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기법(12)-맥주 세 병 안주 하나
-생사를 구분하라 -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외수는 <글쓰기의 공중부양>이라는 책에서, ‘단어에는 생어와 사어가 있다’고 적고 있다. 생어와 사어 관련 내용은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p.14~16)내용이다. “글의 기본 재료는 단어다. 머릿속에 수많은 단어가 들어 있다 하더라도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평소 단어를 다루는 일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은 글을 쓰고자 한다면 우선 단어를 채집하는 일을 생활화해야 한다. 수필가는 어휘채집가여야 하고, 활어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단어에는 생어와 사어가 있다.” 소설가 이외수의 말이다.
이외수는 생어는 오감을 각성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계속 그의 주장을 들어 보자. “될 수 있는 대로 생어를 많이 사용하도록 하라. 생어는 글에 신선감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생어는 눈을 자극하고, 코를 자극하고 피부를 자극하고 혀를 자극하는 단어다. 물론 대부분의 단어들이 두 가지 이상의 감각기관을 자극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대표적인 감각을 우선으로 삼는다. 대표적인 감각은 대표적인 속성이며 대표적인 속성은 대표적인 상징이다. 돌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자. 돌의 대표적인 감각은 촉각이다. 그리고 단단함을 대표적인 속성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러니까 돌은 단단함을 상징하는 단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사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절망, 눈에 보이는가. 허무, 귀에 들리는가.
총명, 냄새가 맡아지는가,
지혜, 질감이 느껴지는가,
포부, 맛이 느껴지는가,
이외수는 물론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렇듯 한자어로 구성된 추상어들, 눈, 코, 입, 귀, 피부로 느낄 수 없는 단어들은 사어에 해당한다. 이 사어들은 작가의 역량에 따라 생어로 변모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본을 충분히 습득한 다음의 이야기다.”
“(1) 그놈이 흉기로 자주 자해를 하는 습관이 있다라는 문장보다는 (2)그놈이 뻑하면 회칼로 배를 그어대는 습관이 있다라는 문장이 훨씬 선명한 전달력을 가지는 이유가 뭘까. 흉기와 자해라는 사어 대신에 회칼이나 배를 그어댄다는 생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자어들은 사어다. 특히 문학적 문장에서는 한자어를 잘못 남발하면 문장으로서의 전달력 설득력 현장감 생동감이 떨어질 가능성이 짙다. 그렇다고 생어만으로 이상적인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상적인 문장은 생어와 사어가 적재적소에 쓰였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구체적 감각어가 전해주는 생생한 표현력은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갖는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사라 하더라도 재료가 부족하면 좋은 요리를 만들어낼 방도가 없다. 이외수는, 만약 그대가 오감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감각별로 하루에 최소한 열 개식만 찾아서 노트에 정리해 두어도 일 년이 지나면 감성이 오뉴월 쑥대풀처럼 무성하게 자라오름을 의식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진수성찬을 차리기에는 이르다. 단어채집부터 활어디자인까지 정교하게 준비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생사를 구별할 줄 아는 능력만이 언어에 활력을 줄 수 있다. 그야말로 활어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이외수의 <글쓰기 공중부양>, p.14~16.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