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화학안전정책포럼 토론회
시민사회단체와 산업계 등 모든 화학 안전 이해당사자가 모여 환경부와 함께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지속가능 사회’ 실현을 위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함께 만들어가는 화학안전’을 주제로 진행된 화학안전주간 마지막 날인 16일에 2022년 화학안전정책포럼 토론회가 서울 엘타워에서 열렸다.
화학물질 안전관리 중장기계획 수립
1부는 화학물질 안전관리 중장기계획 수립 공개토론회로 진행됐다. 전현표 경성대 교수가 화학물질 안전관리 중장기계획 수립 연구용역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전 교수는 “유해 화학물질의 총수와 취급량이 증대되고 있는데 취급시설 노후화 등으로 화학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예방하고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위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고 연구용역의 배경을 소개했다.
지난 4월에 공개토론회 이후 연구를 시작했다는 전 교수는 “워크숍을 통해 현장작동성 있는 제도 마련 방안, 사각지대와 중복규제 해결 방안, 효과적인 정보 공유와 전달 방안, 위해성 관리체계로의 전환 방안 등이 주요 주제로 논의됐다”며 “여기서 화학물질 안전관리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 중장기 계획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내용도 토론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설문조사와 심층조사를 진행한 결과 ‘신뢰와 소통에 기반한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사회공동의 비전을 도출했다. 그 아래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화학물질 △현장 작동성 있는 화학물질 관리체계 △위해성 관리체계로의 전환이라는 3개의 목표가 제시되었다.
이를 토대로 화학물질 안전관리 중장기계획(안)을 갖게 될 것이라며 전 교수는 “현재까지 나와 있는 중장기계획(안)에 이해당사자들이 많은 의견을 내면 그 부분을 잘 반영해서 우리 사회의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잘할 수 있는 중장기계획, 즉 로드맵을 도출하는데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계 지정토론에서 화학안전정책포럼 공동위원장인 김이레 석유협회 대리가 “시민사회와 학계, 정부, 산업계 등 이해당사자별 지속 및 실현가능한 화학안전법규 수립 지향이 목표”라며 △지속가능성 구축 △자발적 화학안전 참여유도 시스템 구축 △현장작동성을 갖춘 실현가능한 규제 마련 등 3가지 이행방안을 제시했다.
김 대리는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EU REACH와 같이 화학물질 관련 법률상 목적 개정 반영 검토가 필요하고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선순환적인 화학안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피규제자의 이행 가능 여부, 규제 목적, 시행중인 규제의 효율성 등 현장작동성을 고려한 실현가능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즉 위해성 정보의 전달이 필수적이나 정보를 받는 사용자의 활용도 제고를 위해 수단과 주체 등에 대한 세부 방안 마련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 지정토론에서 황숙영 환경정의 국장은 화학물질 정보 확보와 그 쓰임대로 사용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미등록 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 등록해야 하는 기존 또는 신규 화학물질 유통량 이외에도 시장에 유통하려면 유해성 분류정보가 확보되어야 화학물질로부터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원칙 수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원칙을 재확인하고 외부 상황에 따라 원칙이 흔들리지 않아야 일관된 정책으로 화학물질 안전관리가 정착되고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로 좀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황 국장은 “정보가 확보되었으면 그 정보대로만 하위사용자들이 그것을 사용해야 될 책임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법 조항이 없다. EU REACH에는 화학물질 제조/수입자가 화학물질 정보 전달 체계로서 물질안전보건자료(SDS)에 노출 시나리오와 안전관리 조치를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하고, 사용자는 이 자료를 확인하여 안전이 확인된 용도로만 사용하게 되어 있다”며 하위사용자 책임 조항을 우리나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전체토론에서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화학물질 안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케모포비아’라는 말이 나온다. 이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어 제품이나 기업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므로 일반 소비자와 시민들이 용법을 제대로 알고 그대로 잘 써야 한다는 식이다. 이것은 모든 게 개인의 책임인듯한 인상을 준다”며 “국민들이 용법 설명서를 꼼꼼히 찾아보지 않더라도 안전정보가 확인되고, 안전한 제품들만 시중에 판매된다면 케모포비아라는 단어의 출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게 당장 어렵다면, 정부의 효율적 전달과 하위사용자의 책임을 이행할 수 있는 방안들이 안전관리 중장기 계획에 담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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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량 신규화학물질 유해성정보 활용방안은?
2부는 ‘소량 신규화학물질 유해성정보 활용방안’에 대해 열린대화로 진행됐다. 김상헌 경성대 교수는 경과보고에서 “신규화학물질 등록 톤수 변경에 대한 이슈는 화평법 제정과 개정, 그 중간에 여러 차례 있어 왔는데 새 정부의 규제 완화 방향에 힘입어 산업계가 신규 화학물질 등록 톤수를 0.1톤 이상에서 1톤으로 변경을 다시 요청해 왔다”며 “신규화학물질 등록 톤수 변경의 본질적인 문제는 그 유해성 정보를 얼마나 확보하고 어떻게 위해성을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화평법에서는 톤수에 따라 제출해야 하는 유해성 정보의 범위가 다르고, 이 제한된 정보로는 완성도 높은 화학물질안전평가 수행에 한계가 있다. 유럽은 REACH에 등록을 마친 2018년 이후 저톤수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추가정보 확보를 위한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 논의되고 있는 ‘신규화학물질 유해성 정보 활용방안’이라는 3주제의 목적은 신규화학물질, 특히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톤수 범위의 유해성 정보 확보 방안을 만드는 것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제기된 요청사항은 산업계는 신규화학물질 등록에 8개월의 준비 시간이 소요되고 그 기간에 사업중단으로 어려움이 크다는 것과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소량이나 1회 사용의 경우는 연구개발용으로 등록 면제를 해달라는 것이고 시민사회는 반도체 전자산업 현장에서 비의도적 노출과 복합 노출, 공정부산물로 인한 위험이 크다는 것과 양산 라인에서 연구개발 목적으로 대량 사용되는 신규화학물질의 위험성이 크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시민사회는 유해성 정보를 확보하고 위해성 관리를 통해 안전의 사각지대가 없다면 신규화학물질의 톤수를 높이는 변화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유럽의 유해성정보 신고제도(CLP)와 유사하게 톤수와 상관없이 분류 및 표시 정보와 근거를 제출하도록 하고 부족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그 대안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계의 요청과 제도 보완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집중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논의내용을 반영한 등록제도 개선 방향을 이주현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 사무관이 소개했다. 현행 0.1톤 미만 신규화학물질 신고제도의 문제점은 신고되는 물질의 대부분이 화학물질 분류 및 표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작년 신고된 3,334건 중 2,724건(약 80%)이 유해성 분류 및 표시 정보를 제출하지 않았다. 유해성 분류 및 표시에 '해당없음'을 기재한 사례를 포함하면 약 97%가 유해성 분류 및 표시 정보가 없다.
따라서 등록기준을 조정할 경우 0.1~1톤 물질이 신고제도 대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보없는 물질로 인한 국민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EU CLP에 기반한 현행 신고제도 실효성 제고를 제도 개선방향으로 내놨다. 즉 현행 신고제도는 정보검증에 대한 별도 절차가 없는데, 유해성 정보가 없거나 신고결과가 서로 다른 물질 등 우려물질에 대해 정부가 CLP 시험 등을 거쳐 검증하도록 개선해 실효성을 높인다는 것. 그리고 정보 없는 물질에 대한 관리 원칙을 정립한다는 것이 개선방향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된 쟁점사항으로 이 사무관은 “산업계는 유해성 분류·표시 근거자료 출처 공개시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 확인 필요성을 제기했고, 정보 없는 물질 관리 수준에 대해 시민사회는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관리 방안을 요구했으며 전문가들은 화평법에서 정보 없는 물질 관리의 기본원칙을 규정하고 화관법, 산안법 등에서 구체화하자는 의견을 냈다. 신고절차 엄격성에 대해 산업계는 EU CLP 제도처럼 신고 후 과학원에서 반려 및 보완 요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토론에 참여한 이상수 반올림 활동가는 “신규화학물질 절반은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쓰이고 있는데 그 중 4분의 1이 발암물질, 생식독성물질, 생식세포변이원성 CMR물질이다. 이외에도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없는 물질들도 많다. 반도체 전자산업처럼 화학물질 교체가 빠른 산업에서는 정보없는 물질들의 유해성을 밝혀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 대기업이나 재료개발연구소에서는 신규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가 더 부실하다. 소량 연구개발이라고 모든 법에서 면제시켜 주면 안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보 없는 물질과 신규화학물질에 대한 관리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경 경인양행 파트장은 “산업계가 제출하고 있는 유해성 정보들을 잘만 반영한다면 지금 신고제도 개선 범위 안에서 톤수를 상향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산업계가 정부가 유해성 분류표시 근거 자료를 제출하거나 활용함에 있어서 법적으로 곤란을 겪지 않도록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가이드를 제대로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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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화학물질 지정관리체계 합리화 방안은?
3부는 2022년 화학안전정책포럼 운영성과 및 발전방안 종합토론회로 진행됐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이 “화학안전정책포럼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지속가능 사회를 만드는 소통과 참여의 공론의 장”이라면서 “2022년 11월 14일 현재 홈페이지 등록 이해당사자가 88명과 17개 단체, 기존 이해당사자까지 포함 150여 명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일정은 종합토론회와 포럼보고서에 대한 서면의견을 수렴하고 2023년 12월 중에 기획위원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경과보고를 했다.
또 ‘유해화학물질 지정관리체계 합리화 방안 마련’에 대한 경과보고와 관련해서는 김상헌 교수가 법 개정 추진 계획을 전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화평법 등록과 유해성 심사를 통해 유독물질 지정이 급증하고, 유독물질 취급시 부여되는 획일적인 의무로 인한 산업계 현장의 문제점이 확인됨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지정관리체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그 개선방향으로 △유독물질을 독성유형에 따라 인체 급성유해성, 인체 만성유해성, 생태 유해성으로 구분 △유해화학물질 표시, 취급기준, 시설관리, 영업자관리에 관한 규정을 유해성 고려한 차등화 △만성·생태 유해성 물질의 차등관리 · 혼합물관리 및 기타로 구분하여 관리하자는 이해관계자의 합의 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이해관계자의 토론을 통해 만들어진 개편안을 기초로 법률 개정과 하위법령 개정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하고, 유독물질의 지정고시의 삭제 또는 유독물질 목록을 유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등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평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 기획위원을 대표해 총평에 나선 이경석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화학안전정책포럼을 통해 기업의 현실적인 한계와 시민의 우려, 실질적인 당사자인 노동자의 상황이 공유됐다. 다만 반성되는 부분은 그 과정에서 ‘안전’이라는 키워드가 사라지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정책의 실질적 목적보다 이행가능성과 현실적 문제 해결 중심의 논의가 후퇴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정책의 사회적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계 기획위원인 백세현 한국경영자총협회 선임위원은 “산업계에서 평가했을 때 화평법이나 화관법이 잘 설계된 것으로 인정한다. 법 시행 전후로 해서 화학사고가 50% 가까이 감소된 것만 봐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업계의 기업들이 제도를 이행함에 있어서 현장의 어려움들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정부의 제도 개선을 건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지금이라도 그 원인과 문제점을 찾아서 고민하지 않으면 단순히 규제를 위한 규제로 남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신건일 환경부 화학안전기획단장은 “화학사고라는 것은 수용체인 주민들이 봤을 때 급성 피해를 유발한다. 그래서 급성 독성물질의 관리가 화학사고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또 취급사업장에서 아주 소량으로 장기간 누출되어 주민들에게 만성적으로 피해를 주는 만성 독성물질들도 있다. 이에 대한 관리 로드맵을 만드는 것도 시급한 일”이라며 “시민사회와 산업계가 방향성을 잘 합의하면 정부는 그것을 법과 제도에 담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정책에 반영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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