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쥐똥나무와 검정알나무
한 개체를 두고 이름이 많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우리 둘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쥐똥나무'에도 여러 이름이 붙어있다.
늦은 봄에 향기로운 흰 꽃을 피웠다가 가을에 검은 열매를 맺는 이 나무는 지금 자줏빛으로 그 열매를 익히고 있다. 도심에서 쉽게 이 나무를 보려면 대구시 교육청 앞마당으로 오면 된다.
우리는 그 열매가 쥐똥 같다 하여 '쥐똥나무'라고 부르지만 북한에서는 '검정알나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물기 많은 벌레가 매달린다하여 '수랍수(水蠟樹)'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줄기가 부드럽고 꽃향기가 좋다하여 '여정목(女貞木)'이라 부른다.
필자는 어렸을 때 이 나무의 'Y'자 모양의 가지를 꺾어 고무줄 새총을 만들었기에 '새총가지나무'라고 불렀다. 한약방에서는 이 나무의 줄기에 잘 붙는 흰 기생충, 즉 백랍(白蠟)을 약재로 사용하였으므로 '백랍목'이라 부르고, 농부들은 이 나무의 씨앗을 밭둑에 뿌려 웬만큼 자라면 수숫대나 가느다란 대(竹)로 엮어 울바자로 썼으므로 '울바자나무'라고 불렀다.
이처럼 같은 나무를 두고도 지역에 따라, 시대에 따라, 또한 쓰임새에 따라 다르게 불렀다.
이른 봄 먹을 수 있는 풀과 그렇지 않은 풀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이름이 필요했고, 그 이름은 글 읽는 선비보다는 그 풀을 뜯어서 삶을 이어가야 하는 민초에게 더욱 절실하였다. 그리하여 민초들은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이름을 찾아야만 하였다.
식물에게 다양한 이름이 붙듯이 사람에게도 다양한 이름이 붙을 수 있다. 어릴 때 이름인 자(字)가 있고, 죽어서 붙는 휘(諱)가 있으며 생전과 사후를 막론하고 여러 사람에게 널리 불리는 호(號)가 있다.
또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별명(別名)'을 지어 붙이기를 좋아한다. 별명은 그 사람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금 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어떤 별명으로 불리고 있을까? 언제나 '지금'은 나를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