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차-1 : 백복령에서 삽당령
1. 일시 : 2007. 7. 15(일)
2. 도상거리
- 백복령-3.3-헬기장-8.9-석병산-6.3-삽당령(18.5km)
3. 주요지점별 운행시간(8시간 20분 소요)
- 백복령(07:38)-생계령(09:21)-고병이재(11:35)-점심(11:56-12:50) -석병산
(13:32)-두리봉(14:23)-삽당령(15:59)
4 동행 : 성관
김형
태풍 ‘마니’가 북상한다 합니다. 다행히 일본으로 방향을 틀어서 다행이네요. 태풍의 영향으로 일기예보를 종잡을 수 없네요. 좋다, 나쁘다를 반복합니다.
토요일은 확실히 비가 올것 같아서 쉬기로 했습니다. 서울지역은 날씨가 좋다하여 한북정맥이나 이어갈까 하다가 하루종일 먹고자고 뒹굴다 오후에 인터넷을 보니 그런대로 가볼만한 날씨더군요.
동서울터미널에서 20:05분 동해행 버스에 몸을 실어 대간 원정길을 나섭니다. 가다가 평창휴게소에 잠시 쉬어가니 바람이 거세드군요. 비는 안오지만 태풍의 간접영향을 받기 시작하더군요.
동해터미널에 도착하여 백복령가는 시내버스를 확인하니 새벽 05:50분이었습니다. 터미널에서 탈수 있다고 그러더군요. 터미널 주변 식당중 이른 아침 문을 여는 곳이 있는지 여쭈니 이 근처에는 없고 시내에 가서 해장국집을 찾으라더군요.
택시를 타고 동해시에 내려서 식당을 확인하고 여관을 찾을려니 모텔이나 호텔뿐입니다. 할수없이 찜질방에 가서 자기로 했죠. 4-5만원의 거금을 쓸수 없어서 말이죠.
이른새벽 일어나 해장국을 먹지만 입맛은 영 아니네요. 도시락을 싸서 다시 기본요금 거리인 터미널에 가니 시간이 널널하여 의자에 몸을 눕혀 한숨잡니다.
05:50분 시내버스는 동해시를 돌고돌아 꼬불꼬불 고갯길을 넘어 1시간만에 백복령에 우리를 내려 주더군요.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비를 맞으며 산행을 한다는 것은 재미가 없을뿐더러 젖은 옷으로 불쾌감만 더하죠.
천막을 쳐서 이 고개에서 간이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더군요. 비를 피해 커피한잔 시켜 마시면서 보니 대간꾼들이 반드시 들려가는 거점이더군요.
표지기도 주렁주렁 붙어있고 산악인 허영호씨의 모자도 기념으로 걸려 있더군요. 안개비가 금새 그칠것 같지 않아 들머리에 섭니다. 조금 걸으면 석회석 채굴지역입니다.
자병산 전체를 망가뜨려 석회석을 채굴하는 곳입니다. 석회석을 실어나르는 대형트럭들도 세워져 있더군요. 안개 때문에 파헤쳐진 현장은 볼 수 없었지만 길을 걷다 안개가 걷히어 뒤를 돌아보니 그 현장의 흉터가 심합니다.
개발과 보존의 조화가 얼마나 어려운 현실인지를 실감합니다. 이 지역도 채굴허가시 수많은 환경단체가 반대하며 싸웠던 곳이죠. 이제 자병산이 지도속에서 없어질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생계령에 도착하니 날씨도 나아지고 가끔 햇살도 비추기 시작하더군요. 여기서 인천에서 오신 3분을 만나 막걸리도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산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휴식을 취했죠.
산림청에서 최근 이지역 등산로를 보수중이라 진흙 때문에 등로가 질퍽거립니다. 질퍽질척 걷는길이 눈길을 걷는 느낌입니다. 미끄러 지기도 하구요.
등로를 걷다보면 좌우측으로 움푹움푹 패인곳을 볼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카르스트 지형입니다. 토양의 이산화탄소를 녹인 산성의 지표수가 작은 물줄기를 이루어 석회암의 틈을 따라 흘러내린다죠
지하수면이 내려가고 석회암 속을 흘러내리면서 석회암을 녹이고 석회암이 녹아나간 공간은 동굴로 드러나게 되고, 이후 석순·종유석 등 이 생기면서 동굴은 완성된다 합니다.
즉 석회암 지대에서는 땅 표면에서 스며든 물이 땅 속으로 흘러가면서 만든 지하수의 통로가 점점 커져서 동굴이 되고 동굴 천장에서 스며든 지하수는 석회암층을 용해시키면서 천장이나 벽면 그리고 동굴의 바닥에 종유석이나 석순, 석주와 같은 갖가지 동굴의 모양을 만든다 합니다.
고병이재에 다다르면 석병산 안내 해설도가 있습니다. 바위로 만든 병풍처럼 생겨서 생겨난 이름이라 지요. 지금까지 지나오며 바위구경은 못했는데 정상에 서면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석병산을 향하여 오르다 보면 전망이 좋은 능선 곳곳에 나무들을 잘라내어 정비해 놓았습니다. 안개가 걷히면 동해바다도 시원스레 조망할 수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가다보니 갑자기 석병산이 일월봉으로 바뀐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왜 일월봉일까?
두리봉 갈림길에 가면 안내 해설도가 서있습니다. 석병산 정상 바위한가운데에 구멍이 뚫인 일월문이 있어서 일월봉이라 한다합니다. 석병산 정상에 오르면 가히 이름값을 합니다. 정상이 바위로 되어있고 그 주변이 전부 바위로 둘러쌓인 산입니다.
자연이 빚어낸 바위구멍인 일월문에서 사진도 찍고 널널하게 다시 두리봉 갈림길로 돌아와 두리봉을 향합니다. 50여분 걸으면 두리봉입니다. 쉬면서 식사하기 좋게 나무 탁자들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날씨만 좋다면 평상에 누워 한숨 자고가기가 안성마춤인 곳이죠.
막걸리 한잔하며 목을 축인 후 내리막을 몇차례 지나면 오늘의 목적지인 삽당령입니다. 정선과 강릉의 경계죠. 좌측에 간이천막휴게소가 있습니다. 밀전병에 갓김치를 얹어 만든 갓전병과 옥수수 동동주를 팔고 있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 수 있나요. 동동주 한병에 5,000원 갓전병 한개에 1,000원입니다.
‘할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올해 79세구먼’
‘여기서 장사한지 몇 년되었어요’
‘23년째구먼’
대단하신 할머니입니다. 이 주막안에 아들이 쓴것이라 하는 글들이 걸려있는데 재미있고 의미심장 합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삽당령팬션에 전화하니 아주머니 사장님이 승용차를 몰고 금새 달려옵니다. 마음에 쏙드는 팬션입니다. 산으로 둘러 쌓이고 앞으로는 개울이 휘감아 돌고요.
호텔수준이지만 가격은 여관 입니다. 삼겹살 구이로 소주한잔하며 개울물 소리를 벗삼아 신선놀음을 즐깁니다.
김형
대간길을 지나다 보면 이렇게 멋있는 산장이나 팬션도 만납니다. 살고 싶은 마음이 들정도로 아름답고 정겨운 곳이죠. 내일 비가 오지 말기를 기원하며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