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고 있기에
쌩하니 부는 바람만큼이나 몸이 움츠리게 되는 꽃샘추위입니다. 그렇게 쉽게 겨울이 물러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는 동장군의 위용이 무섭다 할 수 없겠지요. 체감온도가 내 생각에 영하 10도는 되겠습니다. 이런 날 감기도 조심해야겠지만 넘어져서 다치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한 몸관리 같습니다. 1박 2일 연수로 어제 집나설 때 이것저것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옷 때문입니다.
'지금 날씨가 따뜻한데 추워봤자이지 않을까'
'그러니 봄맞이 옷차림이 더 맞을거야'
'아니야, 그래도 몹시 추워진다는데 대비를 해야지....
작년에도 추워서 혼났잖아'
이미 데인 적이 있기에 봄맞이 옷차림은 잠시 뒤로 미루고 일기예보를 따라가기로 합니다. 내의를 입고 두꺼운 패딩 반코트를 입었습니다. 옵션으로 핫팩도 다양하게 챙겼습니다. 관광버스를 타고 천안으로 출발해도, 도착해서도 리조트 안이라 크게 춥지는 않더군요.
오늘은, 연수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겸사겸사해서 문경새재 1 관문까지 산책하기로 했습니다.문경새재 주차장에 내렸는데 첫걸음에 세상에 뭐 이런 추위가 다 있을까요. 바람은 또 말도 못 하게 매섭습니다. 얼어 죽겠다는 말이 입에 붙었습니다. 혹독한 추위가 세상을 꽁꽁 얼렸습니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산등성이 곳곳에 쌓여있어서 눈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이번 나드리에서의 옷차림은 적중했습니다. 미리 대비한 덕에 아무리 추워도 속은 따뜻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날씨가 오히려 상쾌합니다. 모두들 팔팔합니다. 얼굴이 얼어붙는데도 기분은 난리입니다. 왕건 세트장에서 꽁꽁 언 손으로 사진 찍고 전통찻집에서 차 마시고 하하 호호 완전 신 났습니다. 이 추위는 곧 봄이 온다는 계절의 손 바뀜을 이미 알고 있기에 우리 모두는이 꽃샘추위를 즐길 수가 있네요.
우리 인생도 내일을 알 수 있다면 엄청난 고통도 곧 물러갈 것이라 믿고 마냥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아등바등해도 결국 해피앤딩으로 끝날 것을 알기에 오늘처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본인이 그렇게 만들 거잖아요. 그러니까요. 그렇다니까요.
우리 인생, 오늘처럼, 결국 해피앤딩입니다.
이미 알고 있기에.
첫댓글 해피엔딩을 불러오는 무한 긍정의 마음을 배우고 싶어요.
ㅎㅎ 배고문님,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은 그냥 즐기기로~~~
늘 꿈꾸는 소녀!
글속에 항상 우리 함께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