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1분 전
도박의 원조, 리노(1)...마지막 승부와 행운의 여신 |
삽화: 이기원 작가
(지난호에 이어 계속~)
서부 라스베가스에서 이륙한지 4시간 쯤 되자 해가 뜨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동부와 서부의 시차는 3시간이다.
그러니까 라스베가스에서 밤 11시에 이륙해 4시간을 날고 시차 3시간을 더하면 7시간이 흐른 셈이다. 미 중부는 이미 아침이고, 동부는 오전 10시가 됐다는 뜻이다. 앞으로 6시간은 더 날아야 하니까, 플로리다는 밤 10시에야 당도한다.
미국에서는 경비행기조종을 레저로 삼는 사람이 많아 규제가 그다지 엄격하지 않다.
모 주방은 이제 거꾸로 너무 더워 쪄 죽을 판이다. 태양이 점점 뜨거워지는 루지애나 주 와 미시피피 주, 남동부를 날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제발 엔진이 잘 돌아주기만을 빌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과열돼 털털대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착륙해 엔진을 식힐까도 생각해봤지만, 약속시간이 정해진 터여서 내려갈 수 없었다. 출력을 낮추고, 바람이 불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쌍 엽 날개에 외발 엔진이기에 잠시 끄고 활강을 시도할까도 고려했지만, 엔진을 끄는 건 목숨이 달린 문제라 겁이 났다.
더구나, 보조 연료통 두 개와 큼직한 가방 무게가 더해져 세스나기가 비행하기는 벅찬 것이다.
그럼에도 용케 버텨내서 알라바마 주 동부로 접근했고, 마침내 플로리다 주 경계를 넘었다. 동부시각으로 이미 저녁 9시였고, 30분만 버티면 해안가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시의 불빛은 마치 보석을 깔아놓은 것처럼 반짝 댔다. 마이애미 해변은 밤인데도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혹시, 몰라 대서양 쪽으로 선회해 목표지점에 당도하자 히스페닉이 무전기로 호출했다. 물건을 떨어뜨리라는 것이다. 그는 시키는 대로 세스나기를 50도쯤 기우려 무직한 가방을 바다에 밀어 넣었다. 물론, 구명장치의 끈을 잡아당겨 부풀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히스페닉은 ‘good!’ 이란 짧은 한 마디와 돌아가라는 지시를 덧붙였다.
삽화: 이기원 작가
플로리다에서 돌아온 모 주방은 미국인이 무전기로 설명한 라스베가스 공항 외곽 개인 비행기 전용 활주로에 쌍엽 외발엔진 경비행기를 착륙시키고, 곧장 리노 행 국내선을 탔다. 같은 네바다 주 북서쪽 트러헤메도즈 1200고지에 있는 아주 작은 도시다.
미국인과 히스페닉의 정체를 알 길은 없지만, 그들과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아 라스베가스를 튄 것이다.
리노는 30분 만에 도착했고, 택시를 집어타고 H카지노로 갔다. 고물 경비행기를 몰아준 대가로 받은 2만 달러가 수중에 있었기 때문이다.
리노는 깨끗하고, 조용하다. 라스베가스처럼 노숙자와 창녀들이 들끓지 않는다.
그는 우선 세븐카드에 끼어들었다. 늘 그랬듯, 밑천을 불리기 위한 절차다.
베팅액수도 그다지 크지 않아 신경 좀 쓰면, 판을 휩쓸 수 있다. 물론, 매 판마다 다 따는 것은 아니지만, 바카라보다 승률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예상은 언제나 빗나기 마련이다. 라스베가스는 어설픈 관광객들이 주 고객이지만, 리노는 많이 달라, 대개 겜블러 수준의 손님들이 숱하다.
리노가 라스베가스보다 먼저 생겼고, 정말 도박을 아는 사람만이 찾는다는 걸, 그는 몰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 주방은 초초해졌다.
밑천이 상승세를 탔다가 차즘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계산대로 판을 쓸었다면, 10-20만 달러는 돼야 할 텐데, 도리어 빨려서 1만2천 달러 밖에 안 남았다.
같은 족보를 잡고도 끗수에 밀린 뒤부터 위기감을 느껴 무모한 베팅을 남발했던 것이다.
판돈은 기본이 1달러, 4-5-6구까지 하프고, 7구는 풀이었다.
모두 7명인데, 한 판에 6구까지 약 400달러를 베팅해야 하고, 히든카드를 보려면 모두 700달러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패가 나쁘면 5-6구에 접으면 되는데, 족보를 쥐려면, 모험이 요구되는 터라 대개 6구까지 쫒아가게 된다. 더욱이 트리플이나 투 페어가 떨어지면, 반드시 풀 하우스를 노리게 돼, 히든을 기다리다 망하는 것이다.
그나마 운 좋게, 투 페어와 트리플로 작은 판을 서너 번 당겨서 5만2천 달러다.
대여섯 판 쉬었다, 겨우 풀 하우스를 잡아 풀 베팅을 하고, 오픈 했는데 끝까지 남은 상대가 에이스 풀이었던 것이다. 또 절반이 날아갔다.
삽화: 이기원 작가
세븐카드는 1판을 진행하는데, 보통 20-30분 씩 잡아먹어, 20여 판 만에 새벽으로 접어들었다.
게임은 과열로 치 닫았다. 석 장을 받은 뒤 딜러가 4-5-6-7구까지 오픈 할 때 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판이 바뀌어 모 주방은 다른 상대들 표정까지 읽어가며, 신중을 기했는데, 모두 히든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판돈이 5천 달러를 넘었다.
그는 이빨 빠진 스트레이트 플로쉬를 쥐고 있었던 것이다. 딜러의 마지막 카드가 오픈 되기를 학수고대했는데, 자신도 깜짝 놀랐다. 스페이드 7, 8, 10, 11에 9가 떨어진 거다. 하늘이 도운 기분이었다.
7구 째 4명이 접고 3명만 남았다.
마지막은 풀 베팅이니까 왼 쪽부터 5천 달러를 밀어 넣었는데, 두 번 째 손님이 되받아쳤다. 판돈은 1만5천 달러가 됐고, 그는 1만5천 달러에 다시, 한 번 더 3만 달러를 되받아쳐야 했지만, 남은 칩이 2만7천 달러 밖에 안됐다. 3천 달러가 부족했던 것이다.
올 인을 선언하자, 다른 두 명이 동의해 그 액수만 넣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딜러가 오픈을 요구하자, 두 명이 같은 풀 하우스였다. 네 번 째 손님이 킹이었고, 일곱 번 째 손님은 텐이었다.
하지만, 모 주방이 패를 까놓자, 딜러가 스트레이트 플로쉬, 위너를 선언했다. 그리곤 판돈을 그에게 밀어주었다.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싶었다. 이 돈마저 털리면 거리귀신이 될 뻔했는데, 마지막 승부에서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지은 거였다.
밑천이 한 순간에 12만 달러로 불었고, 딜러가 카지노 규정대로 땡 값 6만 달러를 여섯 명에게 요구 36만 달러를 더 받았다.
모 주방은 너무 신이 나 실신하기 일보직전이었다. 평생 한 번 잡을까, 말까한 로얄 스트레이트 플로쉬에 버금가는 스트레이트 플로쉬 잡다니 말이다.
그리곤 예의상 두어 판 더 플레이를 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다른 손님들도 아무 소리 안 했다. 자기들도 스트레이트 플로쉬를 잡았다면, 그게 오늘 운의 최고점을 친 거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냉정한 도박판에서는 불평불만이 있을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것이었다.
객실로 올라온 그는 칩을 금고에 넣고,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나왔다.
손목시계는 어느 덧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담배와 커피를 입에 달고 꼬박 밤을 지새웠지만, 긴장이 풀리자 배가 고팠다. 룸 서비스를 시켜 최고급 요리로 허기를 메웠다. 그리곤 샤워를 한 뒤, 잠을 청했다. 바카라 판으로 옮겨가려면, 체력을 비축해 둬야 했다.
VIP룸에 그가 내려간 건 오후 4시다.
리노에 그 동안 한 번도 안 온 건 아니지만, 라스베가스처럼 익숙지는 않다. 바카라 판에서 게임에 몰두하는 멤버들도 그리 자주 봐 온 얼굴들은 아니다.
삽화: 이기원 작가
세계 어느 카지노를 가던 꼭 끼어 있는 인종이 바로 아랍의 석유부호들이다. 버림받은 모래사막에서 석유가 터지는 바람에 달러를 주체하지 못해, 도박판을 유람하는 족속들이다. 대개는 왕족과 인척 지간이거나 부족장의 자제들이다.
중동에선 일 부 다처제로 왕족이나, 부족장은 마누라를 열 명씩 거느리고 있고, 자식들도 수십 명이나 된다. 단지 무슬림의 종교는 90%가 이슬람이지만, 그 속에 종파가 수니와 시아로 나뉘는데, 수니는 원리주의자들이고, 시아는 개혁파로 두 파벌 간에 싸움은 피를 부르기 십상이다. 석유부호들은 대개 수니파여서 점잖다.
그리고 아랍인과 철 천 지 원수로 대치하는 유태인도 자주 부딪친다.
하지만, 아랍인과 유태인은 엄밀히 따지면 형제간이나 마찬가지다. 유태인의 원조는 페르시아와 인도-유럽계 혼혈한 상태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죽기 살기로 맞붙어 살육전을 불사하는 것은, 그저 종교가 다른 탓이긴 해도 그 보다는 팔 라 오 법칙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동해보복을 생명처럼 떠받드는데 기인한다.
중동인 전체 의식기저에 자리 잡은 탈라오 법칙 탓에 수치를 당하거나, 명예를 더럽힌 상대는 반드시 죽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죽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하는 것이 그들의 정서다. 그런 연유로 무슬림가족 중 미혼의 여자가 외간 사내와 잠자리를 한 것이 들키면, 죽임을 면치 못한다. 아랍계 현대 법체계도 그 윤리를 더 우선 시해, 면죄부를 준다.
다른 이유 또한 수니파의 원리주의자와 그리스도교가 예루살렘의 황금사원이 서로 예수무덤이고, 모하메드 무덤이라는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것뿐이다.
유태인은 순수혈통이 없다고 봐야 한다.
강가에서 이집트 파라오 공주가 모세를 주어다 키우지만, 성장한 후 노예로 전락한 같은 종족 유태인들의 학대를 목격 공사장 감독을 살해한 뒤, 중동의 사막으로 피신 유목민 제사장 딸과 결혼한 것이 이스라엘민족 시조이니 말이다. 상당기간 종교적 혜안을 쌓고, 절치부심 이집트로 잠입해 다시 반란획책하다 발각돼, 그를 따르는 유태인 노예들과 함께 홍해를 건너면서 시작된 유랑이 2천년 동안 계속됐고, 중동과 유럽전역을 떠돌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가스실에서 사라진 3백만 명이 순수혈통이라고 본다면, 지금 이스라엘에 영주하는 유태인의 3%만 제 민족 혈통을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거의 혼혈이다.
그래서 유태인은 혈청검사를 통해 이를테면, 러시아계나 폴란드계, 독일계, 영국계, 미국계 따위로 구분해 명명한다. 이유는 유태인들 수가 너무 적고, 모계든, 부계든 어느 한쪽에 유태인 피가 섞여있으면, 유태인권익협의회에 등록을 할 수 있으며, 유대교로 개종한 타 인종에게도 이스라엘 국민 권을 부여한다. 아랍계로부터 모국을 방어하고, 유태인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로비를 행사하려면, 인구수가 많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삽화: 이기원 작가
모 주방은 중남미 손님 곁에서 플레이어 패를 받았다.
최하 1백 달러, 최고 1천 달러다. 바카라 룰은 유럽이나 미주 다 똑같다. 물론, 게임멤버들이 상의해 합의를 보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카드 페어는 7이다. 썩 내키지 않는 숫자지만, 그렇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 스텐드 할 밖에.
모두 네 명이 게임을 하고 있어, 진행은 상당히 빠르다.
딜러는 손님들의 요구를 확인하고, 보너스카드를 돌렸다.
애석하게도 벵커에 8이 떨어졌다. 플레이어에 같이 간 유태계 미국인도 쓴 웃음을 머금었다. 벵커에 베팅한 아랍인과 중남미인 두 명이 1990 달러씩 배당을 받았다.
30분이 지나도 플레이어엔 승률이 저조했다. 그는 조금 초초해했다. 밑천은 39만 달러로 줄었다. 초반에 몇 번 당겨야 버틸 수 있는데, 상대들이 워낙 노련해, 좀처럼 흐름을 돌려놓지 못했다.
패가 다시 날아왔다. 합 1이었다. 낙담하기는 이르지만, 기대할만한 숫자도 아니다. 보너스카드가 말라버리면 끝이니까.
우려는 현실이 되기 싶다. 그건 오랜 도박을 통해 얻는 육감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또 육감은 과히 틀리는 법이 없다. 얄밉도록 말이다.
8+3+1=2가됐다. 망한 거다. 벵커로 옮긴 유태인이 보너스 카드를 원했고, 중남미인과 아랍인도 동의했다. 딜러가 오픈을 하자 합은 4였다. 그래도 세 명 다 1990달러를 배당 받을 수 있다.
모 주방은 담배를 피워 물며, 자기 앞에 쌓인 칩을 헤아려보았다. 35만 달러다.
딜러가 패를 돌리기 전, 잠시 쉬겠다며 일어섰다. 아직 본전을 찾지 못 했지만, 흐름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화장실에 들러서 커피를 빼들고, 다시 돌아왔다.
게임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는데, 아랍인이 또 판돈을 가져갔다. 곁에서 지켜봐도 프로다운 포스가 느껴졌다.
모 주방은 딜러가 열어놓은 카드를 확인했는데, 합이 3이었다. 저절로 욕설이 새어 나왔다.
진짜 어 정 쩡 하네.
바카라 판에서 죽음의 숫자가 바로 3, 4, 5이다. 이 숫자들은 낮은 게, 와야 승산이 있는데, 그럴 경우는 확률이 10%도 안 된다.
도박이란 것이 꼭 확률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건 아니지만, 카드는 그래도 어느 정도 확률이 맞아 떨어진다.
그는 플레이어 보너스 카드를 요구하고, 아예 볼 생각도 안 했다.
1, 2, 3, 4 의 낮은 숫자는 합이 와야 6, 7, 8, 9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5, 6, 7, 8은 합이 0, 1, 2, 3이 되는 터여서 승산이 없다. 함께 배팅한 중남미 인이 보너스 카드를 보고는 웃는다. 합이 9가 된 것이다. 모 주방은 그제야 카드를 확인했다.
오! 예!
자신은 포기하고 있었지만, 스페이드 6이 떨어진 것이다.
8+5+6=9 가 됐다.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벵커에 베팅한 아랍인과 유태계 미국인은 카드를 접었다. 중남미인과 그는 모처럼 2천 달러를 당겼다.
헌데, 시간이 흘러갈수록 머피의 법칙이 또 망령을 부린 것이다. 51:49의 변화무쌍한 조롱 말이다.
플레이어에 8이 오면, 벵커에 9가 떨어지고, 게다가 7:7 타이까지 터져 베팅 액을 고스란히 뜯기기도 했다.
모 주방은 맥이 다 쭉 빠졌다. 더 이상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 설 만큼 심지가 곧지 못했다. 어물어물 딜러에게 패를 받고 있었다.
플레이어 카드 페어는 재수 없게 또 5였다.
내리막이라고 생각했다. 먹었어야 할 패로 못 먹으니, 그렇지 싶었다. 참, 안 된다고 여겨졌다. 이긴다고 생각하면 피해가고, 피해갈 것 같은데, 따라붙어 판돈을 채가니 말이다.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자꾸 종전의 판이 뇌리를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너스 카드가 오픈되자 1이 떨어져 합은 2+3+1=6이 됐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패다.
벵커가 스탠드를 선언한 건 합이 5+2=7이기 때문이었다. 한 끗발로 다시 미끄러졌다.
손목시계는 어느 새 밤 10시를 지나고 있었다. 그렇게 판에 붙잡혀 휘둘리고 있는데, 백인여자가 곁에 와 서는 것이었다.
리노도 VIP룸엔 창녀들 출입을 금하고 있는데, 이 여자는 경호원과 아는 사이인지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꽤 큰 키에 볼륨 있는 몸매를 롱 드레스로 감고 있었다.
모 주방은 그냥 힐끗 대고는 게임에 몰두했다.
베팅이 큰 판은 채이고, 작은 판만 거두고 있었다. 서너 판 물리다, 한 판 당기면 밑천은 유지되니까 버티기는 하는데,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백인여자는 곁에서 판을 구경하고 있었다.
플레이어 카드 페어는 10이었다.
보너스 카드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모 주방은 그녀가 유태계 미국인을 찾아 온 줄 알았다.
신경이 쓰였지만, 무례하게 대할 수 없어 내버려두고, 세 번째 패를 보았는데, 8이었다. 바카라 게임에서 10과 J, Q, K는 0으로 간주하며, 카드 두 장 합도 10은 0으로 한다는 게임 룰 탓에 석 장의 수도 8이 된 것이다. 유태계 미국인과 아랍인, 중남미인의 벵커는 5+2=7이어서 패스를 했던 건데, 베팅을 잃었다.
2천 달러를 챙긴 뒤 좀 쉬었다가 온다고, 딜러에게 말했다.
칩을 박스에 담아 들고 룸을 벗어나자 뜻밖에 백인여자가 따라붙었다.
그가 승강기에 오르자 뒤따라 탔다.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방금 이긴 판을 축하해요.”
“고마워요.”
모 주방은 건성 대꾸했다. 칩 몇 개를 원하는 걸, 잘 알면서도 싫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니 생김새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녀에게 슬쩍 관심을 건넸다.
“몇 층에서 내려요?”
“같이 놀면 안 되겠어요?”
백인여자는 뜻밖의 제안을 하며 계속 말했다.
“세븐카드 판에서 스트레이트 훌로쉬를 잡은 거 봤어요.”
“맞아요. 올 인했는데, 큰 족보가 걸렸죠.”
모 주방은 웃어 보였다.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백인여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지녔다.
“리노에서 자주 본 얼굴은 아닌데, 어디 출신이에요?”
“음, 코리언.”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을 잘 모르나 보지?”
“음~흥!”
“곧, 올림픽을 열릴 건데?”
“아, 맞아, 서울?”
14층에서 내리자 그녀는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객실을 문을 열쇠로 열자 내처 들어섰고, 침대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았는데, 드레스 앞쪽이 터져있어, 티 팬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모 주방은 금고에 칩을 넣고 물었다.
“배 안 고파요?”
“별로. 술이나 한 잔했으면 좋겠어요. 괜찮죠?”
“물론.”
삽화: 이기원 작가
모 주방은 전화기를 들고 프론트에 룸 서비스를 요구했다. 레드 와인과 함께 최고급 요리를 부탁한 것이다. 조금 어색해 커튼을 열고 창 밖을 내다보며, 담배를 피워 물곤 그가 내처 궁금증을 내밀었다. (다음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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