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고령친화기술
김병희 강원대학교 액티브시니어맞춤형헬스케어 융합기술교육연구단장
초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 평균 나이는 2020년 기준 42.8세에서 20년 후인 2040년에는 51.4세로 급격히 늘어날 예정이다. 50세에서 70세 사이의 실버 세대 인구가 급격히 불어난다는 의미다. 고령인구의 증가는 육체적 기능 저하에 따른 노동력 저하와 경제 문제, 일상생활 수행능력 감소로 인한 삶의 질 저하, 도시 중심의료 서비스 집중화에 따른 지역 의료 공동화(空同化), 건강 지속 욕구에 대한 산업 대응 부족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고령인구 의료비의 국가부담분은 2020년 기준 약 35.6조 원에서 2030년에는 91.3조 원으로 거의 3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소속된 강원대학교 액티브시니어맞춤형헬스케어 융합기술교육연구단은 초고령화사회 도래에 대비한 적극적인 해결법은 '수동적(passive)인 실버 세대'에서 '적극적인(active) 실버세대'로의 전환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공학과 스포츠과학 간의 다학제적 융합을 기반으로 하여 '액티브 시니어 신산업 창출'을 목표로 하는 연구와 교육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 세대'란 은퇴 후에도 적극적인 사회, 경제활동을 하는 시니어 세대를 말한다. 연륜, 경력, 경제력을 보유하여 가치 소비의 성향을 가지고,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기며, 창업 등 사회활동 유지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노노포미(No老 forMe)족'이라는 신조어로도 불리며, 과학기술, 금융, 의료,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 수요를 창출하는 강력한 소비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적극적인 삶을 담보하는 고령친화기술
최근 노년의 삶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가능하도록 돕는 고령친화기술(AgeTech)이 각광받고 있다.
고령친화기술은 헬스테크의 하위 분야로 분류되어, 노년학(gerontolog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라고 부르기도한다. 다학제(interdisciplinary)·다학문(multidisciplinary)적 학술분야인만큼 나라와 시기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러왔다.
초고령화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건강, 안락함, 안전 등이 보장된 상태에서 액티브 시니어가 독립적이고 효과적으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때 가능해진다. 즉, 인문학적 공감(empathy)과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노년을 위한 포괄적 생활환경을 설계하고, 스마트·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통해 그들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웨어러블 보조장비를 통해 노동 참여 연장, 여가활동과 사회적 소통 유지 등도 가능해야 한다. 우리는 노년층을 획일화되고 단편적인 시선으로 봐왔지만, 노년층이 지향하는 목표는 향상과 만족, 예방과 참여, 보상과 지원, 케어 지원과 조직 등 다양하다. 하나의 사례로써 아래 표는 이러한 노년층의 요구에 대응하는 생활영역과 이에 대응하는 각각의 제품 및 서비스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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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 Bouma, J.Fozard, Van Bronswijk 2009, 'Gerontechnology as a Field of Endeavour', 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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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친화기술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케이티 파이크와 스티븐 존스톤이 2012년에 설립한 스타트업 '에이징2.0(Aging2.0)'의 비전이다. 에이징2.0은 '도전과 위협이었던 노화가 이제 기회가 되고, 제도권 안에서 정부·비영리단체의 임무주도형으로 실행되던 노인 지원이 지역사회, 산업, 개인 삶의 전반으로 확장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 세대가 공감하고 동참하는 것이 고령친화기술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말한다.
고령친화기술 사업의 부상
고령친화기술의 부상과 액티브 시니어의 증가로 최근 다양한 관련 제품과 플랫폼들이 출시되고 있다. '싱핏(SingFit)'과 같이 음악을 치료제로 사용하여 치매가 있는 노인의 뇌 건강을 개선하는 제품, 사람의 보행을 측정하여 넘어질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간병인에게 알리는 웨어러블 센서 '워크조이(WalkJoy)', 낙상 시 골절을 방지할 수 있는 개인용 에어백 '액티브 프로텍티브', 노인, 간병인 및 그 가족을 연결하는 '아너케어(Honor care) 플랫폼', TV 화면을 통해 노인을 간병인이나 가족 등과 연결하여 노인의 고독, 격리 저감, 가정간호 및 홈 헬스케어가 가능하도록 하는 크레이델(Kraydel)의 스마트 장치 '코넥트(Konnect)'와 같은 제품 등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특정 시간에 약을 복용하도록 하는 전자 알림, 치매 예방을 위한 디지털 게임, 간호·돌봄 로봇뿐만 아니라 보행·균형·인지능력 모니터링 및 운전 능력 테스터 등 노인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헬스케어 라이프로깅
최근 액티브 시니어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고령화사회 문제 해결의 한 방법으로 헬스케어 라이프로깅(Lifelogging)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정량화된 자아(quantified self), 웨어러블 컴퓨팅 또는 개인화된 정보학(personalized informatics)으로도 표현되는 라이프로깅은 정기적으로 자신의 의료, 일상생활, 건강, 식이영양 등의 포괄적인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여 빅데이터화하고 분석하여 통계 및 기타 데이터를 생성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라이프로깅에 사용되는 다양한 기술과 센서는 주변설치(ambient-installed) 방식에서 웨어러블 센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개인환경, 스마트 홈, 운동, 여가시설, 전문요양기관 및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라이프로깅은 질병 예측 및 예방, 만성질환에 대한 건강 모니터링 및 맞춤형 의료 제공, 간병인 지원과 같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삶과 건강에 대한 귀중한 지식을 새로 창출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시스템의 적용과 확산에 있어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등의 장벽이 있다. 본인의 동의 없이 이미지, 음성 또는 위치 데이터가 수집,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프로깅에 동의한 경우에도 외부의 사람들이 개인 데이터를 원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용 및 공유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개인정보 및 데이터 보호와 관련된 법적 규칙을 정보 시스템으로 변환하는 '개인정보 보호설계(Privacy by Design, 다양한 기술의 설계사양에 프라이버시를 포함시키는 철학과 접근방식)' 등과 같이 검증된 보안기술 기반 하에 라이프로그 데이터 수집, 저장, 처리 및 회수 전 단계에서 보안을 강화하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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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1980년부터 (우)2013년까지의 라이프로깅 방식 변화 (위키피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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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친화기술과 미래 인재 양성
고령친화기술, 액티브 시니어, 라이프로깅 관련 기술과 제품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관련 인재 양성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고령친화기술은 다학제적인 특성을 넘어 다학문적인 특성이 있어 현재의 보편적인 대학(원) 학제 아래에서 효과적인 인력 양성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적인 학제 구축을 추진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편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강원대학교와 강원도 내 대학·기업·기관들이 '2022년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RIS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세부사업 중의 하나인 '라이프로그 기반의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에는 강원대학교, 연세대학교, 상지대학교, 가톨릭관동대학교, 송호대학교, 강원대학교병원, 네이버 등이 참여 중이다. 기계, IT, 물리치료, 재활의학, 한의학, 스포츠, 외식조리 등 다학제·다학문적인 협업을 통해 매년 20명 이상의 혁신인력을 양성하고 고령친화기술 관련 신산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건강 증진(enhancement)에서 항진(cruising)으로, 삶의 질 향상(improving)에서 유지(sustaining)로 변화하는 초고령사회의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여 이러한 사업이 고령친화기술 발전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