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공청회 관련
지난 4월6일 '도서정가제를 중심으로 한 독자보호 및 출판산업활성화 방안'정책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당시 배부된 자료집을 기고하신 분들의 저작권 동의를 받아 게재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당일 참가한 토론자의 변경사항이 있어서 함께 수정사항을 올립니다.
일시 : 2005년 4월 6일 오후 3시
장소 :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
진행 : 우상호 의원
발제 : 부길만 교수(출판문화학회 회장, 동원대학출판미디어학과 교수)
토론 : 이창연 회장(한국서점조합연합회)
김인호 상무이사(대한출판문화협회)
김자혜 사무총장(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모임)
최준영 정책실장(문화연대)
김성룡 상무이사(주.교보문고 인터넷서점)
김종수 이사장(한국출판협동조합)
정상우 대표이사(예스24)
공청회를 개최하며
우 상호(국회의원,문화관광위원회 열린우리당 간사)
2002년 출판산업의 지원과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취지로 출판및인쇄진흥법이 제정되었습니다. 그간 출판계와 서점계의 합의로 원만하게 운영되어 오던 도서정가제가 90년대후반이후 인터넷 서점의 약진이라는 변화된 시장상황 하에서 도서정가제의 법제화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마침내 이 법에 의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출판및인쇄진흥법에서 보장하는 도서정가제의 내용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기엔 부족함이 많다는 비판이 제정 당시부터 있어왔고 실제로 2년 넘게 시행되어 오는 동안 법과 현실의 괴리가 있어온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시행되는 도서정가제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비판을 받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문화산업의 특수성, 출판시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인식의 부족과 단순히 출판시장에 종사하는 업계 사이의 이해관계라는 일부의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도서정가제의 시행이 시급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특정 업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출판사, 온/오프라인 서점과 도/소매 서점 뿐 아니라 종국적으로 소비자까지 모두의 이익을 위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출판산업의 진흥과 출판시장의 정상화는 지식정보화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반드시 이룩해야 할 과제입니다. 21세기의 핵심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산업의 매우 중요한 축으로서 그 위상에 걸맞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 현재의 도서정가제를 면밀히 평가하고 올바른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입니다.
모쪼록 오늘의 정책토론회가 한국의 문화산업, 출판시장의 발전을 위한 고민을 공유하고 이러한 마음을 모아 출판업계와 유통업계 및 소비자들이 함께 Win/Win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자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도서정가제에 대한 언론 및 국민들의 오해를 해소시키고 이것이 문화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임을 설득하는 노력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토론회 진행 순서
사회 : 우상호 의원
15:00 ~ 15:10 -------------------------------- 개회 인사
15:10 ~ 15:20 -------------------------------- 축 사
15:20 ~ 15:40 -------------------------------- 발 제
부길만 교수(출판문화학회 회장, 동원대학교출판미디어학과)
15:40 ~ 16:25 -------------------------------- 전체 토론
● 김종수 이사장(한국출판협동조합)
● 이창연 회장(한국서점조합연합회)
● 김자혜 사무총장(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모임)
● 최준영 정책실장(문화연대)
● 김성룡 상무이사(교보문고 인터넷서점)
● 정종진 사무국장(대한출판문화협회)
16:25 ~ 17:00 ------------------------------ 종합토론 및 질의
※ 사정에 의하여 모든 토론문이 자료집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으며, 미포함 부분은 현장 토론으로 대신함을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도서정가제 관련법의 개정 방향
부 길 만 (동원대 출판미디어과 교수)
Ⅰ. 머리말
Ⅱ. 도서정가제의 의의
1. 정가제의 개념과 의의
2. 도서정가제의 의의
Ⅲ. 역사적으로 살펴본 한국의 도서정가제
1. 제1기 (1945년 8.15해방 이후부터 1977년 11월)
2. 제2기 (1979년 12월부터 2002년 8월 법제화 이전)
3. 제3기 (2002년 8월 법제화 이후부터 현재)
Ⅳ. 외국의 사례에서 본 도서정가제
1. OECD 회원국의 도서정가제 시행 실태
2. 주요 출판강국의 도서정가제 사례
3. 외국의 도서정가제 사례가 주는 교훈
Ⅴ. 도서정가제 관련법의 문제점
1. 법률상의 문제점
2. 시행상의 문제점
Ⅵ. 도서정가제 관련법의 개정 방향
Ⅶ. 맺음말
?참고문헌
Ⅰ. 머리말
도서정가제는 2002년 8월 출판및인쇄진흥법에 포함되어 공식적인 법률로 확정되었고 2003년 2월 대통령령으로 시행령까지 제정되어 현재 시행되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출판?서점인들은 물론이고 도서정가제의 입법화에 관여한 정책 담당자들의 노력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도서정가제는 법제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봉착해 있다. 즉, 도서정가제가 법률로 정해져 있어 형식적 면에서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인 운영은 부실할 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당초 법제정의 목표와는 전혀 상반된 악법으로 기능하며 출판시장에 극도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실정에 있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 그것은 법 시행상의 문제점도 있지만, 미비된 채로 통과시킨 도서정가제 관련법 자체의 문제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이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도서정가제의 기능과 필요성을 확인하고 한국과 외국에서의 도서정가제 사례를 살펴본 다음, 현행 도서정가제 관련법의 문제점과 개정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는 도서정가제 관련법의 바람직한 개정뿐만 아니라, 출판 및 서적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정책의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Ⅱ. 도서정가제의 의의
1. 정가제의 개념과 의의
정가제란 법률적?경제적 용어로는 재판매가격유지제도를 말한다. 재판매가격유지(resale price maintenance)란 공정거래법(제1장 제2조 6항)에 의하면, 상품을 생산 또는 판매하는 사업자가 그 상품을 판매함에 있어서 재판매하는 사업자에게 거래단계별 가격을 미리 정하여 그 가격대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거나 이를 위하여 규약이나 기타 구속 조건을 붙여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제조업자나 그 밖의 공급자가 자기제품을 재판매하는 유통업자들에게 일정가격이나 최저가격(때로는 최고가격)을 지정하고 거래중단 등의 제재 조치를 통하여 지키도록 하는 행위이다.
상품의 통상적인 유통경로는 제조업자→도매업자→소매업자→소비자의 단계로 구분된다. 제조업자가 도매업자에게 상품을 판매하게 되면 도매업자는 이를 구매하여 다시 소매업자에게 판매하게 되는데, 여기서 도매업자가 소매업자에게 판매하는 것을??재판매’라 한다. 예컨대 제조업자가 도매업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면서 도매업자가 소매업자에게 판매할 가격과 소매업자가 소비자에게 판매할 가격을 미리 정하여 주고 도매업자와 소매업자로 하여금 그 지정된 가격대로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것이??재판매가격유지행위’이며, 이러한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주로 제조업자가 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나, 때로는 사업자단체, 도매업자 또는 수입자가 이를 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도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독립사업자들의 자유로운 판매가격 책정을 구속하여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반경쟁적 행위로 보고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법정 재판’과??지정 재판’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허용되고 있다. 법정 재판은 저작권법 제2조의 저작물로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정 없이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허용되며, 지정 재판은 일정한 요건(당해 상품의 품질이 동일하다는 것을 용이하게 식별할 수 있을 것, 당해 상품이 일반소비자에 의해 일상 사용될 것, 당해 상품에 대해 자유로운 경쟁이 행해지고 있을 것)을 갖춘 상품으로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정을 받은 경우에 허용된다. 현재 법정재판으로서 도서정가제가 시행 중에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별도로 지정해 준 상품은 없다.
저작물의 경우는 말하자면,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당연위법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인데, 그 근거를 저작권의 보호와 상품의 다양성 확보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서에 대한 정가제를 인정하는 근본 취지는 서점에게 일정한 마진(margin)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마련된 제도라기보다는 문화적 배려 차원에서 저작자를 보호하여 창작문화를 창달하고 출판물의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이다.
2. 도서정가제의 의의
(1) 도서의 특수성
앞에서 보았듯이, 정가제 중에서도 도서정가제의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도서라는 상품의 특수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특수성에 대한 인식은 공정거래법상에서도 도서를 예외적으로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대상으로 지정한 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서의 특성은 무엇보다도 독창적인 원고를 바탕으로 한 창작물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막중하다는 점이다. 한 권 한 권의 도서가 개인의 삶이나 사회적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왔음은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이러한 도서의 상품으로서의 특징은 사용가치가 창출되는 도서상품의 근본적인 질(quality)이 비물질적인 것에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사용가치는 도서의 종이나 모양 즉 매개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에서부터 나온다. 메시지는 비물질적인 것이며, 이러한 특징은 빵이나 세탁기와 같은 물질적인 재화의 가치가 물질의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며, 욕구가 있을 때까지 소비가 반복된다는 점과 비교해 볼 때,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도서의 사용가치는 이질적인 소비자 욕구에서 나오기 때문에 상품 차별화는 가능하며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준다.
이러한 도서는 그 판매 면에서도 다른 제품과는 상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바, 한국의 경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출판물의 판매는 위탁 또는 상비임치제도(�9�M��로서 발전하여 왔다. 현금 거래만으로는 판매의 증진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성실하고 신용 있는 서점에 일정량의 책을 위탁하여 판매케 하거나 서점과의 합의로 일정량을 항상 보관토록 하는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둘째, 정가판매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법정재판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셋째, 시장조사가 어려운 상품이어서 수요 예측이 매우 곤란하다. 따라서, 적정 생산량을 측정하기도 어려우며 반품률이 매우 높다.
넷째, 유통업자에의 의존도가 높다.
다섯째, 상품의 단가가 다른 상품에 비해 낮지만, 품종이 많으므로 판매 과정에서 손이 많이 간다. 거기다가 광고 의존도도 강하며, 소비가 되풀이되는 다른 상품과는 달리 독자의 반복 구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2) 도서 정가의 책정
도서의 정가란 최종 소비자인 독자에게 파는 일정한 소매가격으로, 제조업자인 출판사가 소비자용으로 정한 소비자가격이며 소비자인 독자의 구매가격이다.
통상적으로 도서의 정가를 좌우하는 것은 책의 크기, 편집 방법, 인쇄 방법, 제책 양식, 종이의 질과 두께 등 자재의 차이, 페이지 수, 출고 할인율, 저작권 사용료, 광고비, 발행부수, 이윤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자의적인 판매 예측에 의한 발행 부수가 정가 책정의 가장 큰 요소가 된다. 그러나 출판사에서 실제로 정가를 매길 경우 대개는 이런 제작비나 기타 경비를 중심으로 산출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하면, 도서의 정가를 원가만 염두에 두고 결정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도서는 그 특성상 생활필수품으로 취급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인 독자들은 정가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실질적인 생산자인 출판사와 도서의 소비자인 독자와의 구체적인 만남은 도서의 정가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좀더 부연하면, 도서의 정가는 출판물의 독자적인 내용의 실질적인 효용가치와 이에 대한 독자의 평가?기대 등이 상응하는 가운데 구매라고 하는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서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도서의 정가 책정에는 독자층에 대한 고려가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외에도 출판사의 방침이나 경영 및 영업방침에 대한 정책에 따라 원가를 무시하고 저정가정책을 쓰는 경우도 있다.
특히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서나 학습참고서의 경우는 정가를 매우 낮게 매길 수밖에 없게 된다. 이른바 저정가정책이다. 반면에 내용이 전문적이어서 특정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서적의 정가는 매우 높게 매기는 것이 보통이다. 이른바 고정가정책이다. 그러나 이것도 의식적으로 정가를 높게 매기는 정책이라기보다 부득이 그렇게 매기는 것이며, 발행부수와 제작비 등을 고려하게 되면 오히려 적정가정책(?��j)이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3) 도서정가제의 기능과 필요성
앞에서 보았듯이, 도서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이면서도 특수성을 지니고 있으며 정가책정에서도 독특한 속성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도서의 기획과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출판산업 역시 일반산업과는 다른 교육?문화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단순한 시장논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특수산업이라는 점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전제하에 도서정가제의 기능 역시 공익성의 확보에 그 근거를 두게 된다. 특히 도서의 경우는 수요 예측이 매우 곤란하고 수급 상황도 개별 도서마다 각각 달라지게 되므로 정가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시 말하면, 수요 강도가 다른 여러 가지 품목을 생산하는 업체는 소매업자로 하여금 수요가 적은 품목의 재고유지 비용을 보상할 수 있도록 판매 속도가 빠른 인기품목에 대하여 충분한 이익률을 보장하는 선에서 재판매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출판물이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 공익성이 큰 상품으로서 사회적 관점에서 재판매가격을 허용하는 예외로 그 타당성이 인정되고 있다.
공익성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도서정가제는 일반산업의 경우와는 달리 출판산업에서 다양한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미 한국출판연구소의 조사연구에서 다음과 같이 밝혀낸 바 있다.
첫째, 출판산업에서 도서정가제는 출판산업의 시장 실패를 일정부분 방지해 둔다.
둘째, 도서정가제는 경쟁 촉진 효과를 가져온다. 즉, 재판매가격유지제도가 시행되는 상황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출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규 기업의 진입도 용이하게 해준다.
셋째, 재판매가격유지제도는 문화적 다양성을 보장해준다. 즉, 재판매가격이 효과적으로 유지됨으로써 신인 저자의 등장을 용이하게 해준다. 할인 판매시 서점은 이윤이 많이 남는 기성 저자의 책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기성 저자의 책은 저자의 유명도에 따라 다시 말해서 독특한 상품차별화로 말미암아 서점에서 낮은 할인율로 독자에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재판매가격유지제도는 일반산업에서와는 달리 상품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준다. 만약 할인 가격 제도가 시행되는 상황이라면, 상품도입 초기에는 경쟁으로 인하여 상품의 가격이 싸지는 효과가 있지만, 종국적으로는 독점기업이 등장하게 되어 상품의 가격이 앙등하게 된다. 독점기업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과점기업간 담합에 의하여 가격은 앙등하게 된다.
다섯째, 출판산업에서 재판매가격유지제도는 국민의 고급 정보복지의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국민의 정보복지는 지방과 중앙과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할인 가격 제도가 도입되는 상황에서도 지방의 독자들은 중앙의 독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불해야만 도서를 접할 수 있어, 지방의 독자들은 더욱 더 열악한 정보복지 환경에 빠져든다. 지방 독자들의 연간 소득이 중앙의 독자들보다 적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앙과 지방간의 정보복지의 불균형은 더욱 심각해진다. 그러나 재판매가격유지제도는 전국 어디서나 동일가격을 유지하므로 중앙의 독자나 지방의 독자나 동일가격으로 정보를 접할 수 있어, 정보복지의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여섯째, 중소서점의 생존을 보장해 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할인 제도의 경우, 일반 독자는 할인율이 높은 서점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중소서점은 경영의 악화가 초래될 우려가 있고, 문을 닫는 서점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대형 할인매장만이 이득을 보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독자들은 대형 할인매장까지 가야 하는 간접비용을 더 물게 될 공산이 크다.
일곱째, 출판산업에서 재판매가격유지제도는 국토지리적 규모가 작고, 위탁판매가 일반화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필연적이다. 미국의 경우, 할인판매제도가 일반화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국토지리적 규모가 커 매절판매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기능을 지니고 있는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은 한국에서 이미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즉, 1970년대 후반 도서정가제가 정착된 이후 출판계와 서적유통계가 발전한 바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도서정가제의 정착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와 일부 유통업계에서는 단순한 경제논리를 내세워 정가제 철폐를 주장해오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라 도서정가제가 폐지될 경우 출판계는 물론 우리 문화 전반에 끼칠 악영향은 크다. 여기에 대하여 다양한 주장들이 이미 나왔는바, 나름대로 간략히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책값의 상승이다.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일부 내려가는 것도 있겠지만, 정가책정시부터 할인가격을 염두에 둔 명목상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둘째, 서점 수의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도서 가격의 자율화는 서점에 있어 고정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할인 경쟁을 유발해 대부분의 영세 서점은 도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서점에서의 적극적인 도서 임치가 불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출판종수가 감소하고 책의 다양화가 막히게 될 것이다.
넷째, 창작의욕, 특히 신인작가의 창작의욕 상실을 초래할 것이다. 도서를 할인하여 판매하게 된다면 출판물의 판매 예측 불확실성과 정가의 잦은 변동으로 인하여, 서점에서는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인작가들의 저작물은 적극적으로 임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균형 있는 지역 문화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도서정가제가 폐지되면 지방 독자는 물류 비용의 부담으로 인해 같은 종류의 도서를 도시 독자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으로 살 수밖에 없어 교육, 문화, 정보의 향수 기회를 제한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출판사, 도매서점, 소매서점 각 분야에서 집중화가 진행될 것이다. 또한 출판시장의 개방으로 외국의 다국적기업이 무차별적인 가격 파괴, 덤핑을 자행할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이다.
Ⅲ. 역사적으로 살펴본 한국의 도서정가제
1945년 해방 이후 한국 도서정가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기를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즉, 도서정가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던 1977년 12월 1일과 법제화되었던 2002년 8월 26일을 기점으로 삼아, 제1기는 1945년 해방 이후부터 1977년 11월까지, 제2기는 1977년 12월부터 2002년 8월 도서정가제 법제화 이전까지, 제3기는 도서정가제 법제화 이후부터 현재까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기구분의 기준은 정가제를 통한 도서유통질서의 확립과 출판문화의 발전에서 찾았는데, 각 시기별로 나누어 도서정가제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 제1기 (1945년 해방 이후부터 1977년 11월)
제1기는 6?25전쟁으로 인한 도서유통 질서의 문란과 덤핑서적시장의 형성, 그리고 그와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출판인들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해방 직후 우리의 도서 시장은 수개월간 판매자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1946년 가을 이후부터는 경기침체와 심각한 용지난으로 인하여 서적판매 시장은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고 도서유통 질서도 문란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6?25전쟁 이후 서점과의 거래는 더욱 악화되고, 책값 회수도 극히 불량한 가운데, 할인율 문제, 도서 정가의 문제가 크게 악화되었다. 6?25전쟁 직후에는 출판계에 어음제도가 생겼는데, 기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부도사태가 일어나고 혼란이 커졌다. 이 판매문제와 대금 회수문제는 출판계의 사활문제가 되어 출판인들은 누차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하였으나 큰 성과는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많은 출판인들은 부채에 쪼들리게 되어 책을 헐값으로 투매하는 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이때부터 서울의 동대문시장에는 노점서적상들이 번창하기 시작하였다. 소매상은 할인 판매로 살길을 찾고 도매상은 속속 문을 닫게 되고 출판업자는 덤핑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어 서울 동대문시장에는 덤핑서적시장이 형성되었다.
1960년대 초반 서적덤핑상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도서정가제 운동이 전국서적상연합회(이하 서련)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마침 정가제를 강조하는 정부시책에 맞추어 출판사와 서적상들이 일치해서 도서정가제를 시도하였다. 이 무렵 정부에서는 도서정가제의 관철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하였고, 그런 방침에 따라 정부는 출판사로부터 부당한 정가를 기재하여 할인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당국의 강경한 입장과 출판?서점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할인판매 행위가 뿌리 깊게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도서정가제는 성공을 거두기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더욱이 당시의 사회경제적 상황은 전반적인 출판시장을 위축시켰기 때문에 더욱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한편 출판계는 1950년대 후반까지도 계속되는 불황과 판매대금 미회수 및 서점과의 거래 악화로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마침내 1958년 출판계에서는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출판계 스스로 탈피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졌다. 즉, 대형 기획물의 발간과 외교방문 판매방식을 찾아낸 것이다. 이러한 외판 방식은 60년대에도 계속 발전해 나가 출판산업의 활로 개척에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서점의 발전과 도서정가제의 시행에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런 속에서 1960년대 후반, 서점은 영세화하고 위축되어 문을 닫는 곳이 많아졌다.
1960년대 후반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통해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도서 판매시장도 조금씩이나마 매해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점은 발전하지 못하고 쇠퇴를 거듭해갔고, 서점계의 판매질서나 거래 상황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그 개선 방법으로 서적상계에서는 도서정가제의 실시를 연구 추진하였다. 동시에 도서유통 체계의 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도서공급 기구를 설립하자는 논의도 잇달았다. 이때 출판계에서는 출판금고 직영으로 모델서점을 전국적으로 설립하여 도서일원공급기구의 기간조직으로 만들자는 계획이 나왔고, 그 일환으로 1972년 9월 서울에 중앙도서전시관을 설치하였다. 이 전시관에서는 전국적으로 만연된 고질적인 타성인 할인판매를 지양함으로써 서점운영에 새바람을 불어넣고자 하였는데, 독자들의 호응을 얻어 판매량이 매해 늘어났고 참여하는 출판사 수도 증가하였다. 중앙도서전시관에서의 이러한 정가판매제의 성공은 1970년대 후반에 확립된 도서 정가판매 제도의 밑거름으로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대부분 서점들의 유통질서는 여전히 문란하고 할인판매가 성행하였다. 심지어 가격의 덤핑은 물론 동일 종류의 도서를 선물로 주는 극단적인 판매방법까지 등장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가격 책정 자체를 덤핑화하여 내놓은 염가본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출판?서점계에서는 유통질서의 확립을 위한 일차적인 과제로서 도서정가제의 실시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는데, 도서정가제 실시의 걸림돌은 가격 책정이었다. 정가제가 결과적인 가격 인상이 되기 때문에 독자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언론과 국민들의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서적상인들은 출판인들에게 지금까지 시장에 나와 있는 도서 가격을 조정(인하)해줄 것을 요청하여, 민중서관, 동아출판사, 교학사, 시사영어사 등 상당수 출판사들로부터 협조를 이끌어내었다.
2. 제2기 (1977년 12월부터 2002년 8월 법제화 이전)
제2기는 70년대 후반 정가제 실시와 함께 출판산업의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할인매장의 등장으로 도서정가제가 흔들리게 되자 이를 살려내고자 애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977년 12월 1일을 기하여 정가판매제를 실시하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규칙을 어기는 곳이 거의 없이 성공을 거두었다. 서점업계는 이제 단합과 협동을 통하여 판매질서가 확립되고 상도의가 세워졌다. 정가제 실시 이전 고객 뺏기 경쟁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립하던 때에 비하면, 일신된 분위기가 완연했다.
정가제 실시는 서점들이 자구책으로 실시했던 제도인데. 독서문화와 서점계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끼쳤다.
첫째, 독자들에게 책에 대한 권위를 새로 인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둘째, 서점 경영주들에게 의욕을 불러일으켜 경영자세의 개선과 운영의 합리화를 이루게 하였다. 셋째, 서울의 일부 지역과 지방도시에서 판을 치던 덤핑 서적들이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 도서정가제의 성공이 갖는 의미는 서점의 적정 마진 확보로 인한 재무구조의 호전과 운영의 원활, 출판사에 대한 거래조건 개선 등에 의한 출판사 자금회전 기간 단축과 대손(��의 감소, 이들 거래의 활성화와 경영합리화에 따른 독자 서비스 증대, 도서유통의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점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도서정가제의 성공은 그 과정이 외국의 경우와도 달랐다. 영국이나 일본에서는 출판계가 주체가 되어 국가의 법적 보호를 받으면서 출판사, 서적도매기구, 서적상조합의 3자가 협의기구를 조직, 진지하게 문제 하나하나를 풀어나간 협동적인 노력의 소산인 데 비해, 한국의 경우는 법의 보호도, 협의기구도 없이 서련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낸 것이 특기할 점이라 하겠다.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서점계의 분위기가 바뀌고 거래질서가 개선되면서, 서점 수의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70년대 초에 줄기 시작했던 서점이 부가가치세 면세의 힘과 도서정가제 실시로 인하여 활기를 찾기 시작하여 주요 도시에서 크게 늘어났다.
또한 서점수의 증가와 함께 서울의 종로서적과 교보문고 등을 비롯한 서점의 대형화 현상도 시작되었다. 도서정가제의 효과는 서점의 활동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제는 서점 자체에서 책의 선전을 위한 행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1981년 한국출판판매가 창립 20돌 기념으로 ‘서울북페어’를 연 것을 시작으로 교보문고, 종로서적, 중앙도서전시관 등에서 계속적으로 자체 행사를 벌여 독자들을 책방으로 끌어들이는 데 기여하였다.
도서정가제가 정착되어 가고 있을 무렵인, 1980년 12월 31일 정부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을 제정?공포하였는데, 이는 도서정가판매제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법률이었다. 공정거래법 제20조에서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다만 “대통령이 정하는 저작물에 대해서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 한다”고 규정하였다. 시행령 확정을 거쳐 1981년 4월 1일부터 발효된 이 공정거래법에 따라 출판물은 정가판매 허용상품으로 지정되어 정가를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도서정가제가 실시된 이후 도서 발행량도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신간 발행종수는 1977년 9,090종에서 1978년 9,813종으로 증가하고, 1979년 11,164종, 1980년 13,062종, 1981년 13,618종으로 계속 증가하여 1986년 2만 종을 넘어서게 되어 양적으로는 세계 10대 출판대국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한국 유통시장에는 이른바 ‘가격파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시장과 백화점, 슈퍼마켓 정도로 구분되던 국내 유통업계에 창고형 도매점, 할인점, 양판점 등 새로운 형태의 판매점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상품가격의 체계를 뒤흔들어놓은 것이다. 특히 유통시장의 전면 개방과 함께 외국의 가격파괴 업체가 한국시장으로 진입해 오면서 도서정가제를 위협하였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그동안 대형할인점 등에서만 도서 할인판매가 이루어지던 것이 이제는 서울 일부지역의 서련 회원사들까지 도서할인판매 경쟁에 뛰어들게 되었다.
도서의 할인판매는 특히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유통질서의 혼란으로 공공연하게 성행되었다. 1990년대 상반기에 전집이나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편의점이나 대형 창고형 할인점에서 자행되던 가격파괴 현상이 1990년대 후반에는 학습참고서, 사전, 전집물, 단행본 등 출판물 전분야에 걸쳐 전국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또한, 1990년대 후반이후 시장 규모가 계속 커져나간 인터넷서점에서는 가격 할인을 내세우며 도서정가제를 근간에서부터 흔들려 하였다.
한편 1986년 이래 법적인 뒷받침을 받아 왔던 도서정가제의 시행을 축소 또는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정부 당국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옴에 따라 출판?서점계와 갈등을 빚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자유시장 경제논리를 내세운 공정거래위원회 측과 문화상품의 논리와 현실적 성과를 내세운 출판?서점계 간의 갈등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에, 도서정가제를 지키지 않는 일부 할인판매업체와 외국 도서유통업체의 도전을 받게 된 출판?서점계에서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도서정가제의 법제화를 시도하게 된다.
우선 ‘서련’은 1999년 7월 ‘저작물의 정가유지에 관한 법률(안)’을 문화관광부에 제출했고, 이것을 여?야 의원 28명이 11월 22일 발의해 입법화가 추진됐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여전히 반대하는 가운데 열린 1999년 12월 13일 문화관광위 소속 소위원회에서 법안 상정 유보를 결정함으로써 입법화는 무산되었다. 법안 상정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사이버 서점의 할인판매 허용여부였다. 일부 의원들이 무조건 할인판매를 금지할 경우 사이버 서점의 존립근거가 없어진다며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출판계 자체에서도 한국출판인회의를 통해 도서정가제의 당위성을 주장한 문건을 입법의 1차 자료로서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3. 제3기 (2002년 8월 법제화 이후부터 현재)
제3기는 도서정가제가 출판및인쇄진흥법에 포함되어 법제화가 이루어진 시기이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법률은 불완전한 형태로 제정?시행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제Ⅴ장에서 다룰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Ⅳ. 외국의 사례에서 본 도서정가제
1. OECD 회원국의 도서정가제 시행 실태
OECD 가맹 30개국 중 도서정가제를 공식적으로 시행하는 국가는 과반수가 넘는 16개국이고, 도서정가제가 없는 할인가격제 국가는 14개국이다. 유럽의 OECD 가맹국만을 놓고 보면 6대 4의 비율로 정가제 국가가 많다.
정가제 시행국 중에는 프랑스의 랑법(도서정가법) 등 직접적인 법률에 의한 경우가 9개국이고, 나머지는 저작물 상품에 대한 공정거래법(독점금지법)의 예외적 허용에 의한 사업자간 협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7개국이다.
정가제 비시행국의 경우 세계적인 출판시장을 형성하는 미국과 영국을 맹주로 한 영어권 국가 6개국과 출판시장 발전이 지체된 8개국(비영어권)으로 대별된다.
<표> OECD 회원국(30개국)의 도서정가제 시행 일람표 [2005년 1월 기준]
OECD의 도서정가제 시행국 중에는 학교 교과서를 정가제 대상으로 포함한 경우와 이를 배제한 경우로 나누어진다. 교과서를 정가제에 포함한 국가는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일본 등이며, 교과서를 제외한 나라는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이다.
또한 정가제 대상 품목도 일본처럼 저작물 6개 품목(도서, 잡지, 신문, 음악용 음반?테이프?CD)을 지정한 경우와, 독일?오스트리아 ?포르투갈?덴마크처럼 도서?잡지?신문을 포함한 경우도 있으나 대체적으로는 도서와 잡지가 주요 대상으로 볼 수 있다. 저작물과는 별도로 오스트리아는 조제약을, 체코는 담배를 정가제 품목으로 지정한 경우도 있다.
도서정가제 기한은 출판 후 2년 등으로 설정한 경우와 특별히 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도서관이나 학교 등을 예외적 할인판매 대상으로 정한 국가도 있다.
이와 같이 정가제 적용 여부 및 그 시행 형태는 나라마다 다르다. 경제제도, 교육정책, 출판의 역사와 특징, 도서정가제에 대한 문화정책적 배려 여하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된다. 경제력의 발전 정도나 시장자유화 정도에 따라 획일적으로 출판물의 가격제도나 정가제의 유무 및 형태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사회의 출판시장 질서에 대한 문화정책 차원의 의지와 출판 관련업계의 정가제 유지 여부에 대한 의견이 중대한 제도 존립의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공정거래법에 의해 재판매가격유지(정가제 유지) 행위가 원칙적으로 부정된다. 하지만 출판물이라는 지적 재화를 일반 상품과 동일한 시장경쟁 원리의 범주에 둘 것인지, 아니면 공공재(cdE)라는 견지에서 수직적인 가격 구속을 허용할 것인지의 정책 선택이 국가마다 판이하다는 것이다.
다만, OECD 회원국들의 도서정가제에 관한 앞의 연구에서 일관되게 확인된 것은, 도서정가제 유지국들이 첫째, 경제 및 출판산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했고, 둘째, 민족언어 기반의 비영어권 국가이며, 셋째, 정가제 운용의 주체인 출판 관련업계(특히 저작물 상품 생산자인 출판사)가 강하게 정가제 유지를 천명하는 나라는 한결같이 도서정가제가 출판문화와 지식유통의 근간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중요한 쟁점의 하나는 실질적인 판매가격이 정가제 여부에 따라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이다. 정가제 없이 자유가격으로 판매되면 독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출판물 구입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서 도서정가제 유지가 평균 도서가격(cover price)의 인하를 유도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해리포터』를 필두로 하여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동일 도서를 기준으로 유럽의 도서 가격을 비교한 결과, 정가제가 법률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4개국의 종합 평균가(19.65유로)가 영국(32.50유로)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또한 같은 연구에서, 초고속인터넷의 보급률이 높은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전자상거래 활성화의 척도이자 근간인데, OECD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상위 20개국 중 정가제 시행국은 13개국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2. 주요 출판강국의 도서정가제 사례
주요 출판 강국이라면, 비영어권 국가의 경우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을 꼽을 수 있고, 영어권 국가로는 미국과 영국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나라들의 도서정가제 사례를 하나씩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1) 프 랑 스
프랑스에서는 1970년대 중반 거대한 문화콘텐츠 유통업체인 프낙(FNAC)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도서와 문화상품들을 팔기 시작하면서 할인을 무기로 전통적인 도서 유통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중소형 서점들은 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런 배경에서 프랑스에서는 출판정책에 있어 정부 개입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 결과, 1981년 프랑스 국회는 법률 제81-766호를 가결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도서정가제법이다. 당시 문화부 장관인 자크 랑(Jack Lang)은 도서정가제를 이렇게 설명하였다. “이번 정부는 책을 다른 일반적인 상품과 동일시하는 것을 거부하고 시장의 메커니즘을 수정하여, 당장의 이익에 가려져서는 안 될 책의 문화적 특성을 보장하고자 한다. 도서정가제는 첫째 전국적으로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도서를 판매하여 국민들의 독서에 평등을 확보할 것이며, 둘째 유통체계에 있어 집중화를 방지하고, 셋째 특히 어려운 작품들의 창작과 출판에 있어 다양함을 보장할 것이다.”
랑법으로 불리는 이 법에서는 출판사에게 자사의 도서에 정가를 결정할 권리를 부여하고, 도서 정가가 결정이 되면 2년 동안 아무도 바꿀 수가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랑법에 의하면, 도서정가법을 위반할 경우,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판매된 도서 1권마다 벌금이 적용된다.
그리고 22년이 지난 2003년 6월 18일 프랑스서점연합(Syndicat de la Librairie Fran?aise, SLF)을 중심으로 한 중소서점들의 단결로 “도서관 도서 대여 보상과 작가의 사회적 보호”에 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는데, 이것은 1981년 8월 10일에 통과된 랑법을 보완하는 매우 중요한 발전이었다. 이 법은 랑법을 수정하여, 도서 할인을 정가의 5%에서 9%로 확대하여 허락하였는데, 이러한 할인은 국가기관, 즉 공공기관, 교육ㆍ연구 기관 등이 판매 목적이 아니라 자체 사용 목적의 구입, 또한 공공도서관의 도서 구입 시 적용되도록 하였다. 이 구입 가격에는 도서 대여에 대한 보상금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 도서유통 시장 상황은 프랑스에서 랑법이 제정되기 전인 1970년대 중반과 비슷하다. 프랑스에서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대형 유통업체들이 무차별적인 할인으로 출판시장에 위협을 가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할인점과 인터넷서점들이 도서시장을 교란하고 있으며, 자금력이 약한 중소형 서점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매우 유사한 상황에서 프랑스 정부와 우리 정부의 태도는 정반대이다. 프랑스 정부는 도서를 일반 상품과 동일시하는 것을 거부하고 도서의 문화적 특성을 인정한 반면, 우리 정부는 도서를 일반 상품과 동일시하며 문화적 특성의 인정을 거부하고 있다.
(2) 독 일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출판 불황을 겪고 있는 이 시기에도 독일 출판시장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독일의 출판미디어 그룹이 세계 출판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독일 내에서는 다양한 규모의 서점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발전하고 있다.
독일은 1888년 이래로 철저하게 도서정가제를 지켜온 나라이다. 19세기 말 라이프찌히와 베를린 같은 대도시에서 저렴한 가격에 책을 대량으로 구입한 할인업자들이 정가의 40%까지 할인해서 독일 전역에 있는 독자에게 책을 판매하게 되자 각 지방의 중소서점은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때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서정가제 방안이 나오게 된 것이다.
1888년 당시 서적상협회의 회장이었던 아돌프 크뢰너는 출판사가 정한 가격을 준수해서 책을 판매해야 한다는 규약을 만들어 실행에 들어갔다. 그 후 이러한 제도는 100년 이상 지속되었고, 그의 결단은 ‘크뢰너의 개혁’이라고 일컬어진다. 1888년에 아돌프 크뢰너는 도서정가제에 관해서 "할인업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으로 독자들에게 신간을 판매할 경우에, 전문가의 판단에 의하면 전국에 걸쳐 있는 독일어권 서점들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상황을 볼 때 도서의 할인은 작가, 독자, 그리고 출판인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도서정가제법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그것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출판시장과 문화의 산물인 도서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한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도서들이 출판되고 서점이 안정적으로 존재하게 함으로써, 일반 독자들이 쉽게 도서에 접근해서 독서문화를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독일의 도서정가법은 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특히 잘 판매될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지만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책을 출판하는 데 기여한다. 그 외에도 이 법제도는 책을 동일한 가격에 어디서나 살 수 있게 하고 전국의 모든 서점에 책이 배송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도서정가법은 작가들이 다양한 책을 출판할 의욕을 제공하며, 대형 출판사뿐만 아니라 작은 중소규모 출판사의 존립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다양한 서점의 공존과 공생이 가능하도록 한다.
그러나 독일의 도시정가 제도는 유럽공동체 위원회에 의해서 폐기 위기에 직면한 적도 있었다. 그 이유는 책값을 고정시켜 놓은 이 제도가 유럽공동체 위원회가 추구하는 상거래 자율화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출판계는 도서정가제의 존속을 주장하였다. 우선 정가제가 철폐되면 자본력이 약한 중소서점들이 심한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특히 소형서점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으며 거대 출판기업의 독주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이외에도 전문서적과 학술서적의 시장을 위축시켜서 지식산업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독일 정부 역시 책값의 자율화가 가져올 출판시장 황폐화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문화부를 중심으로 문화의 산물인 책의 가격 자율화에 반대하였다. 따라서 독일 출판계와 유럽공동체 위원회 사이에 수년간 논쟁이 된 끝에, 2002년 6월 도서정가제가 입법화되었고, 그해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도서정가법이 시행된 지 3년째 되는 지금 독일 출판업계는 정가제의 성공적인 운영에 대해서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3) 일 본
일본의 유통구조는 도서정가제(재판매가격유지제도)와 위탁판매제도를 주축으로 닛판(��?토한(�� 등 양대 도매상이 전체 출판유통량의 75%를 점유할 만큼 과점화되어 있다. 서점계 동향을 보면 대형 체인서점간 경쟁 시대로 진입하면서 중소서점의 도태가 이어져 매년 평균 1000개 안팎의 서점들이 폐업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큰 중대형서점이 500개 정도 설립됨으로써 실질 서점 매장규모는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는 도서정가제를 통한 매우 안정적인 시장질서와 높은 국민 독서율과 구매력에 의한 매출 유지가 있기에 가능하다. 일본에서 정가제는 정착된 단계이기 때문에 미국 아마존닷컴의 일본 현지법인인 아마존재팬에서도 도서정가제를 준수하고 있다.
일본의 도서정가제는 법규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독점금지법(공정거래법)의 예외조항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출판사와 유통회사 및 소매서점이 각각 자율적으로 ‘재판매가격유지 계약’을 맺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재판매가격유지제도에서도 국가공무원법, 소비생활협동조합법 등에 의해 설립된 단체(예를 들면 대학 내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구내서점이 해당)에 대해서는 정가제를 통한 가격 구속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가제 대상은 해당 저작물 생산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시행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해 판매업자와 계약함으로써 결정된다. 즉 일본의 도서정가제는 어디까지나 법적 ‘의무’가 아니라, 출판사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시행할 ‘권리’를 독점금지의 예외적 형태로 보장받고 있는 형태이다.
1919년 출판인들에 의해 자주적으로 확립된 도서정가제는 패전후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1947년에 제정된 독점금지법에 의해 전면 금지되었다. 그러나 1953년 9월에 동법의 전면 개정이 이뤄지고 법적인 재판매가격유지제도가 시행될 때, 저작물은 (재판매가격유지 행위 금지의) 법 적용 제외를 받는 ‘법정(�� 정가제(8�’로 운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출판계와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에는 도서정가제 존속 문제로 줄다리기가 계속되다가 2001년 3월 23일 논의의 결론이 내려졌다. 공정위가 발표한 요지는 “당분간 정가제 유지, 그러나 폐지를 위한 국민적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출판계는 ‘유지’ 결정에 대해 우선 안도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정가제 폐지 의향을 숨기지 않는 공정위의 입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일단 ‘유지’를 이야기하면서도 비정가도서 발행?유통의 확대, 각종 할인제도의 도입 등 가격 설정의 다양화에도 무게를 두었다.
일본의 도서정가제 유지 요인은 국가 정책이나 법적인 상황 이외에도 우리와는 다른 정황에서 기인한다. 첫째, 저작물 정가제가 적용되는 품목에는 앞에서 보았듯이, 신문이 포함되어 있다, 신문업계에서는 정가제가 폐지될 경우 가가호호 배달하는 신문 유통제도의 편리성이 사라질 우려가 있으며, 일본 문화의 지반 붕괴를 초래한다는 논리로써 공정위를 압박하였다. 신문계가 실질적인 정가제를 실시하면서도 정가제 품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도서정가제에 무관심한 한국 사정과는 대조적이다. 둘째, 출판사와 서점을 굳건한 파이프처럼 연결하며 정가제 계약을 필수 요건으로 삼아 쌍방과 거래해 온 도매상들의 역할이다. 또 일본의 인터넷서점들은 도서정가제 유지의 맹주인 기존의 거대 도매상들을 통해 물량을 조달하고 있어, 한국과 같은 할인전략이 먹혀들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본 국회의 활동도 우리의 눈길을 끈다. 세계적으로 독서량이 많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는 독서하는 사회풍토 조성을 위해 국회가 직접 나서고 있다. 의원입법으로 ‘어린이 독서활동 추진법’(2001.12.12 제정)을 시행중이며, ‘활자문화 의원연맹’이 각종 독서 관련 활동과 예산 지원에 앞장선다. 도서정가제 중심의 합리적이고 건전한 출판유통 질서와 독서문화 풍토 조성에 열중하는 일본 정부와 국회의 진지한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4) 미 국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 서서히 출현한 대형서점은 90년대 초 반스 & 노블과 보더스를 대표로 하여 시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에 주요 출판사들과 도매상들은 이러한 체인서점의 성장과 함께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로 이들 체인서점들에게 특별 혜택과 함께 전폭적인 지지를 보였고, 출판사들도 이에 발맞춰 출판물 종수와 부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시장 확대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1995년 출판사의 성장률은 2.1%나 떨어졌고, 10년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미국의 경제가 팽창하는 기간에 그 정반대 현상이 출판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9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거대 미디어그룹에 의한 인수합병은 수직적 출판구조에도 영향을 주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출판사가 초대형 서점과 파트너가 되고, 최대 도매상을 손에 넣어 출판사, 서점, 도매상을 통틀어 하나로 통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도서정가제가 없는 상황에서 대형서점들, 도매상, 출판사들은 담합에 의한 특혜나 프로모션에 따른 가격 설정과 같은 불공정거래를 통하여 여러 문제들을 파생시켰다.
첫째, 소규모 서점들의 도산을 초래했다. 미국서점협회의 회원서점수를 살펴보면 1993년 이래로 5,100개에서 1998년 3,500개로 줄었다. 이어서 2000년에 2,794개에서 2002년 1,900개로 2년간 회원수가 30%나 줄었다. 많은 서점들이 줄줄이 도산했고 이러한 위기는 대형서점에 대한 소송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문을 닫은 노스캐롤라이나 인티메이트 서점체인의 주인 쿠랄트가 손해 배상금으로 1,100만 달러의 금액을 아마존닷컴, 반스 & 노블, 그리고 보더스에 요구했다. 그리고 미국서점협회(ABA)는 반스 & 노블과 보더스가 자신들의 시장규모를 내세워 출판사들로부터 유리한 할인조건은 물론 거래계약, 반품혜택 등의 불공정거래를 하고 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소송하였다.
둘째, 대형출판사 및 체인서점에 의한 이윤 위주의 할인판매는 곧 베스트셀러 편중화 현상으로 이어져 출판의 질적 저하를 가져왔다. 출판시장의 상업화는 베스트셀러 신드롬 현상으로 나타났다. 대형 출판사들은 빠른 시간 내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소량의 베스트셀러에 주력해 출판의 전형적인 특성인 다품종 소량판매에는 등을 돌리게 된다. 그러자 출판 비즈니스는 연예서적 따위의 흥행 중심으로 변하고 대박 위주의 베스트셀러 시장만 키우는 결과를 불러왔다. 양질의 소설이나 연구보고서는 출판시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했고, 출판사들은 체인서점들의 입맛에 맞는 책을 선호하게 되었다.
셋째, 출판시장의 왜곡된 변화는 시장의 위축을 불러왔다. 대형 체인서점의 팽창이 정점에 달하던 1995년과 1996년 사이 미국은 처음으로 도서 생산국 1위에서 4위로 떨어지게 되었다. 여기에 발행부수 감소보다 더 악화된 현상은 급격한 도서판매의 감소였다. 대형서점으로 엄청나게 출고되었던 책들은 다시 반품으로 입고되었고, 출판시장은 위축되었다.
미국 출판계는 도서가격 설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대형서점의 시장 장악으로 출판시장 확대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시장의 점유율을 빼앗아 소형서점들의 도산을 불러왔다. 여기에 대형출판사들, 도매상, 대형서점과의 담합으로 출판 상거래 질서를 무시한 비정상적인 프로모션은 전통적으로 양질의 도서를 출간해오던 출판사들의 설 곳을 잃게 했으며, 인수?합병을 거친 전통 있는 출판사들도 한탕주의 출판을 부추겨 출판의 질적 하락을 초래했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시장 축소를 불러온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제는 자신들의 시장구조를 세계화라는 명목 아래 다국적 출판사들을 앞세워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출판시장에 접목하려 하고 있다.
(5) 영국
비교적 안정돼 있는 도서 유통망과 고루 분포한 공급 체계로 출판산업이 균형 있게 발달한 영국에서도 정가제를 둘러싼 진통이 있었다. 현재 영국에는 도서정가제가 없다. 그것은 영국에서 도서정가제가 1990년에 시작되어 계속되다가 시대 흐름에 따라 1997년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 시행 초기의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 1890년 출판인 맥밀란이 자사의 책을 정가 도서로 출간하고, 이 정책을 거부하는 서점과는 거래를 끊었다. 이렇게 하여 '정가도서'라 붙인 책은 서서히 다른 출판인의 동조를 얻어 일반화되었다.
한편 1890년 런던의 서점들은 두 가지 요건, 즉 가격 경쟁 완화와 재판매가격유지의 촉진이라는 안을 만들었다. 회원사는 3펜스(60원) 이상 할인하지 않기로 하면서 영향력 있는 출판사가 행동해줄 것을 요청했다. 뒤이어 서점연합과 출판협회 양측은 다시 두 가지 안을 결의했다. 첫째, 신간은 가능한 정가로 발행하고, 둘째, 재고 도서는 현 가격의 6분의 1까지 할인한 가격으로 정가를 매긴다는 것이다. 이 결의안은 1899년 작가협회의 동의를 얻고, 1900년 1월 1일부터 '도서정가제'라는 이름으로 효력을 발휘했다. 당시 영국 정가제의 근간은 출판사와 서점 간의 합의였다. 책에 정가가 표시되면 서점은 그 책의 공급에서 마진을 얻지만, 정해진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의무였다. 책을 할인해 파는 서점에 대한 벌칙은 출판사가 그 서점과 거래를 끊고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었다.
정가제로 서점의 가격 할인은 통제되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소매가 경쟁력은 약화되었다. 정가제의 보호벽 속에서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는 오히려 가격이 상승했고, 덩달아 전체 도서까지 가격이 상승하는 불균형을 낳았다. 그럼에도 정가제로 인하여 전국적으로 같은 가격에 책이 팔려나감으로써 시장 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든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학술서와 진지한 문학도서가 대중적이고 빨리 팔리는 책의 홍수 속에서 보호될 수 있었다. 정가제로 서점은 다양한 목록으로 구색을 맞출 여유가 있었다. 정가제의 장점과 단점이 거론되는 가운데 출판 산업은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문화를 진전시킬 수 있었고, 그런 이유로 정가제는 거의 한 세기 동안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출판 산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 1997년 3월 제한적 거래관행재판소는 정가제가 더 이상 대중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완전 폐지한다고 판결했다. 정가제를 폐지한 이후 독립서점 수는 약간 줄었으나 체인서점은 더 많은 지점을 열어 확장했고, 슈퍼마켓과 다른 비전통적 유통망이 출판 산업으로 파고들어 기세를 올렸다. 대형 체인서점은 일년 내내 '독자의 선택' '이 달의 책' '서점의 추천도서' 같은 문구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그 목록에 들어가기 위한 비용은 출판사가 떠안는다. 출간되기도 전에 신문에서 다뤄진 베스트셀러는 서점마다 부풀려진다. 사람들은 이제 가벼운 소설이나 탐정물, 수상작품 아니면 유명 인사의 사생활만 읽기에 바쁘게 되었다.
도서정가제 폐지 이후 8년간 가장 크게 불거진 문제는 할인 경쟁이다. 2000년도부터 디플레이션의 반동을 타면서 성장한 출판 산업은 소매서점의 적극적이고 공격적 마케팅을 부추겼다. 판매 부수는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판매 가격은 떨어짐에 따라 총 매출액은 늘어나기 힘들게 되었다.
슈퍼마켓이나 북클럽과는 달리 대형 체인서점에서의 가격 할인은 그 영향력이 크다. 특히 베스트셀러 몇 종에 집중된 광고와 할인으로 베스트셀러는 점점 더 많이 팔리고, 중간급 책은 더 적게 팔린다. 새로 나온 해리포터 시리즈『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제5권의 할인은 그 적절한 예다. 인터넷서점 아마존 UK와 W. H. 스미스 UK는 50% 할인가로 엄청난 선주문을 받았고, 슈퍼마켓 테스코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대량 구매한 후 테스코 온라인에서 55% 할인가로 내놓으며 경쟁을 가속화했다.
이러한 할인경쟁에서는 비즈니스, 과학, 법학, 의학 분야의 대학교재가 주를 이루는 학술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학술서의 가격은 올라갔고, 학생들의 부담으로 전가되었다. 출판통계를 내고 있는 '니얼슨 북스캔'에 따르면 발행 부수는 증가했지만 판매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한다.
정가제 폐지 이후 사회 상황도 변화했다. 시장은 정체돼 있고,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지난 몇 년간 출산율은 두 자리 수로 떨어져서 그 영향은 이미 어린이 그림책 판매에서 현실로 나타난다. 특히 35세 이하 세대의 도서 구매율은 더욱 감소 추세다. 이제 영국에서 전통적 독립서점은 시대에 뒤쳐지고 매력 없는 장소로 받아들여진다. 시장 지분은 떨어지고, 투자를 높이기 힘들다. 대형 체인서점의 수많은 지점도 사정은 별다르지 않다. 엄청난 가격 할인을 무기로 하는 슈퍼마켓과 힘겨루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의 소용돌이를 겪는 가운데, 이제 영국 출판계는 실질적 성장을 위해 가격을 '무기'가 아닌 '도구'의 원래 자리에 돌려놓길 원하고 있다. 정가제 폐지의 핵심은 책을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보다는 시장을 넓히고 다양화하는 데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3. 외국의 도서정가제 사례가 주는 교훈
도서정가제 시행과 관련된 교훈은, 1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실증 분석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존속’결정(2001.3)을 내린 바 있는 일본과 함께, 사실상의 도서정가제 주도 국가들인 유럽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영어권인 영국을 제외한 유럽 각국의 출판시장은 대개의 경우 내수 기반의 민족언어 출판 국가들이다. 앞의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에 의하면, 유럽 전체 출판산업의 시장규모에서 도서정가제 시행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9%로 절대적인 점유율을 보인다. 즉 유럽 전체의 출판시장 규모에서 볼 때 정가제 비시행국인 영국(27%)과 기타국(4%)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이를 통해, 유럽에서 출판 매출액이 큰 나라들은 한결같이 정가제를 시행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OECD 유럽 회원국의 출판 관련 각종 지표를 보아도, 영어권인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도서정가제 시행국들은 출판의 다양성, 무역 성과, 매출 성과 등이 높게 나타나는 주요 출판 선진국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도서정가제가 없는 영국과 미국 출판시장의 독과점화 사례가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영국에서는 1995년에 도서정가제가 실질적으로 폐지된 후 다국적 미디어그룹의 시장 주도 경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다국적 미디어그룹인 아쉐트 출판그룹(Hachette Livre)의 호더 헤드라인(Hodder Headline) 출판사가 도서정가판매협정(NBA : Net Book Agreement)에서 자진 탈퇴하면서부터 할인판매 전쟁이 발생하였고, 1997년 3월 제한적거래관행재판소의 NBA 폐지 판결로 정가제가 전면 폐지되기에 이른다.
닐슨북스캔(Nielsen BookScan)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현재 독일계 다국적 미디어그룹인 베텔스만(Random House 및 Transworld)의 시장 점유율은 16.8%를 차지하며, 프랑스계 다국적 미디어그룹인 아쉐트 출판그룹(Hodder Headline 및 Orion)의 시장 점유율이 12.6%를 차지하는 등 상위 4개 다국적 미디어그룹이 영국 출판시장의 절반(49.1%)을, 6대 메이저가 시장의 57.6%를 각각 장악한 상태이다.
미국의 경우는 한층 심각하다. 공정거래법상 도서정가제를 금지하고 있어 소수의 대형 출판사 그룹에 의한 출판시장 독과점화가 일반화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2001년 기준으로 미국 출판 매출액의 97%를 20개 상위 출판사가 점유하여 ‘규모의 경제’에 의한 상업출판의 극대화를 추진하는 한편, 미디어그룹의 글로벌 경영에 의한 세계 출판시장 지배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Book Industry Trends 2003, BISG, Inc., 2004 참조). 미국 최대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에 의해 한국 중앙 M & B와의 합작법인 랜덤하우스중앙이 2004년 1월 출범한 것도 비근한 사례이다.
이러한 독과점적 출판기업의 출현은 글로벌 거함(巨� 경영을 통해 영어권 출판산업의 확장을 가능케 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자국 내에서는 출판경향의 상업화와 유통채널 장악에 의해 다양한 중소 출판사나 서점의 존립에 의한 출판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이들 출판기업은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비영어권 국가의 자주적 출판활동을 상당 부분 제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국의 저명한 편집자이자 뉴프레스사 발행인인 앙드레 쉬프랭은 서울에서 열린 한국출판포럼(2004.12.17)의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출판사 중 3개 업체를 유럽의 복합미디어 기업이 소유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대형출판사의 소유권이 점차적으로 외국인에게 넘어가고 있으며, 다른 나라 심지어 다른 대륙에서 출판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직 이 같은 세계적 추세의 영향을 강하게 받지 않고 있지만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사태에서 많은 교훈(many lessons)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도서정가제는 저자, 출판사, 서점, 독자 모두에게 출판물에 관한 보다 많은 기회 균등과 접근성을 보장해주고 있으며, 상업적 무한경쟁이 아닌 가격질서 안정을 통해 모국어의 발전과 다양한 창의적 콘텐츠 개발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지식?문화산업의 근간이 되고 있다. 영어권을 제외한 유럽의 다수 국가와 일본이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도서정가제의 교훈이다.
V. 도서정가제 관련법의 문제점
1. 법률상의 문제점
도서정가제는 출판유통계의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면서, 온?오프라인 서적상 간에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인 끝에 2002년 8월 법제화되었다. 도서정가제 관련 법률은 때마침 문화관광부 안(�으로 제출 예정인 출판및인쇄진흥법의 한 조항으로 포함되게 된 것이다. 출판및인쇄진흥법(이하 ‘진흥법’)은 2002년 8월 26일 제정되었고 그 시행은 부칙에서 “공포 후 6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혀 놓았다. 이에 따라 진흥법 시행을 위한 시행령이 다음 해 2월에 발표되어 2003년 2월 27일부터 실시하게 된 것이다.
이 진흥법의 목적은 제1조에 나와 있듯이 “출판?인쇄에 관한 사항 및 출판?인쇄문화산업의 육성?지원과 간행물의 심의 및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에 있다. 간단히 말하면, 출판산업의 지원과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도서정가제가 처음으로 법제화된 것이다. 진흥법에 나와 있는 정가제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22조(간행물 정가 표시 및 판매)
①출판사가 판매를 목적으로 간행물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이하 “정가”라 한다)을 정하고 이를 해당 간행물에 표시하여야 한다. 정가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②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간행물이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9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저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하여야 한다. 다만,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해당 간행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정가의 1할의 범위 안에서 할인하여 판매할 수 있다.
③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간행물에 대하여는 제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1. 발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간행물
2. 도서관, 사회복지시설에 판매하는 간행물
3. 저작권자에게 판매하는 간행물
4. 그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간행물
제28조(과태료)
①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1.~4. 생략.
5. 제22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정가를 표시하지 아니한 자 또는 동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정가 또는 정가의 1할을 초과하여 할인판매를 한 자
②생략.
③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과태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문화관광부 장관이 부과?징수한다.
부칙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6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적용시한) 제22조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은 이 법 시행일부터 5년간 적용한다.
위의 도서정가제 법률은 그 내용을 검토해 볼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서점판매와 인터넷판매에서 정가제 적용 원칙을 다르게 만들어놓았다는 점이다.
제22조 제2항에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해당 간행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정가의 1할의 범위 안에서 할인하여 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진흥법 시행령에서는 이 제2항을 “인터넷을 통하여 도서의 판매계약이 성립하는 경우”로 해석하였다. 문화관광부에서 2003년 2월 27일자로 밝힌 ‘도서정가제 시행지침’에서는 인터넷 판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보다 상세하게 규정하였다.
◇ 도서정가제 적용대상 간행물이 인터넷을 통하여 판매되는 경우 정가의 1할 범위 내에서 할인판매 허용(법 제22조 제2항 및 시행령 제15조 제2항).
◇ 인터넷을 통하여 판매되는 경우라 함은 인터넷으로 도서를 주문하고 대금결제까지 완료한 경우를 말함.
◇ 일반서점의 경우도 별도의 인터넷 서점을 개설하여 판매하는 경우에는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하는 경우에 한하여 10% 할인판매 허용.
-일반서점이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고 매장에서 결제 후 도서를 제공하는 경우에 는 정가판매를 하여야 함.
-북클럽(통신판매)의 경우에는 정가판매를 하여야 함.
-전화 또는 팩스를 사용하여 주문하는 경우에는 정가판매를 하여야 함.
이상의 지침을 보면, 북클럽(통신판매)의 경우 서점판매와 마찬가지로 정가제를 적용하게 하였지만, 일반서점의 경우 매장판매와 인터넷판매시의 규정을 다르게 적용하였다. 말하자면, 한 서점 안에서도 정가제와 할인제가 혼용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정가제 실시는 나라마다 다르다. 정가제를 인정하는 유럽 각국과 일본 등 비영어권 국가와 자유경쟁가격체제의 영어권 국가로 양분할 수 있는데, 어떤 경우이든 온?오프라인 유통에서 가격제도가 통일되어 있음은 상식일 것이다. 만일 전자상거래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전자상거래에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오프라인 유통에 막대한 타격이 가해질 것임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우리만 유독 일반서점은 정가, 인터넷서점은 할인판매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후속조치가 미흡해 출판시장 혼란을 가중시킨 셈이 되어버렸는데, 이는 당초 입법 과정에서 정가제 시행 여부의 문화경제적 타당성을 면밀히 살펴 가부간의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이해관계가 상반된 온?오프라인 업계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절충한 결과였다.
둘째, 정가제의 대상 도서를 여러 가지로 제한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우선, 정가제 대상 도서를 발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않은 간행물로 국한시켜 놓았다. 보통 서점의 매장에는 발행한 지 1년이 지난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이 섞여 있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인데, 일일이 책에 나와 있는 발행일을 보고 정가 판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경우 “1년이 경과한 도서의 판매에 대해서는 출판사 또는 유통회사와 서점간의 당사자간 계약으로 조치할 사항”으로 규정함으로써 도서정가제의 의미를 축소시켜 버렸다.
이러한 축소 행위는 다음과 같은 문화관광부 도서정가제 시행지침에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 진흥법 제22조 제2항에 따라 발행 1년 이내의 모든 간행물에 대하여 정가제를 적용하되 도서정가제 적용대상 도서범위에 관해서는 공정거래법 제29조 제2항에 의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문화관광부와 협의하여 다음과 같이 고시한 내용에 따름
2003. 1. 1~2004. 12. 31 : 모든 간행물
2005. 1. 1~2006. 12. 31 : 실용도서를 제외한 모든 간행물
2007. 1. 1 이후 : 실용도서, 학습참고서II(초등학생용)를 제외한 모든 간행물
셋째, 도서정가제 법률이 한시적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진흥법 부칙 제2조에서는 도서정가제의 적용시한을 “이 법 시행일부터 5년간 적용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 법과 시행지침에 의하면, 정가제 대상도서가 점점 줄어들어, 2005년 실용도서, 2007년 이후에는 실용도서와 학습참고서까지 제외되다가 5년이 지나게 되는 2008년 이후에는 도서정가제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도서정가제 법률은 출판산업의 육성?지원과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이라는 진흥법의 입법 취지와 정가제의 일관된 원칙에 모두 어긋나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정가제 준수를 법으로 요구하면서도 그 대상 범위와 준수 기간을 다시 법으로 대폭 제한시켜 놓는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2. 도서정가제 시행상의 문제점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률이나 시행지침 자체에서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도서정가제는 시행상에서 더욱 파행을 노출하게 된다. 정가제 법률이 시행된 이후에도 할인판매 상황은 시행 이전과 비교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정가제에 대한 원칙의 결여, 대상 범위와 기간을 스스로 축소시킨 법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정가제에 만족하지 못하는 온라인 서점에서는 법이 인정하는 10%의 할인 외에도 마일리지, 경품 제공, 배송료 무료 서비스 등을 통하여 실제로는 수십 퍼센트의 할인을 시도하여 정가제 자체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시도를 그치지 않고 있다. 특히, 구매액에 비례하여 적립금을 부여하는 마일리지가 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무한 할인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맹점이었다.
결국 인터넷서점의 공세와 독자들의 할인 요구로 촉발된 할인시장은 거품가격 형성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독자에게 되돌아갔고, 인터넷서점은 수익률에 전전긍긍하며, 중소서점들의 전폐업이 도미노 현상처럼 벌어졌다. 인터넷서점의 과도한 할인경쟁에 대한 우려는 소비자단체로 하여금 소비자들의 피해를 경고하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인터넷서점의 지나친 할인경쟁으로 중소규모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서점 역시 지나친 할인으로 인한 적자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적자로 인한 손실을 어떻게 메우고 있는가? 결국 지나친 과당 경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알게 모르게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이다. … 도서 가격은 거품은 없는가? 할인해줄 것을 미리 염두에 둔 거품가격은 아닌가? …
계층에 따라서 서적 구매 패턴도 달리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과 친숙한 계층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서 구매 패턴도 달리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도 지금의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중소 서점이 문을 닫고 거품가격의 형성으로 출판업계 공동화 현상을 가져오게 하는 인터넷서점의 지나친 할인 정책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온?오프라인 두 가지 유형의 서점이 함께 윈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우리 출판업계와 문화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일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도서출판은 일반 제조업과는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3년 2월 도서정가제 관련 법률이 시행된 이후, 인터넷서점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과도한 할인 행위가 이루어졌지만, 이에 대한 교육이나 규제는 별로 볼 수 없었다. 앞에서 보았듯이, 진흥법에는 도서정가의 표시 위반이나 할인 행위에 대해서는 벌칙으로 과태료를 물도록 되어 있다. 과태료의 부과와 징수절차에 대해서는 진흥법 시행령 제18조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출판및인쇄진흥법시행령 제18조(과태료의 부과?징수절차)
①문화관광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자치구의 구청장(이하 “부과권자”라 한다)은 법 제28조 제3항의 규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위반행위를 조사?확인한 후 위반사실과 과태료의 금액 등을 서면으로 명시하여 이를 납부할 것을 과태료 처분대상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②부과권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과태료를 부과하고자 하는 때에는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과태료 처분대상자에게 구술 또는 서면에 의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 경우 지정된 기일까지 의견 진술이 없는 때에는 의견이 없는 것으로 본다.
③위반행위의 종별에 따른 과태료의 금액은 [별표]와 같다. 다만, 부과권자는 위반행위의 정도?위반횟수 및 위반행위의 동기와 그 결과 등을 고려하여 그 해당금액의 2분의 1의 범위 안에서 이를 가중 또는 감경할 수 있다.
④과태료의 징수절차는 문화관광부령으로 정한다.
[표] 과태료 부과금액(제18조 제3항 관련)
이러한 법조문이나 시행령 역시 유명무실하게 방치된 채, 5년간의 시효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가운데 이미 2년을 넘어서 버렸다. 입법 취지도 무색해졌거니와 도서정가제의 확립에 대한 문화관광부의 유약하고 소극적인 태도도 도서정가제 법률의 무력화(�\U)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Ⅵ. 도서정가제 관련법의 개정 방향
도서정가제 관련법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앞에서 살펴본 문제점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불완전한 도서정가제 법률은 입법의 원칙과 일관성, 적용 범위의 설정, 현실적 추진 등의 면에서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이제 다시, 도서정가제의 원칙으로 돌아가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인바, 최우선 과제는 도서정가제 관련법을 시급히 개정하는 일일 것이다.
도서정가제 관련법을 개정하려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출판및인쇄진흥법의 입법 취지를 살려낼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동시에 일관된 원칙을 지닌 법률로 만들어 놓아야 할 것이다.
온?오프라인 서점을 차별하는 현재의 도서정가제 관련 법률을 2년 이상 시행해 본 결과, 온?오프라인 서점 모두에게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엉뚱하게도 출판계와 서적유통계 불황의 원인 제공자로 비난받고 있다. 물론, 불황의 요인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도서정가제가 원인이 될 수는 없는 일일 터이고, 제대로 된 도서정가제를 만들어내지 못한 일, 그나마 불충분한 도서정가제도 지키기는커녕 무력화시키려는 유통 문란 행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불황의 시기에 유통질서까지 문란해지면 출판시장은 헤어 나오기 힘든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하루속히 도서유통 질서를 확립하고 이를 통하여 서점 거래가 활성화되고 독자의 신뢰를 얻어 출판문화가 다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도서정가제도의 정착이었음을 한국 출판유통의 역사에서 그리고 선진 외국의 사례에서 이미 배운 바 있다. 최근에도 책의 출간 계약 때부터 도서정가제를 고집하여 출판시장에서 판매에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서점으로부터 환영받고 있다는 현직 변호사인 저자의 사례는 귀중한 참고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도서정가제 관련법에서 개정해야 할 사항들을 앞에서 지적한 정가제 관련법의 문제점과 결부하여 살펴볼 때, 중요한 것으로 다음의 몇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도서정가제의 원칙은 서점판매와 인터넷판매에서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진흥법 제22조 ②항에 나와 있는 예외 조항 곧 “다만,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해당 간행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정가의 1할의 범위 안에서 할인하여 판매할 수 있다.”는 조문을 삭제하여, 일반 서적상과 인터넷서적상이 동일한 도서정가제 원칙을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동일한 서점에서 정가판매와 할인판매를 혼용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둘째, 도서정가제의 적용 대상 도서에 대한 예외 규정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현행 진흥법 제22조 ③항에는 정가제를 적용하지 아니하는 간행물로 다음의 네 가지를 들고 있다.
1. 발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간행물
2. 도서관, 사회복지시설에 판매하는 간행물
3. 저작권자에게 판매하는 간행물
4. 그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간행물
4번의 경우는 진흥법시행령에서 공공단체의 도서실?자료실, 군부대나 교도소 등에 판매하는 발행물, 외국에서 발행된 간행물이나 중고 간행물 등을 들고 있다.
2~4번의 경우 외국의 정가제 시행 국가에서도 예외 규정 항목이 있는 경우가 있고, 중고 간행물 또는 복지시설이나 교도소 등에 보내는 서적의 경우 일부 예외 논의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1번의 경우는 도서유통의 현장에서 무의미한 예외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서점에 진열된 책 중에서 발행일을 보면서 정가 판매 여부를 가려야 하는 번거로운 행위가 유통질서의 확립이나 출판산업의 진흥에 무슨 기여를 할 것인지 의문이 들뿐이다.
셋째, 도서정가제 관련법의 적용시한 규정을 철폐해야 한다.
앞에서 검토한 대로, 진흥법에서는 정가제의 적용시한을 ‘법 시행일부터 5년간 적용한다’고 하였고 문화관광부의 시행지침에 의하면, 정가제 대상도서가 점점 줄어들어, 2005년 실용도서, 2007년 이후에는 실용도서와 학습참고서까지 제외되다가 5년이 지나게 되는 2008년 이후에는 도서정가제 자체가 없어지게 되어 있다. 말하자면, 도서정가제 자체를 임시 법률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출판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 법의 시한 규정을 삭제해야 할 것이다.
도서정가제의 법제화는 모두가 정가제를 지킴으로써 유통질서를 바로잡고 독자들의 신뢰를 얻어 출판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있음은 자명한 일일 터인데, 법 자체에서 각종 예외 조항과 시한부 규정을 남발하고 일관된 원칙을 포기하였으니, 법이 법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도서정가제 관련법의 개정 방향은 이러한 걸림돌들을 걷어내고 일관된 원칙을 다시 세워, ‘출판진흥’이라는 법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Ⅶ. 맺음말
이상으로 한국에서의 역사적 경험과 선진 외국에서의 사례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도서정가제 관련법의 문제점과 개정방향을 제시해 보았다.
한국은 도서정가제 문제에서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역사적 경험을 지닌 나라이다.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 후 도서유통계에도 덤핑물 시장이 창궐하자, 1960년대 초반부터 출판서점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자 하였으나, 당시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여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에는 서점인과 출판인들 스스로의 힘으로 도서정가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는데, 이후 거래질서가 확립되어 서점 경영이 호전되면서 서점 수가 증가하고 서점 대형화 추세의 계기로 작용하였다. 또한, 한국의 도서 발행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980년대에는 양적으로 세계 10대 출판대국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역사적 경험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가제 문제가 미비된 관련 법률로 인하여 위기에 처하게 된 지금, 우리는 다시금 역사에서 해결책을 찾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동시에 선진 외국의 사례에서 새롭게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선진 외국에서도 도서 정가제가 출판 산업의 발전에 기여했으며, 서적의 가격을 낮추고, 출판유통의 질서 확립과 국민들의 독서 분위기 진작에 크게 공헌한 것으로 확인된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출판강국 영국과 미국의 출판시장에서 일어나는 독과점화 현상은 다양한 출판문화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출판시장까지 위축시켜버린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출판유통의 역사적 경험과 선진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도서정가제는 출판산업의 발전과 출판유통 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이고, 거대 기업의 독점화 현상을 막아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미비된 도서정가제 관련법을 개정하여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확립하는 일일 것이다.
이와 함께 ‘출판및인쇄진흥법’의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입법취지에 맞게 유통질서를 바로잡고 출판 진흥에 기여할 수 있는 도서정가제를 정착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하여,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출판계가 앞장서서 스스로 거품가격을 제거하여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온라인 서점의 제살깎기 할인 경쟁은 더 많은 할인을 위해 출판사의 희생을 요구하고, 출판사는 소비자들의 희생을 요구할 뿐이다. 이에 따른 시정을 촉구하기 위해,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2003년 7월 ‘거품 빼기 독자서명운동’을 펼친 바 있다. 바람직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출판계와의 협조 속에서 지속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출판?서점계에서는 자율기구를 만들어 적정한 도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자체 정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진흥법 제24조에 나와 있는 출판유통심의위원회의 기능도 활성화시켜 도서가격의 안정뿐만 아니라 도서유통 질서의 확립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실질적인 기구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 현재 위축되고 있는 중소 서점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진흥법은 출판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는데, 출판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점의 발달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소서점들은 위축될 대로 위축되어 있어, 이들에 대한 금융 및 세제 혜택이 시급한 형편이고, 나아가 서점인 교육, 서점 매장 확대 지원, 서점 유통정보시스템 지원 등 다각도의 지원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셋째, 소비자보호의 차원에서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독서 인구의 확대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서점계와 출판계는 물론이고, 학교, 언론, 지방자치기구, 사회단체 등의 지원하에 독서운동을 활발히 전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출판산업의 발전과 함께 국민들의 독서 분위기 진작에 앞장서고 있는 선진 외국의 행정부와 국회의 활동은 우리의 정책 담당자들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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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 도서정가제 출판육성 한계
이 창 연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 )
세상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곳. 서점이다. 출판유통이 다변화 되었지만 독자 스스로 다양한 책을 보고, 만지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가치관을 한 눈에 파악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공간은 여전히 일반 서점의 몫이다.
이와 달리 온라인 서점은 다양한 정보를 취득하는데 강점을 지닌다. 지난해 11월 출판유통진흥원이 주최한 ‘한국출판포럼’에서 백욱인 서울산업대 교수는 “온라인 서점은 책의 유통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지만, 정보제공 서비스가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쓰노 가이타로 와코대 교수도 “온라인 서점이란 사실은 서점을 가장한 목록 데이터 베이스”라고 했다.
온라인 서점이 서점이냐,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지닌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로를 망치고 있다. 허점 투성이의 ‘출판및인쇄진흥법’이 그 원인 중 하나다.
○ 차별받는 일반 서점
현행 도서정가제는 신간(발행일로부터 1년 미만의 도서)의 경우 온라인 서점에 한해 일반 서점보다 10%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한 불공정한 제도다. 일반 서점은 할인하면 안된다. 온라인 서점만 할인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문화관광부(문화부)는 전자거래의 특성에 따른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그렇게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십만 권을 취급하는 도서에서는 전자상거래의 특성을 살리기 어렵다. 다품종 도서를 보관할 물류 창고를 비롯, 포장비 인건비 배송비 등을 따져보면 온라인 서점 운영비가 일반 서점 운영비 보다 결코 적지 않다.
그렇다면 문화부의 속내는 무엇일까? 지난해 4월 한국출판연구소가 주최한 ‘도서정가제 법제화 시행 1년 평가’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전자상거래 부분을 버리거나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문화부 관계자의 언급에서 짐작할 수 있다. 문화부는 소비자를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온라인 서점을 밀어준 것이다.
들쭉날쭉한 도서 공급률도 문제다. 소형 서점만 죽어난다. 유통 혁신이나 마케팅 능력의 차이라면 온라인 서점이나 유통업체는 이익을 남겨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할인업체는 ‘정말’ 손해 보는 장사를 한다. 현재의 도서유통시장은 온라인 서점이나 할인매장이 할인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할인을 하면서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출판사와 도매상에 도서 공급가를 낮추라고 요구한다. 출판사는 할인율을 검토하면서 도서 공급가를 결정하고, 낮게 책정된 도서공급가에 따른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책값 인상이라는 유혹을 받는다. 오른 책값은 소비자가 부담한다. 악순환이다. 이 가운데 독자들이 온라인 서점이나 할인 서점으로 몰리면서 매출이 급감한 일반 서점은 폐업하게 된다. 게다가 과도한 할인 등으로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온라인 서점이나 할인 서점은 부도를 맞는다. 자본이 없어 할인 경쟁에 뛰어들지 못하고, 매출 하락이 지속된 일반 서점은 문을 닫는다. 출판사들의 운영도 어려워진다. 나라의 지식기반까지 흔들린다.
○ 간접 할인 규정 불분명
마일리지, 할인쿠폰, 경품 등의 세부 규정이 없어 도서정가제가 무력화 됐다.
이석연 변호사(전 경실련 사무총장)는 “정가를 법 제22조 제1항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이라고 정의했으므로 ‘소비자가 사는 가격’과 동일한 개념이고, ‘할인’ 방법 내지 할인의 유형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소비자가 어떤 방법으로 할인을 받든 정가의 1할 이내의 할인가격으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 법의 취지이므로 누적점수나 경품 등에 의한 할인혜택을 주는 것은 명백히 법률상 ‘할인하여 판매’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는 간접 할인을 방지할 세부적인 법적 근거가 없어 문제다. 이를 악용한 어떤 온라인 서점은 70%라는 어마어마한 할인폭을 적용했다. 간접 할인도 할인임을 분명히 하고 방지해야 한다. 시장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면 공정한 경쟁이 되어야 한다.
○‘공정거래법’ 밑에 ‘출판및인쇄진흥법’
‘출판및인쇄진흥법’이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제재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도서정가제 대상 도서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출판산업 육성이라는 ‘출판및인쇄진흥법’의 제정 취지와 어긋난다. ‘출판및인쇄진흥법’에서 도서정가제 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다루도록 개정해야 한다.
○ 5년 한시법 폐지 필요
“출판ㆍ인쇄에 관한 사항 및 출판ㆍ인쇄문화산업의 지원ㆍ육성과 간행물의 심의 및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 시행일부터 5년간 적용한다.”
‘출판및인쇄진흥법’에 처음 나오는 제1조(목적)와 마지막에 들어간 부칙 제2조(적용시한)다. 출판 산업 육성을 5년만 하자는 것인가. 생뚱맞다.
○ 완전 정가제 원칙 세워야
독일은 신간을 18개월로 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출판사는 모든 책을 정가에 판매한다. 즉, 모든 도서를 정가로 판매하고, 예외적으로 할인해 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정 기간만 지나면 할인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할인이 전제된 해석이다. 또 우리나라의 현행 도서정가제는 구간(발행일로부터 1년이 지난 도서)을 자유롭게 할인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잡지는 도서정가제 대상 도서에서 제외됐다.
완전 도서정가제가 원칙이 되고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행 도서정가제는 입법 취지와는 상반되게 전자상거래 촉진과 시장경쟁이라는 그럴듯한 논리에 우선 순위를 두고 기형적으로 제정됐다.
더구나 도서의 거품가격 및 이중가격(유통 형태에 따른 가격차이) 조장으로 독자에게는 도서가격 불신과 문화복지의 후퇴(일반 서점 이용자만 불리)를 가져다 주었다. 출판시장에는 지나친 가격경쟁과 판촉경쟁을 유발시킴으로써, 대다수 중소형 출판사 및 서점의 존립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 이는 다양성의 위기로 이어지고 문화의 위기로 귀착된다. 차별화가 다양성을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출판물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원론적인 시장경쟁 논리로 출판문화를 쇠퇴시키고, 결과적으로 중소 사업자의 시장 퇴출을 법적으로 용인 또는 유도하는 것은 국가사회에 아무런 실익이 없는 탁상 법제다.
그동안 시행한 부분 도서정가제의 문제점은 이미 드러났다. 완전 도서정가제만이 올바른 해결책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문화적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보길 바란다.
다시 묻는다. 동네 서점은 필요한가.
도서정가제 어디로 가야하는가?
김 자혜(소비자모임 사무총장)
소비자의 8대 권리가 있다. 이중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가 으뜸이다. 소비자가 책을 평가함에 있어서 기준은 책의 내용 즉 품질과 가격이라고 본다. 어떤 종류의 내용이 들어 있고 그 내용의 중요도에 따라서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것이다. 일반 공산품의 경우 가격결정은 기본적으로 원가라는 것에 근거하여 책정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가격 부풀리기에 제일 큰 것이 화장품이라고들 한다. 원가의 백배가 되는 것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현재 화장품은 오픈 프라이스제도로 판매자가 가격을 매겨서 팔고 있다. 같은 상품이라도 매장에 따라서 지역에 따라서 천차만별 요지경이다. 가전제품의 경우도 용산매장에서 현금주고 사는 가격과 백화점 가격 혹은 대형할인매장 가격이 다 다르다. 알고 보니 대형할인매장이 싸다는 경쟁력을 살리려고 결국은 주문자생산의 형식으로 제품의 품질이 다르게 차별화하여 생산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터넷과 홈쇼핑이 등장하면서 가격경쟁과 가격파괴가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걸음과 손동작이 바빠지기 시작하고 있다. 무엇을 구매하더라도 우선적으로 인터넷을 살펴보고 가격을 비교한 이후 온라인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인터넷 가격을 참고로 오프라인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시민모임의 상담실의 단골 상담 내용 중의 하나는 소비자들이 구입한 물건의 가격 때문이다. 이유는 바가지를 당했다는 하소연이다. 가격은 소비자들이 가장 예민한 사항이다. 명품은 왜 명품인가? 비싸기 때문에 부쳐진 이름이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물건을 보면 반드시 질문 하는 것이 바로 얼마 주고 구입 했냐는 것이다. 가격은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구매요인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구매 패턴에 변화가 있다. 책을 사려면 시내 대형서점에 가서 여러 가지 다양한 책들을 구경하면서 읽어 보고 구매하는 체험 족들도 있는가하면, 인터넷을 이용하여 집에 앉아서 구매하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네티즌들도 있다.
도서정가제로 책 가격을 제한하는 것은 유통질서를 살리는 일이기는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든지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을 제한하는 일인 것이다. 그러나 도서정가제를 평가함에 있어서 또 하나의 기준은 책을 출판하고 판매한다는 사업은 일종의 문화 사업으로서 공공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평가해야한다고 본다. 책을 출판하고 유통시키고 판매하는 일은 일반 공산품을 생산, 유통, 소비하는 일과는 좀 달리 평가해야할 중요성이 있다.
책이란 무엇인가?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도서 전시회에 자금이 부족하여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은 우울하다. 왜? 책은 문화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화, 우리의 언어를 , 우리의 일상생활을 무엇으로 표현하고 무슨 도구로 전파할 수 있는가? 지금은 영어의 노예가 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중국어의 노예가 되지 않는 다는 보장 역시 없다. 출판업계가 지니고 있는 사회적인 기능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인터넷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인터넷 서점의 도서 판매방식은 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있다. 40년간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홍익문고대표의 “ 온?오프라린 서점이 함께 사는 길” 글이 가슴에 와닿는다. 도서정가제의 원래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지고, 중소서점들이 도산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우울한 소식이다. 경제가 어려워질면 질수록 출판업계의 사정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힘들어질 것이다. 아니 이미 어려워져서 회생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생긴다.
일반서점의 경우 출판된 지 1년 미만의 책을 할인판매하면 벌금을 물고 인터넷서점도 10%내에서만 할인판매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실제는 인터넷서점들이 10%의 마일리지와 10%의 경품행사를 할 수 있다는 공정거래법으로 인해 인터넷서점이 30%할인판매를 하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 일반서점은 인터넷이 지나친 할인경쟁으로 중소규모 서점이 사리지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서점 역시 지나친 할인으로 인한 적자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어떻게 매꾸고 있는가? 결국 지나친 과당경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알게 모르게 피해를 받는 것이다.
사실 책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자세하게 알려준 적은 없다. 책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은 과연 투명한 것인가?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기에 도서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생들조차도 비싼 책을 구입하기 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복사해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의 도서 가격은 거품이 없는가? 할인해 줄 것을 미리 염두에 둔 거품가격은 아닌가? 도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가격 거품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본다. 남자양복, 여성정장을 비롯하여 아파트분양가격까지 거품가격을 정해 놓고 할인정책을 하는 관행이 출판업계까지 확산되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고 본다. 도서정가제의 허점을 이용해 할인경쟁을 계속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과연 무엇인가? 반문해보고 싶다.
물론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똑같은 책을 인터넷을 통하여 사면 싸고, 일반서점에 버스 타고 가서 사면 정가대로 산다면 어느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계층에 따라서 버스타고 아이들 데리고 직접 서점에 가서 이책 저책 보면서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고, 일부 네티즌의 경우 편리성과 가격의 저렴성으로 책 이름만 보고도 인터넷에서 구입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경기대학교 근처의 만화방을 개업한 S 대학생이 만화책을 조금이라도 싸게 구입하려고 만화 총판을 돌아다니면서 발품을 파는 것을 보았다.
발품을 팔면서 그 학생은 도서정가제 때문에 절대로 할인된 가격의 만화책을 구입할 수가 없다는 현실에 실망하면서 그러면서 동시에 그 대학생은 인터넷을 뒤져가면서 할인된 가격의 만화책을 구하는 두 가지 방식의 구매방법을 이용하고 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판매방식은 이미 우리 사회 소비자들에게 서적구매패턴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면 인터넷서점도 일반 서점도 모두 다 필요한 것이다. 계층에 따라서 서적구매패턴이 달리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과 친숙한 계층이 점점 증가할 것이고 따라서 구매패턴도 달리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도 지금의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중소서점이 문을 닫고 거품가격의 형성으로 출판업계의 공동화 현상을 가져오게 하는 인터넷서점의 지나친 할인 정책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온오프라인의 두 가지 유형의 서점이 함께 윈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당장의 눈앞의 이익 때문에 우리 출판업계와 문화 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일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도서출판은 일반 제조업과는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투명사회이고 공정거래가 기본 바탕이 되는 사회이다.
불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도서정가제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개선의 방향은 일반서점과 인터넷 서점이 서로 함께 윈윈 할 수 있 어야 할 것이다. 전반적인 사회의 기조가 자율로 가고 있고 시장경제 원리 가 지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출판업계와 서점도 이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 출판업계가 자율적으로 지키기로 한 규율은 철저하게 지켜나가게 하여 한다고 본다. 문제는 출판업계와 일반서점, 그리고 인터넷서점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서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서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소비자는 봉이 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소비자는 똑똑해지고 또 현명해지고 있다. 과거의 수동적인 소비자가 더 이상 아니다.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사회를 위하여 소비자들은 단결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무엇이 소비자에게 유리한지 선택하고 요구하는 힘도 생기고 있다. 출판업계와 일반서점, 그리고 인터넷서점 모두 다 소비자를 위하고 생각한다는 미명하에 또 다른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서로가 상처투성이로 남기 이전에 갈등구조를 해결하는 지혜로움을 요구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힘을 키우면 세상도 바꾸고 시장도 바꿀 수 있다.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사회가 오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한번 신용을 잃고 난 이후 다시 그 신용을 회복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소비자중심의 시각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첫째, 적정한 도서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한다. 할인가격이 전제된 거품가격은 빼야한다. 둘째, 유통구조의 개선이다. 도서유통의 질적인 개선이 마련되어야한다. 셋째, 다양한 판매방식과 다양한 구매 패턴을 인정하고 위축되어 있는 중소서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서점은 세상이 변화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는 혁신을 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는 서점은 어차피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욕구를 읽지 못하면 망하기 쉽다. 기존의 서점자리에 다른 분식집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해 봤자 소용이 없다. 넷 째, 도서정가제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면 현재의 출판업계와 서점계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솔직하게 소비자들에게 밝혀야한다. 출판업계와 서점업계 그리고 인터넷 서점과의 갈등구조의 구조적인 원인을 제거하고 소비자중심의 시각에서 갈등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먼저 보이지 않는 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김 성룡(교보문고 인터넷서점)
교보문고는 도서정가제가 우리나라 출판/서점업계의 장기적 발전과 지식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며, 현행 도서정가제는 더 정교하게 개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1. 한국영화의 질적·양적 발전을 위해 '스크린쿼터제'가 존재하는 것처럼, 한국 출판의 발전을 위해 '도서정가제'는 필수적인 전제이다.
스크린쿼터는 미국의 강한 무역압박에도 불구, 프랑스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오랜기간 시행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1985년 이후 현재의 모습을 갖춰 시행되고 있으며, 한국영화가 '1천만 관객 돌파'라는 신화를 달성하게 한 제도적 기반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런데 아무런 외부 압박이 없는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및 문화관광부가 원리원칙만을, 그것도 전혀 정교하지 않은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운동 경기에 체급을 두는 것이 공정한 경쟁환경이듯, 영화에는 스크린쿼터가 그리고 출판에는 도서정가제가 있는 것이 오히려 공정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2. 공정거래법(독점규제및공정거래법)과 도서정가제의 근본 취지는 일치한다.
○ 시장지배행위 및 과도한 경제력 집중 행위 방지
○ 부당공동행위 및 불공정 거래행위 규제
○ 자유로운 경쟁 촉진
○ 창의적 기업활동 도모
위와 같은 공정거래법의 취지는 도서정가제의 의도와 대부분 일치한다. 현행 도서정가제의 불완전성이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불완전한 도서정가제조차 2008년이면 그 효력을 다하고 만다. 하루 빨리 현행의 도서정가제는 개정되어야 하며, 한시 조항은 철폐되어야 한다.
그래야 출판시장의 혼란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게 되고, 건전한 환경 위에서 다양한 출판 주체들이 co-petition(경쟁-협력)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출판계의 오랜 숙원인 출판유통선진화라는 꽃을 보기도 전에 시장의 기반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에 대한 장기적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3. '경쟁자'가 있어야 '경쟁'을 할 수 있다.
얼마 전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영업활동 규제 사례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 경쟁정책적 관점에서`라는 보고서에서, 도서정가제가 중소 서적상들의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의 가격할인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소비자 잉여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경쟁`이 아닌 `경쟁자`를 보호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공정거래 원칙에 어긋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경쟁'은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경쟁자'들이 존재할 때 발생하는 추상명사이다. 현재의 '불완전한' 도서정가제는 출판사/출판유통사를 도미노 도산의 악순환 고리로 밀어 넣고 있으며, 이로 인한 출판시장 자체의 황폐화 우려는 결코 엄살이 아니다.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몇몇 대형서점 및 인터넷서점 또한 그 사정이 낫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속을 들여다 보면, 단지 살아 남기 위해서 할인대열에 '참여'하는 것이지 결코 그들도 할인경쟁을 원하지 않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형서점, 인터넷서점에서 작은 중소서점에 이르기까지 즉 출판의 대동맥에서 모세혈관까지 이런 식으로 경화현상을 보인다면 어떻게 '경쟁'이라는 것 자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인가.
4. 상위출판사로의 매출 집중현상이 심해지고 있으며, 도서 정가 또한 상승하고 있다.
상기 도표는, 교보문고에서 월평균 500만원이상 도서대금을 지불하는 출판사가 교보문고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정리한 것이다. 표에서 보다시피, 상위권 출판사로의 매출액 집중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표는, 2001년~4년까지의 도서 평균정가를 나타낸 것이다. 표에서 보이듯이, 도서정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도서정가는 상승하고, 상위출판사의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 도서정가제의 불완전함이 야기하는 문제점이라 할 수 있겠다. 독자들은 상승하는 도서가격에 힘들고, 많은 출판사들의 줄어든 입지로 인해 상업성이 농후한 출판만이 가속화됨으로써 도서 선택권이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5. 도서정가제는 문화컨텐츠 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제도적 출발점이다.
정부는 문화의 중요성과 문화컨텐츠 산업이 L부가가치 산업임을 알고, 문화컨텐츠산업의 진흥을 위해 많은 선언과 노력을 해 오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강조하고 있는 문화컨텐츠의 원천source가 무엇일까. 바로 출판물이다. 컨텐츠는 책에서 출발해서 다른 컨텐츠의 형태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른바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multi use)'가 컨텐츠의 핵심적 특징이라고 할 때, 모든 컨텐츠의 mother-source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도서이며, 그것을 다루는 것이 출판이고, 그 결과물을 유통하는 것이 출판유통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말로는 문화컨텐츠 강국을 외치면서 정책적으로는 그 발전을 가로막고 있으니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기반이 되는 출판이 탄탄해야 문화 컨텐츠산업이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지적처럼, 정부는 출판산업이 나라의 기간산업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도서정가제는 그 존재 이유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에 교보문고는, 현행 도서정가제의 불완전성은 보완되어야 하며 한시 규정은 철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출판및인쇄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우상호의원 대표발의)
21세기 지식정보사회 발전의 기반인 다양한 도서의 생산과 시장질서는 국민에게 양질의 도서가 보다 저렴하고 원활히 공급되도록 하는 보루이며, 독서문화 창달과 출판산업진흥을 위해서는 간행물 유통에 저해요인이 되고 있는 규정과 불합리한 예외조항을 개정하여 건전한 유통환경을 활성화시킴으로서 출판관련 산업을 육성하고자 함.
2003년 2월 27일부터 시행된 「출판 및 인쇄진흥법」은 당초 입법 취지와는 상반되게 전자상거래 촉진과 시장경쟁 논리에 우선순위를 두고 기형적으로 제정되어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간에 편향적으로 할인을 허용함으로써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어 유통질서의 혼란이 극심한 실정임. 또한 연차적으로 정가제 범위를 축소하여 2007년까지 완전 폐지한다는 내용으로 시행중임. 따라서 현행 도서정가제의 시급한 개정을 통해 글로벌 지식경쟁 시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출판진흥법이 되도록 하여야 함.
가. 법 제22조(정가표시및판매)제2항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29조제2항의 규정에 의해 간행물의 종류와 유통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의해 문화산업을 퇴보시키는 조항이므로 삭제(안 제22조제2항).
나. 동법 제22조제2항 단서에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판매되는 간행물의 경우 정가의 1할 범위 안에서 할인 판매’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일반판매와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 시킬 뿐 아니라, 직?간접적인 할인을 허용함으로 인하여 입법취지가 상실되고 유통질서를 혼란시키므로 단서 조항을 삭제하고 잡지도 정가판매 대상에 포함(안 제22조제2항).
다. 법 제22조제3항의 예외 조항 중
- ‘발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간행물’ 조항은 사실상 유통되고 있는 도서의 대부분이 1년 이상 도서에 해당되기 때문에, 도서의 특성상 대부분의 도서가 재고의 개념에 포함하게 됨으로써 입법의 목적을 퇴색시키고, 출판사의 경영 압박과 서점운영에 혼란의 요인이 되므로 출판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동 조항을 삭제하여 정가판매 범위에 포함(안 제22조제3항).
- 기간이 경과(과월호 등)한 잡지는 예외 조항에 포함시키고, 당월분은 정가 판매 범위에 포함(안 제22조제3항).
라. 지속적인 도서정가제 시행을 위해 일반 공산품과 다른 문화상품으로서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5년 한시 규정을 삭제 함(안 법률 제6721호 부칙 제2조 삭제).
법률 제 호
출판및인쇄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출판및인쇄진흥법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명 “출판및인쇄진흥법”을 “출판 및 인쇄진흥법”으로 한다.
제2조에 제12호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12. “정가판매”라 함은 사업자가 현금할인 및 사은품, 누적점수제, 할인쿠폰 등의 유사한 형태의 할인이 없이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제22조제2항을 다음과 같이 한다.
②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하여야 한다. 잡지의 경우에도 또한 같다.
제22조제3항제1호를 다음과 같이 하고, 동항제2호 중 “도서관, 사회복지시설”을 “사회복지시설”로 한다.
1. 기간이 경과(과월 등)한 잡지
제28조제1항제5호 중 “정가 또는 정가의 1할을 초과하여 할인판매를 한 자”를 “할인 판매를 한 자”로 한다.
법률 제6721호 「출판 및 인쇄진흥법」 부칙 제2조를 삭제한다.
신?구조문대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