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드디어 해피메신저에서 첫 업체탐방을 시작한 날입니다. 목적지는 경남 고령군에 있는 가야죽염!! 이날 저녁 아홉 번째 고열처리를 하니 내려오라고 전화를 주셨습니다.
소금을 죽염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9번째 고열처리를 해서 죽염을 녹아내리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대나무통에 소금을 다져놓고 굽기를 8번하는 동안에 소금은 딱딱한 덩어리가 되지만 용암처럼 녹아내리지는 않습니다. 이때의 온도가 850℃~900℃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아홉 번째에서는 열을 높이기 위해서 일반 나무를 때서는 소용이 없고 송진을 씁니다. 이 송진을 쓰면 최대 온도를 1700℃도까지 올릴 수 있답니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가야죽염 사장님께서는 죽염이 활활 타올라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아홉 번째 가장 중요한 과정을 흔쾌히 보여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건 보여줘도 아홉 번째 고열처리는 보여줄 수 없다고 하는 곳도 있었는데 아주 쉽게 오세요~ 라고 하셔서 좀 의외였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해서 저녁 6시경에 도착했습니다. 고령에서 업체까지 가는 길가의 단풍이 어찌나 고운지 단풍놀이 나온 기분이였구요. 바로 앞에 가야산이 보이는데 주위 경관이 정말 곱더군요. 일찍 왔으면 예쁜 주위풍경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을텐데.. 정말 아쉬웠습니다.
도착하니 공장앞쪽 대나무가 한 트럭 실려 있습니다. “정말 많네요. 어디에서 가져오시나요?” “경남 산청에서요. 근데 저거 얼마 못써요. 9번까지 구울려면...”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happymessenger.com%2Fbody%2Fbamsolt_0101.jpg)
대나무 싣고 온 아저씨가 사진을 찍으니 나는 돈주고 찍어야 해요 농을 하십니다. 그래서 돈안주는 대나무만 찍을래요 하고 아저씨 얼굴은 안나오게 하고 대나무만 찍었습니다.
이 대나무를 직접 잘라서 차곡차곡 한켠에 쌓아둡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happymessenger.com%2Fbody%2Fbamsolt_0102.jpg)
가을이 죽염굽기 좋은 계절인 이유도 이 대나무를 구하기 쉽고 죽염 작업상 일하기가 좋다고 합니다. 곁에 다가가니 대나무잎이 푸릇푸릇하고 대나무 특유의 향이 가득합니다.
죽염하면 그래도 소금이 제일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공장안 한 켠을 가득 차지한 소금더미입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happymessenger.com%2Fbody%2Fbamsolt_0103.jpg)
올해에는 비가 많이 내려 일조량이 워낙 적어서 국산 천일염이 적답니다. 죽염을 먹을 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이 제대로 된 소금을 쓰는 것일까 하는 점인데 가야죽염 사장님께서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셨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죽염공업협동조합>이라는 단체가 있답니다. 저야 처음 듣는 이야기일수 밖에요. 여기에 등록된 업체들은 죽염에 사용되는 천일염을 공동구매 형식으로 구입을 한다고 합니다. 또, 협회에서는 좋은 소금을 구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더 좋은 소금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더군요. 소금은 안심하셔도 될 듯 싶습니다.
드디어, 죽염가마에 불이 붙습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happymessenger.com%2Fbody%2Fbamsolt_0105.jpg)
가마안에는 사진과 같은 대나무통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생활죽염을 만들기 위해 대기중인데요. 가야죽염은 3회째에도 9회죽염과 마찬가지로 1400℃이상으로 올려서 녹여내린답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happymessenger.com%2Fbody%2Fbamsolt_0104.jpg)
10분쯤 지나 통안에 죽염이 녹아내리는 것이 보입니다. 공장안은 연기로 자욱해지고 다른건 없고 오직 송진가루로만 불을 지핍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happymessenger.com%2Fbody%2Fbamsolt_0106.jpg)
죽염만드는 일만 15년째이신 사장님은 별달리 움직임이 없으십니다. 일하는 사람이라야 송진을 조금씩 넣어주는 분과 사장님 딱 두분 뿐입니다.
이번 한번의 작업으로 한달동안 쏟아부은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수도 있기에 굉장히 부산스럽고 사람도 많고 시끌벅쩍할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송진담당하신 분은 오직 가마위로 비치는 불빛과 사장님의 손짓으로만 시선이 오갈뿐 그 자리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으십니다. 사장님도 불빛만 쳐다보시고 가끔 손짓으로 송진넣는 쪽으로 신호를 하시거나 송풍기를 약간씩 두어번 만지신 것 외에는 별달리 움직임이 없으시구요.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happymessenger.com%2Fbody%2Fbamsolt_0107.jpg)
저희가 궁금해 하면 질문에 대답을 해주시는 것 외에는 불빛에서 눈을 떼지 않으십니다. 얼마나 열기가 뜨겁던지 사장님이 서 계시는 쪽에서 저희는 서너 걸음 뒤쪽에만 있었습니다.
용암처럼 벌겋게 녹아내린 죽염이 흘러내려 통에 차고 통도 벌겋게 달아오릅니다. 저속에서 소금은 천도가 넘는 열기를 견디고 죽염으로 다시 태어나는구나 싶었습니다. 좋은 칼이 되기 위해서 철이 뜨거운 용광로속에서 달궈지기를 견뎌야 하고, 애벌레는 고치를 짓고 먹는 것과 움직임을 끊고 죽음과도 같은 시간을 견뎌야 나비가 되듯 소금은 여덟 번씩이나 구워지고 이렇게 아홉 번째에는 완전히 녹아서 원래의 모습인 물이 된 후에라야 죽염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 식으면 완전히 돌덩어리가 되서 일일이 정으로 쪼아서 부셔야 한답니다. “아, 그렇다면 큰통에 하나 받으면 굳고 나면 쪼개기가 힘들잖아요. 차라리 작은 그릇에 나눠 받는건 어떨까요?” 제가 얼른 잔머리를 굴렸습니다. 이렇게 하면 훨씬 작업이 편할텐데 굳히 힘들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구요. 그러자 사장님 대뜸 고개를 저으십니다. “안됩니다. 저도 편한거 몰라서 이렇게 하겠어요? 똑같이 내려도 마지막에 한통에 받는것과 나눠받는 것과는 품질이 달라집니다. 그건 제가 다 해봤지요.(웃음)” 아.. 역시,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은 것입니다.
이제 죽염이 거의 다 녹아내리자 체같은 것으로 죽염위의 검은 재같은 것들을 걸러내십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happymessenger.com%2Fbody%2Fbamsolt_0108.jpg)
죽염도 똑똑 흘러내리고... 작업이 거의 끝나갑니다. “이번 죽염이 잘 나왔나요?” “네.(좋으신지 미소)” “어떻게 아세요? 그냥 작업만 해도?” “하하. 여기 보세요. 벌써 굳었는데 색깔이 깨끗하고 맑지요?” 바로 걸러낸 채에 녹은 죽염이 벌써 굳어져 있더군요. 사장님 말씀에 가까이 보니 검은 덩어리가 있고 체에 붙은 죽염이 말간 자색빛을 띄고 있었습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happymessenger.com%2Fbody%2Fbamsolt_0109.jpg)
걸린 시간은 불이 올라서부터 한 30~40분 남짓 걸리더군요. 이제 식도록 그대로 두고 사무실로 가서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죽염에 관해 궁금했던 점, 의문점, 다이옥신이야기, 죽염을 어떻게 보시는지 등등.. 사모님이 내어주신 동네 할머니가 주셨다는 감도 먹고 누룽지도 끓여주셔서 먹구요. 김치가 정말 맛있더군요. 죽염으로 넣어서 담궜다고 합니다. 돌아서서 올때 정말 김치 좀 주시겠어요..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꾹 참았습니다. ^^
마지막으로 사장님 사진을 부탁드리자 “이거 큰일이네요. 일하느라고 씻지도 못하고.. 그래서, 모자 쓰고 있는데. 옷이라도 갈아입어야...” 하시면서 난감해 하십니다. 저희가 괜찮다며 일하시는 모습 그대로를 담고 싶다고 했더니 얼른 거울 앞으로 가서 모자를 벗었다 머리를 만져보시더니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그냥 모자를 눌러 쓰십니다. ^^
차렷자세로 서계시기에 에이~ 아니예요..하며 함께 웃는 사이에 찰칵! 찍어버렸습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happymessenger.com%2Fbody%2Fbamsolt_0110.jpg)
한번, 그것도 아홉번째만 지켜보고서야 어찌 죽염공정을 다 봤다고 할수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공정 전체에 대한 이해가 충분할 만큼 구석구석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들춰보고 만져보고 할 수 있었습니다.
세시간 가까이 저희들의 질문공세에 친절하게 답해주신 사장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음 기회에는 꼭 해피메신저회원님들과 함께 죽염공정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리라 굳게 다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