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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II
자매 ..
Sisters - prologue.
'힘을 원해'
소녀는 눈물을 훔쳐낸다.
보라빛 동공은 그저 그 상자를 지켜볼 뿐이다.
소녀의 머릿속을 스치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었던 '판도라의 상자' 의 이야기였다.
상자를 열음으로써 모든 악마가 세상으로 흩어졌지만.. 마지막으로 빼꼼 고개를 내민 것은 '희망' 이라는 것이란..
'희망'
그 것은 그녀에게 '힘' 이라는 것이였다.
"나에게 힘이 있었다면.."
검은 상자는 검은 아우라를 뿜어내며 그녀를 유혹한다.
'힘을 원하는가?'
그녀의 갸냘픈 손이 상자로 향했다.
그녀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start]
드루이드들은 센티넬 퀸의 대 언데드 전용 특수 훈련 병사들이다.
2인 1조로 구성된 이 드루이드들은 페어리 드래곤이랑 생체 병기와 함께 1개조로 구성된다.
드루이드가 된다는 것은 꽤나 힘든 수련을 거쳐야 하고,
그 힘은 보통의 평범한 인간과는 차별을 두게된다.
드루이드 5개 조, 즉 드루이드 10명과 페어리 드래곤 5기가 대지를 점검하기 위해 순찰중이다.
언데드들의 침략을 받은 대지는 보랓빛을 띄는 생명이 다시는 자랄 수 없는 대지가 되어버리는데,
그 것을 수행하는 것은 구울이라 불리우는 스콜지의 병사들이 데리고 다니는 보이드 워커라는
괴 생명체에 의한 것이다. 대지의 괴사를 막기위해 페어리 드래곤이란 생체 병기는 매우 중요했다.
드루이드들 순찰대 중에서도 가장 지위가 있어보이는 드루이드가 괴사되어가는 땅을 발견한다.
"언데드다!"
드루이드들은 일사분란하게 동그할게 진형을 짜고 자신들의 원 안에 페어리 드래곤들을 배치시켰다.
잠시 적막이 감돌았다.
드루이드들은 저마다 각자의 무기를 들고 자신의 정면을 주시했다.
그들의 앞에 붉은 로브를 걸친 왜소한 체구의 노인이 나타난다.
노인의 나무 지팡이를 짚으며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을 딛는 듯 보였다.
"뭐야.. 왜소한 노인네잖아."
철퇴를 든 드루이드가 자신의 무기를 내리며 비웃는 듯 말했다.
"저것도 언데드야?"
그의 옆에 서있던 드루이드도 코웃음을 치며 맞장구를 친다.
"저..저자는?!"
그들과 등지고 있던 그들의 리더가 노인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연질색한 리더를 보고 철퇴를 든 드루이드가 묻는다.
"아니 대장.. 저런 왜소한 노인네가..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때,
노인의 눈에서 노란 안광이 번뜩인다.
노인에 입에선 산사람의 목소리라기엔 너무나 섬뜩한 음색이 들려온다.
"데스 핸드."
"끄아악!!"
순식간에 드루이드 순찰대들의 발밑의 땅이 회색으로 괴사되어버리기 시작했다.
"벗어나!! 벗어나!!"
리더 드루이드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 그 회색의 땅에서 벗어난다.
몇몇 드루이드들도 자리를 피하였지만, 어리버리하게 몇몇의 드루이드들은 자리에 꼼짝을 않고 있다.
"벗어나라고 이 멍청이들아!!"
"대..대장!!"
한 드루이드가 리더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발을 때려 했지만..
"대장.. 발이 움직이지 않아요!"
"!!!"
회색의 땅에서 하얀 손들이 여럿 솟아 회색땅위의 드루이드들을 잡아 끌어 당기기 시작햇다.
"아아악!! 대장!!"
"아..아!!"
리더는 멀리서 땅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그들을 지켜볼 뿐이였다.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리더는 황급히 살아남은 부대원들을 추스리기 시작했다.
"자네는 어때? 괜찮은가?"
멍하니 주저 앉은 한 드루이드를 독려하였다.
"대장.. 위,위에.."
리더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쳐다 보았다.
지옥,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그들의 머리위엔 날개 달린 조금한 악마의 형상을 한 괴생명체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신이시여."
그들은 그저 기도하는 것 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였다.
"끼아악!"
소악마들의 괴기스런 웃음소리가 하늘을 가득 매운다.
'슝!'
바람을 가르는 경쾌한 소리.
"끼아아악!!!"
금빛 섬광 한줄기가 소악마의 몸을 꿰뚫는다.
겁에 질려있던 드루이드들의 리더가 외쳤다. 그의 목소리엔 삶에 확신이 담겨있다.
"그 분이 오셨다!!"
붉은 망토엔 금실로 독수리를 웅장하게 수놓여있다. 여리디 여려보이는 손은 황금으로 도색되어,
무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장궁의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화사한 금발에 뽀얀 얼굴은 멀리서 보기에도 미인임을 확신하게끔 한다.
'가래'
그녀의 별명은 미사일 슈터이다. 그녀는 이미 신궁의 수준을 넘어서,
화살 한대 한대의 위력이 괴짜로 유명한 고블린 두두의 로켓런쳐의 한발한발의 위력과 맞먹는다 하여
붙혀진 별명이였다.
하늘 까맣게 덮고 있는 소악마들이 손에 초록색 빛을 띄는 마나의 덩어리를 모아낸다.
그 초록색 덩어리는 순식간에 수십개가 그녀를 향해 던져졌다.
그녀는 말없이 자신의 등뒤에 거대한 화살통에 손을 옮겼다.
5대의 화살을 꺼내어 거대한 장궁에 메겼다.
분홍빛 입술을 질끈 깨문다.
'파팟!!'
5줄기의 황금빛 섬광이 하늘을 수놓는다.
"끼에에엑!!"
섬광이 초록색 마나 덩어리들을 상쇄하며 하늘로 쏘아 올려져 소악마들을 공중에서 분해시키기 시작했다.
흡사 불꽃놀이 처럼, 그녀의 애궁 '슈팅 스타' 를 떠난 황금빛 섬광들이 하늘을 가득 수놓았다.
"저도 가볍게 나온지라 지금 화살통에 화살이 몇대 남지 않았습니다. 빠르게 피신하십시오."
그녀의 말에 드루이드들은 급히 자리를 피신하기 시작했다.
'...'
그녀의 손은 화살통 안에 마지막 한대 남은 화살을 만지고 있다.
아직 하늘엔 꽤나 많은 수의 데몬들이 날개짓을 하며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다.
그런 그녀의 곤란을 알았는지 그녀 앞에 노인은 쭈글쭈글한 얼글한 찡그리며 씨익 웃는다.
노인이 지팡이로 가래를 겨누자 데몬들이 일사분란하게 그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말없이 활을 노인에게 겨누었다.
'슝! 슝!'
"끼에엑!!"
가래를 향해 날아들던 데몬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가래가 뒤를 돌아보자 그녀의 뒤엔 그녀의 둘도 없는 자매들이 서있었다.
"언니!"
막내 동생 다래가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활짝 웃었다.
"돌아올 시간이 됬는데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되서 와봤는데.. 괜찮아 언니?"
둘째 나래가 그녀의 진홍색 활, '시니스터'를 살포시 아래로 내리며 여성스럽게 말했다.
"응 괜찮아."
"저 징그러운 녀석들을 마저 없애볼까!"
다래가 그녀의 '스타더스트'에 활시위를 연신 당기며 힘차게 외쳤다.
그녀의 손이 빠르게 속사를 할 수록 하늘에 떠있던 데몬이 하나 둘씩 그 형체를 잃어갔다.
땅바닥엔 어느새 데몬들의 잔해만 가득했고, 노인은 어느새에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돌아갈까?"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 침착하게 활시위를 당기던 가래와 그녀의 자매들은 여느 소녀와 다름없이 수다를 떨며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엉엉..!!"
센티넬의 황금빛 독수리가 수놓인 대장기가 나부끼는 막사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에라이 주책맞은 녀석아! 그렇게 걱정되면 나래랑 다래를 따라나서지 그랬어!!"
갈색 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큰 덩치의 귀족 남자 어울리지 않게 눈을 촉촉히 적시고 있다.
그런 그를 키가 자그마한 덩치좋은 노인이 나무란다.
"하지만 딘!!"
'퍽!!!'
인상을 한껏 찡그린 노인이 사내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멋대로... 멋대로 나의 이름을 줄이지마라.."
"무, 무라..."
"디이인!!"
"그래도 이 녀석이..!!"
한대 더 치려고 주먹을 움켜쥔다.
허나 무라딘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사내를 보고 한숨을 내쉬며 그 주먹을풀었다.
"이런 녀석이.."
연신 한숨,
"그 용맹한 전차부대의 대장 '갈리토스'라니.."
"우리 가래님이 돌아오지 않아!! 큰일이야!! 엉엉!!"
"남자가 눈물을.. 그리고 가래는 네녀석의 걱정따윈 필요없는 애니까 걱정말고 기다리라고!"
무라딘은 자신의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곤 동그란 세개의 오브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이 몸이 나갔어야 하는 건데..! 이게 다 딘이 '닝카'를 제때 수리해주지 않아서 그런거잖아!!"
"... '닝카'가 뭐야?"
무라딘이 표정을 찡그렸다.
"설마 이몸의 위대한 마도구 '라이트닝 메카'를 또 네 멋대로 줄여서 이야기 한건 아니겠지?"
그의 손에 들린 세개의 푸른 오브를 슬쩍 들며 그가 묻자, 갈리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라이!! 이런 정신 나간 녀석!! 되나가나 애칭을 붙이고 난리야 닭살돋게!!"
갈리토스를 한참 '한심한 녀석'이란 얼굴로 보던 무라딘이 물었다.
"설마.. 너 이몸의 위대한 마도구 2호 스펠 쉴드에도..?"
손수건을 꺼내 콧물을 '팽!' 하고 풀어낸 갈리토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우리 '펠'?"
".......'펠'?"
그날 갈리토스의 직속 경호 드루이드들은 대장기를 찢어버리려는 한 노인을 말리는데 진땀을 뺏다.
막사 안으로 들어서려는 세 자매를 밖에서 무라딘이 방갑게 맞이한다.
"대충 얘기는 들었다. 힘든 상대를 상대로 잘해 주었어. 피곤할텐데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듣도록하지."
무라딘은 그녀들을 자신들의 막사로 돌려보냈다.
"저 애들이 벌써.."
"티란데여.. 당신의 후예들은 잘 크고 있소.."
'그 아이들은 별을 쏠 아이들이예요.'
'그렇구려..'
한참을 옛 추억을 회상하던 무라딘의 등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가래님이 오셨나요? 지금 어디 몸에 상처라도 났는지 이 두눈으로 봐야겠어요!!"
"제발.. 이 팔불출 같은 녀석아!! 다 큰 처녀의 몸을 네 녀석의 엉큼한 시선에 둘 수 없다."
무라딘이 갈리토스를 다시 막사로 밀어넣으려 한다.
"어서 들어가!!"
"안돼..! 이러지마 딘!!"
'퍽!!!!!'
막사에 기존에 들을 수 없었던 엄청난 크기의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그 뒤에 갈리토스의 비명도.
[1]
전차부대 대장 갈리토스의 막사에 황금빛 실로 독수리가 수 놓인 대장기가 펄럭이고있다.
대장기가 펄럭일때마다 황금빛 실이 따사로운 햇살과 부딫혀 눈 부시게 반짝인다.
"조만간 대규모의 공습이 예상됩니다."
회의 중이였던 갈리토스와 무라딘 세자매는 척후병이 가지고 온 사항에 대해 민감하게 듣고있다.
"그 규모는?"
"기존에 본적 없는 대군입니다.. 거기다.."
"거기다?"
갈리토스가 채근하자, 척후병이 띄엄띄엄 말을 꺼낸다.
"그, 까맣고 날개가 달린 무언가가 꽤나 많이 구울들의 위를 덮고 있습니다."
무라딘이 미간을 찡그린다.
"그 녀석이 다시 오는 건가."
갈리토스가 눈을 크게 뜬다.
"그 녀석이라뇨? 딘, 설마?"
"아.. 저번에 가래님이 만난 그 녀석, 그 소악마들은 녀석이 소환하는게 틀림없을거야."
가래가 연분홍빛 입술을 연다.
"그 쪽은 제가 맡도록 할게요. 그 날은 화살을 많이 가져가지 않아서.."
"가,가래님! 그런 위험한.. 그냥 이 갈리토스가 다 처리하도록하지요."
"갈리토스 아저씨.. 아저씨는 전차부대를 이끄셔야지요.."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가래님의 안위가.."
'퍽!!'
갈리토스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 했다. 무라딘의 망치가 갈리토스의 등을 사정없이 후려쳤기 때문이였다.
"헉..!! 쿨럭! 숨이 안..쉬어져!"
"척후병, 또 다른 사항은 없나?"
"네.. 그리고 또 이상한 것을 발견했는데.."
척후병이 요상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뭐라고 설명을 해야할지.."
스르륵.
미끄러지듯 대지를 지나는 것이 있다. 그 것은 거대한 삼지창을 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거대한 공룡과 같이 생긴
괴물이였다. 그 것의 하체는 흡사 뱀처럼 길었고 다리는 없었는데 구불구불 거리며 빠르게 미끄러지듯 이동을 했다.
"저 곳인가."
괴물이 응시하는 곳은 갈리토스 일행의 막사였다.
"그런가보군."
어느새 그의 뒤에 흐릿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검색은 로브를 두른 인간 남자의 형상이 되어 선다.
"멀머던이여, 이제 곧 그들과 조우 할 것인데 괜찮겠나?"
멀머던이라 불린 괴물은 거내한 송곳니를 비죽거리며 웃었다.
"저런 연약한 녀석들 쯤이야. 별거 아니지."
"이 세계로 소환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마음껏 살육을 즐길 수 있다니, 기쁜 일이군."
"지옥의 사자 아키로여, 스콜지 킹의 의지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충족 되어가고 있나?"
"아.. 크크.. 그 젖비린내나는 아이들 때문이라면.. 그 분께서 해결하실 듯 한데."
"그 분? 데스나이트를 말하는 건가.. 녀석의 부하들은 강하기는 한데 마음에 들지 않아."
"무엇때문이지?"
"한때 인간이였던 자들이셔 인가.. 그 강함뒤에 보이는 번민이 언젠가 우리에게 해가 될듯 해서지."
"뭐, 스콜지킹의 의지에만 벗어나지 않는다면야. 그를 돕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내일.. 지옥으로 가는 길을 열어줘야 겠군."
"크크크큭.."
아키로의 웃음이 지는 저녁놀과 함께 음산하게 울려퍼진다.
타는 듯한 저녁노을을 등지고 자주빛 웨이브진 머리를 곱게 기른 소녀가 활을 쏘고있다.
그녀의 보라빛 활 '시니스터'의 활시위가 팽팽해졌다가 풀리면 멀리 과녁으로 보라빛 섬광이 쏘아져나갔다.
묵묵히 활시위를 당기던 활을 내려놓고 과녁을 향해 걸어간다.
과녁의 표적지를 때어내본다. 그녀의 과녁은 정중앙은 아니지만 그 근처에인접하게 구멍이 뚫려있다.
"하아.."
그녀가 한숨을 쉰다.
"웍!!"
"꺅!"
뒤에서 그녀의 동생 다래가 그녀를 놀래킨다.
"언니! 뭐야? 연습했어? 와~ 오늘은 잘 쐇네?"
"응.. 뭐 그렇지."
나래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답한다.
"나도 온김에 몇발만 쏘고 갈까?"
다래는 등에 멘 자신의 애궁을 꺼내어 자리에 선다. 숨을 들이마시고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과녁을 쏘아본다.
'퓽!'
은빛 섬광이 과녁에 꽂힌다.
그렇게 10발 정도를 쐈을까? 다래와 나래는 다래의 과녁 앞에 섰다. 표적지를 떼어낸 다래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과녁의 정중앙에 정확하게 구멍이 나있었고, 그 주변에 근접하게 세개정도 구멍이 있었다.
"10발 쐇는데 왜 구멍이 4개뿐이지?"
"언니는.. 정중앙에 7발이 들어갔으니까 그렇지."
"... 그렇구나."
"저번에 가래언니는 말야! 구멍이 딱 하나더라! 쳇.. 어떻게 그리 잘 쏘는지.."
"응."
"그리고 말이야!.. "
나래의 표정이 어두웠다. 다래의 말은 이미 그녀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다래는 쉴새없이 이야기를 했고, 나래는 그저 '응' 하는 대답만 간간히 할뿐이였다.
"언니."
"응?"
자신의 붉은 로브를 가지런히 개어놓던 가래가 나래의 부름에 대답했다.
"언니는 활을 쏠때 무슨 생각을 해?"
"글쎄.. 그냥 앞의 목표물만을 보고 그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그래..?"
"왜? 표정이 어두운 걸 보니 요즘 활이 잘 안 쏴지나 봐?"
어느새 편안한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가래가 자신의 로브위에 평상복들을 정리하며 물었다.
"응.. 조금. 이래선 모두들에게 짐만 될 것 같아."
"나는 말야."
"응?"
"언제나 침착하게 활시위를 당기는 네가 내 뒤에 있기 때문에 앞에 목표물을 향해 모든 정신을 쏟을 수 있는거야."
"..."
"다래는 발이 빠르고 은신에 능해서 그런 것을 기대하기엔 거리가 멀잖아, 맡고 있는 부분도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다래는 걱정이 되고 그래. 그에 반면 넌 항상 침착하고 차분하게 내 뒤를 지켜주잖아."
가래가 나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내 등은 항상 네가 지켜주고 있는거야."
"언니.."
"너 없는 전장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상상도 안되. 항상 강하게만 인식되는 내가 사실은 우리 셋 중 가장 겁쟁이일거야."
"거짓말..."
"아냐 정말이야. 비밀을 하나 알려줄까?"
나래의 눈이 똥그랗게 변한다.
"뭔데?"
"내가 화살을 많이 메기게 되었는지.."
"어? 그거 효율을 위해 그랬던거 아냐?"
"아냐.. 사실은 많이 메기고 쏘면 이 중 하나는 맞겠지 하는 생각에 그랬어, 정말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 그렇지?"
"정말? 천하의 언니가 그랬던 시절이 있었어?"
"그렇다니까, 너무 걱정말아. 슬럼프라는 게 있는 거잖아."
"응"
"이만 자자. 내일은 더 피곤할지도 모르니까."
가래가 자신의 침낭에 몸을 뉘이며 말한다. 나래도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낭에 누었다.
"내일.."
나래가 눈을 돌리자 자신에게 등을 보리고 누워 쌔근쌔근 잠든 가래가 보인다.
"내일도 언니의 뒤는 내가 지켜줄게.. 잘자 언니."
초승달이 유난히 밝아 보이는 밤이였다.
[2]
하늘은 까맣게 뒤덮은 데몬이라 불리는 생물들은 '이미 죽은 자'들 중에서도 교활하기로 유명한
니바스가 소환 해내는 작은 괴물들이었다. 괴물들은 연신 드루이드들에게 초록색 마나 덩어리를 던졌고,
그때마다 드루이드들은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지기 일수였다.
차가운 초승달이 밤하늘을 어스름하게 비추우고 있는 밤,
스콜지의 대대적인 기습이 있었다.
"갈리토스님!!
"무슨 일이지? 가래님과 결혼하는 꿈을.. 음아.. 하앙.."
"기습입니다!"
"뭐?"
갈리토스가 침낭에서 벌떡 일어나 재빠르게 갑옷을 입기 시작했다.
"어디선까지 뚫린 거지?"
"곧.. 이 곳까지 들이 닥칠 기세입니다."
"가래님은?"
"아직.. 다른 보초가 그쪽으로도 이미 갔을겁니다."
"그래, 아직 별달리 시끄럽지 않은 걸 보니 딘이 잘 막아주고 있나보군."
"후, 마침 이 몸이 불침번을 서는 날.."
"저도 그래요 아저씨."
다래가 큰 눈을 찡긋 하며 한숨을 쉬는 무라딘 옆에 선다.
"미인은 잠을 많이 자야하는데 말이예요."
"어, 그렇지. 너는 많이 안 자도 될 거 같은데 다래야."
"...... 흥"
바닥에 꿈틀거리는 구울이 고개를 쳐들자 신경질 적으로 다래 구울을 머리를 발로 밟는다.
'콱!'
"죽어버려."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는 무라딘이였다.
멀리서 까마귀 울음소리랑 비슷하지만 훨씬 더 혐오스러운 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아저씨 녀석들이네요."
다래가 '스타 더스트'에 활을 메겼다.
무라딘이든 해머 '토르' 에 푸른 스파크가 튄다.
"왔는가?"
무라딘의 미간이 한껏 찌푸려진다.
"니바스여. 과거의 업보여."
쟂빛 로브를 두르고 지팡이를 짚으며 힘겹게 걷는 그가 그런 무라딘을 멀리서 응시하고 있다.
"크크크.. 옛날 생각 나는 구만."
머리까지 푹 눌러쓴 로브에서 노란 안광이 뿜어져 나온다.
"오늘도 그 날과 별반 다를 일은 없을거야."
그가 손을 흔들자 데몬들이 쏜쌀같이 무라딘을 향해 달려든다.
"가래님!!"
드루이드 하나가 급히 가래와 나래가 있던 막사의 문을 열어 재낀다.
드루이드의 몸에는 초록색의 거대한 벌래가 붙어있었는데, 벌레는 드루이드의 심장을 향하는 듯 가슴에서
드루이드의 피를 잔뜩 뿜어내며 몸을 파해치고 있었따.
"사,살려 주십시오!! 컥!"
드루이드가 각혈을 하기 시작했다.
막 채비를 마친 가래가 황급히 그녀의 활을 뽑아 보지만 이미 드루이드는 삶의 불이 꺼져버렸는지 자리에 무너지듯
쓰러진다.
"어,언니!"
나래가 그 광경을 보며 가래의 뒤에 섰다.
"이건.. 대체?"
"언니!! 저것봐!!"
드루이드의 시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드루이드의 몸에서 도룡뇽 같은 생김새의 괴물이 꿈틀거리며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일단 자리를 피하자!"
가래와 나래가 막사를 빠져나왔을때, 이미 그 주변은 좀 전의 그 괴물들로 가득했다.
"안녕 소녀들."
가래가 뒤를 돌아 보자, 그녀들의 뒤엔 도룡뇽 같은 괴물인데 그 크기가 좀 더 거대하고 살기등등한 트라이덴트를 든 괴물이
서있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듯한 축축한 피부에 꼬리로 몸을 지탱하고 선 그 괴물이 조금씩 움직일 때 마다
'스르륵'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반갑군, 나의 이름은 '멀머던' 곧 지옥을 보여줄게."
나래가 빠르게 '시니스터'에 활을 메기고 멀머던을 향해 활을 날렸다.
'탱!'
멀머던이 가볍게 트라이덴트로 화살을 쳐낸다.
"급하게 가지 말자고, 이미 톱니바퀴는 맞물리기 시작했으니까."
"가래님!"
황급히 가래의 막사를 찾은 갈리토스가 그의 애마 위에서 기세등등하게 멀머던과 소녀들 사이에 섰다.
"이 녀석, 너 정도는 이 몸이 막아주마."
"소문의 용맹무쌍한 전차부대의 대장 갈리토스인가? 이런 야밤의 기습으로 너의 자랑인 전차들도 쓸 수 없을텐데."
멀머던이 차갑게 비웃는다.
"널 너무 과신하는거 아닌가? 크크.."
"아니 전혀. 가래님 지금 딘과 다래님이 몹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빠르게 합류 해주십시오."
"네."
가래가 나래의 손을 잡고 이끈다.
"아저씨 조심하세요!"
나래의 당부에 갈리토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 손가락을 내보였다.
둘은 황급히 무라딘과 다래가 지키고 있는 최전선을 향해 달렸다.
"아!! 미끄덩 미끄덩 기분이 나빠~~!! 으으아~"
"...... 네 녀석은 지금 전투중인게냐? 나랑 놀러 나온게냐?"
멀머던이 손을 위로 치켜 들자 갈리토스의 바로 앞 땅에서 보라빛의 기분나쁘게 생긴 촉수가 튀어 오른다.
"으아아!!"
'퍼억!'
갈리토스의 거대한 도끼가 촉수를 베어내자 초록색의 촉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액이 그의 얼굴에 튄다.
"꺄아아아아아아!!"
"......"
멀찌감치 갈리토스가 얼굴의 타액을 닦아 내며 도망가자 멀머던이 그의 뒤를 쫓는다.
"이,이봐!! 어디가는 거야!!"
"몰라!! 나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끄아아!!"
"......"
황당한 멀머던이였다.
"아 끈덕끈덕 미끄덩미끄덩!! 끄아아!"
멀리 데몬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가깝게.
두 소녀가 가뿐 숨을 몰아쉰다.
"언니.."
"그래.."
가래와 나래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서로의 등에 기대어 자신의 정면을 응시한다.
그때 가래의 앞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사람의 형상이 되어 선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사내.
"처음 뵙겠습니다."
"..!"
가래가 그를 향해 활을 겨눈다.
"당신들이 말하는 '이미 죽은 자'로 불리는 자들 중 하나인 '아키로' 라고 합니다."
사내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가래의 화살이 그의 머리를 꿰뚫는다.
로브의 머리 부분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지만 그 틈새로 검은 연기만 조금 새어 나올 뿐이였다.
검은 연기들이 다시 모이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야윈 남자의 얼굴로 형상화 된다.
"그대들을 멸하러 지옥에서 기어 올라왔습니다."
"나래야.. 뒤를 부탁해."
"응 언니."
가래의 앞엔 아키로가, 나래의 앞엔 검은 색 연기 피어오르더니 세명의 사람의 형상이 되어져 선다.
"나의 충실한 부하 '벤져스'들이여, 그녀들에게 보여줘야지."
벤져스라 불린 사람형체의 연기들은 아키로의 말에 반응하듯 나래와 가래를 둘러 싼다.
"지옥을.."
[3]
"과연 미사일 슈터, 센티넬의 신궁 다운 솜씨입니다."
가래가 '슈팅스타'에 황금빛 화살 세 촉을 메긴다.
아키로가 손을 흔들자 그녀들을 둘러싸고 있던 어벤져들이 달려든다.
순간 슈팅스타에서 황금빛 섬광 세가닥이 어벤져들을 정확히 꿰뚫었다.
"언니!"
어벤져는 공중에서 분해되는 듯 하더니 두 개로 나뉘어져 가래를 향해 달려들었고,
나래가 가래를 황급히 밀쳐낸다.
바닥을 뒹구르는 소녀들, 소녀들이 섰던 자리엔 어벤져가 표현키 힘든 소리를 내며 '펑' 하고 작은 폭발을 일으킨다.
작은 폭발이라곤 하였지만.. 가까이서 그 폭발을 맞이하기엔 그녀들의 몸은 한없이 가녀리다.
"조심해야겠어 언니.."
"응."
가래가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일어서서 다시 자세를 잡는다.
냉소를 차갑게 흘리는 아키로의 손에 푸른빛의 마나 에너지 덩어리가 모인다.
나래는 그런 아키로에게 '시니스터'의 활시위를 빠르게 당긴다.
'퓽!'
쏜쌀같이 자주빛 섬광이 아키로를 향해 뻗어나간다.
"한낱 화살 따위가."
아키로가 이죽 거리며 손의 모인 푸른 마나의 구슬을 나래를 향해 던진다.
그 모습을 보는 가래의 눈이 잔뜩 커진다.
"크러싱 웨이브!"
"나래야 피해!!"
그의 펼쳐진 손 밖으로 푸른 마나 에너지 구슬이 번쩍 빛난다. 이내 그 것은 푸른 마나의 물결이 되어 거내한 파도 처럼
나래를 덥친다.
"꺄악!!"
나래의 자주빛 화살은 그 거대한 마나의 물결에 휩쓸려 온데간데 사라지고, 그 물결은 나래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어느새 가래가 급히 나래를 밀쳐낸다. 나래는 그런 가래에게 떠밀려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였다.
"언니!!"
거대한 마나의 파도가 가래를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헉..헉!!"
무라딘과 다래는 서서히 데몬들에게 밀리기 시작하여 점점 그 진형을 뒤로 가져가고 있었다.
이미 주변에 살아남은 드루이드들은 거의 없는 듯 하였고, 살았다 해도 부상을 입어 황급히 전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다래야, 일단은 물러나야 할듯 하구나."
"아저씨,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일단 물러나서 언니들과 합류해야 할 것 같아요."
"키아아아악!!"
흉포한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데몬 한마리를 무라딘이 오른손에 들린 망치 '토르' 로 후려친다.
데몬은 '키엑!' 하는 짧은 단발마를 남기고 잿덩어리가 되어 버린다.
"물러나거라 다래야. 이 쪽은 내가 조금씩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조금씩 그 쪽으로 합류할게."
"부탁해요 아저씨! 금방 가서 언니들을 데리고 올게요."
다래의 모습이 순간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엄청난 속도로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이,이봐!!"
"부르지말라고!"
갈리토스와 멀머던은 어느새 전장에서 한참을 이탈한 상태였다.
"아니.. 좀 싸우자고!! 센티넬의 용맹의 상징 갈리토스여!!"
"아니! 끈적끈적.. 넌 너무 끈적이고 좀 기분이 나빠!"
연신 꼬리를 부산히 흔들며 갈리토스의 뒤를 쫓던 멀머던은 말을 탄 갈리토스의 속도를 따라잡기엔
자신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에서 추격을 멈추었다.
"뭐 저런 녀석이.. 헉헉.."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멀머던, 이미 그의 시야에서 갈리토스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대체 여긴 어디지.. 나도 모르게 녀석에게 휘말려서 이렇게 멀리까지..!"
멀머던은 자신도 모르게 어디선가 갈리토스의 환청이 들려오는 듯 했다.
'안녕 .. 던 .'
머리가 아픈듯 멀머던은 고개를 저었다.
"언니 괜찮아!!??"
가래가 대궁 '슈팅스타'를 땅에 의지한채 몸을 의지하고 있다.
슈팅스타의 성스런 힘 때문인지 아키로의 크러싱 웨이브가 크게 그녀에게 타격을 주진 못 한듯 했지만,
워낙에 강력했던 마나의 파장이였는지 가래는 호흡에 불편을 느꼈다.
"괜찮아.. 슈팅스타가 조금은 막아주었는데.. 좀 아프네?"
그와중에도 가래는 혀를 살짝 내밀며 나래를 향해 웃는다.
"걱정하지마. 나래야, 언니는 그렇게 약하지 않으니까."
가래가 다시금 아키로를 바라보며 슈팅스타를 고쳐잡는다.
"뒤나 조심하시지. 소녀."
그녀들의 뒤로 다시금 어벤저들이 검은 연기를 피어내며 선다.
"그거 알아?"
가래가 가볍게 웃으며 아키로를 보며 묻는다.
아키로가 고개를 갸우뚱 한다.
"내 뒤엔 그 어떤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운 파트너가 있거든."
"언니.."
나래는 전날 가래의 말을 상기한다.
"언제나 침착하게 활시위를 당기는 네가 내 뒤에 있기 때문에 앞에 목표물을 향해 모든 정신을 쏟을 수 있는거야."
나래가 입술을 질끈 깨문다.
'그래, 언니의 뒤는 내가..'
나래 역시 시니스터를 고쳐잡고 눈 앞에 어벤저들을 한껏 노려본다.
가래는 아키로의 크러싱 웨이브를 힘겹게 피해내며 슈팅스타의 활시위를 간간히 당겼지만
그때마다 어디선가 피어오른 어벤저가 아키로 대신 그녀의 화살을 맞아주고 그 어벤저의 폭발성 파편을 피해
또다시 분주하게 이동을 해야만 했다.
나래 역시 가래와 마찬가지로 상황이 좋지는 않았다, 끊임없이 어벤저에 활을 맞추고, 그 파편을 피해 분주히
발을 놀리고 있었다.
"이 것이 센티넬의 신궁이라 불리우는 가래인가. 생각보다는 너무 약한데."
아키로의 미간이 잔뜩 구겨진다.
"재미가 없구나."
아키로의 어깨에서 검은 아우라가 잔뜩 피어오른다.
아키로가 손을 뻗자 여기 저기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수십기의 어벤저가 그의 주변을 채웠다.
"이걸로 마무리 지어주지."
수십기의 어벤저들은 순식간에 그녀들을 덥쳐들기 시작했다.
그때, 가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한방이 너의 모든 힘을 쥐어짜낸 것 이겠지."
그녀의 슈팅스타가 황금빛 아우라를 찬란하게 내뿜는다.
"가이드 에로우!"
한줄기의 황금빛 화살은 흡사 살아있는 듯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수십기의 어벤저를 차례로 꿰뚫기 시작했다.
그야 말로 신의 경지에 가까운 믿기 힘든 광경이였다.
"화살이..!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지?"
순식간에 몸을 관통당한 어벤저들은 그 파편을 만들어냈고 서로의 파편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수십기의 어벤저들이
그 자리에서 그녀들에게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사라졌다.
어느새 나래가 아키로의 뒤에서 그의 뒤통수에 정확히 활시위를 겨누고 있었다.
어벤저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그를 보호하던 소수의 어벤저들 조차도 없는 틈을 탄 빠른 행동이였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죽여버리겠어."
한참을 달리던 다래는 자신의 앞에 선 한 노인을 발견했다.
"어디를 그리 급히 가는거지 소녀."
다래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지금까지 그 수많은 데몬들을 처리하며 정작 그 데몬들을 부리는 눈 앞의 노인,
니바스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이다.
정작 그녀는 그가 데몬을 소환해낸다는 것 만 알뿐 그에 대한 대처와 대비는 전혀 없었다.
'기껏해야 노인인데, 내 윈드워크의 기동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
짧게 상황을 판단한 다래는 노인에게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를 그냥 지나쳐갈양 더욱 발놀림에 박차를 가했다.
"우습구나, 이 몸을 너무 우습게 보는건 아닌가?"
니바스의 눈에서 노란 안광이 번뜩인다.
'콰콰쾅!'
다래의 주변의 땅에서 시체들이 튀어 오른다.
"꺄아아악!"
이내 시체들이 쌓여 그녀의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고, 그것은 거대한 시체들의 벽이되어 다래의 사면을 막았다.
"이,이게 뭐야?!"
당황한 다래가 활시위를 당겨 벽에 강하게 활을 쏘아 보지만, 누구 것인지, 인간인지 짐승인지도 모를 시체의 죽은 살덩이에
강하게 박히기만 할뿐, 그 벽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벽 너머에사 니바스의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가.. 크크.. 너희 인간들의 업보들이 쌓아 올린 번민의 벽들이 .. 크크크... 하하하하!"
니바스가 미친듯이 배를 잡고 웃어제낀다. 그 섬뜩한 웃음에 다래는 온몸에 소름이 돋음을 느꼈다.
"데스 핸드."
니바스의 케스팅이 벽 너머에서 섬뜩하게 들려온다.
'턱'
다래의 발 밑의 땅이 푸르죽죽하게 괴사되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하얀 손들이 떠올라 다래의 발목을 잡았다.
"꺄아아아!! 이,이게 뭐야!!"
"크하하하하!!"
무라딘은 어느덧 수가 많이 줄은 데몬들의 사이를 도끼 '마르마타'와 망치 '토르'를 들고 휘젖고 있었다.
하늘을 까맣게 메우고 있던 데몬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자 무라딘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설마?'
남은 몇 기의 데몬들은 그저 하늘에 둥둥 떠서 무라딘을 경계할뿐 좀 전처럼 달려들지 않았다.
그저 그와 대치를 오래 하려는 듯 한 움직임이였다.
"젠장! 당했군! 이 교활한 늙은 여우 같으니라고!"
무라딘이 뒤돌아 다래가 뛰어간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려 하자 하늘에 떠있던 데몬들이 일제히 그의 뒤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이 몸을 화나게 하지마라! 하찮은 것들."
그의 망치 '토르'에 푸른 스파크가 튄다. 그가 땅에 망치를 강하게 내려찍자 푸른 전기가 그의 주변 반경에 원의 형태로
강하게 폭발을 일으킨다. 그 폭발에 그의 등을 노리고 달려들던 데몬들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늦으면 안될텐데..!!"
"오늘도 그 날과 별반 다를 일은 없을거야."
니바스의 그 말이 떠올랐다.
'젠장..'
무라딘은 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다래의 발자취를 쫓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4]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자신의 다리를 보며 주변을 돌아보지만 시체들의 벽만 사방을 가로막고 있다.
'어쩌지..'
아무리 침착하려 하지만 좀 처럼 되지 않는다.
사면을 둘러싼 시체로 만들어진 높은 벽이 그녀에게 구역질 나는 위화감을 전한다.
"소녀여.. 지하에서 만날 수 있을게다. 너희들의.."
멀리서 들려오는 니바스의 차가운 목소리.
'우리들의?'
"너희 들의 무기 '폴링스타'들의 원래의 주인을. 크크."
그녀의 온몸을 끌어 당기는 하얀 손들은 계속해서 그녀를 괴사된 땅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손들을 뿌리쳐 보지만 이내 허리까지 잠긴 그녀의 그런 움직임은 도히려 그녀를 더욱더 빠르게 빠져들게 한다.
'언니..!'
다래의 머리속에 주마등처럼 가래와 나래의 얼굴이 스친다.
'아저씨.. 살려줘요..!'
그녀의 얼굴이 마저 잠기기전, 그녀의 머릿속엔 그녀를 친 아버지처럼 길러준 그, '무라딘'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저씨..!'
다래가 눈뜬 그 곳은 니바스의 '데스 핸드'들이 끌어당겨온 괴사되어버린 죽어버린 땅속,
온통 붉은 빛만이 가득하다.
붉은 바다에 빠진양, 그녀는 자신의 몸을 짖누르는 듯한 중력을 강하게 느꼈다.
하얀손은 여전히 밑도 끝도 모를 나락으로 그녀를 끌어가고 있었다.
숨이 막히고,
빛이 보이질 않았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그녀가 아주 어렸을때.. 늪에 빠졌을때..
그때에 자신의 손을 잡아주던 따스한 손이 있었다.
이젠 그 감촉을 느낄 수 없게 될것이란 생각이 그녀의 삶의 의지를 꺽어내려 한다.
'죽음.'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던 그녀였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무라딘이 거대한 시체의 벽과 그 옆에 선 니바스의 앞에 선다.
"...!!"
오래전 그가 보았던 끔찍한 순간이 떠올랐다.
"설마.."
인기척을 느낀 니바스가 그를 보며 차갑게 웃는다.
"왔는가 오랜 친구여."
"나를 친구라 부르지 말게. 어리석은 자여."
"뭐라 해도 상관없어. 난 그저 너의 모든 것을 빼앗을 뿐이다. 크크.."
니바스가 끔찍한 시체의 벽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비단 너의 모든 것이 아니라, 이 저주받은 세상의 모든 것을 빼앗겠어.. 크크."
"아니, 그럴 수 없을 걸."
니바스의 눈꼬리가 올라간다.
푸른 아우라를 뿜어내며 무라딘이 시체의 벽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다.
"멍청하군, 무라딘이여. 그렇게 당하고도 모르는 건가?"
니바스가 손을 위로 치켜 들자 무라딘의 땅밑에서 시체들이 솟아 오르며 그의 사면을 둘러 싸기 시작한다.
"아까 그 소녀는 이미 '폴링스타'들의 주인을 만나고 있을걸세, 자네도 곧 만나게 해주지."
니바스의 섬뜩한 캐스팅이 시작됬다.
"데스 핸드."
무라딘이 선 땅이 회색으로 괴사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하얀손들이 무라딘의 발목을 잡는다.
그를 땅속으로 끌어들인다.
무라딘의 몸에서 나오던 푸른 아우라가 더욱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몸을 둘러싼 푸른 아우라는 이내 하얀 밝은 빛이 되어 반짝이기 시작한다.
"니바스여, 오늘 너와의 모든 업보를 청산하겠다."
점차 높아져가는 시체의 벽 너머로 니바스의 비웃음이 들려온다.
"그 곳에서 무슨 수로 빠져나오겠다는 거지.. 크크.. 너도 지옥의 나락에서 그녀들과 즐겁게 조우하는 건 어때?"
"어리석은 자여. 이 몸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의 망치 '토르'에 엄청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콰아아아아!!'
하늘위로 치켜 든 그의 망치로 하늘에서 선명한 한줄기의 벼락이 내리 꽂힌다.
"일렉트라의 가호가 함께하길, 이 모든 땅의 악을 벌하리니 심판의 망치를 내게 빌려 주오서."
무라딘의 온몸에 푸른 전류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 전류는 '토르'에로 끌어올려져 그 끝에 맺혀 엄청난 크기의
전기 덩어리가 되어 스파크를 내고 잇었다.
"토르 해머!!!!!!!!"
그가 땅을 해머로 강하게 내리친다.
'쾅!!!!!!!!'
그의 주변을 둘러 싸던 시체의 벽이 엄청난 전류의 방출에 마구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땅을 타고 흐르는 전류는 무라딘의 반경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니바스가 서있는 땅도 마찬가지였다.
"!!!!!! 뭐지 이 엄청난 힘은!!"
니바스는 엄청난 전류가 몸으로 흘러들어오자 숨쉬기가 곤란해지기 시작했고, 내장기관이 마구 뒤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커억!!"
니바스가 몸을 움직이려 해보지만 엄청난 전류 에너지 때문인지 좀처럼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크으......."
니바스가 급히 정신을 추스리고 무라딘을 보았다.
그의 눈앞에는 푸른 오오라를 번쩍이는 무라딘과 그들의 머리위에 떠있는 거대한 망치모양의 전기 에너지가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이다 니바스여."
"크크크... 그래 난 이렇게 죽겠지만 그 소녀와 함께 겠지.. 크크크하하하하!!"
무라딘의 미간이 찌그러진다.
"아니, 내가 구해낼거다. 어리석은 자여."
니바스는 자신의 정수리위로 떨어져오는 거대한 망치모양의 전기에너지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기랄.. 큭크크.."
무라딘은 다래의 활 '스타 더스트' 만 덩그러니 놓인 괴사된 땅위에 섰다.
"크크.. 늦었어.. 이미 그녀는 나락으로 갔을거다.. 크크크"
검은피를 연신 뿜어내며 바닥에 누은 니바스가 말했다.
"그럴까.. 두번다시 잃지 않겠다고, 그녀에게 맹세했다."
무라딘의 몸이 다시 한번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에게 맹세했지, 신에게 시험받았지, 그리고 신에게 선택 받았지."
"그런.. 말도 안되는!!"
니바스의 노란 빛을 뿜어내는 눈에 믿을수 없다는 경악의 눈 빛이 돈다.
"설마 그 힘을......??!!"
"신의 권능."
그의 몸에서 눈부신 하얀빛이 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다.
"아바타"
그의 손이 괴사된 땅에 들어서자 괴사된 땅이 마구 갈라지기 시작했다.
니바스가 소환한 하얀 손들은 그의 몸에 닿자 하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어떻게 그 힘을... 어떻게!!"
니바스의 처절한 절규를 뒤로한채 무라딘은 괴사된 땅 속으로 스스로 몸을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절대 잃지 않아! 절대..!!'
온통 붉은 바다같은 가운데에 강한 중력을 느끼며 무라딘이 바닥으로, 바닥으로.. 심연으로 향했다.
'티란데여... 나를 도와주시오! 그리고 그녀들에게 힘을 주시오..'
'당신의 아이들에게..'
심연의 나락에서 다래는 자신을 짖누르는 중력에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입가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리지가 않았다.
'어째서.. 생각이나는거지..'
어째서 그녀는..
'한번도 본적 없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일까.
'엄마.....'
희미하게 뜬 두 눈에 익숙한 따스한 느낌이 스민다.
하얀 빛,
어렸을때 늪에서 그녀를 구해주었던 따스한 손의 감촉,
"아저씨.."
성스럽게 빛나는 하얀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아 끌어내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
오랜만에 뵙네여..
옛날 나작가님 아이디를 쓰던 나노입니다.
갠적으로 시간이 슬슬 나려해서 재연재의 의지를 불살라 봅니다..
ㅎ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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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나작가상.
나작가님 컴백 환영 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가되고싶으신가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