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양산에 극장이 딱 하나가 있었습니다. 양산극장이었는데 시설이 그렇게 좋지는 못했어요 사람이 늘 붐비는 것은 아니었고 한번씩 유명한 영화가 상영할 때만 줄을 서서 봤어요
정말 옛날 1980년대 영화관으로 스크린이 엄청 컸고 빨간 접이식 의자가 다닥다닥 붙어서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좌석은 한 100석 정도 되었던 것 같고 스크린 반대편 꼭대기에 영사기를 돌려 화면에 비춰 영화가 상영되는 구조였어요
제가 양산극장에서 본 영화는 2편이었어요 한 편은 우뢰매 6탄이었고 또 한편은 영구와 홍콩할매귀신이었어요 우뢰매는 어머니께서 동생과 저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극장이라는 곳을 알게 된 영화였어요 어머니께서 극장에서 표를 예매해주시고 동생과 저를 들여보내주시고는 가게로 가셨어요 두 번째는 영구와 홍콩할매귀신이었는데 동생과 친구들과 줄을 서서 몇 시간을 기다려서 표를 끊고 봤었어요
예전에는 극장 밖을 나오지 않는 이상 안에서 똑같은 것을 몇 편을 봐도 되었고 또 다른 영화를 동시상영하는 것도 있었는데요 처음 극장에 어머니와 함께 가던 날 우뢰매 6탄을 아침 10시에 들어가서 보기 시작했는데 저녁 6시가 되어서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볼 때는 무척 재미있게 집중해서 봤는데 한타임 한타임 지날 때마다 점점 동생과 저는 지쳐서 의자에 거의 눕다시피 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 큰 극장에 동생과 저 그리고 아이들 몇 명만 있었는데요 그래서 그 큰 극장을 전세 낸 것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 심형래씨의 잊을 수 없는 캐릭터인 영구가 엄청 인기 있을 때였는데 영구와 홍콩할매귀신이 영화로 만들어져서 양산에서 상영한다기에 보러 갔었는데요 아침부터 줄을 엄청 서있었어요 우뢰매는 그 큰 극장에 5명정도가 제일 많은 거였는데 홍공할매귀신은 극장 안도 모자라 극장 밖으로 몇 m나 줄을 서있었어요
우리는 첫 타임에 영화를 못보고 두번째 타임에 들어갔는데 그래도 좌석이 없어서 아이들 50명 정도는 스크린 앞에 바닥에 앉아서 보았답니다.
바닥에서 일어서면 스크린에 그림자가 비친다고 의자에서 보는 아이들은 소리를 질러대고 바닥이 불편했던 아이들은 연신 돌아가며 일어서니 화면이 제대로 보일리가 없었지요
그래도 재밌다고 깔깔깔깔 웃으며 보았답니다. 그때는 보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한 타임만 보고 나와야했는데 바닥에 앉아서 본지라 의자에 앉아서 한타임 더 보고 싶었지만 그냥 나와야했어요 ㅠㅠ
그때의 그 아쉬움을 그 뒤에 영구와 홍콩할매귀신 비디오테이프가 나왔을 때 수없이 돌려보며 달랬답니다.
그 뒤로 재정이 악화되어 양산극장은 사라졌지만 한번씩 그 자리를 지나갈 때면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요즘은 엄청 깨끗하고 시설도 좋은 극장들도 많지만 지금 생각하면 시설 안 좋은 영화관이었지만 그래도 어릴적 영화관의 기억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양산극장이 참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첫댓글 어찌 그당시 상황을 이렇게 실감나게 표현을 하는지...
정신없이 읽으며 어린시절 추억을 소환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다음 글에 대한 기대감이 뿜뿜~~
잔잔한 울림같은 글,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