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톡
블라디보스톡은 '정복된 동쪽 땅'이라는 러시아어. 러시아의 유일하게 얼지 않는 항구이다.
북간도나 연해주가 익숙한 내 귀엔 블라디보스톡의 ‘블라디'가 자꾸 '피'로 읽힌다.
그러니까 피로 정복된 연해주, 북간도, 고구려 땅, 발해 땅, 일제 침탈기의 독립운동가들의 땅
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들만 사는 땅,
미국보다 멀고, 아프리카보다 먼 땅.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제주도보다 가까운 땅이다.
우스리스크의 수이푼*강가에 서니, 버드나무처럼 하늘거리는 딸(유화)1)을 둔
아버지 하백2)이 어슬렁거리고, 바람둥이 해모수3)의 연인인 유화를 사랑한
부여왕 금와4)도 어슬렁거리고, 망명지에서 전실 자식이 딸린 실력 있는 과부와
결혼하여 고구려를 세운 유화의 아들 주몽도 생각난다.
회색 눈을 지닌 사람들이 이리떼처럼 몰려와 지명을 바꾼 땅, 망명길에서 돌아와
모스크바 입성을 거부당한 솔제니친의 거대한 동상과 회색빛 군함들이 떠 있는
블라디보스톡 항구의 바다색은 속초 바다색과 같다.
<미발표 수정본>
1)유화: 柳花. 하백의 딸 해모수 사이에서 주몽을 낳는다
1)하백: 한자 문화권 신화에 등장하는 강의 신으로 한자로 河伯이라고 표기한다
2)금와: 기원전 89년? ~ 기원전 24년 재위한 부여의 왕으로 성은 해(解), 이름은 금와(金蛙)이다.
금와(金蛙)는 금빛이 나는 개구리라는 의미이다. 유화를 왕비로 맞고 주몽을 아들로 입적시켰다.
3)해모수: 북부여의 시조(始祖)(?~?). 전설상의 인물로, 흘승골성에 도읍하고 나라를 세워 국호를
북부여라 칭하였다. 천제(天帝)의 아들로 하백(河伯)의 딸 유화와 관계하여 고구려의 시조 주몽을
낳았다고 한다.
*수이푼 강: 수이푼 강을 건너온 거란족과 마지막 전투에서 수적 절대 열세인 발해 군인들이 성과
땅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원 전사했다. 전투 후 강가를 찾은 병사의 어머니, 아내, 딸 등이
찾아와서 각 병사들의 죽은 몸을 껴안고 목 놓아 "슬프다. 슬프다" 하고 외치며 울었다고 해서 그걸
지켜본 사람들이 "슬픈강가, 슬픈강가"라고 불리다가 수이푼 강으로 불리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