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민요를 찾아서>>(江波戶昭 저, 吳東一 역, 세광음악출판사 간, 1989)에 있는 글을 약간 수정하고 덧붙여 옮기겠습니다. 저를 지칭할 때에는 편의상 필자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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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빨치산의 노래로 많이 불린 노래가 둘 있다. <바람 소리(Fischa il vento)>와 <벨라 차오(Bella ciao)>이다. 전자는 브란텔이 작곡했던 <카츄샤> 곡조에 가사를 넣은 것이며 후자는 이탈리아 북부 민요에 바탕을 둔 것이다.
포 강의 중류인 밀라노 남쪽에서 토리노에 걸쳐 있는 피에몬테 지방에는 알프스에서 흘러내린 물을 이용한 관개 시설에 의해서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는 진기한, 여름에도 짙푸른 관수(灌水) 목초지나 논이 많다. 평균적으로 풍부한 자작농 경영을 하는 수전(水田) 지대에는 5월의 모심기 철이 되면 수많은 계절성 여자 농업 노동자들이 동부인 베네토 지방을 비롯하여 북부 이탈리아의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주제페 데 산티스의 1949년도 작품으로, 그 당시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영화 <쓰디쓴 쌀(Riso amaro)>은 이 지방 모심기 여성 노동자의 갈등을 묘사한 것이었다.
모심기 여성 노동자(mondina)들은 배당된 숙소에 집단 수용되어 아침 여섯시부터 허리까지 물이 차는 곳에서 모기와 싸워가며 열 시간이나 일을 하고 약 40일 후 모심기와 풀뽑기를 끝내면 그 보수로 겨우 40kg의 쌀과 십여만원의 돈을 받아 돌아가는 것이었다. 영화에서도 모심기를 하면서 여자들이 즉흥적으로 노래 자랑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니들은 많은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벨라 차오>도 그러한 노래 중 하나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는 논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벌레와 모기를 쫓아가면서 고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감독은 막대기를 들고 서있고 우리는 허리를 꾸부리고 일한다
아아 어머니 너무나 고되네요 나는 수없이 자문(自問)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 같이 자유롭게 일할 날이 오겠지
1930년대 초에 불렸다는 이 노래에는 확실히 반파시즘적 저항(protest)의 성격이 담겨 있다. 가사는 피에몬테 지방 민요 <무덤의 꽃(Fiore di tomba)>이나, <테레지나의 꽃(Il fiore di Teresina)> 등과 같은 계열의 것으로서, 1938년에 베네치아에서 발행된 책에도 채용되고 있다. 이 경우 되풀이하는 후렴구인 '벨라 차오'는 원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잘 있거라'라는 의미로보다는 별 의미 없이 그저 흥을 돋구기 위한 여흥구로 쓰이는 것 같다.
현재는 이 지방의 농업도 기계화되어 모심기 여성 노동자의 모습도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대신, 원래부터 프로테스트 송의 성격을 지녔던 이 노래가 템포를 빨리 하여 행진곡 풍의 빨치산 노래로 재등장하게 되는데, 전쟁 중 빨치산들이 불렀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는 바이다. 빠른 템포의 후자는 아마도 제2차 대전 직후에 생겨난 것 같다. 일반적으로 퍼진 것은 1948년에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청년 평화우호 축제 때 이탈리아 학생 대표들이 부르고부터였다.
오늘 아침 나는 일어나 적이 침입해 오는 것을 보았다
빨치산(partigiano)이여 죽어도 좋으니 나를 데려가다오
빨치산으로 내가 죽는다면 너는 나를 묻지 않으면 안 된다
한적한 산속에 묻어다오, 아름다운 꽃 그늘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참 예쁜 꽃이라 말하겠지
이것은 빨치산의 꽃이다. 자유를 위해 죽어간 사람들의 꽃이다
되풀이하는 '벨라 차오' 부분은 원 노래 그대로 차용되었는데, 이 역시 본래 의미인 '아름다운 여인이여 잘있거라'의 느낌을 약간 살리는 정도이다. 그리고, 악보를 보면 템포뿐 아니라 멜로디도 약간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이 노래는 서구뿐 아니라 전 세계 진보와 민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때로는 원곡 그대로, 때로는 행진곡풍으로, 때로는 민속음악이나 아카펠라 풍으로, 심지어는 락풍 등으로 수없이 반복돼 불린다. 이 노래를 부른가수 중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람들만 해도, 첨바왐바(Chumbawamba), 밀바(Milva), 뉴 크리스티 민스트럴즈(New Christy Minstrels), 스윙글 싱어즈(Swingle Singers), 이브 몽탕(Yves Montand) 등이 있는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마리아 파랑투리(Maria Farantouri)의 노래를 좋아한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음원만 해도 64가지나 되는 이 노래 중 38가지는 다음 노래 사이트에서 청취할 수 있다. 아래 주소를 클릭하면 되겠다. 이탈리아인의 노래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아침이슬>이요 <님을 위한 행진곡>인 <벨라 차오>를 감상해 보길 권한다.
http://plsong.com/bbs/zboard.php?id=minjung_song&select_arrange=subject&desc=asc&ss=on&sc=off&keyword=^Bella Ciao 모음&sanha_out=
마지막으로 마리아 파랑투리의 곡을 올린다. 처음에는 모심기 여성노동자들 원곡의 1절을 원래 그대로의 느린 템포로 부르고는, 곧 이어서 빠른 템포로 개사된 빨치산 노래를 남성 코러스와 함께 부르는 마리아 파란투리의 걸쭉하면서도 한 서린 음색은 이 노래의 원래 정서를 어느 누구보다도 잘 표현해 주고 있다(마리아는 5절을 생략하였다).
첫댓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새로운 음악지식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푸른몸님..소나무방송홈에 이내용을 옮겨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라서요..^^ 괜찮겠지요???
괜찮습니다 소나무 님....저야 영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