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들은 기대에 찬 눈빛을 하나로 모아 공주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다들 실망했지만
괜찮았습니다. 사실 반달이의 몸짓을 알아듣는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안개꽃이라고 해요. 이 안개숲 어디서나 볼 수 있어요.'
'아아. 잔잔하고 촉촉한 안개? 안개꽃.정말 이름과 너무 잘 어울리는 꽃이네요.'
산들마음이 말해 주고서야 백설공주는 작은 탄성을 냈습니다.
반달이의 선물에 좋아하는 공주의 모습을 보고 다시 신이 난 난장이들은 서로 앞다투어 안개꽃에 대해 설명해 주려 야단법석입니다.
하지만 반달이의 고개는 푹 숙여졌습니다.
자신의 몸짓으로는 백설공주에게 뜻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앞으로도 공주님과 대화하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반달이는 태어나 처음 느끼는 황홀감에 고개를 번쩍 쳐들고 말았답니다.
왜냐하면...
'고마워요.반달님.'
달콤한 목소리와 함께 공주의 따뜻하고 촉촉한 입술이 그의 뺨에 닿았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공주의 그 갑작스런 입맞춤에 그 자리에 굳어버린듯 놀라고 말았습니다.
누구보다 놀란 건 반달이였습니다.
공주님의 입맞춤이라니...
'아하암'
공주의 팔 뻗는 기지개 소리에 난장이들은 부르르 정신을 차렸습니다.
'앗, 공주님이 졸린가봐!'
'하긴 이렇게 깊숙한 곳까지 오려면 무척 오래 걸었을 거야.'
'얘들아 모여라. 침대! 침대!'
서로들 자기 침대를 주겠다고 난리를 피웠지만
산들마음과 반달이의 친대를 합친 크기가 공주에게 딱 맞는 걸 알고는
다들 두 말 않고 남은 침대들을 모아 자신들의 잠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곤히 잠든 공주의 예쁜 모습을 보며 난장이들은 웬지 흐뭇했습니다.
물론 오늘은 좁은 잠자리에 옹기종기 붙어 자야했지만 말입니다.
대장 난장이 산들마음은 한참 오늘의 기쁨을 떠들다 잠들었습니다.
살림꾼 난장이 길님이는 모두의 잠자리를 챙긴 후 새근새근 잠들었고
노래하는 난장이 물소리도
재주 좋은 난장이 꽃이슬의 음냐음냐 잠꼬대에 맞춰 쿨쿨 잠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곯아떨어진 그리미 난장이 노을숲은
일 잘하는 난장이 산만해의 굵다란 다리가 배 위에 올려진 것도 모른 채 잠들었습니다.
이렇게 여섯 난장이들이 모두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곱 번째 난장이 반달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백설공주의 입술이 닿은 뺨의 온기를 느끼며
자신이 한 마디라도 말을 할 수 있다면...에
그 언제보다도 더욱 간절함을 느끼며
반달이는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 안개꽃보다 그 꽃에 싸여있는 공주님이 더욱 아름다우신 걸요.』
라는 한 마디를...
하지만 자신은 말을 하지 못하는 난장이었습니다.
그렇게 반달이의 말 못하는 시간은 흘러만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