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분노의 여름
비록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탈락하기는 했지만, 시카고 불스의 1987-88 시즌은 무척 성공적이었습니다. 팀 성적도 좋았고, 팀의 더 맨 마이클 조던은 MVP를 수상하며 ‘리그 최고로 가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입증 받았습니다. 하지만 시즌을 마친 제리 크라우스 단장은 팀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리 크라우스의 견해는 이러했습니다. “조던은 최고의 선수고, 그를 도울 조력자들로는 지난 시즌 지명한 스카티 피펜과 호레이스 그랜트가 적절하다. 그들의 지금 당장의 기량은 조금 부족할지 모르지만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분명 조던과 좋은 짝을 이룰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타입의 선수는 센터다. 키 큰 센터!” 이렇게 제리 크라우스가 키 큰 센터를 구해오려고 알아볼 때 자신들이 내밀 경쟁력 있는 트레이드 카드로 떠오른 선수는 단 한 명 뿐이었습니다.
찰스 오클리
그는 마이클 조던에 이은 팀 내 2인자였지만, 시즌 중에 제리 크라우스 단장에게 대든 전력이 있었고, 파워 포워드로서 괜찮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제리 크라우스에게 트레이드 카드로 이보다 더 좋은 선수는 없었던 겁니다. 제리 크라우스는 곧 뉴욕 닉스 구단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곧 빅딜이 터졌습니다. 시카고는 빌 카트라이트와 미래 드래프트 지명권을, 뉴욕은 찰스 오클리와 미래 드래프트 지명권을 서로 맞바꾸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 트레이드가 조던의 분노를 폭발하게 만들었다는데 있었습니다. 조던에게 오클리는 단지 자신 다음으로 잘하는 팀의 2인자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조던은 늘 동료애를 강조하는 선수였는데, 오클리는 그들 중에서도 더 가족 같은 형제로 생각해왔던 ‘더 특별한’ 동료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오클리는 조던에겐 코트 위의 보디가드 같은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배드 보이즈’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를 만날 때도, 그 어떤 팀을 만날 때도 오클리는 특유의 터프함으로 코트 위에서 마이클 조던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대신 싸워준 선수였습니다. 때론 조던에게 거친 파울을 가해오는 상대 선수들과 조던 대신 몸싸움을 벌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그였기에 마이클 조던은 이 트레이드를 도저히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오클리를 보내려는 팀이 불스와 앙숙인 뉴욕 닉스라니!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마이클 조던은 제리 크라우스 단장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고, 곧바로 분노를 쏟아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클리가 팀을 떠난다면 나도 떠난다!”
진심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부터 올라온 깊은 빡침… 아니 분노로 불스 사무실 전체를 뒤집어 놓은 조던은 그 해 여름을 이렇게 분노에 휩싸여 보내야만 했습니다. 물론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오클리는 팀을 결국 떠나게 되었고 조던은 불스에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조던을 달래느라 진땀을 다 뺐을 제리 크라우스 단장의 모습은 충분히 상상이 가시죠? 그리고 조던은 당시엔 몰랐겠지만 오클리가 떠난 자리는 같은 포지션의 풋내기 포워드 호레이스 그랜트의 빠른 성장을 촉진하게 되었고, 주전 센터 자리도 제대로 만들어지며 곧 다가올 대권을 위한 준비가 모두 마쳐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2장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여러분들은 에어 조던 4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계신가요? 모르긴 몰라도 적어도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에어 조던 4는 지금은 다소 인기가 내려가긴 했지만 한때 GD 등 셀럽들의 착용으로 리셀가가 굉장히 높았던 신발이라는 이미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하더라도 인기 조던 시리즈이기에 늘 관심에 두고 있으며, 언젠간 반드시 다시 트렌드의 중심에 오를 모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으실 겁니다. 저 역시 그 중 하나고요.
하지만 혹시 아시나요? 에어 조던4가 처음부터 이 정도로 인기가 높은 시리즈는 아니었다는 걸? 자 ‘역전의 아이콘' 에어 조던 4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에어 조던 4는 마이클 조던의 다섯번째 시즌용 농구화로 1989년 팅커 햇필드가 디자인해서 출시한 모델입니다. 에어 조던 시리즈로는 네 번째이고, 에어 조던 시리즈 전에 에어 쉽이라는 모델을 포함한다면 마이클 조던에겐 다섯 번째 나이키 농구화가 되겠습니다. 출시 당시 가격은 에어 조던 3와 마찬가지로 100달러였고, 처음에는 네가지 컬러로 출시되었습니다.
먼저 시멘트 컬러
브레드(블랙 & 레드) 컬러
밀리터리 블루 컬러
그리고 파이어 레드 컬러
에어 조던 4의 초기 출시 컬러는 이렇게 네 가지였습니다. 왜 이번에는 출시 컬러 부터 언급하냐고요? 에어 조던 4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인데, 그 이야기는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지요.
자! 그럼 이제 에어 조던 4를 하나하나 뜯어 보겠습니다. 에어 조던 4는 지난 번 소개해 드렸던 에어 조던 3와 비슷한 느낌으로 제작 되었는데, 팅커 햇필드는 에어 조던 3가 빅 히트한 것을 고려해 어느 정도 기본적인 디자인 틀은 유지한 채로 기능적인 면들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에어 조던 4는 농구화에 처음으로 누벅 가죽과 메쉬를 도입한 모델입니다. 특히 어퍼 측면과 설포 아래 쪽에 통기성을 위한 메쉬 통풍구를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에어 조던 3에 이어 이번에도 역시 밖에서 에어를 볼 수 있도록 외장형 에어솔을 사용하였는데, 사실 보이지는 않지만 앞축에도 에어 쿠션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발가락 부분에는 내구성 향상을 위해 토박스에 한 겹의 갑피를 덧대었는데, 이는 잦은 킥스톱에도 좋은 내구성을 보장해주었습니다. 또 에어 조던 4는 신발끈이 통과하는 어퍼 바로 옆에 위 아래로 플라스틱 지지대를 한 쌍씩 배치했기 때문에 신발끈을 잡아 당겼을때 어퍼와 지지대가 발등과 발목을 조금 더 강하게 잡아주는 맛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핏팅이 3보다 더 나아졌다는 것인데요. 사실 3도 플라스틱 지지대를 사용하기는 했습니다만, 그건 어퍼 자체에 달아둔 것이고, 4는 어퍼 옆에 따로 만들어서 어퍼와 ‘함께 당길 수 있게’ 설계되어 전작보다 발을 좀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지지대는 농구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디자인적 요소가 되어 주었습니다. 발볼은 설포 옆으로 밴드가 어퍼들을 당기고 있어서 내부 공간이 다소 널널했던 에어 조던 3와는 다르게 조금은 더 타이트한 편입니다.
아웃솔은 중앙에 나이키 로고가 자리하고 있고 주변 파츠들은 청어가시 무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럼 에어 조던 4의 단점은 없을까요? 그럴리가요! 많습니다. 일단 통풍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지 못합니다. 농구화 사상 처음으로 메쉬 통풍구를 배치했지만 에어 조던 4는 좀 따뜻한(?) 농구화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신발끈을 모두 풀러보면 설포 아래로 모두가 다 통풍구이고 어퍼 옆면이 모두 메쉬 통풍구인데, 사실 이 장치가 그리 기능을 잘 해내지는 못합니다.
또한 흰색 시멘트 버전의 에어 조던4는 이 메시 통풍구가 잘 변색 됩니다. 박스를 열었을 때는 하얗고 뽀얀 에어 조던 4는 곧 메쉬 통풍구부터 쉽게 누리끼리한 색상으로 변색이 되고는 하는데, 이 때문에 많은 에어 조던 마니아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겉으로 보기보다는 신발이 생각보다 좀 무겁습니다. 무겁고 따뜻한 농구화인 셈이지요. 거기에 미드솔이 잘 갈라지는 치명적인 단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메쉬 통풍구 변색보다 이게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인데요. 에어 조던 3도 마찬가지였지만 에어 조던 4도 오래 신다보면 미드솔 부분의 페인트가 쉽게 갈라지고 가루처럼 부서지는 가수분해 현상이 일어납니다. 과거 폴리우레탄 미드솔이 가진 한계라고도 볼 수 있는데, 3에 이어 4도 그 단점을 해결하지 못했고, 이것을 거의 30년 가까이 지나 현재 시점에서 레트로하고 있는 나이키와 조던 브랜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단점까지 살려서 레트로하고 있습니다. 정말 재현 능력이 뛰어난 나아키와 조던 브랜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갈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짝짝.) 그리고 추운 날씨에는 뒷축에 달린 장식품이 부러지는 사고도 속출합니다. 또 메쉬 통풍구가 쉽게 파손될 수도 있고요.
에어 조던 2는 1과 너무 달랐고. 3는 또 2와 너무 달랐습니다. 그 사이 디자이너도 계속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에어 조던4는 에어 조던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같은 디자이너가 2년 연속 디자인한 시리즈 답게 전반적으로 전작과 어느 정도 비슷한 외관과 컨셉트를 유지했습니다. 그 가운데 기능과 소소한 디자인적 장식들만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를 한 셈이지요.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에어 조던4는 대중들에게 ‘신선함’을 주는 데는 실패하고 맙니다. 게다가 (당시 기준으로) 100달러나 하는 값비싼 농구화가 쉽게 파손되고 변색되는 내구성 문제도 가지고 있었기에, 엄청났던 전작 에어 조던 3처럼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는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에어 조던 4의 시작은 지금의 명성에 비해선 분명 다소 미약했던 셈입니다. (물론 에어 조던 2처럼 완전히 망한건 아닙니다. 그저 전작 에어 조던 3와 비교해 아쉬웠을 뿐)
그렇다면 에어 조던 4는 대체 어떤 계기로 이 상황들을 역전시키게 된 걸까요?
3장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에어 조던 4는 에어 조던 시리즈들 중 좀 특이한 시리즈로 꼽힙니다. 대개의 에어 조던 시리즈들은 마이클 조던이 경기 중에 실제 착용했던 OG 컬러들의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흔희들 근본 컬러라고 하죠? 예를 들면 에어 조던 1에선 시카고나 브레드(비록 경기 중엔 안 신었지만 올스타 전과 덩크대회 착용), 블랙토, 에어 조던 11에선 콩코드나 브레드 등이 바로 대표적인 근본 컬러들인데요. 이렇게 마이클 조던이 경기 중에 신지 않았던 컬러들은 소위 '무근본'이라 하여 OG 컬러들에 비해서는 조금은 홀대 받는 느낌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최근엔 그런 경향들이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과거에는 확실히 그런 경향이 좀 심했지요. 그런데 에어 조던 4는 이 법칙이 '조금은' 비껴간 특이한 시리즈입니다.
에어 조던 4는 OG 컬러 외에도 새로 출시되는 파격적인 컬러들이 아주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에어 조던 4가 그저 그렇게 흘러가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상황을 뒤집은 계기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이유가 다는 아니지만요.
조던 브랜드는 에어 조던 4를 레트로할 때 오리지널 컬러 네가지 외에도 다소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컬러들을 많이 시도했습니다. 대표적인 컬러 몇 가지만 살펴보죠.
2013년의 새빨간 토로 브라보! 토로는 투우용으로 길러진 스페인산 수소를 의미하며 그래서 이렇게 성난 황소 모냥 빨갛습니다. 처음엔 좀 당황스러운 컬러였지만, GD가 신은걸 본 이후 한국에서도 이 모델의 인기는 완전히 하늘을 찔렀습니다.
너무나도 예쁜 색상의 그린 글로우. 심지어 야광으로 커스텀해서 신는 분들도 계셨는데, 첫 눈에도 패션 피플들이 큰 관심을 주게 생겼습니다.
국내에는 정발되지 않아 마니아들이 한차례 해외구매 전쟁을 벌여야 했던 에어 조던 4 피어 컬러. 잘 보면 어두운 색상인데도 불구하고 예쁘고, 은은하다는 느낌마저 받게 됩니다. 그라데이션 효과가 아주 멋지게 적용된 컬러입니다.
이렇게 2010년대 에어 조던 4의 전성기를 여는데 큰 힘이 된 새로운 컬러들 외에도 패션 피플들의 시선을 확! 끌 수 있는 멋진 컬러들이 유독 에어 조던 4에서는 많이 나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발매 당시에는 (에어 조던 3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았던 OG 컬러 네 가지도 함께 재조명 되며 점점 인기를 끌어가더니 한때 에어 조던 시리즈들 중 가장 인기 많은 시리즈 중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에는 유명 스타들의 에어 조던 4 사랑도 크게 한 몫 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GD, 고준희 등이 에어 조던 4를 즐겨 신었고, 미디어를 통해 그런 그들의 에어 조던 4 사랑은 연일 전파를 탔습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TV에 나오는 유명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에어 조던 4를 즐겨 착용했는데, 앞서 말씀 드렸듯 마이클 조던이 실제 경기 중에 착용했던 OG 컬러 외에도 당시 새로 출시되었던 멋진 새 컬러들의 에어 조던 4를 자주 착용하고 나오자 대중들이 거기에 큰 관심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런 독특한 컬러 발매 이전에도, 또 연예인들이 신어서 유명해지기 이전에도 분명 에어 조던 4의 인기는 조금씩 높아져 왔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마니아들이 아닌 일반 대중들’조차도 가지고 싶어하는 그야말로 대중적인 신발이 된 것은 분명 새로운 컬러들과 유명 연예인들의 착용이 큰 역할을 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렇게 에어 조던 4는 출시 당시에는 비슷하다고 평가 받았던 에어 조던 3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에어 조던 4 리뷰에서 색상을 가장 먼저 언급한 이유입니다.
물론 에어 조던 3에도 좋은 색상의 모델들이 많이 발매되었지만, 에어 조던 4만큼의 파격적인 컬러 조합들은 아니었거든요. 에어 조던 3가 무난함에서 오는 대중성이 특징이라면, 에어 조던 4는 도전적인 색상이 특징입니다. 출시 초기엔 안 그랬지만, 이제는 말입니다. 정말 패션 피플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 잡을 컬러들이 에어 조던 4 스스로를 새롭게 만들었으니까요.
2010년대에 비해 에어 조던 4의 인기가 사그라든 지금도 역시 에어 조던 4에는 새로운 컬러가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습니다. 오프화이트와의 콜라보를 필두로 유니온 콜라보 모델 등 계속해서 새로운 디테일과 색상을 가진 모델이 발매되고 있고, 개인적으론 이런 모델들은 이후
언젠가 다시 에어 조던 4가 대중들의 선택을 받을 때 심하게 다시 '떡상'할 거라고 예상해 봅니다. 에어 조던 4는 정말 예쁜 모델이거든요.
그럼 이 역전의 아이콘, 에어 조던 4를 신은 마이클 조던은 코트에서 어떤 역전의 활약을 했는지 살펴볼까요? 다시 코트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4장 쪼잔왕 ‘쪼’던
전 시즌 MVP를 수상하며 팀도, 개인도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1988-89 시즌은 지난 시즌과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1장에서 말씀 드렸듯, 팀의 2인자 찰스 오클리가 팀을 떠났는데,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불스는 전년도 대비 3승이 감소한 47승에 그쳤고, 유난히 좋은 성적을 기록한 팀이 많았던 동부 컨퍼런스 센트럴 디비전에서 뒤에서 두 번째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꼴찌에서 두 번째라고 뭐라고 하기엔 불스는 좀 억울한 면이 많았습니다. 사실 다른 디비전이었으면 이런 순위는 분명 아닐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NBA도 그렇지만 NBA는 늘 그 시대마다 죽음의 디비전이 있어왔습니다. 이 당시는 바로 불스가 소속되었던 센트럴 디비전이 그랬는데 당시엔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애틀란타, 밀워키 등이 워낙 강팀이었기 때문에 불스는 그 사이에서 47승이나 하고도 꼴찌에서 두 번째 팀이 되었던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에어 조던 4의 인생과 좀 비슷하지 않나요? 분명 좋은 신발이었지만 전작과 비교되며 초기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것이.
덕분에 조던은 시즌 평균 32.5득점을 올리며 3년 연속 득점왕에 등극하고, 자신의 커리어 최고 기록인 8.0리바운드와 8.0어시스트도 함께 기록했지만 MVP 트로피는 22.5득점 7.9리바운드 12.8어시스트를 기록한 매직 존슨에게 빼앗기고 맙니다. 물론 매직 존슨의 기록도 MVP를 받기에 충분했지만, 분명 팀 성적이 많이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한편 조던은 1987-88 시즌에 이어 1988-89 시즌에도 올 NBA 퍼스트팀과 디펜시브 퍼스트팀에 각각 이름을 올렸고, 당연히(?) 최다득표 선수로 올스타 경기에도 초청받았습니다. 5년 동안 (부상 시즌을 제외하고) 4차례 올스타전 출전인데, 1987-88 올스타에서 MVP를 탔던 마이클 조던은 이번에도 28득점을 기록하며 대단한 활약을 했지만, 팀의 패배로 MVP 수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마이클 조던의 1988-89 시즌 자체가 그렇습니다. 본인은 최고의 활약을 했지만 팀은 전년도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해 MVP 트로피는 하나도 가져가지 못한 것입니다. 그것이 시즌이든, 올스타전이든 말입니다. 하지만 해당 시즌, 마이클 조던은 지난해 MVP만큼이나 화제를 일으킨 사건 하나를 만들어 냅니다. 그것은 바로 고의(?) 연속 트리플 더블 사건입니다!
1988-89시즌에 마이클 조던은 3월 25일부터 4월 6일까지 무려 7번의 연속 트리블더블 기록을 세웁니다.
-여기서 잠깐!-
농구를 잘 모르는 분들이 혹 계실까 말씀드리자면, 이 기록은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 중 세 가지 항목에서 두자리 이상의 기록을 내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20득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 같은 기록을 말하는데. 이 기록은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NBA에서도 그리 자주 나오지 않는 매우 어려운 기록입니다.
3/25 스퍼스 전: 21득점 12리바운드 12어시스트
3/28 워리어스 전: 33득점 12리바운드 11어시스트
3/29 벅스 전: 32득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
3/31 호넷츠 전: 37득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
4/2 네츠 전: 28득점 14리바운드 12어시스트
4/4 캐버리어스 전: 33득점 10리바운드 12어시스트
4/6 피스톤즈 전: 31득점 13리바운드 10어시스트
사실 이런 충격적인 퍼포먼스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언론에서 ‘마이클 조던은 득점만 잘 한다’는 식의 보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 보도에 화가난 마이클 조던은 ‘내가 몇 경기나 연속으로 트리블 더블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정말 미친 것처럼 트리블 더블 행진을 해버린 겁니다. 7경기 연속 트리플 더블 후 이어지는 8번째 경기에서는 트리플 더블 행진이 멈추었지만(40득점 7리바운드 11어시스트), 이어지는 바로 다음 경기들 부터 또 다시!
4/9 호크스 전: 40득점 10리바운드 12어시스트
4/13 페이서스 전: 47득점 11리바운드 13어시스트
4/14 네츠 전: 29득점 10리바운드 12어시스트
왠만한 슈퍼 스타들도 트리플 더블 한번 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아저씨는 이렇게 연속으로 트리플 더블을 기록해 대며 1988-89시즌 동안 결국 무려 총 15번의(!!!!!) 트리블 더블 기록을 찍어 버립니다. 사실 2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미디어가 부상에서 돌아온 마이클 조던에게 ‘예전처럼 득점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다가 조던에게 복수를 당한적이 있었죠? 그때 조던이 세운 평균 득점 기록이 무려 37득점(헉……스….), 이번에는 반대로 득점 외에 기록들을 세운 것입니다.
이렇게 마이클 조던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특히 자신을 득점만 잘하는 선수라고 매도한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뭐든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선수’라는 것을 입증해냈습니다. 이러다보니 1988-89 시즌 기록이 32.5득점 8.0라바운드 8.0어시스트가 된 겁니다. NBA를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 평균 기록은 정말 상식을 파괴하는 기록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사람들은 마이클 조던을 일반적인 사람들의 상식에 한정시키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말 이 아저씨는 ‘마음만 먹으면?’이라는 의미 없는 가정을 의미 있게 만드는 쪼잔한 아저씨였으니까요.
마이클 ‘쪼’던
5장 역전의 더 샷!
디비전에서는 뒤에서 두번째라고 하나 무려 47승을 거뒀기 때문에 해당 시즌에도 마이클 조던과 불스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마이클 조던! 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인 ‘The Shot’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마이클 조던은 클리블랜드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1득점, 30득점, 44득점, 50득점을 차례로 쏟아부으며 엄청난 활약을 했지만(그 와중에도 첫 세 경기는 두 자리수 어시스트도 함께 기록했습니다!), 팀은 2승 2패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습니다. 팀의 운명을 짊어진 5차전. 1989년 5월 7일, 클리블랜드 홈 구장에 모인 팬들은 불스의 마지막 공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스코어는 99대 100으로 자신들의 팀이 한 점 앞선 상황! 남은 시간은 3초! 역시 예상대로 클리블랜드 수비진은 마이클 조던이 볼을 못 잡게 괴롭혔습니다. 클리블랜드 선수들도, 관중들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슛은 분명 저 녀석이 던진다!’
https://youtu.be/p5WUOnTxwPw
조던에겐 사실 3초 밖에 안 남은 건 둘째치고 일단 볼을 잡는 것 조차 어려웠던 상황이었습니다. 조던은 수비수를 뒤흔드는 오프더볼 무브를 선보이며 3초를 남기고 겨우 볼을 잡아 수비수 크레이그 일로 위로 막판 풀업 점퍼를 던집니다. 일로는 있는 힘껏 조던의 슛을 가로 막으려 점프했습니다. 공중에서 서로 마딱뜨린 조던과 일로. 하지만 조던은 마치 일로가 공중에서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던진 것 같은 놀라운 체공시간을 선보이며 일로 위로, 또 클리블랜드 위로, 또 그들을 응원하는 관중들 위로, 막판 역전의 버저비터를 성공시킵니다!
또 다시 영웅이 해낸 것입니다! 조던의 짜릿한 역전 점퍼에 불스 팀원들과 감독은 열광했고, 일로와 클리블랜드 선수, 관중들은 절망했습니다.
조던이 남긴 ‘더 샷’은 사실 많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조던의 더 샷’하면 바로 이 장면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상징적이었고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조던은 커리어 내내 이런 멋진 역전 슛을 시즌 보다는 좀 더 큰 경기인 플레이오프에서, 그것도 마지막 경기의 마지막 역전 슛으로 터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말 강심장이 아닐 수 없는데. 볼 없는 상태에서 수비수를 재치고 볼을 잡는 '오프더볼 무브', 3초를 남기고 팀의 운명을 짊어진 슛을 상대의 블록슛 위로 성공시키는 이런 영웅적인 모습은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지만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뛰게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화로 나왔다면 오히려 너무 뻔해 유치하다고 할법한 장면이지요.)
그렇게 클리블랜드에게 더 샷을 선물하고 올라간 플레이오프 2차전. 조던과 불스는 앙숙 뉴욕 닉스를 만났습니다. 닉스는 조던의 옛 파트너(이 말이 참 슬프지만) 찰스 오클리의 새로운 팀이기도 했습니다. 조던과 오클리는 그렇게 서로 다른 팀의 선수가 되어 만났습니다. 물러설 수 없는 플레이오프 무대 위에서 긴장감이 맴돌았지만, 경기가 시작하자 그들은 곧 화끈하게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마이클 조던은 64.7%의 경이적인 필드골 성공률을 보이며 34득점 10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서 또 다시 트리플 더블을 만들어 냈습니다. 반면 찰스 오클리는 2득점 3리바운드에 그치며 6반칙 퇴장까지 당하게 됩니다. 오클리와 맞 트레이드된 빌 카트라이트는 이 날 골밑을 잘 지켜주며 18득점 14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22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한 상대 센터 패트릭 유잉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좋은 기록이었습니다. 게다가 오클리가 나간 빈 자리를 채워준 풋내기 파워 포워드 호레이스 그랜트도 이 날 19득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크게 일조했습니다. 비록 조던의 심기를 상하게는 했지만 오클리를 내보내고 키 큰 센터를 들였으며,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들에게 성장할 발판을 마련해준 제리 크라우스 단장의 선택은 분명 옳았음이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시카고 불스는 그 기세를 몰아 4승 2패로 뉴욕 닉스를 집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대학 시절 조던 때문에 우승의 기회를 빼앗겼던 패트릭 유잉에겐 계속 되는 조던과의 악연이었습니다.
드디어 시카고 불스가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습니다! 마이클 조던 영입 5년 만에 불스는 3류 팀에서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 팀이 된 것입니다. 드디어 대권이 눈에 희미하게 보이는 상황.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는 이릅니다. 지난 시즌 조던과 불스에게 상처를 안겨준 배드 보이즈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던은 작년 시즌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코트에 섰습니다. 1년 동안 기다려온 경기였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자 예상대로 배드 보이즈는 조던에게 또 육탄 돌격을 가했는데, 마이클 조던은 양팀 통틀어 단 한명도 20득점을 넘긴 선수가 없는 가운데 유일하게 32득점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조던은 이 날 배드 보이즈의 하드한 파울과 수비에 34.5%라는 저조한 필드골을 기록했지만, 배드 보이즈의 에이스, 아이재이아 토마스는 16.7%라는 더 처참한 필드골을 남기며 불스를 잡는데 실패하고 맙니다. 그 이후 2차전을 내준 조던과 불스는 3차전에서 46득점을 기록한 조던의 활약으로 다시 승기를 잡았지만, 이어지는 세 경기에서 내리 패배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렇게 또 조던은 배드 보이즈 때문에 울어야 했습니다. 당시 배드 보이즈의 리더였던 아이재이아 토마스는 플레이오프에서 조던을 만날 때면 늘 그를 보며 비웃음을 흘렸는데, 사실 마이클 조던이 루키 때 올스타 주전이 된 것을 맘에 들어하지 않아 왕따시킨 선수도 바로 아이재이아 토마스 였으니 마이클 조던과 아이재이아 토마스, 더 나아가 조던과 배드 보이즈와의 악연은 아직 끊어지지 못했던 겁니다. 조던 발에 신겨져 있던 에어 조던 4도 이 모든 역사들을 다 지켜 보았습니다. 저 거친 배드 보이즈의 무자비한 파울 속에서 자신의 주인, 차기 황제의 발을 보호하면서 말입니다.
6장 에어 조던 4에 대해 알아두면 좋은 몇가지 사실들:
1. 에어 조던4 설포의 점프맨 로고에는 로고 아래에 ‘Flight’라는 단어가 추가 되어 있습니다. 에어 조던 시리즈들 중 오로지 에어 조던 4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2. 에어 조던 4의 설포 안쪽 태그는 특이하게도 거꾸로 붙어 있습니다. 이는 설포를 앞으로 뒤집었을 때 정면에서 보이는 글귀가 정상적으로 보여지도록 하기 위함이며 불량품이 아닙니다.
3. 에어 조던 4의 인기가 이전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유니온을 비롯한 버질 아블로의 오프화이트도 에어 조던 4를 주제로 콜라보레이션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트렌드인 와이드 팬츠에도 어울리는 실루엣을 가진 에어 조던 4이기에 에어 포스 1 로우와 함께 조만간 다시 트렌드의 중심에 설 것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4. 조던 브랜드의 얼굴 중 한 명인 크리스 폴은 “에어 조던 4를 자주 신는다. 편하다. 설포가 맘에 든다. 신고 벗기 편해서 자주 신는다. 역시 시멘트 컬러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한적이 있습니다.
5. 에어 조던 4를 신었던 셀럽들 중에는 역시 랩퍼 에미넴의 모델이 가장 유명합니다.
6. '나이키 에어 플라이트 89'는 아주 이전 부터 마니아들 사이에서 에어 조던 4의 대체품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가격은 에어 조던 4보다 훨씬 저렴해서 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던 제품인데, 이제는 에어 조던 4의 리셀가도 내려간 상태라 굳이 대체품으로 에어 플라이트 89를 구입할 필요는 없는 상황입니다.
7. 하지만 에어 플라이트 89를 그저 에어 조던 4의 다운 그레이드 제품으로 보는 것은 에어 플라이트 89에게 미안한 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고 계신 사실이지만, 에어 플라이트 89 모델이 에어 조던 4보다 오히려 먼저 발표 되었습니다. 에어 플라이트 89는 마이클 조던의 파트너 스카티 피펜과 또 라이벌이자 친구인 찰스 바클리 등이 착용한 정규 프로 모델이었고, 에어 조던 4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나름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올드 모델입니다. 지금도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매가 가능합니다.
8. 에어 조던 4는 6, 11 시리즈와 함께 토들러나 키즈 등 유아, 어린이 모델 들에서 디테일이 꽤나 훌륭하게 재현된 시리즈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 마디로 패밀리 슈즈로 적합하다는 말!
9. 역시 에어 포스와의 퓨전 모델인 AJF4도 출시된바 있습니다.
10.에어 조던 4는 폴리우레탄 미드솔과 세월에 약한 플라스틱 소재들이 많이 사용된 모델입니다. 덕분에 에어 조던 시리즈들 중에서도 가장 가수분해에 약한 시리즈이기에, 보관이 아닌 반드시 실착이 필요한 모델입니다. 에어 조던 4 주인님들은 꼭 실착해주세요. 주기적으로 미드솔을 밟아줘야 가수분해가 조금이라도 느리게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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