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발달심리학자인 Jean Piaget(1896-1980)는 아동발달 분야에서 20세 기의 가장 영향력있는 학자들 중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가 제안한 인지발달 이론은 아동의 사고발달 과정과 특징을 이해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 동물의 생태와 철학(특히 인식론)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1918년 22살의 젊은 나이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생물학이나 철 학이 모두 인간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생각되어 그의 관심은 심리학으로 바뀌었다.
박사학위를 받은 이듬해 피아제는 파리의 비네연구소에서 아동의 지능검사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그는 아동의 지능을 평가하는 일보다 오히려 아동이 검사 문항에 대해 틀리게 답하는 이유를 알아보는 데 관심을 가 졌다.
그러다가 그는 본격적으로 아동의 지능발달 과정과 인식론을 연구하기 위하 여 스위스 제네바로 돌아와 \'국제 발생론적 인식론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피아제는 심리학을 전공한 그의 부인과 함께 자신의 세 자녀를 연구대상으로 하여 출생시부터 계속해서 성장하는 과정을 질적으로 관찰하였는데 이것을 기 초로 아동의 인지발달에 관한 독창적인 이론을 구축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1960년대까지 미국 발달 심리학계에서 별다른 관심을 받 지 못했는데, 이는 아동관과 아동의 사고와 학습에 관한 그의 기본 가정이나 연구방법이 1920∼1960년대까지 미국 심리학계를 팽배해 있던 행동주의 심리학 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피아제는 아동을 자신의 주변환경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조작하여 구성해 나아가는 능동적인 존재로 보았고, 이러한 아동관에 기초하여 볼 때 아동의 인 지발달은 아동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은 그가 초기에 쌓은 학문적 배경인 생물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이론의 핵심 개념인 적응(adaptation)은 생물학적 개념으로 서, 적응이란 동화(assimilation)와 조절(accommodation) 사이의 평형(equili- bration)을 유지하려는 선천적인 경향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동화란 아동이 환경적 자극이나 새로운 정보를 액면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구조에 부합시키는 것을 뜻하고, 조절 이란 환경적 자극이나 새로운 정보를 인식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구조 를 변형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체구조가 환경에 맞추어 적응해 나가듯이, 인지구조도 영유아기와 아동기 에 걸쳐서 동화와 조절과정을 통해서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기 위해 발달해 가 는 것이다.
아동이 새로운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특히 그것이 기존의 도식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 비평형의 상태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 상태는 언제나 갈등과 긴장을 유발한다. 이런 경우 인지적 조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평형의 과정이 일어나는 데 이것이 바로 동화와 조절의 적응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평형은 피아제 이론의 중심 동기적 요인이다. 왜냐하면 평형이 적응과 조직 화의 과정을 통해 인지적 이해와 성장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피아제는 아동 인지의 구조적 측면의 기초가 되는 개념으로 도식(schema)을 들고 있다. 도식은 다양한 사태와 장면에서 일반화되어 반복되는 행위 유형으 로, 단순한 감각적인 행위 도식에서부터 고도로 상징적인 논리수학적 도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도식들은 행동이 되풀이되면서 서서히 분화되고 통합되어서 보다 많은 도식과 고차적인 도식으로 되어간다. 즉 아동이 발달해 갈수록 도식(인지구조) 이 더 복잡해지고, 포괄적이 되며, 조직적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피아제는 아동이 적응을 하는 도구인 인지구조가 연령에 따라 변한다고 보고, 아동의 인지발달은 인지구조가 질적으로 다른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서 발달 한다고 하였다.
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
1단계 감각운동기 : 출생 ∼ 2세
이 시기의 영아는 보고 듣는 것과 같은 감각적 경험과 신체운동행동을 조정 하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를 구성해 나간다. 즉, 유아는 생물학적 반사에 불과하 던 행동을 반복적으로 환경에 적응시켜가는 과정을 통해 복잡하고 자발적인 형 태로 통합하며 사고의 발달을 이루는 것이다. (이 단계는 다시 여섯 가지 하위 단계로 구분된다.)
이 시기에 영아는 감각기관과 감각운동적 행동 간의 관계를 발견한다. 또한 처음에는 자신이나 환경에 대한 의식이 없었지만 점차 그 둘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초보적 수준에서나마 상징적 사고 능력을 갖게 된다.
이와 더불어 유아는 초보적이지만 내적 상징적 수준에서 문제해결 행동이 가 능해지고, 상대방의 행동을 즉석에서가 아니라 시간이 흐른 후 그 사람이 없을 때도 재생성할 수 있는 지연모방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곧 행동쉐마를 인지적 으로 내재화할 수 있음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이 단계의 특이한 발달 중 하나는 대상영속성 개념의 출현인데, 초기에 아기는 어떤 대상이 눈 앞에는 없어도 계속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없었으나 점차 이를 알게 된다.
2단계 전조작기 : 2세 ∼ 7세
이 시기의 아동은 언어의 급격한 발달과 함께 사물이나 사건을 내재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보이지 않는 것을 기억하는 표상능력을 갖게 되며, 상징적 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발달한다.
단어, 이미지, 그림과 같은 상징을 가지고 사고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정신적 조작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이전 단계에 비하면 언어 와 사고력을 중심으로 인지능력이 급속도로 발전하였지만, 이 시기의 사고는 직관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특징을 갖는다.
즉, 아동은 논리나 추리보다는 실제로 보이는 대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모든 사물이 살아있어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고하고 기능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3단계 구체적 조작기 : 7세 ∼ 12세
이 시기는 학령기에 해당되며 아동은 논리적 추리력을 갖는다. 사고가 안정 성이 있고, 일관성이 있으며, 조작적이다. 이 아동들은 감각·동작적 활동이 없이도 인지적 조작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손가락으로 셈했던 산수 과제를 손가락 없이 머릿속 만으로도 셈 할수 있다. 이 시기가 끝날 때쯤 되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규범을 습 득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거의 불편이 없을 정도의 지식을 갖는다.
또 한 문제의 두 측면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보존개념을 획득하게 되고, 자기 중심성에서 탈피한다. 그러나 이들의 논리적 사고는 구체적인 문제 나 상황에서만 적용 가능하며 추상적인 사고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4단계 형식적 조작기 : 12세 이후
가장 완숙된 인지적 조작을 할 수 있는 단계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상황 을 넘어서 마음속에만 있는 추상적 사상에 대하여도 논리적으로 사고가 가능해 진다.
따라서 문제해결시 문제의 원인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가설을 설정하고 모든 가능한 해결책을 생각해내며 그것들을 문제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사고능력이 갖 추어지는 시기이다.
피아제는 아동발달을 연구했으나 자신의 연구 결과가 어떤 교육적 의미를 갖 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아제 이론을 계승 발전시켜온 심리학자와 교육학자들은 그의 이론에서 교육적 시사를 찾으려고 노력하였고, 실제적으로 오늘날 교육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