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MLB현장] 텍사스 중계진이 본 추신수-배니스터 감독의 '그 사건'

[소울메이트 이진우]

왼쪽이 캐스터를 맡고 있는 스티브 버즈비, 그 옆은 해설하는 톰 그리브이다.(사진-이영미)

지난 11일(한국시간) 오클랜드와의 원정 2차전에서 벌어진 텍사스 레인저스 제프 배니스터 감독과 추신수와의 더그아웃 신경전은 현지에서 취재 중인 미국 기자들과 한국 기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약간의 온도 차는 있었다. 일부 미국 기자들은 배니스터 감독이 베테랑 선수에게 보인 행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추신수의 격앙된 반응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낸 반면 한국 기자들은 평소 팀의 감독, 선수들에 대한 감정 표출을 자제하는 추신수가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13일, 오클랜드 원정을 마치고 홈으로 돌아온 레인저스 선수단 분위기는 겉으론 평온했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선수들 표정은 ‘우리한테 무슨 일이 있었어?’하는 듯 편안한 모습이었고,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배니스터 감독도 추신수와 관련된 얘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이미 오클랜드 3차전을 치르며 언론을 향해 “난 추신수를 믿는다” “지난 일은 다 잊었다”며 선수와의 갈등이 화해로 마무리 됐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바 있다. 추신수 또한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경기를 하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는 말로 그 일에 대해 언급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그렇다면 폭스 스포츠에서 텍사스 레인저스 중계를 전담하고 있는 캐스터 스티브 버즈비와 해설자 톰 그리브는 이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경기 중계를 맡다 보니 그들은 구단 관계자들은 물론 선수들, 코칭스태프와의 친분이 두텁다. 제프 배니스터 감독과도 경기 전 개별 만남을 갖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편이다. 지난 시즌 레인저스를 취재했을 때 기자와의 인터뷰에 응했던 그들은 1년여만의 재회에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우리 얼굴이 여전히 한국 방송에도 잘 나가고 있느냐”는 농담으로 웃음꽃을 피우게 했다. 팀과 관련된 질문에는 자신있는 대답을, 감독과 선수 사이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선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나타낸 두 사람이다.

(스티브 버즈비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투수로 1973년 노히트노런 기록, 1974년 올스타에 선발되기도 했지만 부상으로 은퇴 후 곧장 방송에 진출했다. 해설자 톰 그리브는 워싱턴 세나터스, 텍사스 레인저스, 뉴욕 메츠,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외야수로 활약한 바 있다.)

첫 번째 질문은 5월 이후 제대로 일어선 레인저스의 상승세 요인이다. 4월과 5월, 그리고 6월 지금까지, 그 차이가 무엇이었다고 보나.

톰 그리브: 4월에 성적이 좋지 못했던 것은 주축 선수들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들이 상승세를 타면서 팀도 탄력을 받고 연승 행진을 벌이는 등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요즘 레인저스는 지고 있어도 역전승을 거둘 것 같고, 역전승을 기대할 수 있는 팀이 됐다. 아주 멋진 일이다.

스티브 버즈비: 4월에는 타선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면서 투수들이 부담을 가진 반면, 5월에는 공격이 살아나면서 마운드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그런 부분이 레인저스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상승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불안 요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톰 그리브: 어느 팀이든 완벽할 수 없다. 각 팀마다 고민을 안고 있고,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5월 성적은 정말 뛰어났다. 그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굳이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수비이다. 아직은 수비에서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띈다.

스티브 버즈비: 꾸준함이 필요하다. 레인저스가 잘하는 것들을 꾸준히 보여주면서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다. 그 반대의 상황이 되면 성적은 다시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선발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간 후 불펜에서 그걸 막아내지 못하면 이기기 힘들다. 그렇다고 선발이 완투나 완봉을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불펜 문제는 구단에서 어떤 형태로든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치치 곤잘레스, 델리노 드실즈, 조이 갈로 등 올시즌 유독 유망주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톰 그리브: 리드오프로 나서고 있는 드실즈가 지금의 기회를 얻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빅리그에 올라와 잘 살아 남았다. 무엇보다 리드오프로서의 그는 훌륭한 자질을 갖춘 선수이다. 그가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싶다. 조이 갈로는 벨트레의 부상으로 인해 빅리그에 데뷔했다. 벨트레가 돌아온다면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야 하겠지만 어린 유망주들이 기회를 얻어 빅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내려간다면 또 다른 기회를 통해 빅리그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유망주들이 존재한다는 건 레인저스 팬의 한 사람으로서 흐뭇할 따름이다. 이 팀의 미래를 보는 듯 하기 때문이다.

스티브 버즈비: 이 세 선수들도 잘하지만 레인저스의 마이너리그에는 풍부한 자원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지금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유망주들이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러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야구하는데 엄청난 경험으로 작용할 것이다.

올시즌 처음으로 감독을 맡고 있는 제프 배니스터의 지도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톰 그리브: 잘하고 있다. 기본이 잘 되어 있는 감독 같다. 피츠버그에서만 선수, 코치 생활 포함해서 29년을 보내고 레인저스로 왔다. 그에게 분명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다. 선수들, 팬들도 그를 아주 좋아한다. 옆에서 봐도 준비를 열심히 하는 감독 같다.

스티브 버즈비: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에서부터 4월까지는 신임 감독과 선수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뭔가 불편한 부분들이 좋지 않은 성적으로 나타났지만, 얼마 안가 서로에게 익숙해졌고, 감독과 선수들이 안정되면서 성적도 상승했다.

혹시 신임 감독이라 우려했던 부분이 있었나.

스티브 버즈비: 제프 배니스터는 리더십도 강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팀이 4월에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만에 상승세를 타는 걸 보면 잘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톰 그리브: 처음부터 우려나 걱정은 없었다.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데 대해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건 옳지 못하다. 그런 상황은 감독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자신이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즌 초 라인업의 변동 폭이 컸다.

스티브 버즈비: 감독이 보고 느낀 대로 라인업을 구성했을 것이다. 누가 옆에서 어떤 얘기를 해줘도 감독이 직접 보는 시각은 다르다. 그래서 자주 바뀌었던 것으로 안다.

톰 그리브: 경기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감독은 항상 고민한다. 어느 선수들이 어느 포지션에 있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 활약을 기대하며 라인업을 짠다. 어떤 라인업이 팀에 가장 좋은 영향을 미칠 지도. 예를 들면 리드오프로 어떤 선수가 좋을 지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이다.

1번 드실즈, 2번 추신수의 테이블 세터 구성은 어떤가.

톰 그리브: 성공적이다. 기가 막힌 조합 아닌가. 5월에 레인저스의 성적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테이블세터의 활약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추신수도 2번 자리를 좋아하고 만족하는 것 같다. 드실즈는 아직 어리지만 스피드가 좋고, 온 베이스 확률도 좋기 때문에 둘이 아주 훌륭한 테이블 세터를 형성하고 있다.

스티브 버즈비: 문제가 없으면 굳이 고칠 필요가 없다. 5월의 성적을 보면 둘의 조합이 이상적인 것만은 확실하다. 

배니스터 감독은 종종 경기 후반에 추신수를 빼고 스몰린스키를 교체 멤버로 투입시켰다. 벤치 멤버들을 오랫동안 쉬게 할 수 없다며 시즌 초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기도 했다.

톰 그리브: 추신수는 어디를 넣어도 잘 치는 선수이다. 그만큼 좋은 선수라는 말이다. 온 베이스 확률이 높은 선수이지만 힘도 좋아서 직접 점수를 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스몰린스키 부분은 감독의 생각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추신수가 지난 시즌 부상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휴식 차원에서 교체했으리라 본다.

스티브 버즈비: 후반에 교체한 적도 있었고, 아예 라인업에서 뺀 적도 있었는데, 당시 추신수가 약간의 슬럼프를 겪고 있는 터라 그에게 휴식을 주려 했던 감독의 배려라고 이해하는 게 맞다.

톰 그리브: 추신수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다. 다른 팀들도 선수가 부진하면 시간과 휴식을 주며 다시 복귀 시키는 경우가 많다.

오클랜드 2차전에서 벌어진 8회 송구에 대한 강도 높은 감독의 비난에 마음이 상했던 추신수. ⓒ gettyimages/멀티비츠

지난 오클랜드와의 원정 2차전에서 추신수의 3루 송구에 대해 제프 배니스터 감독이 공개적으로 선수를 비난했다. 무엇보다 경기 직후 더그아웃 앞에 세워 놓고 질타한 데 대해 여론이 뜨거웠다.

톰 그리브: 시즌 중에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감독과 선수가 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었다고 봤다. 경기를 치르다보면 한 장면을 놓고 감독과 선수의 시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런 점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다. 프로답게 다음날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쌓인 감정을 푼 것으로 안다.

메이저리그 11년차의 베테랑 선수를 세워 놓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3루에 송구했느냐”라며 어린 아이에게 질책하듯이 묻는 건 심한 행동 아닌가.

스티브 버즈비: (웃으면서)난 그에 대해 노코멘트하겠다.

톰 그리브: 언론은 무조건 주어진 정보에 대해 쓰는 편이다. 그 일에 대해 기사를 쓴 기자도 있고, 안 쓴 기자들도 있다. 그만큼 대단한 일이 아닌 것이다.

한국 팬들 중에는 만약 그 대상이 프린스 필더나 애드리안 벨트레였다면 감독이 그렇게 공개적으로 비난을 했겠느냐고 기사에 댓글을 달기도 했다.

톰 그리브: 그런 시각으로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지난 일이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서로 손해다. 팀을 위해선 냉정함을 잃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스티브 버즈비: 미국 기자들 사이에서도 그 일에 대한 시각과 의견이 분분했다. 동양 선수라서, 필더, 벨트레보다 네임 밸류가 떨어져서 감독이 그런 행동을 했다고 보진 않는다. 이미 지난 일이고, 계속 거론해봤자 팀에 도움이 안 된다. 

알겠다. 그에 대한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 레인저스의 상승세로 인해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이 부풀고 있다.

톰 그리브: 아직 많은 게임이 남아 있다. 아시다시피 각 지구마다 한두 게임 차이를 이루며 혼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레인저스는 6월이 지나면 부상자들이 돌아오면서 더욱 막강해질 것이다. 선수들 부상이 없다면 가능한 시나리오인데, 벌써부터 가을야구를 운운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스티브 버즈비: 상상은 자유이다(웃음). 방송에서 말하지 않지만, 개인적인 기대가 크다. 아마 선수들도 그에 대해선 같은 생각일 것이다.

먼 길을 돌아 온 조시 해밀턴의 복귀가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톰 그리브: 화려하고 강한 복귀전을 치렀듯이 그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그러나 나이가 좀 있는 만큼 건강을 먼저 챙기는 게 중요하다. 부상만 조심하면 친정팀에서 멋진 활약을 펼칠 것으로 믿는다.

지난해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중계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 올해는 어떤가?

스티브 버즈비: 정말 즐겁다. 우리뿐만 아니라 선수들, 중계 카메라맨, 관중들, 매점 상인들, 보안요원, 구장 관리원까지 모두가 즐거워한다. 경기를 이기면 사람들 표정에서 미소가 묻어난다. 그런 느낌을 지속하고 싶어 야구장으로 출근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톰 그리브: 선수들이 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1점차 승부를 즐길 만큼 레인저스의 팀워크가 단단하다. 오늘 경기도 분명 이길 것이다. 처음엔 지더라도 마지막엔 승리한다.

인터뷰를 진행한 13일, 텍사스 레인저스는 미네소타 트윈스를 맞아 1-0으로 뒤지다 2-1로 역전했고, 2-2 동점을 맞이하는가 싶더니 8회말 4점을 더해 6-2 승리를 거뒀다. 14일 트윈스와의 2차전에서도 1-0으로 앞서다 3회초 1-3으로 역전이 됐고, 3회말 3-3 동점을 이룬 후에는 4회와 5회에 8점을 보태 9회초 4점을 더한 트윈스를 상대로 11-7 승리를 거뒀다.

팀의 연승으로 분위가 후끈 달아오른 레인저스는 아메리칸 서부지구 1위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1.5게임차로 바짝 쫓고 있다. 팀 연승과 함께 배니스터 감독과 추신수의 갈등도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다. 추신수도 14일 트윈스전에서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기록하며 모처럼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결과가 좋으면 모든 건 묻히고 잊힌다. 그러나 서로의 가슴에 남은 앙금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건 감독과 선수는 ‘원팀’이란 사실이다.

선수 시절 수차례의 수술과 재활을 이겨냈던 배니스터 감독. 오랜 코치 생활을 청산하고 레인저스에서 새로운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추신수에 대한 공개 비난으로 여론의 관심을 이끌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쩡이]

참 교묘하게 피해들 가시고
대단해용ㅋㅋ

[소울메이트 이진우]

저렇게 말하는게 정답이죠. 베니스터 감독처럼 공개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