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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한 사람인들 있을까 만은 나 역시 남들과는, 좀더 구체적으로 다른 남자들과는 좀 다른 사람이다.
대체로 텔레비전을 잘 보지도 않지만 많은 남자들이 스포츠, 정치, 경제 등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야구든 축구든 권투이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하는 국제경기조차 중계방송을 잘 보지 않는다.
‘궁금하지 않냐고?’
왜 나도 궁금하지! 내가 거울을 봐도 난 한국 사람인 걸!
다음날 뉴스를 통해 몇대몇으로 경기가 종료 되어있는지 확인하고 우리나라가 이겼으면 나도 다른 사람처럼 좋아한다.
어떤 사람은 아메리칸리그라든가 월드씨리즈라든가 우리나라 사람 전혀 뛰지 않는 경기를 늦은 밤까지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토드넘이라든가 분데스리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등 유럽 축구팀의 선수명단까지 줄줄 꿰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나는 요즘 들어 우리나라 프로축구 선수가 유럽에 많이 진출하는 바람에 더러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 선수들이 뛰는 경기는 우리나라와
하는 것이 아니니 별 신경 안 쓴다.
우리나라 팀이 뛰는 월드컵 축구경기 중계와 내가 보고 싶었던 로맨틱코미디 영화가 시간이 겹쳤다면 나는 별 고민 없이 영화를 보고
뉴스를 통하여 경기 결과만 확인하면 그만이다.
정치도 마찬가지! 대통령 이름은 알지만 국무총리도 누군지 잘 모르니 장차관, 국회의원이야 말할 것도 없다. 여당이 누군지, 야당이 누군지,
정당의 이름조차 정확히 모르고 우리 지역의 해당 국회의원도 누구인지 모르며 내가 누구를 찍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어느 순간 텔레비전과 사람들의 입에서 축구와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 ‘바캉스’라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나는 축구선수들이 승리하여 보너스로 바캉스를 받아서 휴가를 떠나게 되었다던지, 축구선수가 바캉스를 갔다가 '무슨 사고를 친 것인가?' 정도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무심코 텔레비전을 보다가 내가 듣던 축구관련 ‘바캉스’는 그런 바캉스가 아니고 축구감독 ‘박항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거기다가 박항서는 베트남 축구팀의 감독이란 것이다.
박항서? 나도 알지!
온 나라가 어른이나 애나 똑같은 붉은 티셔츠를 차려 입고 얼굴에 페인팅을 하고는 붉은 악마의 물결로 들썩거리던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가 열리던 때
‘히딩크’란 대단한 감독 밑에서 코치를 맡고 있던 사람이 아니던가?
그때 내가 받은 인상은 히딩크란 카리스마와 달리(하긴 초기에는 히딩크 감독도 매번 경기에 크게 져서 ‘오대영’이라는 한국이름을 자의에 관계없이 증정받기도 했었다.)
품위 없이 머리는 다 빠진 대머리로 더 늙어 보이고 인상이나 제스처가 어설프고 세련되지 못하여 보여서 많이 좀 부족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다른 유명 감독이 시내 중심가의 큰 빌딩에서 볼 수 있는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사람이라면 박항서 감독은 건축현장에서 작업복을 입고
노동을 하는 사람 정도의 인식이 내게는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에도 한국에서 감독으로 빛을 못보고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별 볼일 없는 축구감독인 사람으로 내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런데 왜 베트남 감독으로? ‘아니지 능력이 없으니 축구에는 입에 오르내릴 일 없는 그런 나라의 이름 없는 팀으로 적은 연봉을 받으며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겠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 텔레비전에 자주 나와서 무슨 대중의 흥미를 끌만한 토픽감의 사고라도 쳤나? 하고 유심히 들어보니 전혀 딴 얘기였다.
베트남의 U-23 축구팀과 국가대표팀 축구의 감독을 겸하고 있으면서 예상 밖의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후로부터는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에 대하여 나도 관심을 갖고 살펴보게 되었다.
그동안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에서 이룬 쾌거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18경기 연속 A매치 무패 행진
* 2018 아시아 U-23 챔피언쉽 준우승
* 2018 아시안 게임 4강
* 2018 스즈키컵 우승
* 2019 아시안컵 8강(현재)
한국에서는 축구감독으로서 아웃사이더류의 한 사람인데 어찌 베트남에서는 이렇게 큰 업적을 남기고 전국민의 고른 사랑을 받게 되었을까?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무언가 박항서 감독과 잘 맞아 떨어진 토양이 조성되고 있었을 것이며 제자 선수를 가족같이 친구같이 사랑하며 같이 먹고
몸으로 부딪히며 스킨쉽을 갖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것 같다. 국가의 세금으로 존재하고 있는 우리가 국가와 국민에 보여 줘야할 내용을
가슴깊이 새기게 하고 부족한 체력을 기르는 방법을 알고 실천 시킨 것도 같다.
박항서 감독과 선수들의 친밀감을 잘 알 수 있는 것은 스즈키컵 우승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국내외 유수의 여러 방송기자들과 갖는 생방송 기자 회견장에 나이 어린 선수들이 감히 물병을 들고 뛰어 들어와 박감독에게 뿌리고 책상을 마구 두드리며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난동성의 해프닝을 일으킨 것이 바로 그것이다.
평상시 엄격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선수들에게 복종만 강요하는 감독이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감독 자신도 기자회견장을 엉망으로 만들고
전국은 물로 여러 나라로 방송되는 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감독 얼굴, 머리에 물을 뿌리는 무례에 화를 내는 것이 아니고 유유히 웃으며
손수건을 꺼내 물을 닦아내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베트남 최고위 정치권에서도 박항서 감독과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모습이 스즈키컵 우승 때 생생하게 우리에게도 전해졌다.
‘박항서 매직’이라느니 ‘베트남의 축구역사를 다시 썼다’는 기사 제목은 하도 여러 번 듣다보니 이제는 식상할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또 이번에
축구 후진국이었던 베트남의 축구역사를 다시 쓰고야 마는 박항서 매직을 다시 한 번 또 일으키고야 말았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은 박항서 감독이 스즈키컵 경기가 종료되면 베트남의 우승 여부에 관계없이 감독직도 종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고, 나 또한 보통 사람에 불과한 사람이니.....!
왜냐하면 우승을 했다면 베트남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어 보여 베트남에서 죽어라하고 고생을 해 봤자 앞으로 남은 일은 베트남 국민들의
높아진 눈 높이에 맞춰 세계축구 무대에 나가서 계속 승리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격차가 좀 적은가? 남은 일은 계속 지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이제 베트남의 축구가 한계에 도달했으니 더이상의 희망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항서 감독은 스즈키컵에 우승을 하는 대업적을 완수하고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있고 나는 행복하며 그들이 나를 원한다는 이유를 들어 계속 감독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박항서 감독의 매직 행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 쓰이는 말에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박항서 감독은 스스로 그 '박수칠 때 떠나라'는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2019 아시안컵 조별 예선경기에서 D조에 속한 베트남 축구팀이 1차전에서 이라크를 만나 베트남이 선제골을 넣고 2:1로 앞서 가고 있을 때까지는
베트남을 왈칵 뒤집을 만한 열기에 휩싸여 박항서 매직을 의심하는 사람 별로 없었다. 그러나 전적, 체력, 실력, 신장 등 여러면에서 열세인 베트남이
수비위주의 경기를 하면서 기습 반격을 하는 작전은 한계가 있었다. 이어 2점을 내주어 2:3 역전패를 당하며 일단 베트남의 끝간데를 모르던
승리의 행진이 멈추며 베트남의 축구에 대한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박항서 매직의 마지막을 암시하는 듯한 불안한 조짐이 보이게 된 것이다.
이어서 2차전에서는 우승후보 중의 한 팀인 더 막강한 이란 팀을 만나 이라크전 때와 비슷한 작전으로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0:2 로 패하고는
거의 박항서 매직이 끝난 것으로 보였다.
3차전에서는 앞의 이라크, 이란 두나라에 비하면 약한 상대인 그러나 베트남 팀에겐 버거운 예멘팀을 만나서 천만 뜻밖에 2:0 으로 승리하면서 예선전 D조 3위를 확정지으며
다시 한번 이어지는 박항서 매직에 작은 불씨를 하나 지폈다.
A조에서 F조까지 6개팀의 조별 1, 2위 12팀은 16강전에 진출할 수 있으나 조별 3위인 6개팀은 골 득실점 차나 반칙등 도덕성을 평가하여 순위를 매겨
4팀만이 16강전에 나아갈 수 있다.
아무 것도 아닌 옐로우 카드 한장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베트남은 골 득실점차에서 동점인 레바논에게 옐로우카드 2장이 적어서
기사회생 16강전에 진출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베트남에게 큰 빚을 졌다. 우리는 일본에게 위안부, 징용에 대한 책임에 대하여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면서 베트남 전쟁에 참여하여
본의는 아니었다 치더라도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고 라이따이한을 양산하는 등 큰 피해를 입혔다.
대통령이 분명히 찾아가서 유감의 뜻을 표명하였지만 말 한마디로 끝내기에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베트남에선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이다. 우선은 가난을 벗기 위하여 경제발전에 우리나라의 협력이 간절히 필요하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웃나라인 중국에는 먼 옛날부터 역사적 반감이 크므로 국제적으로도 공조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요즘은 박항서 감독에 대하여 너무나도 지위 고하, 계층 고하를 막론하고 전 국민적으로 열광하고 있으니 지금은 한국에 대하여 서운한 생각 거의 없다.
(나중 베트남이 경제발전에 성공하여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다음 단계로 민주화가 이루어지면 그때는 우리나라에 책임을 물으려 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박항서 감독으로 인하여 베트남 국민은 우리나라를 더 가까워진 나라로 고마운 나라로 느끼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베트남에 관심이 쏠려서
관광객도 크게 늘어나고 지난번 스즈키 컵 말레이지아와의 축구결승에서는 이례적으로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 SBS와 SBS Sports에서도 생중계를 했고,
시청률 합산은 무려 21.9%로 당시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의 시청률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 내용은 베트남에서도 뉴스에 전해지고 많은 베트남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가져주어 고맙다는 인사가 전해지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은 전문 외교관이 수십년 쌓아도 이루지 못할 정도의 한국과 베트남과의 친선도모에 짧은 기간 동안 아주 큰 역할을 했다.
국민훈장 수여에 대하여 말이 도는 모양인데 내 생각으로는 훈장은 물론 ‘베트남 명예대사’로 임명장을 주었으면 한다. 국가에서 돈 안들이고도
본인의 자부심을 갖게 해 줄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어젯밤 요르단과의 16강전의 경기를 인터넷 실시간 방송으로 보았다.
요르단에게 먼저 전반전에서 프리킥 한방으로 선취점을 뺐기고 고전하다가 후반전에 들어 얼마되지 않아 쫑 호앙이 올린 크로스를 응우옌 꽁 푸엉이
골 앞에서 깨끗하게 슈팅을 성공시켰다.
사기를 얻은 베트남이 선전했지만 역전골을 뽑아내지 못하여 동점으로 전후반을 마쳤다.
이어서 전후반 15분씩의 연장전에 들어갔는데 마음 약한 나는 차마 더 이상 보지 못하겠다.
잠간 채널을 돌렸다가 한참 후에 끝났겠거니 하고 결과나 보려고 들어가 봤더니 연장전도 동점으로 끝내고 승부차기를 하고 있었다. 승부차기는
더 가슴을 졸이기는 하지만 짧은 시간이므로 지켜보았다.
놀랍게도 베트남이 4:2 로 승리하여 8강전에 진출을 하게 되었다.
베트남은 예선전에서 조 3위로 탈락위기에 몰려 있다가 패자부활로 올라왔고, 요르단은 조 1위로 올라왔다!
8강에 올라간 것도 기쁘지만 D조 3위로 패자에서 부활하여 겨우 올라와 디펜딩 챔피언 호주를 꺾고 기가 오른 B조 1위인 팀을 이겼으니
선수들, 감독, 베트남 국민들의 기쁨이 얼마나 크랴!
바캉스 박항서 감독은 대단하기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월드컵 축구경기도 잘 안 보던 나를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관계 별로 없는
축구의 변방 베트남 축구경기 중계를 밤잠을 설쳐 가면서 두번씩이나 보게 만들었다.
베트남 전역이 온통 뒤집어 지고 밤새 거리에 사람들로 넘쳐나며 기뻐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벌써 몇십번 째다!
박항서 감독에게 더 큰 발전이 있기를!
#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1:1로 비기고 승부차기에서 승리하여 8강전 진출이 확실해 지자
환호 하는 베트남 축구대표팀 선수들!!!
# 박항서 감독의 포효
# 잘했어, 너희가 최고야!
# 허허, 이렇게 좋을 수가? ^^
# 관중석의 반응 - 소리를 못 들어 아쉽다!
# 베트남 현지의 반응 - 전국 곳곳에서 거리를 메우고 들썩들썩! 바쁜사람 길가기 어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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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난번 베트남여행때
자동차옆에 박항서사진으로
도배를해놨더군요.
보기좋았습니다.
저도 베트남의 박항서에 대한 분위기 평가하러 베트남에 가 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