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얇은 메리노 울로 만든 베이스 레이어 마이너스33
'21세기 HEAVY DUTY'는 월간<山>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수록된 제품 소개 기사는 편집숍 주인이 튼튼Heavy Duty하고 좋은 아웃도어 장비를 손님에게 추천하는 콘셉트로 작성됐으며,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받거나 비용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혀둡니다.
추워졌다. 얼마 전 나는 가게에 난로를 꺼내어 켰다. 이때쯤 되면 살짝 분주하다. 가게에 진열된 상품들을 겨울 제품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큰 일은 아닌데, 아무래도 겨울 장비는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제품 진열을 위한 자리 확보에 살짝 공을 들이는 편이다. 그나마 꺼내놓기 쉬운 제품들이 있다. 바로 베이스 레이어Base Layer다. 베이스 레이어는 쉽게 말해 내복이다. 내복의 힘은 아주 강력하다. 몇 해 전 나는 영하 20℃ 가까운 날씨에 스키장에서 스키를 탔다. 하루 종일! 내 몸은 멀쩡했다. 그때 나는 좋은 내복을 입고 있었다. 사실 모든 아웃도어 장비가 그렇듯 내복도 자신에게 맞는 편한 걸 입으면 된다. 1만 원대 유니클로 히트텍도 좋다. 하지만 비용을 들이면 그만큼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제품들 중 하나가 바로 마이너스33Minus33이다.
마이너스33은 2001년 미국에서 탄생했다. L.W Packard & Co. 라는 섬유공장이 모기업이다. 공장은 무려 100년 넘게 양모를 소재로 제품을 만들었다(고 자신들이 소개한다). 100년 역사가 거짓말 같지는 않다. 제품 질이 그만큼 좋고 이에 호응하는 댓글들이 홈페이지에 여러 줄 달려 있다.
제품 주 소재는 메리노 울Merino Wool이다. 마이너스33은 보통 100% 메리노 울로 제작된다. 메리노는 '양'을 뜻하는데, 더 깊이 들어가면 이것은 어떤 한 품종의 양모를 지칭하기도 한다. 털 질이 곱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또 메리노 울 제품은 섬유에 흡수된 수분량을 조절한다. 30% 정도까지만 머금다가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이 있다. 통기성도 좋다. 무엇보다도 메리노 울을 사용한 마이너스33의 내복은 부드럽다.
메리노 울은 털의 지름에 따라 또 여러 종류로 나눈다.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은 60미크론㎛이다. 마이너스33의 익스페디션 제품군은 18.5미크론의 메리노 울을 쓴다. 라이트웨이트 제품군엔 17.5미크론을 쓴다. 참고로 21미크론 이상 되는 울 제품을 입었을 때 사람은 가려움을 느낀다. 그러니까 마이너스33 내복을 입었을 때 가려움 등의 불편함이 적다. 세탁을 자주 해도 줄어들지 않고 색이 쉽게 바래지 않는다는 것도 마이너스33 내복이 가진 장점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메리노 울과 마이너스33은 단점이 하나도 없는 천하 제일의 내복인 것 같은데, 불편한 점이 있긴 하다. 첫 번째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 지금 마이너스33 제품은 한국에 공식 수입되지 않아서 '직구'해야 한다. 그러니까 내복 하의 한 벌에 15만 원 정도 내고 구매해야 한다. 그만한 가치는 있을 테지만 아무래도 비싸긴 한다. 두 번째, 제품이 몸에 완벽히 딱 맞지는 않다는 것이다(특히 가랑이 부분이 헐렁할 수 있다). 동양 사람 체격을 고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럴 수 있다. 한국에서 이 제품을 입어보고 살 수 있는 곳도 없으니 이거야말로 정말 난감한 일이다. 마이너스33을 구입할 수 없다면 비슷한 메리노 울 제품을 구하면 된다. 추울 때 면으로 된 제품을 입는 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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