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의 광고 문화 - 디자인 경영
영원한 인간사랑 ・ 2024. 1. 26.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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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시대의 광고 문화
디자인 경영
디자인 경영은 상품, 서비스, 조직에 디자인의 개념을 구체화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지식 경영 방안이다. 디자인 경영은 상품 미학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행위이므로, 시작하는 순간 모든 영역에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전의 마케팅 패러다임이 가격 대비 성능이었다면 앞으로는 ‘가격 대비 디자인’이다. 앞으로 디자인 경영은 모두의 디자인, 지속 가능한 디자인, 확장된 패밀리룩 디자인을 지향해야 한다.
디자인 경영의 해외 사례
디자인 경영(Design Management)이라는 용어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경영학 용어의 하나가 되었다. 디자인 경영은 상품, 서비스, 조직에 디자인의 개념을 구체화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식 경영의 대표적인 방안이다(김병희, 2008; Ahire & Dreyfus, 2000). 기업의 각 부문에 디자인 개념을 적용하여 통합한다는 점에서, 이는 현대 마케팅에서 말하는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1920년대에 독일의 AEG에서 디자인 경영을 처음으로 시도한 이후 이 개념은 1940년대 이탈리아의 올리베티를 거쳐, 최근에는 세계적 기업들의 핵심 경영전략으로 채택되었다.
다국적 기업 필립스는 기업 경영에서 디자인을 중시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보고 일찍부터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 밖의 기업들도 고객과 기업이 좀 더 친근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안으로 디자인 경영을 생각해 왔지만, 필립스는 ‘하이 디자인(high design)’이라는 디자인 경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하이 디자인에서는 기술적 성과에 인문학적 성과를 접목함으로써 상품의 인간화를 지향한다.
필립스의 디자인 경영은 개념적으로만 제시되지 않고 상품의 제조 단계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고려됨으로써 폭발적인 소비자 반응을 유도했으며 디자인 경영의 성공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었다. 그 후 필립스는 포위하는 지성(ambient intelligence)이라는 맥락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강조하며,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면서도 인간 중심의 디자인이라는 비전으로 채택했다. 복합형 상품이 늘어나고 통합형 생활공간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증가하면서 필립스의 디자인 경영은 지속 가능한 경영전략 모델로 각광받았다.
폐쇄 위기에 몰렸다가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탈바꿈한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의 기적 같은 변화와 혁신의 이면에도 디자인 경영이 뒷받침되었다(이병욱, 2008). 1967년, 일본 홋카이도(北海島)의 아사히가와(旭川)시에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개원한 이후 관람객 수가 점점 줄어들어 30년 만에 폐원 직전으로 내몰렸다. 겨울철이면 영하 25°C까지 떨어지는 혹한 지역에 관광객이 몰려들기에는 처음부터 어려운 입지 조건이었다.
이에 따라 동물원장 고스케 마사오(小菅正夫)를 중심으로 디자인 역량, 조직 문화,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갖춘 창조적인 디자인 경영을 시도했다. 어떤 일에서 ‘업(業)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현실에 알맞게 적용하는 것이 성공의 요체인데, 이는 디자인 경영전략의 수립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동물원에서는 어린이와 부모가 그저 구경하는 곳으로 인식되던 공간을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그 안에서 놀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경험 가치(value of experience)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인식의 전환을 시도했다. 동물원 측은 동물들의 야생 본능을 찾아 줌으로써 폐원 위기에 놓인 동물원을 되살릴 수 있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동물원 회생의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이 동물원의 성공 요인은 일곱 가지로 꼽히고 있다. 안정적인 지배 구조, 학습 조직, 행동 전시 디자인, 핵심 역량 집중, 고객 중시 문화, 자율적인 혁신, 우호적인 외곽 지원 기관과 유대 강화가 그것들이다(이병욱, 2008). 마찬가지로 디자인 경영을 시작하는 순간, 특정 영역만을 강조하기보다 전 영역에 걸쳐 통합적 관점에서 혁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모든 영역에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사례는 외형적 성장과 규모의 확장만을 강조하는 근시안적 기업들에 디자인 경영의 진정한 가치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디자인 경영의 국내 사례
국내에서도 디자인 경영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경영 혁신을 이룩한 사례들이 계속 축적되고 있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상품의 기능은 기본이고 ‘보기에 좋은(Looks Good)’ 디자인을 구현한 상품을 갖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자인 경영의 선두 주자인데, 두 기업은 디자인 경영에서도 경쟁을 계속해 왔다. 삼성전자의 디자인 경영은 1996년을 ‘디자인 혁명의 해’로 선포한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1997년에 아시아 기업 최초로 미국 IDEA 금상을 받았고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디자인 우수 기업 2위에 올랐으며 현재 디자인 분야에서도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가전 업계 최초로 산업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한 LG전자는 일찍이 디자인센터와 디자인종합연구소를 설립했으며, 1990년대 초반부터 디자인을 통한 기업 경영을 시도했다. LG전자는 ‘디지털 LG’라는 기업 비전을 실천할 핵심 역량 중 하나를 디자인 부문으로 지정하고, 상품 개발 이후부터 시작되는 디자인이 아닌 상품 개발 이전부터 선행하는 디자인 개념을 일찌감치 정립했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LG전자는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 아트 디오스 같은 디자인 경영의 성과를 상품으로 선보이면서 디자인 경영의 성공 실적을 늘려 나갔다. LG전자의 디자인 경영 철학은 가전에 예술(art) 개념을 도입한 “생활이 예술이 됩니다”라는 광고 카피에도 반영되었다. 주방의 가전 상품에 순수예술을 접목시킨 아트 디오스 상품군에서도 디자인 경영의 노력이 발휘되었다. 아트 디오스의 첫 제품인 ‘모던 플라워’에는 “꽃의 화가”로 불리는 하상림 화가의 작품이 냉장고 전면에 활용되었다(김병희, 2008).
기업에서는 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일까? 이제는 유사 상품 간에 기능 차이가 사실상 거의 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상품이라면 공간 연출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한 번 구입해 10년 정도 쓰는 주방 가전에 봐도 봐도 싫증나지 않는 예술적 스타일을 반영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주거 환경이 고급화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가전 상품도 기능만 강조하기보다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은’ 예술 작품(갤러리 키친)이 될 필요가 있다. 볼프강 F. 하우크(Wolfgang F. Haug)는 일찍이 ‘상품 미학’이라는 개념으로 상품과 예술의 접목을 설명했는데(하우크, 1991),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 시도하는 디자인 경영은 상품 미학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행위다.
그동안의 노력을 바탕으로 LG전자는 독일의 국제디자인포럼(International Forum Design) 등 여러 디자인 공모전에서 뷰티폰, 비너스폰, LCD TV, 모니터, 슬림PC 같은 여러 상품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예컨대 뷰티폰(KU990)의 디자인 스타일은 이전의 개념을 뛰어넘었다. 손에 쥐었을 때 더 편안하도록 라인을 부드럽게 설계한 것이다.
디자인 경영은 사기업에 비해 혁신의 수용 과정이 비교적 더딘 공기업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이미지를 상상해 보라. 2002년 말 한국담배인삼공사는 민영화 시점에서 전국적인 금연 열풍에 따라 기업 이미지가 심각하게 추락했고 각종 담배 관련 소송에 휘말렸다. 동시에 홍삼 산업의 분리와 공기업 구조 조정까지 진행됨으로써 위기의식이 한층 고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타파하고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는데,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담배인삼공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업의 이름을 KT&G로 바꾸는 것이었다. KT&G는 기업 이름의 의미를 정확히 소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했는데, 이를 추진할 핵심 전략이 디자인 경영이었다.
경영진은 브랜드 및 마케팅 관련 전문가를 영입해 브랜드 관리 전담팀을 구성하고 변신을 위한 체제 정비를 단행했다. 이들이 중심이 되어 전사적으로 브랜드 관리 교육을 실시했으며, 이와 동시에 ‘상상예찬’이라는 주제의 기업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했다. 광고 소재도 담배나 인삼과는 전혀 무관한 특이한 소재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달걀, 잉크, 마술, 영화, 사랑, 음악 같은 것들이다. 또한 조직 내부의 모든 구성원이 상상예찬 캠페인을 일상 업무에서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기업 이미지와 일상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KT&G는 젊고 현대적인 기업 이미지로 탈바꿈했으며 KT&G(Korea Tomorrow & Global)이라는 기업 이름의 의미를 점차 사회 전반에 확산했다. 궤도 수정을 바탕으로 KT&G는 2002년 이후 사상 최대의 경영 성과를 올렸으며, 2002년부터 3년 연속으로 지배 구조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KT&G의 이러한 성과는 공기업에서 예전에 없었던 놀랍고도 파격적인 변화이므로, 디자인 경영으로 기업의 구조를 개선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 경영의 지향점
이상에서 디자인 경영으로 성공한 사례들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디자인 경영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앞으로 디자인 경영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Klocker, Gibson, & Borger, 2012).
첫째, 모두의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으로, 누구나 쉽고 편하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이러한 개념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함으로써 누구나 가치 있는 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예를 들어, 일본 도시바에서 신체 활동 능력이 떨어진 노인들도 버튼 하나로 손쉽게 냉장고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버튼형 냉장고를 개발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 지속 가능한 디자인(sustainable design)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으로, 지구환경 문제를 생각해 지속적으로 활용 가능한 디자인을 모색하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는 환경 친화적이지 않거나 자원 활용의 효율성이 낮은 상품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앞으로 디자인 경영에서는 생활, 농업, 주거, 인구, 교육 등 삶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 확장된 패밀리룩 디자인(extended family-look design)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으로, 유사한 디자인 콘셉트를 공유하여 유사 기업이나 동일 브랜드 간에 가족 같은 느낌을 주는 디자인을 모색해야 한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상품과 공간 그리고 생활의 통합을 선호하는데 이와 같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는 전자, 건설, 인테리어 등 다양한 영역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기능적 통합과 시각적 통일성이 구현되어야 한다.
일찍이 일본 혼다의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郎) 회장은 디자인을 “눈으로 즐기는 교향곡”이라고 했으며, 우리 선조들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同價紅裳)”라는 속담을 남겼다. 이런 금언들은 디자인 경영의 핵심 가치를 정확히 나타내고 있는데, 21세기 지식 기반의 경제 환경에서도 금과옥조로 쓰일 것이다. 이전의 패러다임이 ‘가격 대비 성능’이었다면 앞으로의 패러다임은 ‘가격 대비 디자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디자인 경영의 성공 사례가 더 많이 축적되어 우리의 생활 속에서 눈으로 즐기는 교향곡이 다홍치마 펄럭이듯 흘러넘치기를 기대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디자인 경영 (스마트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