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아이가 있는 집은 온 집안 사람들이 예뻤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
그 중간 쯤에 이층집이 그랬다.
아빠도 잘생겼고 엄마도 예뻤고 딸도 예뻤고 여동생도 예뻤다.
내 친구 집 옆집인데 그 집을 지나려면 조금 먼 길을 돌아야 했지만
하교 길은 매일 그 집 앞을 지나왔다.
그 집 딸 중 나하고 학년이 같은 애를 볼 수 있을까 해서였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못볼 것을 본 것처럼 당황하다가 마는 것이
전부였지만.....통통하고 얼굴이 동그스럼했다는 것 말고는 기억에 없는....
그래도 그 집 앞을 지나면서 설렜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내 밭 옆에 광주광역시 수완동에서 장사하는 분이 농막을 지어 놓고
고양이를 키웠다. 아니 .....방목했다.
한 번씩 밭에 가면 일부러 쫓아 와서 내 발에다 몸을 비벼대는 통에
어기적 거리며 걷게 된다.
주먹만한 것이 다가와 살갑게 굴면 어찌나 살떨리게 예쁘던지....
바쁠 때는 조금 귀찮기도 했지만..
밭에 가는 재미 중의 80프로는 고양이를 보러가는 재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매일 밭에 가는 것도 아니면서 고양이를 풀어 놓으니
고양이는 거의 야생이나 다름없다.
2년째 되는 가을녁엔, 그러니까 작년 가을 쯤엔
고양이는 어느 때 부터인가 보이지 않았다.
굶어 죽든지 아니면 야생의 상위 포식자에게 잡혀 죽었든지 했을 것이라는
아쉽고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그 후론 밭에 가는 것이 그닥 즐겁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농막 앞에 차를 세울 때마다
고양이를 불러봤다.
빈 농막에서 돌아오는 것은 적막 뿐이었지만....
어제는 심지 않은 감자가 계속 신경이 쓰여
그 감자를 마저 심으려고 밭을 들렀다.
혼자 하는 밭갈이는 재미가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도 호미질에 정신이 팔려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
울음소리가 한참 이어진 이후에야 고양이소리를 깨닫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 보는데
그 예쁜 '나비'가 3미터 앞에서 나를 보고 울고 있는 것이다.
봐달라는듯...
죽은 친구가 살아 돌아와도 이렇게 반가울까?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고 먹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기 짝이 없다.
밭으로 돌아와 마무리를 하는데 노래가 하고 싶어진다.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차고 그리움이 현실이 된 양 즐겁게 목을 틔운다.
'오가며 그집 앞을 지나노라면.....'
햇살은 따뜻하고 지나는 바람은 상쾌하기만 하다.
첫댓글 내놓고 기르면서 중성화도 시키지않았다면 자주 바람이 날텐데요. 너무 무책임한 주인들도 많고, 대신 이렇게 따듯하신 님들도 있고... 고양이 대신하여 감사합니다 ~
첫사랑 그 소녀 는 지금쯤 어디에서 늙어가고 있을까요
사람을 기다리는 그 고양이도 참 쨘~합니다
다녀갑니다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아, 빅샤인님 덕분에 ~그집 앞 ~을 떠올리며 허밍으로 불러봅니다.
소녀시절에 그토록 좋아했던 노래인데 언제부터 잊었을까 !
정붙이면 한없이 사랑 스러워 야옹아
같은동네 이삔애 있음
신경쓰여 ㅋ서울로 시집간게
몇십여년전 지금은 할마씨 겟죠
곱게 늙엇는지 가끔은 궁금합니다
고맙기도 하고요
아련한 추억거리도 준
이쁜 동생아 ~~^^
그집앞이라 하니 이재성님의 그집앞 노래가 흥얼거려집니다~^^
저도 길냥이를 몇마리 돌보는데 글 내용에 마음에 깊이 공감합니다.
정들인 냥이가 안 보이면 걱정도 되고 안 보이면 찾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