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용유담집 배롱나무가 꽃을 피었습니다.
지난해 4월9일 지리산용유담이야기펜션 사장이 이웃에 이사를 왔다고
배롱나무 한 그루를 주었다.
나무가 너무커서 식재하기 힘들다며 직접 포크레인을 운전해서
마당에 흙구덩이를 파고 심어주었다.
배롱나무가 훵했던 마당에 자리를 하니 폼이 그럴 듯 하게난다.
배롱나무 이파리는 남부지방 경우 4월 중순에 핀다고 하는데 이식을
했기에 올해는 잎피우는 시기가 조금 늦어질 것 같기도 하다.
산책길 오고가며 배롱나무를 쳐다보니 나무에 병이왔는지 배롱나무줄기에
시커먼 땟자국이 선명하다.
배롱나무는 그을음병, 흰가루병, 깍지벌레와 진딧물 등의 병충해가 있는데
이 뗏자국은 그을음병인것 같기도하다.
처리방법으로 약을칠까 어쩔까 이궁리 저궁리 하다가 배롱나무를 목욕시켜
주기기로 했다.
시커먼 뗏자국을 부엌 설거지용 철수세미로 나무몸통이며 줄기를 때밀이
하듯이 안 아프게 오랫동안 닦아나간다.
배롱나무 뿌연 흰살 윤기가 닦을수록 점점 진해져온다.
아내는 나무를 철수세미 닦는 사람은 세상에 처음본다며 단순한 발상에
그냥 신기해 한다.
7월 들어서니 풍경이 있는 국도길은 배롱나무 꽃으로 예쁘게 치장을
하고 있는데...
우리집 배롱나무는 꽃피우기 감감무소식이다.
거름을 잘못 주어서 그런가, 잘못 관리를 해서 그런가 이런저런 생각...
조금 늦었지만 시간지나니 우리집 배롱나무도 붉은꽃을 피웠다.
7월31일에서야 꽃을 피웠으니 한참 늦둥이인셈이다.
늦둥이를 보아서 그런지 평소 좋아하는 참나리,유흥초보다 더 눈길이
주고간다.
연일 34℃의 넘나드는 불볕 더위가 계속된다.
오늘도 폭염특보가 예보되었다. 요즈음은 대낮엔 땡볕이라서 가급적 노출을
피하는데도 얼굴,팔은 검게 그을렸다.
저녁시간 시원한 바람맞으며 파고라쉼터 앉아서 배롱나무 바라다본다.
시원한 막걸리를 잔에 그득채워서 배롱나무와 대화를 하며 주거니
받거니 해본다.
잠시 배롱나무에 마음을 전해주었던 사육신 성삼문을 닮아가본다.
생각해 본다.
사육신 성삼문 배롱나무 앞에서...
어제 저녁 꽃한송이 떨어지고
오늘 아침에 꽃 한송이 피어서
서로 일백 일을 바라보니
너를 대하여 좋게 한잔 하리라
作夕一花衰작석일화쇠
今朝一花開금조일화개
相看一百日상간일백일
對爾好銜杯대이호함배
배롱나무가 다른 나무와 다른점 특이한 점을 줄기에 찾아볼 수가있다.
배롱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껍질이 없는데...
배롱나무의 줄기는 껍질이 없기 때문에 대나무처럼 매우 매끈매끈 하다.
매끈하기 때문에 재주 많은 원숭이도 미끄러질 정도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 나무를 사루스베리, 원숭이미끄럼나무
즉 ‘원숭이가 미끄러지는 나무’라 부른다. 그리고 목백일홍...
오랫동안 사람들입에서 배기롱나무라 불리다가 백일홍나무가
되었 다고한다. 그리고 배롱나무 꽃을 자미화라 불린다.
인간도 배롱나무처럼 한겹한겹의 껍질을 스스로 벗어 던질수는 없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른 존재보다 안팎이 같은 존재를 선호한다.
남들에게 그렇게 비춰지기를 희망을 한다. 배롱나무를 닮기를 원하긴 하는데...
배롱나무는 다른 나무들이 봄에 꽃을 예쁘게 피워 꽃나들이로 귀염받을 때도
무관심대상, 묵묵히 참고 인내하며 고행으로 스스로의 길을 걸어왔다.
성삼문의 시에서 보듯이 배롱나무는 일편단심一片丹心의 상징이라는 생각든다.
옛사람들은 임금이든 부모든 임을 향한 오롯한 자신의 마음을 배롱나무를 통해
드러내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런지 사대부들이 배롱나무를 즐겨 심었다.
오래된 배롱나무를 찾아가보면 대부분 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공간에다가
배롱나무를 심어놓은 것을 볼 수가 있다.
재실이나 사당, 혹은 무덤 옆에서 어김없이 만날 수 있는 나무가 배롱나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부산진구 양정동 화지공원 동래정씨 시조묘서 배롱나무 800년(천연기념물)
안동 병산서원 배롱나무, 부산 충렬사 배롱나무, 고창선운사 배롱나무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백일동안이나 보여주는
배롱나무는 그 뜨거움 만큼이나 정열적인 힘으로 뜰에 가득한 꽃 만당화滿堂花라고
부른 것도 일편단심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심었기 때문이다.
낮엔 불볕더위가 작열하는데 저녁엔 시원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목덜미에 차가운 느낌이 전해온다. 밤별 초롱초롱한 용유담의 밤은 깊어간다.
아직 청청지역이라서 지리산용유담엔 모기가 없다.
파고라 쉼터에 앉아서 터밭에서 구한 부추.깨잎,방아잎,파 그리고 청계닭알로
부침게한 찌짐을 안주삼아 지리산 막걸리를 옛날 막걸리잔에 담아서 들이킨다.
목이 시원해진다. 여름인데도 가을 풀벌레 소리가 찌리리릭하며 노래한다.
이렇게 그 무덥던 여름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무심코 콧등에 잠시앉은
파리처럼 스스로 알아서 봇짐을 사서 떠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첫댓글 배롱나무가 배경으로 있는 막걸리는 누구를 위한것일까?
그자리에 앉아 있을 쥔장은 누구일까?
나는 어디에 있는걸까?
내몫 조금만 남겨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