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세로로 긴 창을 내고 더블 로이 유리를 사용한 창조공간. 창의 형태 때문에 가끔 갤러리나 사무실인지 묻는 경우가 많다. 창은 그 집의 눈이다. 창문의 위치와 모양새에 따라 집의 인상은 너무나 달라진다. 큰 창은 바깥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으니 시원하다. 그러나 다른 건물이 막고 있다면 커다란 창을 내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그뿐 아니라 창이 크면 에너지 손실이 많다. 그렇다고 창을 작게 내면 겨울에는 에너지 손실이 적겠지만 아무래도 답답하다. 그렇기 때문에 창을 작게 할 것이냐, 크게 할 것이냐, 또 어느 쪽에 얼마만큼의 면적으로 낼 것이냐 하는 문제는 개구부 위치와 크기 선택의 문제와 함께 건축가와 건축주가 신중하게 잘 의논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 또한 창호 공사비가 건축비에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프레임의 종류, 창의 개수와 크기 그리고 기능, 재료 등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디자인도 살리고 단열에도 효과적인 창은 없을까? 우리 집은 무엇보다도 밝은 집을 원했기 때문에 창을 많이 내기로 했다. 우리 집 창은 여느 집과는 달리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세로로긴 창이다. 아직까지도 우리 집이 갤러리나 사무실로 오해받는 데는 이 창문의 생김새도 한몫했을 것이다. 열리지 않는 고정된 창과 열리는 창이 적당히 섞여 있다. 시방서에는 알루미늄 프로젝트 창으로 시공하도록 되어 있었다. 시방서에 표기된 알루미늄 프로젝트 창은 안에서 밖으로 밀어서 여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중창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단열에 약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루미늄 창틀로 지정한 까닭을 물으니, PVC 창은 프레임이 두꺼워서 세련되고 깔끔한 디자인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더구나 우리 집처럼 가로 폭이 좁고 세로로 긴 창은 프레임이 두꺼워지면 건물 외관을 설계 의도대로 절대 만들 수 없다는 거다.
우리 집 입면을 보면, 노출 콘크리트 면이 일정한 비율대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걸 볼 수 있다. 한 층 올라갈 때마다 12mm씩 앞으로 튀어나온다. 면이 튀어나옴으로써 창틀 위에 인방(기둥과 기둥을 가로로 대서 창틀 벽을 받치는 역할을 하는 것. 건물을 보면 흔히 창문 위를 가로질러 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인방이 창틀보다 앞으로 튀어나오면 자연스럽게 빗물받이 기능도 한다. 인방을 현장에서는 ‘눈썹’이라고 한다. 건물을 사람에 비유하면 창문이 눈이고, 눈썹이 땀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니까 눈썹은 참 잘 붙인 말이다)처럼 빗물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다.
이 부분은 우리 집을 구경하러 오는 건축가들만이 눈치챈다. 또한 요철처럼 튀어나오고 들어간 부분은 해의 각도에 따라 그림자가 달라져 입면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따라서 창문 역시 하나의 면으로 자연스럽게 입면에 스며들어야 하는데, 프레임이 두껍다면 창틀이 튀어 보여 하나의 면으로 보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까닭으로 나카에 유지는 PVC 창으로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의견을 전달해온 것이다. 일단, 건축가의 의도는 확실히 파악했다. 조금씩 크기가 다른 면과 면이 이어지면서 만들어낸 건물의 입면이 주는 느낌은 간결하면서도 아름답다. 건축가의 설계 의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디자인도 살리고 실리도 챙기는(단열에도 문제가 없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창조공간 건축팀은 건축비를 절감하는 방법으로 알루미늄 프로젝트 창을 권했겠지만, 창문이 많은 우리 집의 디자인 특성상 건축비를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일반 유리나 흔히 쓰는 창호를 쓸 수는 없었다.
3 4층에는 직선 창과 곡선 창이 어우러져 시간대에 따라 빛이 들어오는 방향이 달라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4 4층 계단에서 곡선 창을 바라본 모습. 유리, 프레임, 구성 제품까지 꼼꼼하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는 창호는 PVC 슬라이딩 이중창이다. 거의 대부분 집은 브랜드만 다를 뿐 이 창이라고 보면 된다. 간혹 바깥쪽 창은 알루미늄(거의 검은색으로 보이는 짙은 밤색으로 된)으로 하고, 안쪽 창만 PVC로 하기도 한다. 비용 절감 때문인데, 단열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나는 유난히 추위에 약하다. 겨울만 되면 뼈가 시리는 추위 때문에 바깥에 잘 나가지 않을 정도다. 만약 설계도에 지정한 대로 알루미늄 프로젝트 창으로 했는데, 나처럼 추위에 약한 사람이 우리 집을 분양받는다면 어떡하나?
설계와 시공사로부터 우리 집에 지정한 알루미늄 프로젝트 창은 결코 싸구려 창이 아니고, 난방에 아주 취약하지 않다는 설명을 여러 차례 들었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찬 바람이 창문 사이로 술술… 안 돼! 알루미늄 창과 PVC 창의 장단점과 단열 구조, 창틀 프레임을 구성하는 프로파일과 유리의 기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창문 프레임이 알루미늄이냐 PVC냐 하는 소재뿐만 아니라 프레임의 하드웨어, 단열 기술과 구성 제품은 어떤 것을 쓰는지를 파악해야 했다. 엔지니어가 아닌 내가 여러 회사 기술의 차이점을 100% 정확하게 알아냈다고 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는 있다.
PVC 창은 알루미늄 창보다는 단열성이 좋다. 알루미늄 창은 단열에 취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단열간봉을 쓴다. 유리와 유리 사이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유리와 유리 사이에 아르곤가스를 넣을 때 가스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하고, 프레임에 끼웠을 때 유리와 프레임 사이의 냉기를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그 결과 유리의 냉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유리를 외장재로 마감한 건물은 단열에 취약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 유리가 아닌 로이Low-E 유리를 써야 한다. 건축비 아끼려고 로이 유리가 아닌 일반 유리를 쓰면 여름에는 찜통, 겨울에는 냉장고가 되고 만다.
로이 유리란 유리에 얇게 은막을 입힌 제품을 말하는데, 바깥에서 들어오는 자외선은 차단하고 안에서 생긴 온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한다. 유리와 유리 사이에 아르곤가스를 넣으면 단열 효과는 더 좋아진다. 어차피 늘어나는 건축비를 부담하기로 한 이상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턴앤틸트Turn & Tilt 시스템 창호에 로이 유리를 끼우기로 정했다. 이왕 하는 김에 더블 로이로! 소형 다세대주택을 지으면서 창호 프레임 프로파일의 원산지, 기타 기술 문의를 하며 견적을 의뢰하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창호업체에서는 나더러 건축가냐고 묻는다. 공부하는 건축주일 뿐인데….
1 곡선 창을 안쪽에서 본 모습. 2 곡선 창틀을 주물로 뜨기 위해 재단하는 중. 창을 열어 환기하는 생활 습관이 중요 우리 집에서 가장 어려운 창호 공사는 곡선 부분이었다. 이 곡선 때문에 창호업체에서는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곡선 창틀을 만들기 어렵다고 창호 회사에서는 다른 곳은 다 알루미늄 프로젝트 창으로 한다 해도 곡선 창틀만큼은 PVC 창틀로 할 것을 제안했다. 다른 창틀과 색깔을 똑같이 할 수 있고 단열 효과도 더 좋으니까 곡선 창만 PVC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내가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라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알루미늄 창틀을 둥글게 구부리는 과정에서 자꾸만 터지고 또 터지고… 일하는 아저씨들 속도 터지고…. 세 번짼가 또 터졌다는 얘기를 듣고는 나도 마음이 약해졌다. 그러나 결국 창호업체에서는 우리 집 곡선 창 하나 때문에 창틀 주물을 떠서 완성했다.
그래도 여전히 걱정은 남는다. 창호 공사에 아무리 투자했더라도 입주자가 관리를 잘못하면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로 현상을 예로 들어 보자. 결로의 원인을 분명히 알지 못하면서 창호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겨울이라고 춥다며 자주 환기를 하지 않거나, 실내 습도를 지나치게 높이면(곰국을 장시간 끓인 다든지, 가습기를 지나치게 오래 튼다든지, 욕실 습기를 제대로 밖으로 빼내지 않는다든지…) 결로의 원인이 된다. 이런 원인은 환기만 자주 해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러기 때문에 아무리 추워도 창문을 맞통하게 열어서 자주 환기해야 한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우리 집에 들어온 입주자 가운데 한 분은 출장이 잦아서 집을 자주 비웠다. 우리 집의 방역 관리를 하는 세스코 직원이 201호 실외기실(에어컨 실외기실을 설계 단계부터 만들었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에어컨을 볼 수 없다)에 곰팡이가 핀 것을 발견했다. 그 직원이 말해주기 전까지는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도 몰랐다. 통풍과 빛을 각별히 신경써서 설계했기 때문에 곰팡이가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알고 보니 그 입주자가 집을 자주 비우는 데다가 한 번도 보일러실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곰팡이가 핀 것도 전혀 몰랐다며 관리를 잘못해서 미안하단다. 확실하게 환기가 되도록 환풍기가 아닌, 갤러리 창을 달아주었는데도 사는 동안 한 번도 창문을 열지 않으니 환기가 될 리 없었을 것이다.
1 방수와 곰팡이 방지 기능이 있는 마감재 덤프록. 2 환기를 자주 하지 않는 실외기실에 곰팡이가 생겼다. 3 실외기실 곰팡이를 샌딩으로 제거한 뒤 말리는 과정. 4 효과가 확실하도록 덤프록을 두 번 발라 마무리했다. 페인트 보수공사팀을 불렀다. 아저씨는 그 위에 페인트를 덧바르는 것으로 일을 끝내려 했다. 눈 가리고 아웅은 안 된다. 보수공사팀에게 이렇게 보수하도록 했다. 첫째, 샌딩을 해서 곰팡이를 모두 제거할 것. 그다음에 내부를 완전히 말린 뒤, 우리 집 바닥 공사를 할 때 바른 덤프록으로 칠하라고 했다. 다 마른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 위에 한 번 더 칠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자니 한 시간도 안 돼서 끝낼 일을 반나절 꼬박해야 했다.
덤프록은 방수 기능과 라돈 가스를 차단하는 기능이 있어서 지하실 공사를 할 때 많이 쓰는 재료다. 베란다에 곰팡이가 핀다면 응용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방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습기에 강할 것이고, 그런 환경에서는 곰팡이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처음 페인트 공사를 할 때, 요구했던 대로 실외기실도 실내 벽처럼 울트라그립(4월호 참고)을 바른 뒤 페인트칠을 했다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보수공사를 하던 날, 우리 집에 같이 사는 입주자들이 있는 단체 카톡방에 공지 사항을 올렸다. “오늘 201호 곰팡이 제거 작업을 하는데, 혹시 다른 집들도 곰팡이가 코딱지만큼이라도 핀 곳이 있으면 얘기해주세요. 같이 해드릴게요.” 다른 집에서는 아무 데도 곰팡이 핀 곳이 없다고 한다. 다행이다. 아니 당연한 일이다. 설계할 때부터 통풍이 잘되도록 개구부를 배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일러와 에어컨 실외기실은 일부러 벽 전체를 갤러리 창으로 만들어서 창만 열어놓아도 절대 곰팡이가 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관리 잘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이런 일은 제가 체질이라서요.” 기분 좋게 웃고 넘어갔다.
실외기실을 외부와 연결하고 갤러리 창을 설치했다. 로이 유리를 쓸 수 없다면 로이 유리는 상당히 비싸다. 만약 로이 유리를 쓸 수 없다면 자외선 차단 필름을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3M 태양열 차단 윈도우 필름은 적외선과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기능이 있다. 내부 냉난방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적외선과 자외선을 차단한다.
기존 유리에 붙이기만 하면 되는 필름 형태로 되어 있으니 시공도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솔라메이트라는 국내 회사에서도 생산한다. 거울 효과(mirror effect)로 바깥에서 안이 들여다보이는 것을 방지해주는 기능이 있는 것도 있다. 3M 안전 및 방범 윈도우 필름은 악천후 같은 자연재해나 사고가 났을 때 유리 파편이 날리는 것을 최소화한다. 또 겨울이 되면 에어캡을 창문에 붙이는 집이 매우 많다.
포장재로 쓰는 에어캡이 단열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앞뒤 필름 사이에 공기층이 있는 단열 에어캡도 생산되고 있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지난해 어느 건축사 사무소는 이 에어캡으로 지붕을 만든 일명 ‘뽁뽁이 집’을 완공했다. 에어캡 75겹으로 만든 지붕은 단열, 자연광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거두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부족한 예산으로 단열과 채광을 보장해야 한다는 어려운 문제를 기막히게 해결했다. 참으로 지혜로운 건축가요, 자신의 재능을 소외 계층을 위해 쓰는 착한 설계, 착한 건축가다.
글을 쓴 허은순은 동화 작가다. 글 쓰는 일을 주로 하다가 자신이 살 집인 ‘창조공간’을 건축하면서 그야말로 건축 삼매경에 빠졌다. 건축이라는 예술이 평범한 사람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집 짓기를 계획한 3년 전부터 건축자재와 기술을 분석하고, 친환경 코디네이터 과정을 수료했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실험하고 전하는 일이 체질에 딱 맞다.
연재 순서 1 집 짓기 첫 단추, 어떤 건축가를 고를까?(2014년 1월호) 2 설계는 건축의 시작과 끝, 아니 그 이상(2014년 2월호) 3 공동주택을 지을 때는 더욱 신중하게(2014년 3월호) 4 친환경은 선택 아닌 본능(2014년 4월호) 5 소형 주택도 친환경 인증이 필요해(2014년 5월호) 6 새나가는 열, 틈새를 막아라!(2014년 6월호) 7 내 발소리가 들려?(2014년 7월호) 8 그대, 창문을 열어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