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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수리산 산행후기
일시: 2022. 10. 16
참석: 88명 (25회 7명)
산행: 11 Km
철쭉동산 광장에서 만난 정겨운 얼굴들
총동산악회에서 처음으로 우리동네 산본의 뒷산 수리산을 찾아왔으니,
허리수술로 2년 가까이 빠졌어도 낮은 능선길만 잠깐 돌고 올 요량으로 복대차고 나섰다.
13단지 집앞에서 마을버스 타고 산본역을 돌아 8단지 철쭉동산 입구까지 20분,
길 건너 언덕배기 넓은 길 따라 철쭉동산 광장으로 향했다.
흐린 하늘과 이파리 떨군 앙상한 나무들이 한껏 음산한 초가을의 분위기를 잡아도
아직 푸르른 수많은 철쭉들과 소나무들은 싱그런 아침 향기를 엄청나게 내뿜고 있었다.
광장 높은 나무계단에는 일찍 전철을 타고 산행을 위해 달려온 동문들이 앉아있었다.
산행 출발시간이 다가올수록 많은 동문들이 모여들고 이른 술판도 벌어졌다.
오랜만에 보는 동문들이라 무척 반가웠지만 그 잠깐의 사이에도 세월이 흔적을 남겼다.
확실히 늙어서 가는 세월은 엄청 빠르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산본의 명소, 철쭉동산
수리산 작은 줄기 산자락 끝, 경사진 비탈에 1998년부터 조성한 철쭉동산,
22만본의 영산홍, 자산홍, 홍철쭉, 황철쭉이 온 동산에 피어나면 정말 황홀하다.
철쭉동산은 수리산 태을봉, 천년고찰 수리사, 반월호수 저녁노을, 덕고개 당숲,
벚꽃길, 수리산 범바위, 산본 중심가 야경과 함께 군포 8경중 하나이다.
가을빛이 스며든 초록의 철쭉동산, 화려한 꽃은 없어도 초록물결이 은은하게 멋있다.
연홍색 꽃들만 생각했던 철쭉동산의 반전, 가을 초록, 그 아름다움의 재발견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수리산 산행은 철쭉의 계절, 봄날의 산행이 최고이다.
연홍빛 철쭉의 바다, 그 속을 따사한 봄 햇살 받으며 연인과 함께 걷는 다면
철쭉의 꽃말 그대로 ‘사랑의 기쁨, 사랑의 즐거움’을 저절로 만끽하게 된다.
그래서, 철쭉 꽃비가 내리면 산본 가는 전철을 타고 옛사랑의 추억을 찾아온다고 한다.
군포 철쭉축제일까지 겹치면 발디딜 틈도 없는 사람들에 치여 철쭉 구경하기도 힘들다.
불행하게도 코로나 때문에 최근 3년간은 봄의 철쭉축제를 볼 수가 없었다.
동네 뒷산, 수리산의 낮은 능선길 걷기
10월 16일이라 10시 16분에 단체사진 찍고, 구호 외치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보성 녹차밭 보다 더 빽빽하게 밀집된 철쭉 사이로 능선까지 길게 나 있는 산책로,
그 산책로 계단을 따라 능선 삼거리까지 줄지어 올라갔다.
능선 왼쪽 아래는 중앙 전망대, 자산홍 전망대, 오른쪽 아래는 산철쭉 전망대가 있다.
철쭉이 필 때면 3개의 전망대는 항상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오늘은 사람 하나 없다.
삼거리 쉼터에서 커피를 마시며 회장단과 미팅으로 뒤쳐져 오는 일승이를 기다렸다.
나는 허리 때문에 뒤처질까 봐, 중앙 능선길로 무성봉을 향해 천천히 먼저 출발하였다.
더 천천히 걸어가는 20회 선배들을 앞서니 곧 무성봉과 초막골생태공원 갈림길이다.
앞섰던 부부는 오른쪽 초막골 생태공원으로 빠지고, 나는 왼쪽 무성봉 길로 나아갔다.
초막골 생태공원에는 맹꽁이연못, 옹기가마터, 인공폭포, 생태학습장, 캠핑장 등이 있다.
애들이 있는 가족들이 구경하며 공부하며 하루를 보내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다.
평지 같은 넓은 능선길, 한동안은 산행꾼도 보이지 않고 혼자라 너무도 호젓했다.
느릿느릿 게으름을 피우며 좌우 길가의 나무들을 구경하며 아주 천천히 걸었다.
일찍 노랗게 또는 갈색으로 물든 이파리들의 위아래 수많은 푸른 잎들도
태풍 휘몰아치던 한여름을 지나며 그 힘을 다했는지 이제는 생동감을 잃은 채 매달려 있다.
마음은 아직 초록 이파리 같은데 그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고 비틀대는 내 몸 같이 ---
능내정에서의 기다림
“어디야? 우린 초막골 생태공원으로 빠진다! 능내정에서 봐!”
동기들이 뒤따라오길 바라며 천천히 홀로 걷는 도중 갑자기 성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계속 홀로 걸으며 초막골로 이어지는 또다른 사거리 갈림길에서 잠시 쉬었다가
먼저 온 후배들 앞서 보내고 능내정으로 이어진 아주 완만한 능선길을 천천히 올라갔다.
바람이 없고 흐리지만 산행하기 딱 좋은 선선한 날씨라 땀도 나지 않는다.
능내정이 가까운 길가, 군데군데 보라색 꽃향유 무리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산본역에서 감투봉을 거쳐 오는 사람들과 만나는 능내정이라 쉼터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맨발의 산아줌마들과 아저씨만 있는 능내정 안으로 올라가 동기들 오길 기다렸다.
36회 후배들은 잠시 들렸다가 앞서 가고, 30회 후배들은 능내정에 올라 막걸리를 마셨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과 안주를 얻어 먹고, 성수에게 전화를 거니,
초막골 생태공원에서 영숙이가 담가준 막걸리를 다 마시고 오느라 출발이 늦었단다.
여기저기 막걸리 잔치다! 뭐니해도 산에서는 막걸리가 제격이다!
30회 막걸리가 다 떨어져 갈 즈음 25회 동기들이 올라왔다.
막걸리 좋아하는 장용이는 30회가 주는 마지막 막걸리 한잔을 시원하게 비워냈다.
무성봉 거쳐 임도오거리
30회 후배들과 한 무리되어 무성봉으로 향하니 능선길이 한동안 시끌벅적하였다.
30회 영근이 삶은 돼지고기 10키로를 배낭에 넣어왔지만 칼을 안가지고 와 큰 낭패,
칼을 사러 뒤돌아 내려간 대진이에게 전화를 걸며 빨리오라는 승호의 재촉도 한목소리 거든다.
설상가상으로 경미가 준비한 굴김치 겉절이도 대진이 가방 속에 있으니,
일찍 도착해도 ‘앙꼬 없는 찐빵 신세’라 빨리 뒤따라오길 바라며 천천히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느릿느릿 무성봉에 올랐어도 대진이 이제 산밑이라니 차라리 중앙도서관에 주차하고
거꾸로 올라 임도오거리에서 만나는 것이 빠르기에 사진 몇 장 찍고 임도오거리로 향했다.
무성봉은 258미터로 낮은 산이지만 한남정맥의 길목이다.
감투봉, 무성봉, 슬기봉으로 이어지는 군포구간은 속리산에서 시작하여 안성 칠현산을 거쳐
김포 문수산까지 이어지는 한남정맥의 일부분이다.
무성봉에서 임도오거리 가는 길은 긴 내리막으로 넓고 편안한 길이다.
30회 후배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니 임도오거리까지도 잠깐이다.
임도오거리에서 점심식사
일찍 도착한 36회 후배들은 하늘정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늘정 정자도 이미 만원, 다행이도 약간 위쪽 수리사 가는 임도길 왼쪽 데크에는 자리가 있었다.
대진이가 중앙도서관에서 임도오거리로 쏜살같이 올라오자 돼지고기 썰며 바로 식사를 하였다.
30회 후배들과 21회 애수누님이 한 무리, 25회가 또다른 한 무리,
30회가 짊어지고 올라온 돼지고기와 굴김치를 안주삼아 오미자주, 고량주도 한잔 걸쳤다.
식사를 마칠 무렵, 갑자기 군포 의용소방대가 데크 앞에 차를 세우고
산행중 심정지 흉부압박 응급처치 교육과 시범을 보여야 하니 30회 식사자리를 비워 달랜다.
자리를 옮기고 식사를 마치고 청소를 한 후, 30회 한 명이 교육에 참여했다.
잠시 교육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일상생활이나 산행에도 꼭 필요한 교육이란 것을 알았다.
25회는 수리산 둘레길을 걸으려 먼저 출발을 하였다.
수리산 둘레길 수리사 가는 풍경소리길
예전에 걸었던 덕고개 당숲을 지나는 구름산책길을 걸을까? 건너편 바람고개길을 걸을까?
임도오거리 등산 안내판 앞에서 한참을 설왕설래하다가 처음 가보는 바람고개길로 향했다.
출발전에 25회에서 예전에 갔었던 반월저수지옆 한길가든에 한방오리백숙을 예약했다.
임도오거리에서 수리사 입구까지는 굽이굽이 풍경소리길을 따라 걸어갔다.
예전엔 전부 흙길, 자갈길이었는데 지금은 많은 부분이 시멘트 포장길로 변했다.
수리산 임도는 수도권 산악자전거 매니아들의 명소라 그런지 '자전거 천천히' 안내 광고가
곳곳에 걸려있고, 걸어 내려가는 동안에도 오르내리는 많은 산악 자전거를 만날 수 있었다.
초가을 향기 맡으며 걸어 내려가다 어느 순간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외곽 순환고속도로 터널과 다른 수원으로 향하는 또다른 고속도로의 수리산 터널이다.
쉼터에서 자동차 소리 들으며 쉬는 동안 갑자기 환경단체들의 극심했던 반대가 생각났다.
이제와서 보면 수리산 환경파괴라는 구실로 반대만을 위한 허망한 투쟁이었던 것 같다.
다시 출발하여 시멘트길을 다 내려가니 수리사입구 사거리가 나왔다.
우측 계곡을 끼고 이어진 데크길을 지나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 천년고찰 수리사가 나온다.
아람들이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전망이 멋진 군포의 명소 8경중 하나이다.
수리산 둘레길 바람고개길
수리사 입구 사거리에서 둔대로 주차장을 향해 직진하면 바로 바람고개길이다.
오래전 처음 찾아왔을 땐 온통 자갈 흙길이었는데 시멘트 포장이 되어있다.
시멘트길을 오르면 바로 내리막길이다.
길가에 외로운 구절초를 보다가 뒤돌아보니 저 멀리 수리산 슬기봉이 눈에 들어왔다.
곧이어 삼거리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올라 울창한 잣나무숲을 왼쪽으로 돌아 돌무더기 지나면
바로 흙길이 시작되고 쉼터가 있어 잣나무숲 피톤치드 맡으며 한참을 쉬었다.
또다른 잣나무숲을 지나자 속달동 마을회관, 장상저수지 갈림길이 나오고,
한참을 오르다 보면 바람고개길에서 유일하고 수량이 풍부한 약수터가 나타난다.
목마름을 시원한 약수로 해결하고 초가을의 분위기 풍기는 둘레길을 다시 걸어갔다.
그냥 걷기만 하기에는 너무 아깝기만 한 것 같아 또다시 쉼터가 나오자 또 쉬었다.
쉬면서 보니, 억새 너머로 이름 모를 봉우리는 서서히 가을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분위기, 경치가 정말 좋다!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네!"
이곳이 처음인 동기들은 쉬면서도 또다시 걸으면서도 연신 감탄 또 감탄을 하였다.
자연은 우리가 보든 안 보든 항상 이런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으며, 생기있게 변화한다.
사람들이 그걸 알게 되면 외로움이나 고립감은 사라져 혼자서도 산속에 살 수 있는 것이다.
바람고개길은 수리산 둘레길 중 가장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인적 드물고 한적해서 더 좋다.
숲도 깊고, 녹음도 짙으니 2-3주 뒤의 단풍 또한 멋지리라 생각한다.
바람고개 위 바람개비 정자는 그냥 지나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정자에서 쉬었다 가면 좋으련만 사람은 있고 바람은 없어 통과했다.
바람개비 정자부터는 긴 내리막이다.
맞은편에서 걸어 올라오는 사람들, 산악자전거 탄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며 지나간다.
임도의 끝자락 마지막 쉼터에서 또다시 쉬었다가 둔내로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둔내로 주차장까지 좁은 길은 가을빛이 완연했다.
둔내로 주차장에서 한길가든 가는 길
익숙한 길가에서 보니, 예전 에덴기도원이 있던 자리에 둔내로 주차장이 들어섰다.
화장실도 있어 등산객들이나 산악자전거 매니아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편한 곳이 되었다.
반월저수지 한길가든 가는 길은 마치 시골길을 걷는 것 같다.
좌우로 벼 익어가는 논과 조경수와 포도나무 농장이 있고, 비닐하우스도 즐비하다.
오가는 자동차들 때문에 일렬로 시멘트 포장도로 따라 걸어가려니 힘들기만 하다.
번잡을 피해 막힌 줄 모르고 개울 따라 비포장 도로로 들어섰다가 한참을 헤매고 나왔다.
조경수 농장 지나 개가 짖어 대는 비닐하우스촌을 가로질러 다시 포장도로로 나와서
다리를 건너고, 고속도로 밑을 지나 반월저수지 한길가든에 도착하였다.
한길가든 한방오리백숙
반월저수지 동네에서는
오리백숙, 오리불고기, 한우고기, 한정식 등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25회 산악회에서 몇 번 왔었던 내 친구 동생이 하는 한길가든으로 들어 갔다.
병애는 일이 있다고 먼저 가고, 남은 사람들은 예약해서 미리 준비한 한방오리백숙을
취향대로 소주, 맥주, 막걸리 곁들이며 맛있게 먹었다.
고맙게도 멀리서 동네 뒷산인 수리산에 찾아왔다고 성수가 계산을 하였다.
친구 제수가 대야미역까지 직접 차를 태워줘 일찍 집으로 갔다.
임도오거리까지 낮은 수리산 능선길만 잠깐 돌고 올 생각이었는데
오래간만의 동문, 동기들과 산행이다 보니 힘이 났는지, 능선길은 물론이고,
둘레길인 풍경소리길과 바람고개길, 그리고 반월 저수지까지 10 Km를 넘게 걸었다.
허리와 다리가 뻐근하였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강원도 산길처럼 인적 드문 한적한 숲과 시골 마을길과 같은 분위기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 수리산 서쪽 뒷자락 바람고개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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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풍경이 느껴지는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이제야 늦게 댓글 올리네. 김주목 후배님의 산행기는 사진과 곁들여서 내가 직접산행하듯 실감이나고 구수한 느낌이나네. 허리를 수술했다고 했는데 허리디스크 였었나보네. 나도 지난해 방광암 수술로 허리에 힘이 빠지니 영 걸음걷기가 힘들어 산행에 참석을 못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