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도 알아야 할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김해도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지원센터장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이해충돌방지법)이 2022년 5월 19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대다수 연구자들은 아직도 막연하게 그 소식을 접했을 뿐, 이해충돌방지법이 자신의 연구와 교육, 대외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3년 8월부터다. 당시 부정청탁(금품수수 포함) 금지와 이해충돌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여야 간 이견으로 인해 이해충돌 방지 관련 내용은 빠진 채 2015년 5월에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청탁금지법’, 속칭 ‘김영란법’)이 통과되어 2016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아울러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직자의 공명정대한 직무수행을 촉진하기 위하여 2018년 1월에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하여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신설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이 이해충돌방지법의 내용과 유사하다. 한편, 공무원 조직이 아닌 대부분의 공공기관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공무원 행동강령」에 포함된 이해충돌 방지 관련 내용을 담은 ‘임직원 행동강령’을 내규로 채택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유로 인해 대부분의 공직자(공무원 및 공공기관 종사자)에게 이해충돌방지법 시행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었다기보다는 이해충돌 관련 사항을 위반했을 때 처벌의 강도가 더 높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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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5월 18일 브리핑을 열고 오는 19일부터 1만5천여 개 기관 200만 공직자를 대상으로 ‘이해충돌방지법’이 본격 시행된다고 밝히고 있다.(국민권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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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충돌방지법, 무엇이 다른가?
공직자들에게 적용할 목적으로 제정된 이해충돌방지법(제2조 제4호)에서는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에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해충돌에 대한 정의는 학자나, 관련된 가이드나 법규의 목적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필자의 시각에서 종합하자면, 이해충돌이란 개인이든 조직이든 특정 당사자의 사적 이익 추구가 공적 의무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해충돌방지법(제1조)은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의 직무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방지하여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공직자의 부패행위 방지와 관련된 「감사원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형법」, 청탁금지법 등은 사후 제재 중심인 반면, 이해충돌방지법은 사전 예방 중심이라는 점이 차이다.
청탁금지법(제1조 및 제2조 제2호)은 적용 대상을 “공직자 등”이라고 규정하면서, 공직자 등을 공직자(공무원, 공공기관·공직유관단체 임직원, 국공립학교 교직원)와 공적 업무 종사자(사립학교·언론사 임직원)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이해충돌방지법(제1조 및 제2조 제2호)은 적용대상을 “공직자”라고 명시하고 있어, 청탁금지법과 달리 사립학교와 언론사 임직원은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이해충돌방지법 적용대상 기관은 14,935개이고 대상 공직자는 2,076,538명이다.
이해충돌방지법과 공무수행사인
이해충돌방지법(제4조)에 따라 공직자는 다음과 같이 3가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첫째, 사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직무를 공정하고 청렴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둘째,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공평무사하게 처신하고 직무 관련자를 우대하거나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셋째, 사적 이해관계로 인하여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곤란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직무수행을 회피하는 등 이해충돌을 방지하여야 한다. 이해충돌방지법(제2장)에 제시된 공직자의 행위기준은 총 10가지인데, 이 중 5가지는 신고나 제출 의무이고 5가지는 제한이나 금지 행위이다.
‘공무수행사인’이란 민간인(법인, 단체 포함) 신분이지만 공적인 업무를 맡아서 수행하는 자를 의미한다. 이해충돌방지법(제16조 제1항)에 따른 공무수행사인은 1)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또는 다른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종 위원회의 위원 중 공직자가 아닌 위원, 2) 법령에 따라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위탁받은 개인이나 법인 또는 단체, 3) 공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민간부문에서 공공기관에 파견 나온 사람, 4) 법령에 따라 공무상 심의·평가 등을 하는 개인이나 법인 또는 단체 등이다. 이를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적용해보면 연구개발과 관련된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거나 연구과제 평가에 참여하는 민간인(사립학교 교원, 기업체 임직원 등)이 대표적인 공무수행사인이라 할 수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다면?
이해충돌방지법(하위 법령 포함) 위반자에 대한 제재 처분의 유형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부당이득의 환수 처분이다. 제22조에 따라 공공기관의 장은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의 신고 및 회피 의무 또는 공공기관 직무 관련 부동산 보유·매수의 신고 의무를 위반하여 수행한 직무가 위법한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그 직무를 통하여 공직자 또는 제3자가 얻은 재산상 이익을 환수하여야 한다. 또, 공공기관의 장은 공직자가 공공기관 물품 등의 사적 사용·수익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공직자 또는 제3자가 얻은 재산상 이익을 환수하여야 한다.
둘째는 부당이득의 몰수 처분이다. 제27조 제6항에 따라 공직자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 또는 소속 공공기관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죄를 범한 경우 그 죄로 인하여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한다. 아울러 제3자가 공직자로부터 직무상 비밀 또는 소속 공공기관의 미공개 정보임을 알면서도 제공받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하고 이를 이용하여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도 몰수한다. 상기 몰수는 제27조 제1항 및 제2항 제1호의 죄를 범한 자에 대한 벌칙(징역 또는 벌금)에 부가하여 과하는 일종의 재산형으로 법원 판결에 근거하여 부과하게 된다.
셋째는 위반자에 대한 징계·벌칙·과태료 처분이다. 제26조에서 제28조에 따라 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징계·벌칙·과태료 등의 제재가 이루어진다. 여기서 징계(제26조)는 벌칙이나 과태료 처분과는 별도로 공직자의 소속기관이 법 위반 공직자에게 내리는 처분이며, 벌칙(제27조)은 징역과 벌금으로 구성되는 형법상의 제재이다. 그리고 과태료(제28조)는 형법상의 제재인 벌금과 구별되는 일종의 행정법상의 제재이다.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른 징계·벌칙·과태료는 행위자가 이해충돌방지규정 위반에 따른 것과 공익신고자 보호규정 위반에 따른 것으로 구분된다.
연구자가 특별히 조심해야 할 사항
보통의 상식과 윤리기준을 가진 연구자라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이해충돌방지법에 규정된 공직자의 10대 행위기준을 잘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 중 다음의 세 가지 행위기준은 조심하지 않으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므로 관련 내용을 명확하게 숙지해야 한다.
첫째, 퇴직자 사적 접촉 신고이다. 이해충돌방지법(제15조 제1항)에 따라 공직자는 직무 관련자인 소속기관의 퇴직자(공직자가 아니게 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만 해당한다)와 사적 접촉(골프, 여행, 사행성 오락을 같이 하는 행위)을 하는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둘째, 직무 관련 외부활동의 제한이다. 이해충돌방지법(제10조)에 따라 공직자는 다른 법령이나 기준(소속기관 내규 등)에 따라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직무 관련 외부활동을 할 수 없다. 이에 해당하는 외부활동은 1) 직무 관련자에게 사적으로 노무 또는 조언·자문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 2) 소속 공공기관의 소관 직무와 관련된 지식이나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청탁금지법 따른 사례금 수수가 허용되는 경우와 소속기관장이 허가한 경우는 제외), 3) 공직자가 소속된 공공기관이 당사자이거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안에서 자신이 소속된 공공기관의 상대방을 대리하거나 그 상대방에게 조언·자문 또는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4) 외국의 기관·법인·단체 등을 대리하는 행위(소속기관장이 허가한 경우는 제외), 5) 직무와 관련된 다른 직위에 취임하는 행위(소속기관장이 허가한 경우는 제외) 등이다.
셋째, 직무상 비밀 등 이용 금지이다. 이해충돌방지법(제14조 제1항)에 따라 공직자는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 또는 소속 공공기관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들은 이해충돌과 관련하여 법으로 규제하는 최소한의 제한사항으로, 공직자인 연구자들이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아울러 연구자는 학문 분야나 소속기관에 따라 부가적으로 지켜야 할 이해충돌 방지 사항이 무수히 많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해충돌 방지와 관련된 내용은 대학이나 연구소의 각종 내규나 학술단체의 운영지침 등에 다양한 형태로 반영되어 있다. 참고로 일부 대학은 학내 규정인 연구윤리지침에 명시적으로 이해충돌 관련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 연구윤리 지침(제17조)은 “연구의 계획, 자료수집, 분석, 해석, 출판, 결과이용 등과 관련하여 연구자에게 이해상충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연구의 공정성과 연구대상자의 안전 및 학문연구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손상될 수 있으므로, 연구자는 규정에 따라 이해상충을 관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동 지침(제18조)은 이해충돌(이해상충)의 유형을 1) 금전적, 2) 인간관계적, 3) 지적, 4) 역할충돌에 의한, 5) 기타의 이해상충 등 다섯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지침에 열거된 다섯 가지 유형의 이해충돌은 모든 학문 분야의 연구·교육·대외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구분으로,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내규를 정비할 때 참고할 만한 요소이다.
이해충돌 방지 활동은 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조치이다. 그 이유는 이해충돌 자체가 부정행위는 아닐지라도, 이해충돌이 적절하게 공개되어 관리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부정행위로 이어지거나 부정행위로 의심을 받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대학 등 연구기관들도 내부 규정 정비를 통해 이해충돌 사항을 좀 더 명확히 규정하고 구성원들의 이해충돌 이슈를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연구자들도 본인의 연구·교육·대외 활동과 관련하여 이해충돌 상황이 예상되는 경우, 이를 해당 기관에 알리고 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르는 절차와 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이해충돌의 적절한 관리는 건강한 연구 환경 조성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월간 <과학과기술>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