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잠깐이다.
인생의 계단은 올라가되 다시는 내려 올 수 없는 하늘을 향한 계단이다. 탄생과 동시에 인생의 계단을 오르며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의 젊음과 건강을 잃어가는 과정이다. 나 역시 잃어가는 과정을 지나는 인생의 노년 이지만, 아직도 마음은 청춘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꿈을 위해 나 스스로 매일 매일 바쁜 스케쥴을 만들며 감사한 생활한다.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예고 없이 조석으로 손과 발의 마디마디에 심한 통증으로 뼈마디가 끊어질 듯 아파지며 뻣뻣해 지는 감각으로 수시로 부자유스러워짐을 느낀다. 기세 좋게 달리던 기관차가 힘이 빠져 언덕에서 주춤거리는 모습이 연상 되어 한숨이 나온다. 내 속에 나를 세우고 있는 뼈들이 서로 어긋나는 관계가 되어 제자리 지키는 질서에서 이탈되고 있음을 통보하는 몸의 이야기 이다. 거역할 수 없는 아픔에 시달리면서 야, 너도 잠깐이다. 너도 잠깐이야, 너라고 뭐 별수 있는 줄 아니? 인생의 황혼은 초청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찾아 온 단다 하시며 말끝마다 너도 잠깐이란 말을 노래가사의 후렴처럼 해대시던 고모님의 말씀이 센 물살처럼 내 가슴으로 흘러든다. 마치 예언자의 말처럼 고모님의 말씀은 들어맞고 있는 것이다.
오래전에 고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함께 했던 적이 있다 여행기간 동안 우리는 세대차이와 다른 생활습관, 피차 문화권이 다른 생활에서 오는 의견 차이로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엇갈리며 핀잔의 대화로 열을 내곤 했다. 내 심사가 뒤틀리며 심히 화를 내게 했던 일들은 고모님의 능숙한 수족운동과 한 곳에 느긋하니 좌정하고 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태도 때문이었다. 고모님은 자신의 몸에 대해선 얼마나 애지중지 하시는지 최대의 관심사는 건강유지 방법이셨다. 꼭두새벽에 기상하셔서 당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한 시간 내지 두 시간 가량 양쪽 발을 번갈아 교대 해가며 빙빙 돌려대시고 주먹으로 발바닥을 탕- 탕 쳐대셨는데, 그 탕- 탕 소리는 내 신경을 충분히 자극했고, 내 아침잠을 방해 했다. 그런가하면 시계추처럼 방안을 왔다갔다하는 걷기 왕래운동은 여간 정신을 사납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또 불씨가 들어있는 작은 주머니들을 손바닥에 쭉 열을 지어 올려놓고 생살을 태워대는 야만스럽게 보이는 뜸 이라는 것을 뜰 때는 그 냄새가 내 폐부까지 스며 들어 숨이 막혀 질식사 할 것만 같았다. 짜증나는 일을 매일 아침마다 겪으며 왜 그렇게 하느냐고, 정이 삼천리나 떨어지니 딴 방으로 옮기라고 언성을 높혀도 고모님은 천연스런 얼굴로” 야, 너무 그러지 마라, 너도 잠깐이다. 잠간이야 “ 너도 그때가 되면 운동하는 고모 심정을 알게 될 꺼라고 하시며 내가 하는 것을 잘 봐두었다가 너도 이대로 하라고 오히려 한 수 더 뜨시며 아예 내 불평을 묵살 하시곤 했다.
누가 뭐래도 내가 뜻한 길을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해 나아가시는 고모님의 수족운동의 효과였는지 찰라 라고 하는 인생, 그 인생 구십년이 가까운 세월을 건강하게 뒷받침 해주셨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무정하고 공평하며 무한하지 않다. 너도 잠깐 이라던 그 잠깐의 시간이 어느새 내 시간이 된 것이다.노년기를 맞으며 자주 내습하는 수족의 아픔을 통해 애정 어린 스승이 되어 당신의 건강법, 수족운동을 전수해 주시던 고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바람처럼 온 몸을 훑고 지나간다. 이해와 배려 없는 마음으로 고모의 행동에 화를 냈고 짜증석인 내 구박의 언어들을 쏟아 냈던 일들에 마음이 아파 참회의 내 눈물이 뜨거워진다.
인생의 계단을 오르며 산다는 것은 내 속에 있으면서 자꾸만 나를 배신하며 망가져가는 것을 수선하며 살아내는 지혜를 배워는 일이다. 망가져 가는 육신의 고통을 보상하는 최선의 길은 튼튼한 힘을 생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운동이 아닌가 한다. 이제는 고모님이 전수해 주신 수족운동을 시작하며 손발의 아픔을 치료하고 싶다. 고통 없는 내 손으로 연애하듯 글을 쓰고 싶다. 약대가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가기만큼 어려운 일이나, 살아오면서 희노애락을 경험한 내 삶의 이야기들을 담은 자서전을 남기고 생을 마감하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