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동양화에 대한 이해
1. 동양화란
동양화는 일반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내려온 전통의 동양적인 화풍을 말한다. 동양화는 수묵화와 채색화의 두 가지 양식으로 분류되며 채색화에는 수묵채색화도 포함된다.
당나라 때 일어난 수묵화가 오랫동안 동양화를 특징짓게 된 것은 송대에서 명대까지의 문인학자들이 그림을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는 것만이 아니라 나아가 사상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인정하고 즐기면서부터이다. 따라서 동양화는 서화로서 발전하여 먹, 벼루, 한지, 낙관 등을 사용하며 약간의 채색을 가미하고 여백을 중시하는 고전적인 기법이 중시되어왔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수묵화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이전의 보편적인 표현양식이었던 채색을 통해 대상을 표현하는 채색화가 발전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양화를 채색화와 수묵화로 구별하는 것은 단순한 사용 재료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표현 특징에 따른 구분이 포함되어 있다. 수묵화는 단지 먹을 써서 그린 그림이라기보다는 물이 잘 스며들고 번지는 화선지를 이용해서 먹의 농담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그림양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채색화는 물이 잘 스며들지 않도록 처리한 화선지에다 안료를 주로 사용하여 색감의 특성을 살리는 그림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편의상의 분류일 뿐 채색화나 수묵화는 서로 공유하는 점이 많다.
☞ 동양화(채색화)와 수채화의 차이는?
동양화 물감과 수채화 물감은 원료인 안료는 같지만 미디엄이 다르다. 수채화의 미디엄은 수용성이 높은 아라비아 검인데 비해 동양화 채색에서는 아교를 사용한다. 아교는 수용성이 낮아 마르고 나면 물에 풀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동양화는 채색할 때에도 색이 잘 번지지 않고, 완성 후에 물로 배접을 해도 그림이 상하지 않는다. 종이도 수채화지와 화선지의 조직은 서로 다르다. 동양화 채색의 기본 요건은 뛰어난 발색, 퇴색이 되지 않는 내구성, 혼색에도 유지되는 높은 채도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2. 동양화에 필요한 화구
문방사우 - 문인들이 서재에서 쓰는 붓∙먹∙종이∙벼루의 네 가지 도구(두산세계대백과)를 말하며, 문방사보∙문방사후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예부터 문인의 서재를 문방이라 하고 수업의 장으로 존중해왔는데, 점차 문방이 그곳에서 쓰이는 도구를 가리키게 되었다. 문방구를 애완하는 역사는 한∙위∙진으로 더듬어 올라갈 수 있으나, 남당의 이욱(재위 961~975)이 만들게 한 이정규목∙남당광연∙징심당지∙오백현의 붓은 남당4보라 부르고 문방구 역사의 기초를 이뤘다. 송대에 이르러 문방구 애완의 풍조가 더욱 고조되고, 문방구의 종류도 연적∙필세∙도장 등 45종에 이른다. 한국에서는 고구려의 승려이며 화가인 담징이 이미 610년(영양왕21) 일본에 건너가 채색∙종이∙먹의 제법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어 문방의 역사를 말해준다.
⑴ 붓
① 연혁
- 중국에서는 은 시대에 이미 모필로 글자를 썼음이 은허에서 출토된 ‘묵서도편’으로 알 수가 있다. 진나라 사람 몽염이 붓을 발명하였다고 전해지지만 그는 예전부터 있어오던 붓을 더욱 기능적으로 개량한 사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 시대의 붓은 닝샤성의 거연과 낙랑 유허에서 실물이 출토되었다. 이들은 짐승의 털을 가지런히 모아 묶어서 가느다란 대나 나무 끝에 끼워 실로 동여매어 고정시킨 원시적인 것이다. 한나라 때에는 자호가 널리 쓰였으며 진나라의 왕희지는 유명한 난정서를 쥐수염으로 맨 서수필로 썼다고 한다. 붓촉이 길어지기 시작한 것은 9세기 무렵부터이며 유공권은 장봉을 즐겨 썼다고 한다. 당나라의 필장으로는 선주의 진씨, 제갈씨 등이 유명하였으며 이 시대부터 붓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여 11세기 중엽에는 무십산탁필이라는 붓이 만들어져 널리 쓰임에 따라 서풍의 변화를 가져왔다. 엄영∙오무지 등은 무심필을 만들었다. 원시대에는 저장성의 후저우에 빙응과라는 명장이 나타난 이후 후저우는 제필의 본산지가 되어 후이저우의 먹과 더불어 ‘호필휘묵’이라 일컫게 되었다.18세기에는 양호가 널리 쓰이게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에서는 족제비 털로 맨 황모필이 유명하다. 그러나 대개는 세필로 만들어지고 노루의 겨드랑이로 맨 장액필 또한 모질의 제약 때문에 중필 이상의 큰 붓은 생산되지 않는다.
② 붓
- 짐승의 털을 추슬러 모아 원추형으로 만들어 죽관 또는 목축에 고정시킨 것으로 호의 끝을 봉, 호의 끝부분 반을 전호, 그 필두까지의 짧은 털은 부호라 한다. 털로 된 모필 이외에도 죽필, 고필, 갈필 등 특수한 것이 있다.
호는 주로 토끼털, 양털을 비롯하여 이리, 너구리, 사슴, 족제비, 말, 고양이, 노루 등의 털과 쥐 수염, 닭털, 태발 등으로도 붓을 맨다. 털이 부드러운 붓을 유호필, 탄력이 큰 털로 맨 붓을 강호필이라 하고 유호에 강호심을 박은 것을 겸호필이라 한다. 또 털의 길이가 긴 것을 장봉, 짧은 것을 단봉, 보통의 것을 중봉이라 한다. 토끼털은 중추 무렵의 것을 상질로 치고, 사슴털은 여름 것을 취한다. 필관은 대개 나무를 쓰지만 나무∙골각∙보옥∙금은∙도자 등으로 만들기도 한다.
③ 관리
- 붓털은 동물의 단백질로 된 것이므로 병충해의 피해가 많다. 고급 붓이라고 아끼다가 해를 입는 예가 허다하다. 붓은 통풍이 좋고, 습기가 적은 곳에 두어야 병충해나 곰팡이의 해를 받지 않고 잘 보존할 수 있다. 장뇌(나프탈렌)등을 넣어두거나 방충제를 뿌려두는 것도 괜찮다. 한번 사용한 붓은 반드시 물로 씻어 두는 것이 좋다. 또 보관할 때에는 붓털을 반듯하게 잘 다듬어서 두어야한다.
⑵ 먹
‘묵’의 우리말이 먹이다. 중국에서는 옛날에 천연 광물성 석물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요즘의 흑연이다. 현재 연필심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흑색 또는 회색이며 손으로 만져보면 미끈미끈하고 석탄이나 금광석과 같은 순수한 탄소이다. 이 석묵을 물에 녹이든지 옻칠을 혼합하여 사용한 것이 먹의 시초라고 한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옻칠을 불에 태워서 그을음을 만들고 또 소나무를 태워서도 그을음을 만들어 이 두 가지 연기의 검댕을 혼합하여 굳혀서 먹을 제조하였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제조방법은 오늘날 탄소분말에 아교액을 섞어서 단단한 먹으로 제조하는 방법과 흡사하다. 610년 담징이 일본에 파견될 때 종이와 먹을 전하면서 그 제조법도 가르쳐주었다는 기록이 <<일본서기>>에 전하고 있어 우리의 먹 역사를 짐작케 한다. 먹은 원료에 따라 송연묵, 유연묵, 색상에 따라 담묵, 자묵, 고묵,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좋은 먹에는 카본 블랙(carbon black)이 잘 섞여 있다. 연대가 70년, 100년 정도 되는 묵은 광택이 없고, 아주 깊은 색감이 나는데 이를 고묵이라 한다. 먹의 수명은 200년 이상 지속된다고 한다. 먹을 갈 때는 40도 정도의 각도로 눕혀 벼루 위에서 힘을 주지 않고 서서히 갈아야한다. 물은 화학약품이 첨가되지 않은 증류수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⑶ 종이
동양화에 쓰이는 조이 바탕은 마지(삼베), 저지(닥종이), 죽지(대나무) 나아가 견지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먹을 잘 흡수하는 종이도 있고 먹을 잘 흡수하지 않는 종이도 있다. 동양화에 사용되는 종이를 보통 화선지라 하는데 옛날 중국 선주 지방의 종이가 질이 좋고 유명하여 이렇게 이름하게 된 것이다. 그리는 주제에 따라 종이의 선택도 달라야 하는데 화조화에는 먹을 적게 흡수하는 종이가 좋고, 산수화용은 먹을 잘 흡수하는 종이가 좋다. 닥종이는 지질이 질겨 글을 쓰는 서화에 알맞으며, 마지는 두터워 채색화에 좋다. 서양의 와트만지는 바로 이 마지에 해당한다. 죽지는 담황색으로 얇고 빳빳한 재질이어서 채색화에 좋다. 면지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목면으로 만든 종이가 아니라 선지 중에서 마치 목면처럼 부드러운 종이를 일컫는 말이다. 수묵화는 화선지에 먹이나 염료성 안료 등의 입자가 고운 물감을 써서 스며들고 번지는 선염법을 이용하여 그린다. 그러나 채색화를 그릴 때에는 물감이 스며들거나 번질 수 없도록 화선지에 호분과 아교물, 명반을 혼합한 바탕막을 씌우는 처리를 한 위에 그린다. 이처럼 채색화를 그릴 때 바탕에 잘 흡수되지 않도록 처리를 하는 이유는 크기와 성분이 다양한 안료의 알갱이들을 화면에 잘 고착시키기 위해서이다. 만약 처리되지 않은 흡수력이 큰 화선지에 그대로 물감을 칠하면 안료의 작은 입자와 성분, 아교 등의 고착제까지 함께 흡수되어버리고 안료의 굵은 입자와 성분만이 표면에 남아 표면 난반사로 인해 발색이 저하되고 선택적 흡수로 인한 색상 저하, 고착제 부족으로 인한 채색층의 박리가 일어나기 쉽다. 이것은 유화를 그릴 때의 가공처리 된 캔버스 표면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도 같은 원리이다. 중국 옛 문헌에 선지 중 최상품은 닥종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림용으로 뛰어나다는 옥판전지도 닥종이 계이다. 중국의 기록에 의하면 종이는 중국 후한시대(104년)에 채륜이라는 사람이 발명하였다. <<일본서기>>에 의하면 610년에 이 제지법이 우리나라를 거쳐서 당시 고구려의 담징이 일본에 먹과 더불어 그 기법을 전해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⑷ 벼루
벼루 중에는 중국의 단계연, 용미연, 등니연들이 대단한 명품으로 알려져 있다. 벼루는 강도가 중요한데 먹보다는 강해야한다. 먹이 갈리지 않고, 벼루가 갈아지면 먹물이 탁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수분을 적당히 흡수하는 것이 좋은데 벼루에 물방울을 떨어뜨려서 그 물방울이 몇 분 동안이면 마르는지를 보고 벼루의 질을 알 수도 있다. 벼루는 석제여서 수분이 있는 것이 좋으므로 보관할 때 물을 부어두는 것이 좋다. 도자기로 된 벼루나 한번 구운(열처리한) 기와벼루를 사용하기도 한다. 형태는 직사각형, 사각형, 원형, 타원형, 풍자형 등이 있다. 물론 다른 의장으로 만들어진 것도 더러 있다. 먹을 가는 부분을 연당, 또는 묵도라 하고 갈려진 먹물, 즉, 묵즙이 모이도록 된 오목한 곳을 연지 또는 연홍, 연해라 한다.
⑸ 물감
채색화용 물감은 정제한 가루 원료인 분체, 아교를 섞어 반죽해서 그대로 굳힌 봉채와 접시에 굳힌 접시채, 튜브에 넣은 튜브채 등이 있다. 전통적으로는 분채와 접시채가 많이 쓰였다. 모두 동양화용 안료에 아교와 그 밖의 첨가제를 배합한 것으로서 약간의 물로 풀어 쓴다.
분채는 단순한 안료가루와는 달리 쓰기 편하게 생산된 것으로 안료만이 아니고 약간의 체질분말과 다른 성분이 처방되어 있어 여기에 아교와 물을 넣어서 그린다. 튜브채는 아주 간편하게 사용할 수는 있지만 전통적인 동양화의 기법을 내기에 그리 적합하지 않다. 아교는 잠깐만 지나도 굳어버리므로 튜브에 든 동양화 물감에는 아교가 아니라 수용성 높은 수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만일 튜브 물감으로만 그린 그림을 배접할 경우 그림이 번져서 망치기 쉬우므로 이것을 쓸 때는 아교를 섞어서 쓰는 것이 덜 번지고 배접에도 지장이 없다. 동양화의 그림막은 유화나 아크릴처럼 견고한 것이 아니므로 내구성은 안료의 품질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퇴색시험만은 해보고 선택해야한다. 아무리 아교로 조절을 한다 해도 작품의 내구성 약화는 거의 대부분 안료의 퇴색에서 오기 때문이다.
3. 동양화의 주요기법
① 수묵화 기법
- 검은 물감, 곧 먹으로만 그리는 그림으로, 묵화라고도 한다. 일찍이 먹에도 오채가 들어 있다는 사상이 뒷받침되면서 이른바 남종화 정신을 표현하는 물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나의 먹만으로 농담의 깊은 효과를 얼마나 잘 나타내느냐에 따라 높은 격을 따지는 문기의 황풍 정신이 생겼고 곧 당 이래로 채색화보다 검은 먹만의 오묘한 효과에 의한 수묵화에 대한 숭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② 수묵담채화 기법
- 수묵, 곧 검은 물감과 옅은 채색으로 함께 그리는 기법을 말한다. 수묵으로 바탕의 기본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나뭇잎이나 산등성, 물표면 따위를 옅게 채색하는 기법이다. 담채화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수묵과 채색의 중간 효과를 나타내는 특징을 보이며 너무 무미건조하거나 현란하지 않은 담담한 화풍의 특징을 지닌다.
③ 채색화 기법
- 색이 있는 물감으로 그리는 기법을 말한다. 채색은 오행설을 바탕으로 한 백에 적, 청, 흑, 황의 오채를 중심으로 하며 관념성이 강하다. 입체적인 채색법 보다는 대상의 색감에 따른 평면적인 채색중심으로 이를 진채, 청록, 금벽 나아가 단청이라고 부른다. 대상의 윤곽을 선으로 먼저 그리고 그 안을 색으로 메꾸는 방법이 중심 기법이다. 수묵화, 수묵담채화보다 강한 전통적, 규범적, 장식적, 도식적인 황풍으로 직업화가나 불화가, 민화가들이 주로 사용해왔다.
④묘사법
- 입체감과 양감, 질감들을 나타내는데 쓰이는 붓 자국 기법으로 준법이라고 하는데 20종 정도가 있다. 삼줄기가 갈라진 기법의 피마준을 비롯하여 물방울이나 볍씨 같은 점을 찍는 우점준과 미점준, 도끼로 나무를 빗 찍은 듯한 기법의 부벽준, 뭉게구름의 머리쪽 같은 운두준, 게다리 같은 기법의 해조준들을 들 수가 있다. 이러한 묘사법은 산과 바위 그리고 나무와 나뭇가지를 비롯한 곳곳에 쓰이고 있다.
4. 보조제
- 아교 : 동양화 물감은 접착력이 없는 분말상태이므로 이 물감 입자들을 서로 결합시키고 화면에 접착시키기 위한 보조제가 필요하다. 동양화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수묵화이건 채색화이건 항상 아교를 보조제로 써오고 있다. 아교는 소나 짐승의 가죽과 뼈를 석회수 용액에 담궈 뜨거운 물에서 추출한 것을 냉각하여 응고시킨 것이다. 시판되고 있는 아교는 대부분 이 응고된 황갈색 고체상태의 것으로 사용할 때는 뜨거운 물에 넣고 녹여서 액체상태로 만들어 쓴다.(전영탁.전창림.1996)
Ⅱ. 한지에 대한 이해
1. 한지란
한지란 한국 고유의 기법으로 뜬 독특한 종이. 즉 닥나무 껍질을 가공하여 손으로 만든 종이를 일컫는 것으로 보통 조선의 종이라고 하던 닥종이를 말한다. 1901년 용산의 흥원국 조지소에서 기계로 만든 종이가 생산되면서 서양의 기계 종이를 양지, 그 전의 우리 종이를 한지로 구분하여 부르게 되었다.
주원료는 닥나무나 삼지닥나무 껍질이며 이들 나무를 다발로 묶어 물을 부은 가마솥에 세우고 가마니로 둘러싼 뒤 불을 때어 껍질이 흐물흐물 벗겨질 정도로 삶은 다음 껍질을 벗겨 말린 후 말린 껍질을 다시 물에 불려 발로 밟은 다음 하얀 내피 부분만 가려내고, 이것에 양잿물을 섞어 3시간 이상 삶아 압축기로 물을 짜낸다. 여기에 닥풀뿌리를 으깨어 짜낸 끈적끈적한 물을 넣고 잘 혼합하여 고루 풀리게 한 다음, 발로 종이 물을 걸러서 뜬다.
한지 치수는 수요자의 주문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으나 0.6✕2.4m의 것이 주종을 이루며, 주산지는 한말 지소를 두었던 장성읍 상오 마을을 중심으로 한 전라남도 장성군 일대이다.
2. 한지의 기원 및 역사
① 한지의 기원
한지가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는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된 바 없다. 고대 우리나라는 중국의 제지술을 도입하여 보다 우수한 품질의 제지를 발전시켰을 것으로 추측되며 현존하는 최고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② 한지의 역사
우리나라 종이의 기원 및 전래는 몇 가지 설이 있으나 무구정광다라니경이 최소한 석가탑 건립 당시(715년) 경주에서 만들어진 닥종이임을 미루어 우리나라 고대 사회의 종이 제조기술은 4세기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610년 고구려 승려 담징에 의해 일본에 종이 생산기술을 전해주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신라시대에는 이미 중국에 희고 곱게 다듬은 종이가 수출되었다. 고려시대에 들어서 수공업의 전문화와 확대된 불경 조판사업으로 종이생산기술은 크게 발달하면서 더욱 질 좋은 종이를 수출하게 되었는데 “섬세하며 희고 빛이 나며 매끄러운” 고려지의 품질은 유명했다. 조선시대는 1415년에 최초로 국가 운영의 종이생산시설인 조지소가 설치되었고 또 인접한 중국과 일본의 재료와 기술을 들여와 한층 더 우수한 우리만의 종이 생산기술을 발전시켜나갔다. 우리나라 종이 ‘한지’의 우수함은 주변국가에까지 널리 알려졌으며 희고 광택이 있으며 질긴 종이를 생산, 수출하여 중국뿐 아니라 인접 지역에까지 널리 우리나라의 종이가 알려져 천하제일로 여겨졌다. 이처럼 다양하게 생산된 종이는 주로 그림과 글씨를 쓰기 위한 용도로 가장 많이 소비되었고 일반 민중 속에서는 다양한 공예 기법을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다양한 용도의 생활용품과 장식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예술로도 활용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서구 문명의 유입과 더불어 전 과정이 수동식으로 이루어졌던 한지 제조 방식은 해방이후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고 설립 된 펄프지 제조 공장의 여세에 눌려 수요가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점차 소외되기 시작했으며 시대 상황의 변천에 따라 창작 예술의 소재로서만 머물러왔었다. 그러나 근자에 와서 우리 옛 것을 되찾자는 기운이 팽배해 지면서 한지를 이용한 현대 회화나 공예품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한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3. 한지의 특성
⑴ 한지의 일반적 특성
한지는 통기성, 부드러운 감촉, 유연한 접힘, 강인성 및 먹물에 대한 발묵 현상이 뛰어나고 모든 색상을 발현할 수 있으며 빠른 흡수성, 그리고 방음성과 계절에 따른 방한성과 보온성 등이 양지에 비하여 뛰어난 특성을 가지고 있다.
① 강인성 : 한지(알칼리성)는 질기다.
② 부드러운 촉감 : 한지는 만지면 느껴지는 촉감이 부드럽다. → 현재 일반 종이는 산성.
③ 통기성(공기 및 수분 투과성)이 좋다
④ 보온성이 좋다. → 창호지
⑤ 흡수성이 좋다.
⑵ 한지의 우수성
①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오래가는 중성지
- 먹과 물감 흡수에 뛰어나며 질기고 보관이 수백년까지 이를 수 있다.
② 소박함, 품위, 따뜻함, 은은함, 자연스러움
- 동양인의 정서와 일치하며 은근과 끈기로 표현되는 우리의 민족성을 대표한다.
③ 양지와 비교하여 내구성과 보존성이 월등하다.
④ 중국과 일본의 화지와 비교하여 내구력과 인장력이 우수하다.
4. 한지를 이용한 미술활동
① 닥종이접기
- 신앙의식 : 고깔모자, 종이꽃, 지방
- 놀이 : 종이배, 딱지, 바람개비 / 공예
- 교육 : 디자인, 구성, 색채조화 능력 향상 / 집중력, 창의력, 사고력 육성
- 재활치료 : 뇌신경, 뇌세포 발달 / 정확하고 섬세한 손동작 능력
② 한지공예
- 지승공예, 지호공예, 지화공예, 지장공예 등이 있다.
③ 한지그림
- 수채화나 유화 등의 물감을 이용한 그림과는 달리 본 바탕 위에 물감 대신 여러 가지 색깔의 한지를 찢어 붙여 그림을 완성해 가는 것으로 송곳과 풀, 그리고 섬세한 손놀림과 약간의 미적 감각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또한 한지 특유의 강하면서도 유연한 두 가지 상반된 성질을 이용해서 모를 살려 붙이는데 한지의 얇고 두꺼운 정도에 다라 수채화나 유화의 분위기를 모두 표현해 낼 수 있다. 우아한 멋과 우수한 물성이라는 한지의 독특한 속성을 이용한 것으로 풍경, 인물, 정물 등에서부터 추상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소재로서 가능하며 우아한 품위, 표현력 있는 질감, 쉬운 기법, 재료구입의 용이, 실용성, 예술성, 그리고 대중성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5. 한지와 미술치료
① 한지 표현의 중요성
한지는 대부분 닥나무로 만들어진 알칼리성 종이로 그 질이 우수하며 질기고 탄력이 강하여 영구적인 회화의 지지체로 사용이 가능하다. 한지는 우수한 전통재료이며 한국인의 정서와도 일치하는 조형재료이다. 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만의 독특한 특성인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을 지니고 있는데 특히 한지의 부드러운 촉감은 정서의 회복에 도움을 준다. 또한 한지는 얇고 부드러우면서도 질기고 물에 잘 스며드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염색이나 그 밖의 물감을 활용한 작업을 함께 병행하게 되면 뛰어난 착색효과와 색의 조화와 배색의 즐거움 등 풍부한 미적 경험을 할 수 있다. 한지는 다른 재로에 비해 쉽게 잘라지며 찢기, 접기, 구기기, 뭉치기, 덧붙이기, 물감 바르기와 번지기 등의 효과를 쉽게 나타낼 수 있으며 접착력과 선명도가 뛰어나 어떤 재료와도 어울리며 독특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즉 한지의 독특한 재료적 특성인 빛의 여과성, 먹과 물감과의 친화로 인한 발색, 번짐의 효과에 따른 다양한 표현은 소박한 표현의 아름다움을 체험 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표현력의 신장과 내면의 억압된 감정의 분출에 도움을 주며 더 나아가서는 호기심과 창의성을 자극하여 창의적인 사고와 표현을 가능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