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
저자: 홍석환
출판사: 산지니
출판년: 2021
‘환경문제’ 이 말을 들으면 독자는 무엇이 떠오르는가? 10년 전 질문을 받았다면 아마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북극곰이 자기 몸보다 조금 더 넓은 얼음 위에서 멀뚱히 바닷속을 바라보는 영상이 떠오르리라. 2024년 지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지구촌 곳곳 홍수 사진이 떠오른다.
어느 쪽을 보나, 우리와 먼 곳 문제인 듯하다. 매스컴에서 늘 이런 모습만 봐서 그런지 환경문제는 언제나 대한민국 현실과 먼 곳 이야기로 치부한다. 환경문제가 정말 우리와 먼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바로 우리 대한민국 문제다. 북극에서 녹아내리는 빙하나, 먼 나라 홍수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땅 곳곳에서 벌어지는 ‘우리 삶과 복지에 관한 문제’다.
『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은 환경활동가 홍석환이, ‘어떤 이유로, 왜, 환경문제가 우리 삶, 우리 복지와 직결하는 문제인지를 밝힌 책’이다. 쓰레기 매립지, 국립공원, 원시림, 하천, 습지, 무인도, 도시녹지, 아고산대 등 전국 곳곳을 탐사한 자연환경 보고서다. 책은 아직 해결되지 않는 환경 과제를 먼저 제시했고, 환경 업무를 실행하는 정부 부처가 자연과 동식물에 저지르는 부끄러운 실태를 보고한 후, 미래 환경을 위해 바꿔야 할 정책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저자는 책 첫머리부터 자연환경 관리 현실을 개탄한다. 경주 계림 관리 현황을 사례로 들며 “2,000년간 이어온 신성한 숲이 문화재 관리의 최고기관인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에 의해 파괴”되었다고 주장한다. 이곳이 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지역 환경 특성과 무관한 외래 식물을 심었고, 그 결과 “문화재적 가치와 역사적 장소성이 빠르게 훼손되었다.”라는 최종 판결을 내린다.
이렇듯 정부 부처가 펼치는 환경 업무 중에 환경을 해치는 일은 하나둘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할까? 근간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 원인 중 하나가,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주체가 외부 기관이 아닌 개발을 실행하는 ‘사업(계획)자’로 명시한 ‘환경영향평가법’이다. 이 평가서에 기초해서 정부 부처와 민간 업체가 여기저기서 사업을 벌인다. 4대강 사업부터 평창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제주 비자림로, 낙동강 대저대교, 제주2공항 등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익히 아는 사업을 여기저기 남발한다. 물론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발 더 나아가, 만약 이런 일을 정부 부처가 주도해서 밀어붙인다면? 얼마 전 바람이 한번 불었던 ‘수소 경제’를 사례를 보자.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추진한다면 제2의 4대강 사업이 되리라는 저자 결론이다. 그런데도 왜 끊임없이 계속 진행형일까? 저자가 찾은 원인은 “자본이 밀실에서 만들어 내는 정부 포획”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자본에 포획된 대상은 정부만은 아닌 듯하다. “당시 전문가들이 했던 말 중에 ‘보를 설치하면 수질이 좋아진다’라는 허탈한 궤변이 현재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수소는 궁극의 친환경에너지’라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저자가 지적한 이 말에서 답을 찾는다.
‘이익은 내가 손해는 남이’. 한때 유행했던 말인다. 환경 분야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고. 책은 원자력 발전을 거론한다. 흔히 정부에서 핵발전은 안전하고 핵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할 때 단가가 싸다고 광고(?)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저자 말처럼 핵발전 단가에서 간과한 비용, 발전소 해체 비용과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따른 처리비용은 상상 이상의 천문학 수준의 돈이 들어간다. 이미 우리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봐서 실감했다. 핵발전은 안전하지도 않고, 발전 단가가 싸지도 않다. 이런 이유로 이미 미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발전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고 밝힌다. 우리는 어떨까? “미국의 핵공학 관련 학과는 한국과 중국 학생이 없으면 벌써 문 닫았다.” 책이 밝힌 이 문장이 우리 현실이다.
책은 모두가 당연히 받아들였던 사안도, 의심하고 질문한다. 우리는 흔히 삼천리 방방곡곡에 자라는 소나무를 절개나 지조를 상징하는 소재로 인식한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영상에서 보듯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견디는 우직한 나무로 경외시(?)한다. 그래서인지 소나무는 절대로 고사(枯死)하면 안 되는 나무로 떠받든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숲의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에서 볼 때 소나무가 도태되고 다른 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해서 무엇이 잘못될 리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지불식 간에, 오래된 관념 탓에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살충제를 뿌린다. 물론 이때 살포하는 살충제는 그 효력(?)이, 인간은 물론 다른 동물에도 상상 그 이상임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오직 소나무를 살리기 위한 신념(?)은 재선충 방제 살포를 감히 막지 못한다.
환경문제는 정부, 혹은 어느 특정 기업이나 단체가 유발하는 문제가 아님은 모두가 인지한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환경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 이면에 숨은 사실은 또 무엇일까? “개발 앞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왜곡된 눈.” 책이 밝히는 환경문제 대부분에 가려진 진실 중 하나다, 정부·기업·국민, 모두가 곰곰이 되돌아볼 말이다.
책은 또 말한다. “인류가 산업사회로 나아가면서 얻은 가장 큰 이익은 경제 성장이다. 반대급부로 가장 크게 잃은 것은 환경문제다.” 일리 있는 통찰이다. 독자도 공감하리라. 특히 대한민국 모두는 6.25 전쟁 이후 알게 모르게 성장 프레임에 갖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가 성장해야 잘산다는 환상과 착각에서 벗어나, 저자 말처럼 ‘환경 가치 향상이 우리를 사람답게 살게 한다.’라는 생각을 실천할 때이다. 미래는 환경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