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해욱 요셉 신부
두 교황 (The Two Popes)
영화 ‘두 교황’은 교황좌에서 사임함으로서 현직에서 물러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뒷 에피소드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으면서 많은 것들을 극화한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시작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로 인해 바티칸에 추기경들의 모임인 콘클라베입니다.
2005년 폴란드 출신으로 27년간 교황으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던 요한 바오르 2세의 선종으로
새로운 교황을 뽑기 위한 콘클라베를 이루어집니다.
콘클라베에서는 20세기 최고의 가톨릭 신학자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재위 기간 오랫동안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직을 맡았었고 평생 정통 가톨릭 신앙 수호에 매진해 왔던
독일출신의 라칭거 추기경이 선두 주자로 나섭니다.
라칭거 추기경은 오랫동안 신학교수로 아주 유명한 분입니다.
콘클라베에서는 요한 바오르 2세의 후계자로 알려진 라칭거 추기경이
예상을 뒤엎고 계속 되는 가는 접전 끝에 드디어 흰 연기를 내뿜으면서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됩니다.
교황 베네딕도 16세이지요.
콘클라베에서 이변이 벌어진 것은 너무 보수화된 천주교에 대한 반발로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 중심인물이 바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베네딕토 16세 즉위 후 6년이 지난 2012년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교황에게 “추기경에서 사퇴하고 싶다.”는 내용의 사퇴서를 보냅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직접 바티칸으로 가서 이를 해결하고자
로마로 떠나려고 표를 구입했는데, 그때 마침 교황청에서 만나자는 연결이 오고 비행기표를 보냅니다.
콘클라베 이후 6년만의 재회는 바티칸 아닌 교황의 여름별장,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카스텔 간돌포, 두 사람은 둘 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그 이전의 한 대목이 의미심장합니다.
콘클라베를 위해 바티칸에 온 아르헨티나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서민적이고 예수회 출신답게 농담을 좋아하는 유쾌한 성격입니다.
두 사람은 화장실에서 첫 대면을 하는데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흥얼거리자
라칭거 추기경이 “그게 무엇이냐?”고 물어봅니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환한 웃음으로 스웨던 그룹 아바의 ‘댄싱 퀸’이라고 합니다.
머리를 흔드는 라칭거, 추기경이 품위 없이 ‘뽕짝’을 흥얼거린다는 표정으로 나갑니다.
카스텔 간돌포, 그곳에서 교황과 추기경은 교회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설전을 벌이고
교황은 추기경의 은퇴를 허락하지 않고 피합니다.
오히려 교황은 자기가 사임을 할 테니 교황 자리를 맡아 달라고 말합니다.
이에 추기경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말합니다.
서류에 나와 있지 않은 자기 자신의 과거의 잘못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아르헨티나는 과거 군사 정권이 정부를 장악하자 많은 시민들과 신부들이 이에 저항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베르골리오 신부는 예수회를 지키기 위해 군부에 협력했었습니다.
교황과 함께 식사를 하는 줄 알았는데 교황은 혼자, 추기경도 혼자 식사를 하고
추기경은 응접실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혼자 축구를 시청합니다.
교황도 응접실로 와서 대화를 나눕니다.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만나 동성애, 이혼, 피임 등
세속적인 문제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날카로운 질문에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맞섭니다.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답변이 세속적이고 상대주의며 인기영합주의라며
이는 정통 교리에 어긋나는 ‘타협’임을 강조합니다.
이에 대해 베르고글리오는 교리에 어긋나지 않으며 교회도 ‘변화’해야 함을 역설합니다.
두 사람이 정원에 앉아서 서로를 탐색하고 이해하는 대화를 이어가던 중
교황의 손목에 있던 만보기에서
“멈추지 마세요. 계속 움직이세요.Don’t stop now, Keep moving”라는 경고음이 울리자 대화는 멈춥니다.
그것이 묘한 사인처럼 느껴집니다.
다음날 교황이 급한 일로 바티칸에 돌아가야 해서 두 사람은 헬기에 동승합니다.
추기경은 사퇴를 재차 간청하지만 교황은 외면합니다. 바티칸에서도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갑니다.
그런데 내용은 뜻밖의 방향으로 바뀝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교황은 추기경에게 사임을 알리면서 후임을 맡아달라고 합니다.
뜻밖의 내용에 놀란 추기경,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12억 신도의 문제이며
교황 권위의 문제이기에 절대로 안 된다고 반박합니다.
그러자 교황은 ‘그것은 타협’이라며 추기경을 몰아세웁니다.
교황은 바티칸은행으로 대표되는 재정부패와 사제들의 연이은 성추문은
자신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개혁적인 추기경이 맡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교황의 뜻이 워낙 확고했지만 추기경도 자신의 어두운 과거,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당당히 나서지 못하고 신부들을 보호해주지 못한 전력을 들어 사양합니다.
베르골리오 신부는 군부 독재 시절 예수회를 위해 일했고, 결국 많은 사람들을 지켜 냈습니다.
그러나 이후 그에 대한 평가가 서로 갈리게 되었습니다.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죄를 사해줍니다.
베네딕토 16세 역시 교회를 둘러싼 추문들에 대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함을 고백하고
추기경이 교황의 죄를 사합니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베네딕토 16세는 자신의 뜻대로 교황 자리를 사임하며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정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됩니다.
교황이 된 프란치스코는 압도적인 지지 속에 교황이 되고 소탈한 행보를 이어 갑니다.
영화 마지막은 베네딕토 전 추기경과 함께 월드컵 경기를 보는 모습을 보여 주며 끝이 납니다.
시티 오브 갓, 눈먼 자들의 도시를 감독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탁월합니다.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으로
실제 있었던 베네딕토 16세의 사임과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는 과정을
일반인들이 잘 알 수 있도록 보여 주었습니다.
80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양의 대사를 외우고
연륜이 묻어나는 최고의 연기를 펼친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의 뛰어난 작품입니다.
교황은 “우리는 신과 함께 있지만 신이 아닌 인간”이라며,
과거에 잘못은 누구나 저지르는 일, 하느님은 다 용서하신다고 하면서 추기경의 잘못을 사해줍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은 전임교황의 잘못을 시정하기 위해 새로운 교황을 보낸다.”고 하면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겠다고 합니다.
교황의 뜻을 확인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이 두 명의 교황의 나눔이 압권입니다.
“두 명의 교황이 있게 되느냐?”고 묻자 베네딕토 16세는 명확하게 말합니다.
자신은 사라지고, 영원히 ‘침묵의 화신’으로 남겠다고 합니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에게 고해성사를 부탁하며 무릎을 꿇으려 하자
추기경은 의자에 앉아서 고해성사를 듣습니다.
그리고 밀실에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간식으로 피자를 먹고,
한 번도 대중 앞에 서지 않았던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 대성당 관광객 속으로 들어가서 신도들과 어울립니다.
비서가 말리려 하자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교황님이 이제야 어울리는 법을 배웠다.”며 가만 놔두라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2013년 2월 베네딕토 16세는 라틴어로 된 사임서를 낭독합니다.
영화 ‘두 교황’은 사임하려는 교황과 추기경에서 사퇴, 평신부로 살아가려는
두 사람의 내밀한 대화 속에서 물러나는 교황이 적임자를 확인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지상 최고의 권위인 교황에서 내려오려는 사람, 추기경을 사퇴하는 두 종교인이 던지는
화두와 진실의 언어는 자신의 신념과 개성을 양보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우아하게 주고받는 말들의 교향곡으로 울려 퍼집니다.
영화는 ‘두 교황’의 다른 이면을 보여줍니다.
사실 베네딕토 16세는 그의 신앙과 믿음, 학문적 깊이와 성품 등으로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교황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빈부갈등, 교회의 세속화에 대해 누구보다 큰 관심과 해결을 위해 노력한 분으로
2009년 6월 29일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이란 회칙을 반포한 교황입니다.
영화에서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어두운 과거를 상당부분 보여줍니다.
베네딕토 16세가 자신의 뒤를 이어 교황이 되라고 하자
추기경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에 철저히 저항하지 못하고 신부들을 보호하지 못한 전력을 들어
교황이 될 자격이 없다고 한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두 사람의 진솔한 면, 과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점까지 들이대지만,
이 모든 것이 그만큼 두 사람의 치열한 삶을 살아왔음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인간적인 면모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동시대를 함께 한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그리고 가장 보수적이면서 교리에 엄격했다고 생각하는 분이
오히려 더 인류의 문제에 매달려 왔다는 사실은 가슴 뭉클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성서 구절이 생각하게 합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라” (이사야 41:10)
영화 ‘두 교황’은 주연배우들의 탁월함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베네딕토 16세를 완벽 재현한 안소니 홉킨스는 ‘양들의 침묵’의 닥터 한니발로 유명하지요.
현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플갱어로 알려진 조나단 프라이스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드라마 <왕좌의 게임>등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를 넘나드는 연기파 배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