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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저 선생이 축구코치야?"
축구장으로 가던 피츠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두들 동감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축구장에 먼저 와있는 여러개의 축고공과 또 수억인가 들어
있음직한 상자 같은 물건을 들고 기다리는 키팅 선생을 발견한 것이다.
모두는 의아한 표정을 어쩌지 못하고 키팅 선생이 기다리고 있는 축구장 잔디 위에
모였다.
"좋다. 제군. 모두 그 자리에 앉도록."
국어선생은 체육코치가 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상대가 키팅 선생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남다른 호기심과 의아심을 느꼈다. 선배이자 현재는 선생인 키팅에
대한 학생들의 고나심은 확실히 대단한 것이었다.
"스포츠에 몰두한 사람들은 어떤 종목이 좋으니 등등 갖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키팅 선생은 학생들 앞을 왔다갔다 하며 말을 계속했다.
"모든 운동종목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타인이 있음에 의해서 자신이
남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본다. 나처럼 재능이 뛰어난 남자가 있었다.
프렌트라는 사람이다. 그가 뭐라고 했는지 알겠나?"
<스포츠가 있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나 철학자, 웅변가일 수 있다.>
이 말을 인용한 키팅 선생은 학생들로 하여금 준비된 종이 한 장씩 가지고 일렬로
정렬시켰다.
학생들은 앞으로 벌어질 어떤 일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찬 채 눈빛을 빛냈다.
그들은 키팅 선생한테 의문의 종이를 한 장씩 받았다. 키팅 선생은 일렬로 정렬한
맨 앞 하교생으로 부터 약3미터 떨어진 지점에 축구공을 갖다 놓았다.
앤더슨은 여전히 용기없어 줄의 맨 뒤에 가서 서 있으면서도 가슴을 조였다.
"지금부터 읽은 다음 공을 차도록 한다. 더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 수 있겠지?"
학생들은 괴상한 축구연습에 대해 아직 어떤 확실한 느낌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들은 키팅 선생의 지시대로 했다.
선두에 섰던 학생이 공 앞으로 걸어갔다.
"승산없는 싸움에 도전, 패배할 줄 모르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
그와 함께 공을 힘껏 찼다. 하지만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공을 골문을 완전히
벗어나고 말았다.
"상관없다. 골인 보다 중요한 것은 노력이다."
다음 공을 같은 지점에 놓은 키팅 선생은 처음 가져왔던 상자 속에서 탁상용의
소형 전축을 꺼냈다. 이어 거기에 클래식 음악을 볼륨 높게 틀어 놓으며 소리쳤다.
"제군, 리듬을! 리듬을 타라!"
다음은 오버스트릿 차례였다. 그는 들고 있는 종이에 적힌 시를 큰소리로 읽었다.
"그들하고만 있을 수 있게 되기 위하여! 사람은 어디까지 인내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기 위하여!"
그와 함께 달려들며 힘껏 공을 걷어찼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 공이 크리스를 먼저
차지한 체프 녀석으로 생각하며 걷어찬 것이다. 다음 차례는 믹스였다.
"고문과 독약과 세상의 편격적 평판에 분연히 맞서기 위하여!"
믹스는 힘껏 소리치고 또한 힘껏 걷어찼다. 누구보다도 힘찬 슈팅모습이었다.
"참된 신이 되기 위하여!"
랄튼은 있는 힘을 다했지만 공은 골포스트 위로 훨씬 높게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때였다. 한 쪽에서 그런 광경을 관심 깊게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마카리스터였다. 키팅의 교육방법에 대해 그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시작부터 특이한 축구연습을 지켜보던 마카리스터는 미소를 지었다. 놀랐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기숙사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행이었다.
시간 때문에 앤더슨의 차례까지 오지 않았다. 어떻게 남들처럼 공을 찰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던 그의 안에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하지만
키팅을 앤더슨의 그런 상태를 이미 간파하여 소리쳤다.
"안심은 금물이다, 앤더슨. 분명히 네가 차게 될 순서는 올 것이야!"
그만 얼굴이 빨개진 앤더슨은 공연히 화가 났다. 자신에 대해서였다. 그는
기숙사로 돌아오자 사납게 문을 닫으며 침대에 벌렁 드러눕고 말았다.
"빌어먹을!...."
그때 앤더슨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책상 위에 있는 종이에 적힌 글씨였다.
월요일의 숙제로 자신이 시를 짓다 중단한 것이었다. 그 종이를 집어들고 생각
떠오르는 한 귀절을 얼른 첨부해 써넣었다. 그러나 다음 귀절이 영 떠오르지 않았다.
그가 일어서서 침대 곁을 서성거리며 머리를 짜내고 있을 때였다.
복도에서 갑자기 소리가 있었다.
"해냈다! 야아, 모두 들어봐! 해냈단 말야! 드디어 배역을 얻었다구!"
니일의 감격한 목소리였다. 그는 축구 연습 대신 연극 <한여름 밤의 꿈>오디션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그는 앤더슨이 있는 방으로 뛰어들어오며 다시 소리쳤다.
"봐, 앤더슨! 나 요정 팩의 역할을 받았어. 팩 역을 할 거란 말이야!"
"네가 팩을?"
앤더슨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농담하지 마!"
그 소리와 함께 문이 열며 몇몇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니일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자 일제히 환성을 터뜨렸다.
"니일, 넌 해냈구나! 축하한다. 니일!"
"고맙다, 앤더슨 난 비로소 자신의 세계에 들어왔어. 들어왔다구. 나한테도 할일이
생겼으니 말야."
"하여튼 축하한다. 니일."
모두들 방에서 나간 다음이었다. 니일은 책상 앞에 앉으며 타자기를 꺼내 놓았다.
"뭘 할 거야?"
앤더슨이 이상히 여기며 물었다.
"쉿!"
니일은 들뜬 얼굴로 연신 미소를 지으며 계속했다.
"그건 지금 생각할 참야. 실은 허가증을 제출해야 되거든."
"부모님의?"
"그래."
"니일, 그런데 자신이 자신을 허가할 참야?"
"그게 아냐. 아버지하고 노란 교장의 허가증이 있어야 해."
"니일, 너 설마...."
위조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뜻이었다.
"조용히 해, 앤더슨. 지금부터 그걸 생각해야만 되거든."
니일은 문득 연극 중의 한 대목 대사를 큰소리로 외우더니 이윽고 타이프를 치기
시작했다. 앤더슨은 머리를 흔들었다.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자신에 대한 생각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숙제인 시를 끝마쳐야 되기 때문이다.
월요일.
예고 된대로 각자가 자작시를 학생들 앞에서 낭독해야 되는 키팅의
국어시간이었다.
"모두 준비해 왔을 줄 믿는다."
키팅의 말에 학생들의 반응이 두 가지로 엇갈렸다. 자신있게 미소짓는 축과
불안해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앤더슨은 보기에도 딱할 정도로 초조해
하는 모습인 채 어쩔 줄을 몰랐다.
키팅이 첫번째로 지시한 학생은 녹스 오버스트릿이었다.
그는 약간 망설이는 듯했으나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가 지어온 시를 낭독했다.
사랑스러움이 떠도는 그 미소여
눈가에 어린 눈부신 광채
그렇지만 우리 인생은 완벽하다
우리 마음은 충만 되어 있다
알고 있는 것들은 다만
갑자기 오버스트릿은 입을 다물었다. 이어 계면적은 얼굴이 되어 키팅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이건 바보 같은 시였습니다."
그는 거기서 중단하며 제자리로 들어갔다.
"아니다, 녹스. 멋진 시야. 노력한 흔적이 뚜렷하다."
키팅은 전체 학생들을 향해 힘차게 말했다.
"지금 녹스가 읽은 시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시를 쓰고자 할 때에
중요하며 아울러 거의 모든 노력에도 중요한 것, 사랑이나 아름다움, 진실 및 정의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시를 말만으로 끝내서는 안되며, 시는 음악이나 사진, 아니 식사준비 때에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사물에도 그 나름의 게시가 포함되어 있고, 시는 가장
흔한 일상생활의 모든 일에 존재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흔한 것은 절대로 아니며, 하늘에 관해서 쓰거나 소녀의 미소에 대해서
써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키팅은 듣고 있는 학생들을 감동시키며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이 점에 주의하기 바란다. 모처럼 시를 쓰려면 제군들의 시심으로 구제의
날이든 종말의 날이든 그것 외에 어떤 날이라도 상관없으니까, 그런 것들을 눈에
생생하도록 그려 주기를 바란다."
그 결과가 모두들 기쁘게 하고, 흥분되게 만들 수 있는 내용이라면 어떤 내용의
시라도 환영하며, 만일 그 시가 영감으로 가득차 있다면, 끝없는 생명이 무한정
계속되는 것이라는 기분을 다소라도 맛볼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 했다.
듣고 있는 동안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키팅의 강의에 대해 이 시간처럼 감명이 깊었던 때도 없었던 듯했다. 확실히 다른
선생 같지 않았다. 키팅의 강의에는 살아서 꿈틀대는, 약동하는 무엇이 있음을
모두는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오오 선장이여! 우리 선장이여!"
랄튼이 그러면서 신중하게 물었다.
"수학 속에도 시는 존재하고 있습니까?"
몇몇의 학생이 손으로 입을 막아 쿡쿡거렸다.
"물론이다. 랄튼 군!"
키팅은 개의치 않으며 신념이 가득한 어조로 모두에게 말했다.
"수학에는 엘레강스가 있다. 만일 누구든 시를 쓸수 있게 되기만 한다면 이 혹성을
굶주리게 만들어버릴 테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시는 절대로 있어야만 하며, 만일 단순할 뿐인 생황의 한 장면에서 문득
멈추고 거기에 깃든 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모두는 인생이 안겨 주는
무엇을 그대로 버리는 결과라는 것이다.
키팅은 설명에 이어 다시 순서를 진행시키려 했다.
"다음엔 누가 낭송할 텐가?"
이어 몇 명의 학생들이 자작시를 낭송한 다음이었다. 문득 키팅이 앤더슨의
곁으로 걸어갔다. 자신에게 낭송하도록 지시가 떨어질까봐 전전긍긍하는 참이던
앤더슨의 낯빛이 벌써 창백해졌다.
"모두들 앤더슨 군의 얼굴을 보도록. 이토록 괴로운 얼굴이라니 말야. 자, 앤더슨
앞으로 나가라. 그리고 너의 그 슬픔을 있는 그대로 토해 내도록 해라."
모두가 앤더슨을 바라보았다. 더욱 불안에 휩싸인 앤더슨은 비틀대며 겨우 앞으로
걸어나갔다. 사형수가 단두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측은한
떨림이 그의 전신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는 시를 써왔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키팅이 그를 또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기 시작했다.
"잘 들어 봐."
모두가 주목한 가운데 키팅이 계속해서 말했다.
"넌 내면에 있는 모든 것은 가치없고 타인한테 수치스러움을 드러낼 뿐이라고
생각하는 구나, 그렇지?"
앤더슨은 겨우 시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오늘은 너의 내면에 잠재된 게 과연 얼마나 멋진가 그걸 나타내 보이겠니?"
이어 키팅은 칠판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겼다. 거기 칠판에 백문으로 재빨리
휘갈겨 쓴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나는 세계의 지붕 위에서, 야만스러운 포효를 울린다. 윌터 휘트먼.>
키팅은 모두에게 포효의 뜻을 설명했다. 커다랗게 소리치거나 혹은 우는 것이라고
설명한 다음 불쑥 앤더슨을 앞으로 나오도록 했다. 앤더슨은 훨씬 더 불안하고
두려운 얼굴이 되며 지시대로 따랐다.
"앤더슨, 난 너한테 이 야만적인 포효가 어떤 것인지 실제로 보여줄 것을
부탁한다."
앤더슨은 깜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물었다.
"포효를, 제가요?"
"맞았어. 소리를 쳐. 힘껏. 와아 하고."
쩔쩔 매던 앤더슨의 입에서는 겨우 들릴 정도의 와아, 소리가 겁에 질린 채 나왔을
뿐이었다. 일제히 그 쪽을 주시했다.
"한 번 더! 그리고 더 크게!"
"와아!"
"더 크게!"
"와아!"
어느덧 키팅이 신들린 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순간 앤더슨은 제 정신이 아닌 채
자신도 모르게 한껏 커다랗게 소리쳤다.
"와아!!"
키팅의 얼굴에 비로소 만족한 표정이 나타났다.
"됐다, 앤더슨. 아주 좋았어. 지금의 그 고함소리 속에는 분명히 야만인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었다."
키팅을 따라 앤더슨과 가까운 학생들이 박수를 쳤다. 앤더슨은 그것만으로 벌써
전신에 힘이 다빠진 듯이 어깨가 축 늘어진 자세였다.
다음 순간 키팅은 돌연스러운 행동으로 앤더슨을 당황할 겨를도 없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앤더슨, 문 위에 휘트먼의 초상화가 걸려 있지?"
"네."
"그걸 보고 무엇을 연상하지?"
"그건...."
"생각하지 마라. 퍼뜩 떠오른 것만 말하라."
키팅의 말이 갑자기 빨라진 것만으로도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된 앤더슨은 얼떨결에
대답했다.
"미친 사람입니다."
"광인이란 말이지?"
"네."
"어떤 광인이지? 생각하지 말고 대답하라."
"그건...머리가 이상한 광인입니다."
"상상력을 구사해. 머리에 최초로 떠오르는 게 뭐지? 아무리 바보 같은
내용이라도 좋다. 그러니 어서 대답해봐."
"저어...그건 땀을 흘리며 이를 드러낸 광인입니다."
교실 안에서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모두가 긴장된 채 숨을 죽였다.
전체 학생 중에 가장 내성적이고 가장 소극적이며 항상 두려움에 잠겼을 뿐인
앤더슨이다. 그러한 앤더슨에 대한 키팅의 방법은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학생들은 앤더슨이 키팅의 방법에 의해 점차 동화되어가는 광경을 분명히
목격했다.
"봐라, 앤더슨. 네 속에 있는 시인이 눈을 떴다. 그러니 이번에는 눈을 감아라.
감고 뭐가 보이는지 말해 봐. 자아. 어서."
키팅도 미친 사람 같았다. 그는 덤벼들듯 앤더슨에게 다가서며 자신의 손으로
앤더슨의 두 눈을 무자비하게 가렸다.
"어서 말해!"
"눈을 감았...습니...다."
"말해!"
"바로 옆에 그 남자가 잠깐 보였습니다."
"땀을 흘리며 이를 드러낸 광인은 어떻게 됐나?"
"땀을 흘리고 이를 드러낸 그 광인은...."
앤더슨은 키팅에 의해 손바닥으로 두 눈이 가려진 채 어느덧 필사적이 되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랄만한 발전이었다.
"그렇다! 어서 말해. 땀흘리고 이를 드러낸 광인은?"
"나의 뇌수조차 녹여버릴 것만 같은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실 안에서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있었다.
"훌륭하다, 앤더슨! 그 남자한테 이번에는 뭔가를 시켜라. 행동에 리듬을 주는
거야."
갑자기 앤더슨의 입에서 잔뜩 겁먹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남자는 내게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 목을 조리려고...."
"무슨 소리야?"
"정말입니다, 선생님...."
계속해서 앤더슨은 키팅과 마주 소리치기 시작했다.
"진실이라는 것은 반드시 다리가 드러나고 마는 모포 같은 겁니다!"
그러고 있는 앤더슨의 얼굴에 괴로운 분노의 표정이 나타났다. 몇몇 학생들
사이에서 가벼운 웃음 소리가 들린 것이 그때였다.
순간 키팅이 소리쳤다.
"웃고 있는 놈 따윈 여기서 꺼져버려! 난 모초에 관한 얘기가 더 듣고 싶다!"
키팅은 거기서 앤더슨의 눈을 가렸던 손을 땠다. 앤더슨은 그러나 눈을 뜨지
않았다. 계속 감은 채 이번에는 자신에 대해 웃은 학생들에 대고 도전하는 듯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펼쳐 봐도 아무리 끌어당겨 봐도 그 모포는 우리 가운데 어느 한사람 조차
확실하게 덮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계속해!"
키팅이 소리쳤다.
"걷어차도, 때려도, 어떻게 해도 되지 않는...."
"멈추면 안돼, 앤더슨. 계속하는 거야."
"우는 소리를 내면서 이 세상에 태어나던 그 날부터...죽음으로 이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울거나, 절규하거나 신음하거나, 이 진실이라는 이름의 모포는 다만
머리만을 덮어 주고 있을 뿐입니다!"
필사적으로 그런 말들을 하고 난 앤더슨은 한동안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윽고 키팅이 가까이 다가가며 부드럽게 말해 주었다.
"잊지 말아라. 앤더슨. 이게 즉 마법이다."
갑자기 니일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도 온통 감동으로 가득차
있었다. 다른 학생들도 이어 니일처럼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앤더슨은 깊은 한숨과
비로소 얼굴에 미소를 나타냈다.
그가 웰튼 아카데미에 전학온 후 최초로 보여주는 자신감에 넘치는 미소였다.
"감사합니다."
앤더슨은 역시 자신 있는 걸음을 자기의 자리로 옮겨 놓고 있었다. 그 수업이
끝났을 때 제일 먼저 다가가 손을 잡아준 것은 니일이었다. 그의 진실된 격려에
앤더슨은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었다.
개성연습
그날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회원들이 동굴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랄튼을 중심으로 해서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앉아 있었다. 전과 달리 섹스폰을 가지고 온 랄튼은 회원들의
중앙에 앉은 채 할일 없는 사람처럼 커다랗게 입벌려 하품을 했다.
니일이 늦게 동굴 안으로 들어온 게 그때였다. 그는 낡은 램프를 손에 들고
있었다.
"이걸 보라구."
니일의 말이었다.
"그건 또 뭐니?"
"이게 바로 램프라는 거다."
피츠가 니일 대신 믹스한테 말해 주었다. 니일이 램프의 갓을 떼어냈다. 그러자
이상한 모형의 작은 물건이 나타났다. 색을 칠해 놓은 하나의 조각상이었다.
니일은 모두를 둘러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자, 여러분! 지금부터 이것을 이 동굴의 신으로 삼겠다."
니일은 뾰족한 못이 머리 위로 솟아나 있는 조각상을 뒤쪽의 약간 높은 곳에
올려놓았다. 이어 그 못에 초를 꽂고 불을 켰다. 조각상의 모습이 상세히 드러났다.
붉고 푸른 색이 칠해 있는 작은 북치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비록 색깔은 바랬어도
그 얼굴은 무척이나 고귀해 보였다.
그 때 랄튼이 헛기침을 했다. 모두들 그게 신호인 듯이 랄튼을 향해 돌아앉았다.
"제군, 이것은 찰리 랄튼이 지은 즉흥시입니다."
그 말에 이어 음조도 맞지 않는 높은 음의 멜로디를 한 차례 부른 후 그치는
랄튼이었다. 잠시 동안의 침묵에 이어 그는 갑자기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웃음...눈물...비틀거리고 중얼거리며...더 할만한 것은 많이 있다. 어 할만한 것은..."
거기서 랄튼은 다시 섹스폰을 두세 소절의 어떤 멜로디를 연주했다. 그는 완전히
분위기를 압도해 나갔다. 연주에 이어 이번에는 돌연 전보다 빠른 속도로 말하기
시작해서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혼돈을 설계하고
혼돈을 꿈꾸고
울고
하늘을 향해 춤추고
할만한 것은 더욱 많다!
더욱 많다아!
동굴안이 갑자기 무거운 침묵에 가라앉았다. 랄튼은 섹스폰을 고쳐잡더니 연이어
사람의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은 멜로디를 그럴듯하게 불기 시작했다.
그의 연주가 계속됨에 따라 학생들의 얼굴에서는 믿을 수 없어하던 표정이 가시고
있었다. 음악에 완전히 도취된 랄튼은 이윽고 길게 연결되는, 그래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은 멜로디를 마지막으로 감동적인 연주를 끝냈다.
그런데 학생들은 아직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음악에 심취된 채 묵묵히 앉아
감동을 되새기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그와 같은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니일이었다.
"랄튼, 정말 최고다. 어디서 그렇게 훌륭한 연주를 익혔니?"
"부모님은 나한테 클라리넷을 배우도록 했지만 난 그게 정말 싫었어."
섹스폰이 클라리넷 보다 훨씬 격조높은 음을 낸다는 그의 말에 모두들 탄성소리를
냈다.
그때 느닷없이 벌떡 일어난 녹스 오버스트릿이 괴로워하며 큰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난 도저히 참지 못해!"
모두 그 쪽을 바라보았다.
"만일 크리스하고 다시 만날 수 없게 된다면, 스스로 내 목숨을 끊고 말 테다!"
"진정해, 녹스."
랄튼이었다.
"싫어."
"뭐라구?"
"난 지금껏 진정하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 곧 어떤 것도 안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오버스트릿은 갑자기 동굴에서 뛰쳐나가려 했다.
"어디로 가?"
뜻하지 않은 일 때문에 이날의 모임은 거기서 끝나게 되었다. 심각해진
오버스트릿이 어쩌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두 그의 뒤를 따라
동굴로부터 학교로 향한 것이다.
크리스한테 전화한다고 했고, 거기서 지독한 모욕이라도 당할 경우 충분히 그런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오버스트릿은 그 길로 기숙사 안의 공중전화 앞까지 내달았다.
"어떤 일이 생긴다 해도 꼭 전화하고 말겠어!"
뒤따라 달려온 친구들에게 말한 오버스트릿은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모두들 그를
둘러싸듯 해서 그가 다이얼 돌리는 것을 마음 조이며 지켜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오버스트릿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누구세요?"
그러나 무슨 일인가. 곁에 있는 친구들의 귀에까지 들리도록 정확한 것은
크리스의 음성이었고, 그와 동시에 오버스트릿은 기겁하듯 놀라며 수화기를 올려놓은
것이다.
그는 곧 친구들을 돌아보며 변명처럼 애매하게 말했다.
"그녀가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래 던베리가의 사람들이 싫어할게 분명해! 그럼
난 부모한테 살해당할지도 몰라..."
누구하나 반응하지 않았다. 모두가 실망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볼 뿐이었다.
결국 오버스트릿은 자신이 얼마나 바보였는가를 깨달은 듯이 불평스럽게 말했다.
"알았어, 제기랄! 좋아, 카르페 디엠이다. 죽는다 해도 좋다구!"
오버스트릿은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예, 누구세요?"
역시 크리스의 목소리였다. 이번에는 오버스트릿도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았다.
"아, 크리스. 나야."
"나?..."
"녹스, 녹스 오버스트릿."
"녹스?"
"기억하지?"
"아앙, 알겠어. 이렇게 전화해 줘서 기뻐."
"정말야?"
오버스트릿은 재빨리 손으로 송화구를 막으며 돌아섰다.
"전화해 줘서 기쁘다는 겨야!"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친구들한테 말하고 재빨리 다시 전화를 연결했다.
"실은 나도 전화할 생각이었어."
명랑한 크리스의 목소리에 오버스트릿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크리스는
계속했다.
"그랬는데 전화번호를 몰랐지 뭐야, 글쎄 실은 좋은 소식이 있어."
"?..."
"체트의 부모님이 여행을 떠나셨거든. 그래서 이번 주말에 체트가 파틸 열거야.
어때, 녹스. 파티에 와 주지 않겠어?
"좋아."
"와 줄 거야?"
"가겠어!"
오버스트릿의 얼굴은 더욱 진한 기쁨과 흥분에 휩싸였다.
"그런데 녹스."
"응?"
"실은 체트의 부모님께는 말하지 않았으니까 비밀로 해야 돼. 물론 누구라도 함께
올 사람이 있으면 같이 오도록 해."
"물론 가겠어. 그래, 가고 말고, 고마워, 크리스."
전화를 끊고 난 오버스트릿은 돌연 커다랗게 소리쳤다. 벽에 기댄 채 두주먹을
앞으로 불끈 쥐어 내밀며 포효한 다음 들뜬 음성으로 모두에게 말해 주었다.
"니네들 믿겠니? 크리스가 나한테 전화를 하려고 했었다니 말야! 그녀가
뭐랬는지 알아? 같이 파티에 가겠단 말야!"
친구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좀더 현실적으로 판단했다. 크리스가 이미
던베리의 아들인 체트의 애인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너 정말 크리스가 널 파티에 데려갈 거라고 믿는 건 아닐테지?"
차갑게 들리는 랄튼의 말에 일순간 당혹해 하는 오버스트릿이었다. 하지만 그는
발작적으로 자신의 뜻을 털어놓았다.
"그건 나도 알아. 크리스는 체트의 애인야. 하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아.
정말야. 난 그딴거 상관하지 않겠어!"
"무슨 뜻이지?"
"가장 중요한 건, 그녀가 내 생각을 해 줬다는 사실야."
"죽겠군...!"
랄튼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이걸 알아야지. 불과 한번밖에 만나지 않았던 날 생각해 준다는
거말야."
오버스트릿은 황홀한 꿈에 도취되어 가고 있었다. 친구들이 걱정해 주는 진심조차
그에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젠 됐어!"
오버스트릿은 계속 열에 들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건 모든 일이 다 잘될 수 있다는 징조야. 그래, 그거야. 크리스는 이제
내거야아!"
그의 친구들은 그가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 누구도 그
자리에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니일은 뜻밖의 장소에서 앤더슨을 만났다. 기숙사 앞의 돌담에 혼자 기대앉아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그를 발견한 것이다.
"거기 앤더슨이지?"
대답이 없었다. 니일이 다가갔을 때 코트도, 입지 않은 채 추위에 덜덜 떨고 있는
앤더슨이 거기에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앤더슨은 역시 몹시 슬픈 듯한 표정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야? 몹시 추워 보이는데 혼자 이런 곳에 있다니 이상하잖아?"
니일이 진심으로 걱정하며 묻자, 앤더슨은 비로소 탄식하듯 말했다.
"오늘이 내 생일야."
"그래? 그런 얘길 이런 곳에서 하다니 어쨌든 생일 축하한다. 앤더슨? 물론
선물은 받았을 테지?"
지독한 추위로 앤더슨의 이빨이 소리내며 부딪쳤다. 그는 대답 대신 곁에 있는 한
상자를 가리켰다.
"이건..."
니일은 그게 어떤 물건인지 이내 알아차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과 똑 같은
문방구 상자였던 것이다.
"내게 있는 것하고 똑 같군."
"작년에도 생일날 선물로 받았던 물건야."
앤더슨은 갑자기 화가 나서 거칠게 투덜대기 시작했다.
"부모는 나한테 어떤 걸 선물했는지도 몰라! 기가 막히다니가...정말 어이가 없어."
니일은 앤더슨이 그러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재빨리 생각했다.
앤더슨의 마음을 어떤 방법으로든 위로해 주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었다.
"앤더슨, 내 생각엔 말야...너한테 새문구 세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을 거야.
분명히, 그건. 그런 생각 때문에 너한테..."
어떡하든 위로하려는 니일의 말을 앤더슨이 가로막았다.
"몰라서 하는 소리야."
"?..."
"우리 부모님의 자식은 형 하나 뿐이라구. 형 생일날만 돼 봐, 온통 집안이
떠들썩하게 수선들을 피워댄다니까!"
앤더슨은 울분을 터뜨리듯 말하고 있었다. 그는 새삼 기분 나쁜 듯이 문구 세트를
노려보았다. 이어서 그는 다시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맨처음 받았을 때도 이건 기쁜 선물이 아니었어."
니일은 다시 생각했다. 또 다른 방법이 필요했으며, 무엇인가 앤더슨의 울적해진
마음을 확 풀어줄 수 있는 게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좋은 생각이 얼른 떠올라 주지
않았다.
니일은 우선 떠오르는 대로 문득 말투를 천하게 바꾸었다.
"봐라, 앤더슨. 선물의 가치를 그렇게 따지면 안돼."
"뭐야?"
"쉽게 말해서, 기상천외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잖니."
"니일!..."
이렇게 훌륭한 고급 문구 세트를 선물로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말야, 흔해빠진
축구공이나 야구 방망이 자동차 따윈 생각도 않을 테니까."
"그건 그럴지도 몰라."
니일의 그 말에 앤더슨은 기분이 약간 나아지는 듯했다. 그는 문득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난 말야, 부모라면 무조건 자식을 모두 사랑한다고 믿었어. 선생님도 그렇게
가르쳤고 선생님이 읽도록 권한 책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거든, 그래서 굳게 믿었던
거야. 그렇지만 틀린 생각이었어."
"!..."
"형이라면 또 모르지, 부모님이 그렇게 무조건 사랑했을 게 분명해. 하지만 난
아냐. 난 조금도 사랑해 주지 않았어."
니일은 앤더슨이 그토록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며 겁많은 아이가 된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와 함께 자신도 알 수 없을 어떤 반항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앤더슨."
니일은 한가지 멋진 생각을 힘내고 있었다.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지?"
"안들어. 그보다 기분나빠."
"하지만 또 내년에도 같은 선물일 테지?"
"분명히 그럴 거야."
"지금 너한테는 이것과 같은 게 있지?"
"으응."
"그럼 이건 필요도 없구나?"
"그래."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이 있어. 뭔지 알겠니?"
니일이 문구세트를 집어들면서 말했을 때였다. 앤더슨은 뭔가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니일, 그럼 넌 지금..."
설명은 필요치 않았다.
"바로 그거야, 앤더슨."
앤더슨의 얼굴에 미소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은 이미 일치되었다. 이제
곧 하려는 어떤 일에 대한 기대 같은 것 때문에 가슴이 부풀기까지 했다. 그것은
매우 통쾌하면서도 멋진 한 순간이 되리라는 생각에 공감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더 말하지 않았다.
니일 문구세트를 들고 일어서는 광경에 앤더슨은 더욱 신나는 표정 지었다.
그런 다음이었다. 니일에 의해 문구세트가, 앤더슨의 생일 선물이 돌연 어두운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비행접시 같았다. 하지만 그 비행접시는 이내 공중분해
되고 있었다. 뚜껑이 열림 그 안에 있던 물건들이 한 가지씩 튕겨지듯 나오며
허공을 비행하기 시작했다.
니일 보다도 앤더슨이 더욱 기쁜듯이, 신기한 듯이,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불만을
성의 없는 부모한테 갚아 주는 복수라는 듯이 온 얼굴 가득히 미소가 번져나가고
있었다.
뜻밖의 소식이 키팅 선생 시간에 학생들을 기다렸다.
모두들 교실로 들어가려 할 때 그 소식을 전해 준 것은 카멜론이었다.
"모두 안뜰로 나오래."
"키팅 선생이?"
"그럼 누구겠어."
"또 무슨 일이지?"
학생들은 불평도 환영도 아닌 한마디씩을 중얼거리며 안뜰로 나갔다. 그곳에서는
먼저 나간 키팅 선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군!"
키팅 선생이 모두들 둘러보며 언제나 처럼 힘있게 입을 열었다.
"제군들이 쓴 시를 봤다. 그 결과 시 가운데 각자의 개성이 결여된 매우 나쁜
요소가 포함된 사실을 발견했다."
키팅은 궁금해하는 학생들 앞으로 피츠, 카멜론, 오버스트릿 등을 불러내었다.
그들을 일렬로 세우는 이유를 짐작이나마 할 수 있는 학생은 누구도 없었다.
"지금부터 내가 넷을 헤아리면 이뜰을 한 바뀌 돌도록 한다. 생각은 아무것도 할
필요 없다. 점수하고는 무관하니 말이다."
이어 키팅은 하나, 둘 셋, 넷까지 헤아리 다음 네 명이 동시에 풀발토록 지시했다.
네 명은 영문도 모르는 채 일제히 걷기 시작했다. 그들은 벽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정면을 바라보며 정지했다.
하지만 키팅은 그들에게 계속 걷도록 했다. 훈련병에게 실시되는 제식훈련하고는
양상이 크게 다른 광경이었다. 일정한 규칙에 강요받지 않고 각자의 개성대로 걷는
모습을 실로 각양각색이 어서 인간 각자의 개성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아직도 영문을 모르며 키팅과 함께 계속해서 걷는 네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네 명의 구두소리는 군대의 행진 대처럼 안뜰에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각자의 발이 맞지 않고 엉망이었지만, 계속 걷는 동안에 잘 훈련된 군인처럼 어느덧
정확히 발이 맞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키팅이 기쁜 듯이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바로 이거야!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나? 보라구! 하나, 둘, 셋..."
키팅은 그러면서 구두소리에 맞추듯이 손뼉을 쳐댔다.
"어떠냐, 여러분. 키팅 선생의 시간이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니?"
이윽고 키팅은 네 명을 멈추도록 한 다음 확신에 가득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군들도 분명히 보았을 것이다. 맨처음 녹스 오버스트릿과 피츠는 다른 두사람과
전혀 맞지 않는 동작으로 시작해었다. 피츠는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상태로,
오버스트릿은 약간 꺼벙한 느낌을 주는 걸음이였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네 명의 걸음걸이가 맞아들어가기 시작했고, 보는 사람이 손벽을
쳐서 선동하자 그 변화가 더욱 기증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계속했다.
"내가 이 실험을 하게 된 목적이 있다. 그건 피츠와 오버스트릿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을 것인가 하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서..."
어느 누구든 타인과 가까이 있을 경우 자신만이 내면세계 및 신념을 굳게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이 그 실험으로 성공되었다는 키팅의 설명이었다. 학생들은 비로소
키팅의 목적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만일 그 가운데 자신은 충분히 독자적으로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는 사람이
있으면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 보라는 것이었다. 즉 학생들은 키팅에 동화되어
자신도 모르게 함께 손벽을 쳤던 것이다.
키팅은 계속 설명했다.
"인간한테는 다른 사람이 받아 줄 것을 원하는 강한 욕구가 있다. 하지만 자신이
독특한 개성이나 타인하고의 차이점을 인정해야만 하기 때문에 까다롭다고 해도
말이다."
그는 로버트 프루스트의 말을 인용했다.
'숲 속에서 두 갈래의 길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길을 택했다.'
이날의 수업도 대성공이었다. 학생들은 종이 울린 다음에도 한동안 꼼짝않고 선
채 키팅의 설명을 음미했을 정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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