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건 해도 정말 너무하잖아!! 애초에 했던 말이랑은 틀리다고! 단지.. 단지... 단지 시험만
하기로 약속해놓고선!! 이제와서 수틀리니까 가차없이 죽여버리겠다고?”
“상황이 다르지 않나. 비켜라, 지크.”
“다르긴 뭐가 달라!!!”
지크가 무명도를 힘껏 쥐고 소리질렀다. 뒤에서는 피에 젖은 리오가 움직이지 못한 채 그런 지크
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휀의 얼굴이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비키지 않겠다면... 임무 방해는... 죽음으로 갚아라. 잠시 쉰다고 생각해. 3개월 뒤에 다시 보
자.”
휀이 지크를 향해 에릭튜드를 내려치려는 찰나. 중간에서 그 경로를 막는 이가 있었다.
“슈렌... 너도냐?”
슈렌이 수라도로 지크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너무 심한 것 같다. 휀.”
슈렌이 녹색 눈을 담담하게 휀의 시선으로 향하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쉽게’ 죽인다는 게 말이다.”
휀이 날카롭게 슈렌을 응시했다.
“그렇다면.. 어쩌겠다는 건가. 도가 지나친 나의 실수도 인정한다마는... 저 상태론 정신을 되돌려
봤자다. 숨 쉬는 것 자체가 기적인 몸이야. 지금은 증오의 힘으로 유지한다마는, 그 끈마저 놓아버
린다면 바로 명계행이다. 아무리 가즈나이트라도 회복엔 한계가 있는 법. 저대로 놔두면 고통스럽
게 죽어갈거다. 미리 편하게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거야.”
“꼭 우리 손으로 끝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더군다나, 커다란 전쟁을 앞두고 단 하나의 손이라도
모자란 이 시점엔. 아깝지 않나.”
슈렌의 대꾸에 휀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래... 슈리메이어. 시기가 시기니 일단은 너의 말대로 살려둔다고 치자... 그렇다면 무엇으로 그
의 정신을 되돌릴 텐가? 네가 해볼수 있나?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다.”
슈렌의 입이 미미하게 곡선을 그린다.
“그를 깨울 방법은... 아무래도.. 네 뒤에서 누군가가 데리고 오는 것 같군.”
휀은 슬며시 에릭튜드를 거두고 뒤를 돌아봤다. 익숙한 누군가가 있었다.
“그렇군.... 네가 있었군. 잊고 있었다.”
회색의 거한.
“...바이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암흑의 가즈나이트. 바이론은 즐거운 듯 큭큭거렸다.
“큭큭큭.... 상황이 아주 즐겁게 돌아가는군.... 아주 멋진 광경이야...? 크하하하하하핫!!! 역시 광기
란 좋은 거야... 크큭... 미친 정신은 인간의 한계를 끌어내거든...크크큭....”
바이론은 옆에 선 한참 작은 인영에게 농을 던지듯 말을 건넸다.
“크큭... 그렇지 않나...? 용제여?? 크크크크크큭.....”
“닥쳐라. 미친놈.”
어둠속에서 서서히 인영의 형태가 드러났다.
서룡족의 용제, 바이칼 레비턴스였다.
휀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상황은 전해 들었나. 용제.”
“큭... 그래... 아쉽게도 이 회색의 미친놈에게 다 전해들었다. 의외로 말은 잘하더군.”
길다랗고 거대한 원통형 케이스에서. 리오는 몸이 세로로 세워진 채로 바닥에서 조금 띄워진 채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미처 묶어두지 못한 길다란 붉은 장발이 올라오는 기포에 따라 장관을 연출하며 부드럽게 물결친
다.
“허헛! 정말 대단했소이다. 어떻게 그런 몰골을 하고도 목숨이 붙어 있었는지...”
턱 밑으로 짧게 깍은 밝은 회색빛 수염이 인상적인 전 차원계 최고 권위의 생명공학자. 멀린경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마침 내가 드래고니스에 와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정말 더 볼 것 없이 리오군은 그대
로 명계행 이었을 게요.”
“예끼! 이사람.. 술 처분 해준다는 명목하에 갑자기 쳐들어와선 최고급 위스키들을 싹 쓸어마신
주제에 거들먹 피우긴...”
케이스에 컴퓨터 시스템을 연결하놓고 프로그램을 점검하던 장로가 멀린경에게 면박을 주었다.
“다 잘되었으니 된 거죠 뭐. 다툼은 그만두세요.”
온 몸에 색색의 굵은 코드를 잔뜩 연결하고 드래고니스 동력원인 오리하르콘 결정체 에너지를 치
료용 마력 패턴으로 전환시키던 레디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둘의 실랑이를 말렸다.
“...이렇게 보니 정말 장관이군... 그렇지 않아? 슈렌?”
“...그렇군...”
각각 어깨와 배 부분에 붕대를 감은 채 케이스에 가둬진 리오의 모습을 올려다보고 있던 지크와
슈렌이 얼빠진 듯한 실없는 말을 건넸다.
“........”
바이칼은 그저 묵묵히 앞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젠장!!! 이봐!! 누구 없어!!! 빨리 나와!!! 의사 부르란 말이야!!!!”
난데없는 누군가의 소동에 드래고니스 결계시스템 작동의 비상경계망으로 잔뜩 긴장하고 있던 전
룡단들은 곧이어 나타난 지크의 뒤에 업힌 처참한 피투성이 남자의 모습을 보고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세...세상에... 리..리오님...?”
플루소의 경악어린 중얼거림 뒤로, 서룡족 제 1 전룡단장 릭 발레트 군은 빠르게 수하들을 지시하
며 리오를 건네받았다.
“플루소 이하 제 2,3,4 전룡단장들은 사태를 경계하고, 자네와 제나, 그리고 자네는 어서 리오님
을 모시고 응급치료실로 데려다 드리게!! 나는 멀린경과 장로님을 부를 테니!!”
멀린 경이 있다는 소리에 슈렌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신으로부터 인정받은 생명과
학자인 멀린 경과, 최고의 컴퓨터 공학자인 장로가 있다면 리오가 다시 살아날 확률은 확실하다.
대강 급한 사태를 정리한 후 릭과 몇 명의 사람들이 지크와 슈렌에게 다가와 부축했다.
“지크님과 슈렌님의 부상도 심각해 보이는군요. 일단 간단한 치료라도 받으셔야 할 겁니다.”
고개를 끄덕인 지크와 슈렌도 피가 흐르는 상처부위를 붙잡고 치료실을 향해 걸어갔다.
“세상에 이럴수가...”
릭의 재촉에 가운바람으로 응급치료실에 끌려오다시피 한 멀린경은 흰 침대를 촉촉하게 적셔들어
가고 있는 어마어마한 피를 흘리고 있는 처참한 리오의 모습을 보고는 경악성을 내질렀다.
“어서 수술준비를 하게!!!”
역시 장로는 멀린경과 함께 놀라기 보다는 오랜 세월 쌓인 경륜답게 침착히 수하들을 지시하여
치료 시스템을 가동하였다.
“...몸 안에 남은 피가 거의 없군... 상처는 없는 곳을 찾기 힘들고... 피부는 다 찢어졌으며, 뼈는
가루가 되었고, 근육은 다 끓어졌어. 신경도 다 파괴되고... 사소한 걸 하나 추가하자면, 눈에 상당
한 양의 피가 들어가 굳어버린채로 상처를 입어 실명도 된 듯 하군... 거 참... 뇌 부분도 파손이
심각하고... 대체 뭘 어떻게 하면 몸이 이렇게 부서지는 건지... 확실히 숨은 붙어있는 건지도 의심
스럽구먼... 아예 몸을 새로 만드는 게 낫겠어.”
멀린경의 투덜거림에 다른 가즈들을 내보내고 치료실에 남아 서류를 검토하던 휀이 짧게 입을 열
었다.
“...일단 3개월보다 시간이 덜 들기만 하면 됩니다. 최대한 빨리 완치 될 수 있도록... 1개월 이내
라면 좋겠습니다만.”
“....아주 사람을 잡게! 잡아!!”
멀린경이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투덜댔다. 하지만 긴장을 띤 그의 손과 얼굴에서는 구슬땀이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지금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것이다.
장로가 대형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멀린경에게 말을 건넸다.
“멀린, 전에 넬이라는 소녀의 경우에 써봤던 인체 창조 시스템을 조금 응용해서 사용해 보는 것
은 어떤가.”
“나도 그 생각은 하고 있었네. 하지만.. 그래도 그 전에 뇌와 척추, 주요 신경들은 복구해 둬야
겠지. 레디라던가..? 치유술을 쓴다던 그 소년의 도움이 있다면 일은 훨씬 수월해 질 테지만...”
“제가 불러 오겠습니다.”
휀이 서류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향했다가, 흘긋- 리오가 누워있는 침대쪽을 바라보았
다.
파자마를 벗고 경장을 차려입은 바이칼이 침대 곁에 앉아 한 손으로 리오의 손을 꼭 잡고 걱정스
러운 얼굴로 그 피에절은 얼굴을 깨끗한 수건으로 정성스레 닦아주고 있었다.
그 후로, 1주일쯤 시간이 흘렀다. 가즈들은 아직도 드래고니스에서 무전취식하며 유유자적 지내고 있었다. 바이칼이 가끔씩 불평불만을 토로하곤 했지만, 휀의 냉담한 대꾸 앞에 간단히 씹힐 뿐 이었다.
“...리오가 여기 있지 않나. 그럼. 리오를 데리고 사라질까? 그가 죽어도 좋겠나?”
“......망할....”
그저 평범했던 하루. 지크는 사바신과 실없이 땅따먹기를 하며 놀고 있었고(웬일인지 계속 지크가 지고 있었다.;;) 슈렌은 묵묵히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휀은 서류 점검을 한다고 나간지 오래고, 바이론은 늘 그렇듯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인간이 탄생한 의의와 그 나아갈 바. 그리고 존재의 소멸에 대하여... 생각있는 자의 일평생에 걸친 짧은 철학적 견해.>....라는 무시무시한 길이의 제목과 살인적인 두께를 자랑하는 책을 읽고 있는 슈렌을 잠시 뭔가 두려운 것을 본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지크와 사바신은...
‘슈렌은 눈을 감고 책을 본다!’
‘아니다! 무식한 땅강아지!! 어떻게 눈을 감고 책을 봐!! 실눈을 뜨고 보는 거다!!!’
...를 주제로 팽팽한 대 결전을 펼쳤다.
가위 바위 보로 공정한 타자(?)가 결성된 후, 지크가 쭈볏거리며 슈렌에게 다가갔다.
“...슈렌. 그 책 어디서 난 거야? 재밌어?”
“아...지크. 휀이 지루하면 보라고 빌려줬는데... 볼만하다. 재밌군. 삶에 대한 작가의 의견이 종교적*과학적 논리로 맞물려져 독특한 결말을 유추하고 있지. 음.. 여기 꽤나 흥미로운 구절이 있다.
<To-marrow, and to-morrow, and ,to-marrow,
Creeps in this petty pace from day to day,
To the last sylladle of recorded time;
And all our yesterdays have lighted fools The way to dusty death,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r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대충 해석하자면...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라는 날은 인간의 천수의 마지막 순간까지
날마다 한걸음 한걸음 소리도 없이 기어든다.
우리의 모든 어제란 날들은 어리석은 자들이 티끌로 돌아가는 죽음의 길을 비추어 왔다.
꺼져라, 꺼져라, 덧없는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한 것.
그것은 백치가 지껄이는 얘기처럼,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쯤 되는군.
상당히 허무주의 적이야.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상이지만.. 아, 지크는 미국에서 살았다고 했으니, 해석까지 해 줄 필요는 없었나...? 내가 쓸데없는 짓을 했군. 영어로 간단하게 씌여 있으니 너도 별 문제없이 읽을 수 있을 거다. ... 확실히 휀은 책을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 ... 왜? 관심있나? 한번 읽어 볼 텐가?“
책에서 시선을 떼고 지크를 바라보는 눈이 부드럽게 살짝 떠져 있었다. 은은히 비어져 나오는 녹색 기운에 처음엔 환호성을 지르려던 지크 였으나, 그 후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날카로운 말의 파편(지크의 귀에는 단순한 문장의 나열 이상으로는 들리지 않았다.)들은 금세 꽤나 단순하고 활발했던 금발 청년의 사고회로를 정지시켜 버렸다.
“하.하. 아니야. 좋아보이는데? 너나 계속 읽어. 슈렌.”
영어로 써져 읽을 수 있으면 뭐하나. 이해를 못하는데, 이해를...
(그치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2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지크도 보통은 아니다.)
“지크...”
어느새 다가온 사바신은 부드럽게 지크의 어깨를 툭툭 쳐 주었다.
“하.하. 안녕? 난 지크라고 해. 너희 집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
“흑... 불쌍한 녀석.. 드디어는 맛이 갔구나..!!! 엔지니어를 불러야 하나...”
“우흐흑... 어머니.. 잘못했어요.. 흐어어어어어엉---!!!!”
“...정신차려..!! 친구!! 아직 세상은 아름답다구..!!! 내가 있잖아!! 크흑....!!!”
“........;;;”
슈렌이 이제 둘이 꼭 부둥켜 안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아주 신파극을 찍어대는 신계 최강의 바보 콤비들을 애써 무시하며 다시 그 공포의 철학서로 눈을 돌리려는 찰나...
“서..선배님들...!! 리오선배께서 깨어나셨어요..!!!!”
난데없이 들이닥친 레디의 밝은 비명소리에 모두들 이 작은 평화를 수습하고 허겁지겁 응급 치료실로 향했다.
“아... 후훗.. 왔어?”
“...태평하기도 하다... 이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녀석...”
침대에 태연히 몸을 기대고 앉은 리오가 슬며시 건넨 인사에 지크는 인상을 한껏 찌푸리며 투덜댔다. 슈렌*지크*사바신*레디 일행이 치료실에 도착했을때 그곳엔 먼저 휀과 바이론이 와 있었다.
“으음... 예상 시간보다 네 배는 더 앞당겨 졌소이다. 리오군의 회복속도는 정말 경이로울 정도였소!! 물론 레디라는 소년의 치유술도 동력에너지를 치유용 마력패턴으로 전환하는데 상당한 일조를 해 주어 시간을 단축해 준 탓도 있겠지만...”
멀린이 차트를 넘기며 기분좋게 껄껄댔다. 그러고는 휀을 향해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가즈나이트라는 존재들의 생명력*회복력*전투력 등에 대해 아주 깊은 관심이 생겼다네. ...어떤가? 몇 명만 내가 데려가서 연구해 볼 수는 없겠나? 어려운 부탁인 건 알겠네만...”
“이번 임무가 끝나고 나면 두어명 쯤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간단히 대답을 한 휀은 잠시간 흘깃- 지크와 사바신을 돌아보았다.
둘은 휀의 뭔가 물 좋은 생선을 고르는 듯한 오묘한 눈길(?!)에 한동안 왠지 알 수 없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어쨌거나. 몸은 상당히 회복됐으니 며칠간 요양만 하면 싹- 다 나을거요. 오늘부터는 리오군도 자기 방에서 두 발뻗고 잘 수 있겠구먼.”
“모두 멀린 경 덕분이지요. 감사합니다.”
리오가 멀린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멀린은 당치 않다는 듯 손까지 내밀어 휘저어 가며 입을 열었다.
“헛헛! 뭘 이런 걸 가지고... 감사는 나보다 서룡족의 용제폐하께 해야 할 거요.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리오군의 곁에 붙어 있던 건 그분이니.”
리오는 그 말에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훗.. 그랬단 말이지... 바이칼 그 녀석이...’
이때만 하더라고 그다지 심각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던 리오였다.
“...그럼, 지금 바이칼은 어디에...”
주위를 둘러보다 이 자리에 바이칼만 없다는 걸 자각한 리오가 그의 행방을 물으려는 찰나.
“폐...폐하...!!! 고정하소서...!!!”
“비켜!! 비키란 말이다!!!!”
“폐하~ 자중을~!!!!!”
“이이잇!!! 꺼져버려어어어어어엇---!!!”
문 밖에서 요란한 고함소리들과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들이 울려퍼졌다. 리오를 제외한 가즈들은 전부 무기를 잡고 가볍게 긴장했다.
리오는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가린채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어쩐지 첫날밤의 새색시같은 부끄러운 기분이 드는 건 왤까?
“이...이봐... 좀 진정...”
“진정은 무슨 얼어죽을 진정!!! 너같으면 목 베이고 목 졸려서 빈사에 기절까지 경험했는데 그 앞에 진정이라는 말이 붙냐? 앙? 잔말말고 좀 맞아--!!!!”
퍼억-
훌륭한 어퍼컷.
굳이 참고하지면, 지크는 육박전의 전문가.
주먹과 온몸을 이용한 격투술에서만큼은 리오나 휀, 슈렌들도 한수 접어주는 수준이었다.
“우아아아악!!!”
쿠당탕-
리오는 결국 요란한 소리를 내며 침대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크윽....”
뺨으로 화끈한 통증이 전해졌다. 리오는 뺨을 감싸고 눈물까지 글썽해져서는(무방비한 상태로 충격을 받아 감정 조절이 안되는데다가, 정말, 진짜로, 엄청나게 아팠다.)소리를 질렀다.
“...무슨짓이야!!! 지크!!!”
“음? 다음엔 난가? 우하핫! 그다지 너한테 원한은 없다만, 남들 다 하는데 나만 빠지기도 뭐하다.”
리오가 채 불만을 토로하기도 전에 사바신이 성큼성큼 지크를 제치고 앞으로 걸어나왔다.
“사...사바신...”
“조금만 참으라고, 리오. ...으라차차차차차--!!!!”
사바산은 기분좋은듯한 얼굴로 빙글거리고는 커다란 고함을 지르면서 리오의 목덜미를 양손으로 잡아 들어올렸다. 분명 보통 장정들보다는 훨씬 더 무겁고 값나가는 리오를 이렇게나 가볍게 들어올리다니.. 확실히 가즈나이트 최강의 무력을 자랑하는 사바신이 아니라면 못 할 짓이었다.
“우아아악~~~”
장렬한 메다꽂기.
리오는 등부터 그대로 바닥에 내동이쳐졌다. 저릿하게 감각이 마비되어 잠시간은 몸을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헤이~ 잘했어, 친구!!”
“하하!! 나도 속이 다 시원하구만!!”
싸늘한 바닥에 누운채 암담하게 지크와 사바신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손을 서로 마주치는 모습을 바라보던 리오의 시선 한켠으로, 무언가 아스라한 순백의 존재가 들어왔다.
“휀....너....도....?”
휀은 싸늘한 인상을 고수한채 리오를 일으켜 세웠다.
탁탁-
리오의 먼지뭍은 환자복(이걸 입고 있었다.)을 몇 번 가볍게 털어주던 휀은 별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많이 다쳤군..리오.”
리오는 왠지 찡-하져 감동에 젖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 휀... 너만은 이성적으로...”
퍽-!!!
퍼버벅-!!!
콰직-!!!
첫 번째 소리는 뒤돌아서있던 휀이 갑자기 몸을 돌려 리오의 얼굴을 주먹으로 세게 후려치는 소리.
두 번째 소리는 무저항으로 드러난 리오의 배에 휀의 3연타 정관이 정통으로 꽂혀지는 소리.
마지막 소리는 휀이 화려한 뒤돌려차기로 리오의 몸을 날려버리는 소리.
사륵-
하얀 배틀코트가 휘날리는 모습이 마치 활짝 피어난 한송이 백장미같다.
터엉-!!!
한참을 날아간 리오의 몸은 치료실의 벽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커헉... 쿨럭! 쿨럭!!!”
리오는 몸을 한껏 구부리며 잦은 기침을 해 댔다. 내장을 좀 다쳤는지, 격렬한 기침엔 간간히 피마저 배어나왔다.
“...감히 이 내게 칼을 겨누고 피를 보게 한 죄는 컸다. 리오 스나이퍼.”
역시, 우주황태자.
옷을 가볍게 털어낸 휀은 다시 담배를 피워물며 고고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우.리.는.보.았.다.
리오를 포함한 전 가즈나이트들은,담담한 듯한 휀의 입꼬리에 살짝 피어오르는 미.려.한.곡.선.을 분명.... 똑.똑.히.볼 수 있었다.
첫댓글 스크랩해갈께요
이거 다음편은 없나요?! 음;
다음편도기대염ㅋㅋㅋ
푸,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 다음..편..풋.. 기..기대..크크큭..되..큭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