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방의 젖줄인 영산강을 안고 있는 무안은 비옥한 곡창지대지만 목포와 이웃해 있어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는 면이 있다. 전남도청도 무안의 남악신도시에 있으나 목포에 있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남도의 곡창지대를 적시며 흘러온 영산강은 바다로 흘러 들기 직전인 무안에서 규모를 한껏 키운다. 길이 백 킬로미터를 갓 넘는 강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량이 많아 서울 한강과 별 차이가 없는 6, 7백 미터의 강폭을 자랑한다. 이렇게 넓어진 영산강 옆으로는 아득히 둑길이 뻗어나는데, 풍성한 들판과 강물을 함께 볼 수 있는 정겨운 흙길 ‘남도 삼백 리’다. | |
강물과 곡창지대
영산강은 국토의 서남부를 적시는 우리나라 5대 강의 하나로, 담양에서 발원해 광주를 거쳐 목포에서 바다와 합류한다. 길이는 115.5킬로미터로 5대 강 중 가장 짧아서 낙동강의 5분의 1 정도다. 하지만 남도의 넉넉한 들판을 흘러온 물길은 수량이 풍족해서 무안 즈음에 접어들면 강폭은 5백 미터를 훌쩍 넘어 한강이나 낙동강 못지않은 큰 강의 면모를 보여준다. 상류에서 풍부한 영양분과 토사를 실어온 강은 하류에 이르러 넓은 곡창을 만들어낸다. 영산강이 풀어헤쳐 놓은 평야는 호남평야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넓은 나주평야다. 이름은 나주평야지만 나주를 중심으로 광주와 무안 일대에 걸쳐 있으며 영산강은 나주평야 중심부를 느릿느릿 흘러내린다. 너른 들에 신명이 난 듯 강물은 무안에서 가장 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흐름은 유장한데 멀리 월출산 봉우리들의 기운까지 받아들여 여유로우면서도 생동감이 약동한다. 무안에 들어선 강물은 마지막으로 용트림 하듯 S자 형태의 독특한 물돌이 지형을 빚어내는데, 이곳 강 언덕에 격조 있는 식영정(息影亭)이 앉아 있어 산수화 같은 그윽한 분위기도 자아낸다. 풍경에는 농(農)과 사(士)가 부드럽게 조화를 이룬다. | |
국내 최대의 연지
여기 나주평야의 광활함과 영산강의 풍요로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흙길이 있으니, 무안의 영산강 강변을 따라 아득하게 뻗어 있는 둑길이다. 식영정 인근의 몽탄대교에서 시작해 남쪽의 소댕이나루까지 둑길은 12킬로미터에 이른다. 호남평야의 동진강 둑길에 비하면 길이가 짧고 들판도 작지만 강물은 더 풍성하고, 한 발짝 물러나 줄지은 산줄기와 그 속에 점점이 박힌 시골마을들은 한결 정답고 친근하다. 이 멋지고 아늑한 둑길 주변에는 흥미로운 사연과 볼거리도 곁들여진다. 소댕이나루에서 3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죽산리 천사촌은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로 시작하는 품바타령의 발상지다. 이곳에 살던 실존인물 각설이(장타령꾼)를 바탕으로 만든 1인극 [품바]가 1981년 일로읍 공회당에서 첫 공연된 것을 시작으로 품바타령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이다.
둑길 바로 옆에는 무안이 자랑하는 최고의 절경인 회산백련지도 있다. 눈을 의심케 하는 어마어마한 넓이의 연밭이 감탄스럽다. 한여름 살짝 비가 내린 후 화사한 꽃이라도 피어나면 저절로 열두 폭 병풍그림이 된다. 들판에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10월 초나 회산백련지에 연꽃이 만개하는 8월의 영산강 둑길은 잊히지 않는 감동의 여정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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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지에서 고작 100km를 지나왔는데 이렇게 장황할 수 있을까. 한강 못지않은 큰 강의 풍모를 보여주는 영산강을 따라 둑길은 남으로 남으로 뻗어난다. | |
코스안내 1. 식영정에서 3.5km 내려온 몽탄대교가 출발점이다. 다리 초입에서 남쪽으로 쭉 뻗어난 들판길을 1km 정도 가면 작은 수로 좌우로 제방길이 나 있다. 수로 위의 다리를 건너 오른쪽 제방길로 들어서야 한다. 이후 복룡리까지 둑길이 계속된다. 복룡리에서는 마을 입구로 우회해서 수로를 건너 다시 둑길을 따라 간다.
2. 복룡리에서 4km 정도 내려가면 다시 물길에 막혀 제방길은 강변에서 멀어지는데 하수종말처리장 근처까지 가서 우회해야 개울을 건널 수 있다. 다리를 건너 도로를 따라 약 200m 가면 다시 왼쪽으로 둑길이 시작되어 소댕이나루까지 4km 가량 이어진다. 소댕이나루는 나루터 기능은 상실하고 작은 어선 몇 척이 머무는 무인 포구로 변모했다.
3. 소댕이나루에서 하류 방면은 산이 막혀 길이 없고, 더 하류로 가려면 죽산리로 돌아서 청호리로 가야 한다. 청호리에서는 전남도청이 있는 남악신도시까지 6km 거리.
4. 소댕이나루에서 출발지로 되돌아갈 때는 앞서 하수종말처리장 입구의 삼거리에서 도로를 따라 직진, 돈도리에서 우회전해 복룡리로 향한다. 복룡리 신기마을에서 좌회전해 800m 들어가면 회산백련지가 나온다. 백련지를 왼쪽으로 돌아 용도동을 지나 복룡3교로 좌회전하면 출발지인 몽탄대교로 이어진다.
5. 코스 주변은 4대강 공사로 다소 어수선해서 공사가 완료되는 2012년까지는 길 찾기와 대형 트럭 등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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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만㎡(약 10만 평)의 거대한 저수지가 새파란 연잎으로 가득 차서 일대 장관을 연출하는 회산 백련지. 얼마나 연잎이 빼곡하면 수면이 보이지 않고, 띄엄띄엄 머리를 내민 해맑은 연꽃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난다.
길안내 서해안고속도로 무안IC에서 나와 무안읍 방면으로 1번 국도를 따라 2km 가면 811번 지방도가 왼쪽으로 갈라진다. 이 길로 9km 가면 몽탄역이다. 몽탄역에서 825번 지방도로 4km 남하하면 몽탄대교가 나온다.
주변관광지 회산백련지 - 일로읍 복룡리에 있으며, 33만㎡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연밭이다. 연잎이 저수지 전체를 가득 메워 물이 거의 보이지 않아 시선을 압도한다. 60여 년 전 마을 주민이 심은 백련 12주가 자라서 저수지를 가득 채웠다고 한다. 연꽃이 피는 매년 8월에는 무안백련대축제가 열린다. 몽탄대교에서 남쪽으로 5km 거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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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 몽탄대교 근처의 적당한 공터에 주차한다. 숙박 : 일로읍이나 몽탄역에도 숙소가 있지만 회산백련지 주변의 민박을 추천한다. 목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여서 목포에서 묵어도 무리가 없다. 식사 : 몽탄대교가 있는 몽탄면 명산리는 장어 요리로 유명하다. 휴식 : 소댕이나루와 회산백련지가 코스 도중의 쉼터로 좋다. 주의 : 둑길은 대부분 비포장이어서 비온 뒤에는 질척해지고 물웅덩이도 생겨 달리기 불편하다. 회산백련지는 잎이 시드는 겨울에는 오히려 분위기가 삭막해지므로 초록빛을 유지할 때 가야 장관을 만날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