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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겐‘집시’라 불릴지언정 스스로를‘로마니’라 칭하는 이들이 있다. 사랑을 찾아 떠돌아다닌다는 그들의 길고 긴 여정. 감히 그들의 정신을 되새기며‘로마니’ 로서의 달콤한 여행길에 들어선다. 오랜 세월동안 자연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간직한 그곳, 역사 속 주연들의 연애사가 담긴 그곳, 집시조차 감탄해 마지않을 로맨스가 곳곳에 숨겨진 그곳,
강원도 고성으로. 대한민국의 로마니들이여, 떠나자! 우리만의 LOVE Trip을~
최고의 로맨틱 드라이브 코스는 어디일까? 곧고 길게 뻗은 가로수 길을 떠올린 당신, 참으로 평범하시구려. 있었으니, 이름 하여 낭만의‘7번 국도’가 바로 그 주인공. 고성에서의 LOVE Trip을 계획한 사람이라면 지도? 없어도 된다. 나침반? 없어도 된다. 오로지 넘버 7만을 기억하자. 그것이 곧 최고의 로맨틱 드라이브 코스이며, 고성의 여행지도이다. 물론 바다와 딱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과장을 더해, 귓가에 파도 방울이 튀기길 원한다면 초도항에서 대진항으로 이어진‘해안도로’를 권한다. 도로는 7번 국도를 따라 화진포를 넘어서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46’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7번 국도가 바다라면 46번 국도는 마을이며, 산이다. 지겹도록 바다만 보고 싶다면 7번을, 가끔씩 산내음을 맡으며 잔잔한 마을의 정취와 관광지를 둘러보고 싶다면 46번을 활용.
고성에서의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속초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차례로 둘러보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이들에게 과감히 “땡!”을 외치련다. 로맨티스트의 여행은 7번 국도를 따라 고성에 들어섰거나, 46번국도를 따라 미시령터널을 통과했더라도, 바다와 함께 여유로운 드라이브를 즐기며 설렘을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 중간에 멈춰 선다면 그 어찌 드라이브랄 수 있겠는가. 로맨티스트의 드라이브 종착지이자, 고성 LOVE Trip의 시작점은 써프라이즈한 사랑의 체험관이 될 화진포해양박물관이다. 이곳은 커다란 순백의 어선모형으로 지어져 화진포호가 끝나갈 즈음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화진포 해양박물관(www.hwajinpoaquarium.com) 문의 : 033) 680-3674
화진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가을동화촬영지’가 시야에들어온다. 나무받침의 작은 안내문일 뿐이지만, 드라마틱한 사랑을 꿈꾸는 로 맨티스트들의 발걸음을 붙잡기엔 부족함이 없다. 눈앞에 펼쳐진 하 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 호수 속
작은 섬(금구도)만으로도 충분히 낭 만적이기에. 안내문 오른쪽으론 ‘화진포의 성’이라 불리는 김일성 별장이 자리하
고 있다. 이곳에서 연인들은 전시된 사진을 통해 어린 아이였던 김정 일의 손을 잡고 별장 앞 돌 계단에서 가족사진을 찍으며 행복해 했던 김일성을 떠올린다. 자신들의 미래를 수줍게 그려보면서. 이기붕 별장은 높고 가지런한 나무의 그늘아래
자리하고 있어 보기 에도 시원함을 건네준다. 물론 두 칸짜리 좁은 방이 전부인 내부는 별장이란 단어를 무색하게 만들지만, 주변 경관은 제법 운치가 있어 이기붕 부통령과 박마리아 여사의 달콤한 데이트 코스를 연인과 함 께 즐기기엔 더할 나위가 없을 듯하다. 이승만 별장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부 전경 은 특별한 것이 없지만, 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가 거실에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지극히 다정하기만 하다. 아쉽게도 별장 안에는
커피 자판기가 없다. 연인과 함께 화진포가 내려다보이 는 나무벤츠에 앉아 이들의 다정한 사랑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음료 를 미리 준비해 가는 센스가 필요하다. 한 세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별장은 고급형 전원주택처럼 하나 같이 싱그러운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다. 걷기만 해도 사랑이 솟아날 만큼 아름다운 화진포호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별장을 다 돌아볼 즈음이 면 이곳은 누구의 것이 아닌, 연인들만의 사랑방이 된다. 호수는 물 론이며, 맑은 하늘이 유난히 가깝게 느껴지는 곳. 그러나 감성에 젖 어 섣부른 프러포즈는 지양하자. 고성 LOVE Trip는 이제 시작이다. 이곳에선 세기의 로맨스를 경험하는 것에 만족하자.
많은 인파로 붐비는 화진포에서 세기의 로맨스를 경험했다면, 이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져보자. 화진포를 나와 7번
국도(속초방향)를 달리다보면 길가로 커다란 간판들이 연인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기억하라. 우리는 로맨티스트이며, LOVE Trip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간성읍을 지나 왕곡마을이 보일 때까지 참아야만 한다. 여행지로서의 강원도 고성은 약국과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약만을 구입해야지, 무턱대고 전부 구입했다가는 도리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왕곡마을은 오랜 세월동안 양근 함씨와 강릉 최씨의 집성촌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재밌는 사실은 흔히 알고 있는 전통마을을 떠올리면 이곳엔 없는 것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마을엔 우물도, 대문도, 집 앞 담벼락도 없다. 오히려 집집마다 경운기가 자가용을 대신하는 양 앞 마당을 차지하고 있을 뿐. 하지만 북방식 전통가옥으로 ‘ㄱ’자형 기와집과 항아리굴뚝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10월의 왕곡마을은 전통축제가 열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 만 우리가 누구인가?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마을을 찾은 로맨티스트가 아닌가. 마을을 가로지르는 실개천을 따라 잔잔 한 데이트를 즐겨보자. 이곳은 600여 년 동안 마을의 청춘남녀에게 사랑의 결실을 맺어준 전통의 데이트 코스임을 기억하면서. 더불어 가옥 뒤편에 세워진 돌담길을 따라 사랑을 속삭여 보자. 덕수궁 돌담 길이 웅장하다면, 이곳의 돌담길은 아기자기하고 애틋한 분위기를 선사할 것이다. 도보 데이트의 묘미에 지루함이 엄습해오면 실개천 옆으로 마련된 전통 나무 그네에 몸을 실어보자. 그리곤 상상의
나래를 펼쳐 데이트의 의미를 더해보자. 함씨와 최씨의 집성촌인 왕곡마을은 어쩌면 한국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탄생시켰을 지도 모른다. 성이 다른 두 집안의 남녀가 사랑을 속삭였던 짜릿한 데이트 현장. 우리는 혹 그 현장에서, 그들의 연애를
재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소한 상상일지라도 그것이 사랑에 관한 것이라면, 때론 감동적인 이벤트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다양한 상상을 현실 속에서 실현해 볼 수 있는 곳, 왕곡마을은 로맨티스트의 데이트 코스로 더없이 훌륭한 곳.
왕곡마을(www.wanggok.com) 문의 : 1544-9562
강원도 고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행지는 역시 화진포와 송지호라 할 수 있다. 규모도 그렇거니와 다양한 추억을 만들기에 그지없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왕곡마을에서 불과 0.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이동하기에도 참 쉽다. 송지호는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관망대에 올라 망원경으로 철새나 바라보고 돌아설까? 왕곡마을에서 발휘했던
상상력은 어디로 팔아먹었는가. 신선들의 놀음이 절로 떠오르는 고요한 호수, 호수 중앙 작은 섬 위에 자리 잡은 송호정,
관망대에서 호수로 이어진 오솔길, 고개를 돌리면 해안도로 너머로 보이는 송지호 해수욕장까지. 자연이 선물해준 로맨틱한 분위기를 이대로 저버릴 것인가. 사랑은 표현이다. 가벼운 스킨십으로 일생일대의 추억을 만들어보자. 여전히 얼굴만 붉히고 있을 당신. 송지호 해수욕장에 뛰어들어라. 연인의 손을 잡고 파도를 뛰어넘어도 좋고, 고운 백사장에 앉아 바다내음을
함께 나눠도 좋을 것이다. 추억이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송지호의 추억 만들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송지호철새관망타워 문의 : 033) 680-3556
송지호오토캠핑장(www.camping.goseong.org) 문의 : 033) 681-5244
송지호해수욕장 문의 : 033) 680-3114
이제까지 강원도 고성 7번 국도를 따라 설레고 잔잔한, 아름다운 추억까지 공유하면서 낭만적인 LOVE Trip를 즐겼다. 그러나 여기서 끝낸다면 로맨티스트라 불리기엔 2% 부족하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사랑하는 사람을 ‘나의 사람’으로 만드는 마법의 주문, 프러포즈가 필요한 시간이 찾아왔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로맨티스트의 진가를 발휘할 때
오토캠핑장을 나서며 머릿속으로 멋진 시, 명대사들을 떠올려보자. 필자가 추천하는 최고의 프러포즈 장소, 천학정에 도착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기에. 혹 이런 문장은 어떠한가?
“당신에 대한 사랑은 바다가 흘러가고, 산이 우뚝 솟아있고, 태양이 뜨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에 사랑합니다.”
M.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을 의역한 문장이라고나 할까. 굳이 이 문장을 소개함은 천학정은 그야말로 뮐러의 사랑고백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넓고 푸른 바다가 흘러가고, 아래로는 가파른 절벽이 파도를 마주하는 곳.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붉은 태양이 탄생하는 곳. 특히 천학정을 오르는 계단에는 양 옆으로 아름다운 시가 새겨진 입간판이 줄지어 있어 프러포즈 최적의 장소로 손색이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당신의 용기! 대한민국 로맨티스트를 자처한 당신,
태양이 떠오르는 천학정에서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어보자
고성군청 문화관광과 문의 : 033-680-3350
로마니’도 감탄할 강원도 고성의 LOVE Trip. 더욱이 PLZ(Peace&Life Zone)이 형성되어 있는 고성.
아직은‘통일’ ‘안보’같은 단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이지만, 여행을 즐기며‘이곳에서라면 분명 삶이 평화로워질 수 있겠구나’ 느낄 것이다. 물론 소개한 장소 외에도 고성에는 더욱 다양한 LOVE Place가 자리하고 있다. 여유가 있다면 통일전망대부터 체험마을, 항구까지 천천히 돌아보는 것도 고성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 사랑에 굶주린 이들, 사랑을 찾는 로마니라면 강원도 고성에서 평화로운 삶과 잔잔하면서도 경쾌한 로맨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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