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도 바람도 부드러운 평일 오후, 집결장소는 오프로드다. 경기도 화성의 한 바닷가 허허벌판에 기아 테크니컬 레이싱 클럽(KTRC) 회원들과 20여 대의 차가 모였다. 드라이빙 테크닉 체험기를 시작한 후 승용차로는 처음 밟아보는 맨땅이다. 표면은 적당히 말라 있고, 속은 부드러운 진흙이다.
카운터 스티어, 스핀 제어하는 역핸들 동작
스핀 일어나자마자 바로 핸들 꺾어야 효과
이런 말랑말랑한 오프로드에서는 어떤 테크닉을 배울 수 있을까. 우선 ‘카운터 스티어’(counter steer) 기술을 들 수 있다. 미끄러운 커브길에서 차에 스핀이 일어날 때는 카운터 스티어를 써 제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 카운터 스티어는 차가 옆으로 미끄러져 제어 한계각을 넘기 전에 핸들을 반대로 돌리는 것을 말한다. 권투에서 자주 쓰이는 카운터 펀치라는 말을 연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권투에서 카운터가 ‘받아친다’는 뜻인 것처럼, 카운터 스티어는 스핀을 받아치는 카운터 펀치, ‘역핸들 동작’을 뜻한다.
“코너에서 차의 뒷바퀴가 바깥쪽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코너의 안쪽을 향하고 있던 핸들을 바깥쪽으로 꺾으면 뒷바퀴의 ‘대책 없는’ 스핀에 제동을 거는 셈이 되지요. 스핀이 진정되면 구동력도 회복되므로 다시금 차의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이때 주의할 것은 스핀을 느끼자마자 바로 핸들을 꺾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타이밍이 늦을수록 방향잡기가 어려워지고 심하면 반대쪽으로 회전되어버리거나 코스를 이탈하게 됩니다.” 이날 교육을 이끈 KTRC 박형식 단장의 설명이다.
그러면 카운터 스티어를 쓸 때 핸들은 어느 정도 꺾어야 할까. 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미끄러진 각이 작거나 스핀에 재빨리 대처했다면 핸들을 조금 적게 돌려도 되고, 45도쯤의 비교적 큰 스핀 때는 0.5초 이내에 반대쪽 끝까지 핸들을 틀어야 한다. 차의 방향이 바로잡히기 시작하면 바로 진행방향으로 핸들을 되돌려 놓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스핀이 심하지 않거나 속도가 그리 높지 않을 때는 한번의 카운터 스티어로도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박 단장은 “시속 60km에서는 1회, 80km에서는 2회, 100km에서는 3회쯤 반복해 핸들을 꺾어야 스핀 바로잡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불필요하게 핸들을 많이 조작하면 차가 S자를 그리듯 왔다갔다할 위험이 있으므로, 카운터 스티어는 차의 반응에 따라 필요한 만큼만 정확하게 조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기술이 잘 훈련되어 있으면 겨울철 눈길도 두려워하지 않고 적절히 미끄러짐을 즐길 수 있는 운전실력을 갖게 된다.
오프로드에서는 카운터 스티어 기술 외에도 예민한 페달 조작이 필요하다. 온로드에 비해 노면의 마찰계수가 훨씬 낮기 때문에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클러치 모두 섬세한 조작이 요구된다. 페달을 필요 이상으로 깊게 밟으면 바퀴가 잠기거나 휠 스핀이 일어나 코스를 이탈하기 십상이다.
마찰계수 낮으므로 예민한 페달 조작 필요
“오프로드에서는 노면과 대화하듯 달려야”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회원들은 차의 보네트를 열어 엔진 오일, 냉각수 등 각 부분을 점검하고 30psi쯤 되는 타이어 공기압을 45psi로 높였다. 진흙길 커브에서는 휠과 타이어가 헛도는 듯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즉 공기압이 낮으면 타이어가 흙과 마찰하는 과정에서 한쪽이 찌그러져 휠과 타이어 사이에 흙이 끼게 되고, 결국에는 펑크 난 것처럼 주저앉아 버린다. 그러므로 타이어 공기압을 조정해 휠과의 밀착도를 높여야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또 차 안에 돌아다니는 물건들은 밖으로 빼 놓거나 트렁크에 잘 정리해 두어야 한다. 차의 좌우 쏠림이 심하므로 물건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운전을 방해할 위험이 있어서다. 차를 점검하는 사이 한쪽에서는 박 단장과 회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러버콘을 세워 직선로와 완만한 커브, S자 커브가 섞인 비포장 코스를 뚝딱 만들어 놓았다. 함께 코스를 걸으며 둘러보는 동안 박 단장이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일러준다. “아웃 인 아웃 원칙을 확실히 지키고 ‘마인드 브레이크’를 잊지 마세요. 커브가 나타나기 전에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를 밟되, 록이 안 될 정도로만 섬세하게 조작하세요. 커브에서는 핸들을 최대한 매끄럽게 컨트롤해야 합니다. 너무 안쪽으로 붙으면 핸들을 많이 꺾게 되어 길이 깊게 패이므로 되도록 넓게 돌도록 하세요. 또 차 뒷부분이 미끄러지면 카운터 스티어를 써서 방향을 잡는 거, 다들 아시지요? 무리하게 스피드를 내는 것은 금물입니다. 미끄러운 길에서는 타이어가 닳지 않지요. 차에 손상도 가지 않습니다. 다만 액셀 페달을 과격하게 밟으면 휠 스핀이 일어나면서 양 바퀴의 회전차가 생겨 드라이브 샤프트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조건 내달리려고만 하지 말고 필요한 구동력만큼만 쓴다고 생각하세요. 또 흙이 많이 패이면 언더 보디가 닿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박형식 단장은 “노면과 대화를 하듯 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면의 상태와 차의 움직임을 재빠르게 읽고 그만큼 민감하게 운전하라는 뜻이다. 이제 실전에 들어갈 차례. 차가 너무 많으면 위험하므로 6대씩 코스를 돌기로 했다. 출발할 때도 간격을 넉넉히 두어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
먼저 오프로드 경험이 많은 회원의 차에 동승해 코스에 들어섰다. 직접 핸들을 잡기 전에 조수석에 앉아 곁눈질로 배우기 위해서다. 역시, 베테랑답게 침착하게 돌아나가는 실력이 놀랍다. 차가 스핀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카운터 스티어를 쓰면서 기어를 한 단 내려 구동력을 살려낸다. 차는 스무드하게 코너를 돌아나가는데, 핸들은 좌우로 휙휙 돌아간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팔이 아프다. ‘오프로드 달리기는 체력전’이라는 말이 실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