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변해갑니다. 시절 따라...... 인연 따라...... 부처님도 제행무상을 설하셨듯이 모든 것은 변해갑니다.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은 진리이며 본질입니다. 그러나 진리의 모습 또한 연기의 법칙 속에서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차의 본질은 언제나 변함없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그 이름조차도 달리변해 왔습니다. 도, 고, 가, 타, 천, 설, 명, 차....... 그러나 차는 언제나 차였으며 지금도 그저 차일뿐입니다. 기계 차던, 수제 차던, 고급 차던, 하급 차던 차는 여전히 그냥 차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차던, 고관대작님의 차던, 차는 그저 차일뿐입니다.......
모든 것의 본질은 이름과 모습은 달라도 언제나 그대로 입니다. “차의 성품은 무심하여 마치 흐르는 구름과 같다”고 표현하신 어느 스님의 글귀처럼 그저 덤덤한 맛과 무미한 성품, 그것이 차의 본질입니다. 차는 언제나 그냥 차일뿐인데 차를 안다는 사람들이 공연히 차를 가지고 서로 나누고 구분 짓고 하는 것 입니다.
이 땅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는 모두 우리의 차이며 이 땅에서 생산되는 모든 산물 또한 모두가 신토불이 입니다. 이런 우리의 것들을 단지 수확량과 수익의 증대를 위한 방편인 현대화, 기계화를 통하여 대량생산 되었다고 해서, 그래서 그러한 것들은 전통적방법의 우리 것이 아니라며, 우리들 스스로가 우리 땅에서 생산된 우리의 산품들을 구분 하고 낮추어 보며 폄하해야 합니까?
무엇이 전통이며 무엇이 문화입니까? 옛것의 답습만이 전통을 이어가는 것입니까! 허물어져가는 그대로를 방치해 두는 것이 문화의 보존 입니까! 문화의 다양성과 변화를 어떻게 흡수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그것들을 자신들의 전통 속에서 어떻게 소화해서 재창출 해낼 것인가? 그 과정과 결과에 따라서 수많은 민족들의 흥망성쇠가 바뀌었습니다.
우리문화에 대한 긍지와 전통의 자랑보다도 지금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민족의 생존이며 그 생존을 위한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하여 우리의 정체성과 전통성, 그리고 우리문화의 살아있음을 보이게 하는 것이 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무이며 존재 가치입니다.
기계차도 우리 차이며 수제차도 우리 차입니다. 차도 차 농민도 살아남아야 우리차라는 이름도, 우리 차의 전통도 온전히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 땅에 심어져 우리 땅의 기운을 먹고 자라 우리 님들의 노력과 땀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차마져 왜? 기계니, 수제니 하면서 구분 짓고 편을 나누고 갈라야만 합니까! 제대로 가꾸고 제대로 만들어진 우리 차는 그것이 기계 차던 수제 차던 그 무엇이 되었던지 그것은 결코 남의 차가 아닌 우리 땅에서 생산된 우리의 차일뿐입니다.
차는 나눔이고 베품 입니다! 귀한 차는 귀한대로 소중하게 여기며 흔한 차는 흔한 대로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차로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가면서 서로 보담고 나누며 베푸는 것이 우리 차와 우리의 차 농민들을 살리는 길입니다. 돈으로만, 명예로만 차를 대하며 그렇게 차를 만들고 그래서 차를 마신다면 그것은 차의 성품을 더럽히고 욕보이는 것으로 차의 본성을 오염시켜 끝내는 우리의 본성마저 더럽히고 잃게 만드는 참으로 무지한 일입니다.
목마르고 힘들 때 차 한 잔 나누어 마시며 여여 하게 오늘을 보낼 수 있다면, 그래서 내게 보여 지고 주어지는 모든 것들을 즐겁고 행복한 가운데 의미 있게 맞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차 한 잔 마시는 이유는 족한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