건 빨리 사두는 게 이득이죠.
내일이 되면 오늘 가격으로는 절대 살 수 없으니까요.
일단 이런 상황이 시작되면 대중들은 레밍스처럼 절벽을 향해 돌진하고
정부는 경제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장에 미친듯이 돈을 공급하게 됩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짐바웨처럼 백조달러 같은 고액권을 찍는 최악의 상태로 가지요.
물론 이는 정부에 대한 신뢰 파괴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정부는 사실상 고액권을 찍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결국 경제가 붕괴되고 광기가 수그러들때 쯤,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화폐를 만들거나
아니면 짐바브웨처럼 달러 같은 외화를 정식 화폐로 도입하거나
뭐, 어떻게든 해결이 됩니다.
..
그럼 하이퍼 상황에서는 어떻게 개인의 생활이 파괴되느냐?
앞서 언급한 김씨의 사례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소득보다 물가가 더 빠르게 늘어나겠지요?
김씨는 소득이 300인데 물가가 오른다고 대출원금이 늘지는 않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자율이 같다고 전제했을 때,
부채로 인한 부담은 큰 변화가 없겠지요?
문제는 생활비가 급등하게 됩니다.
평소 200만원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던 김씨는
물가가 급격히 오르며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평소 50만원 정도 들어가던 식비가 두 배로 오르면
다른 곳에서 50만원의 생활비를 줄여야 합니다.
아마 차량 유지비나 의류 구입, 아이들 학원비 등을
먼저 줄이게 되겠지요?
물론 나중에는 물가 상승분에 따라 급여도 오르게 되는데
급여가 오르는 속도는 당연히 공무원이 가장 빠르겠지요?
아무리 그래도 물가대비 실제 소득은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이 경우에도 역시 공무원-일반직장인-자영업 순으로 피해를 보겠지요.
특히 자영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원자재의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만큼
판매 물건의 가격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수익성 자체가 떨어지고
하이퍼 초기 상황에서는 무조건 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판매가 줄어들어 심각한 이중고를 겪고 파산을 하게 됩니다.
물론 하이퍼가 심해지면 말 그대로 시장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면서
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귀금속과 식량을 구하고자 난리가 나겠지요?
물론 이론상 부채가 많은 사람들은 부채로부터 해방될 수 있지만
하이퍼가 이륙하는 과정에서 급속하게 금리가 오르고
소득 향상이 뒷받침이 되어주지 않으면 파산을 피할 수 없기에
부채 감소의 혜택을 보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정보가 빠른 자본가, 고위 공무원 계층들은
일반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조건에 대출을 일으켜
귀금속과 식량을 싹쓸이하여 시장 외곡을 심화시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시장 대응력이 떨어지는 일반 대중들은
더욱 극심한 부의 축소를 경험하게 되지요.
어쨌든 직접적으로 먹고 사는데 관여하는 사업이나
극소수 부자들을 위한 사치 산업이아니라면
망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게 됩니다.
..
물론 디플레나 하이퍼는
표면상 정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나
정상적인 경제 시스템이 위협받는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둘 다 경제 공황으로 볼 수 있는데
다만 그 발생 경로나 방향이 서로 다를 뿐이지요.
물론 화폐 관점에서는 표면상 정 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디플레 상황에서는 돈이 없어 구매력이 떨어지고
하이퍼 상황에서는 돈의 가치가 떨어져 구매력이 떨어지니
결국 대다수 사람들은 갑작스런 빈곤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과거와 자금의 경제 상황이 많이 다르고
무엇보다 전혀 다른 화폐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위기가 어떤식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릅니다.
따라서 과거의 사례는 단지 과거의 사례로 참고만 해야겠지요?
..
끝으로 질문하신 부분에 대해 간단히 답을 드리자면,
하이퍼가 터져서 10kg 쌀 한포대가 100만원씩 한다면
지금 월 200만원도 못버는 가구가 많은데 그 사람들은 그냥 굶어야 하는가?
물가가 오르면 월급도 같이 오르나? 아니면 월급은 그데로인데 물가만 오르나.
-> 물가가 오르면 월급도 같이 오르는데 하이퍼 초기에 이미 개털 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운좋게 직장을 잃지 않는다 하더라도 급여 상승분이 물가 상승분을 절대로 따라갈 수 없습니다. 만약 물가 상승분 이상으로 급여가 오른다면 문제가 될게 없겠지요? 좀 더 쉽게 예를들어 드리자면 위에 언급한 김씨 급여가 2배로 올라 6백이되면 쌀값은 이미 10배 가까이 올라 20kg한푸대에 50만원 정도가 된 상황일 것입니다.
하이퍼가 터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때 그럼 그때까지 발행된 천문학적 돈은 어찌되는가.
인터넷에 몇억, 몇조 짜리 지폐사진이 돌아다니던데 그럼 그 돈의 가치가 진짜 그만큼 높아지는가? 하이퍼때 푼돈을 저금통에 모아뒀을 뿐인데 그돈이 집을 한채 살만큼 된다?
->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이퍼 상황이 신뢰할 수 있는 신권으로 마무리되면 구매력 기준으로 신권 교환이 일어납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100조원 지폐가 만들어졌는데 이 100조원 지폐의 실 구매력이 1달러라면 1달러에 해당하는 신권으로 교환받는 것입니다. 물론 그냥 기념이나 외국 친구들에게 줄 선물로 갖고 있어도 무방합니다만 신권이 나오면 교환되지 않은 구권은 통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상실되지요. 제가 책장을 뒤지다가 아주 오래전 500환짜리 지폐를 발견했는데 그 돈 가지고 500원짜리 껌도 못 사먹습니다. 옛날에는 꽤 큰 가치의 돈이었겠지만 지금은 그냥 휴지죠. 물론 상태만 좋다면 화폐수집상에게 팔수는 있습니다. 참고로 저도 액자에 들어있는 짐바브에 100조달러 지폐가 있지만 사실 아무런 가치는 없는 기념품입니다..
하이퍼든 디플레이션이든 사회가 어떤 변화를 겪느냐는 인터넷 검색을 해보시면 과거 미국 대공황(디플레이션발 대공황)과 독일 하이퍼(하이퍼발 대공황)의 사례를 통해 어느정도 예측은 가능하시리라 봅니다.
첫댓글 좋은말씀감사드립니다
끔찍해지죠
가진자들만 고의부도내고 재산은닉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