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화두들
1) 외짝손소리 (隻手聲)
한 손으로 내는 박수소리? 소리가 날까? 안 날까? 힘차게 휘둘러라! 그래야 그 소리를 만난다. 온갖 수모를 견뎌내며, 남의 자식을 3년 동안 맡아 기른 묘심사의 제1좌이면서 일본의 근대 일본선의 중흥조인 백은혜학白隱慧鶴 선사가 제창한 화두이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자마자 숭산 노사님이 소리쳤다.
“직진!”
“하지만 선사님, 좌회전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자 스님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언어에 집착하지 않는 자유를 보여 주었다.
“그럼, 때로는 ‘직진’이라는 말이 ‘좌회전하라’는 뜻이기도 하지.”
숭산 노사님과 그의 제자 켄 케슬 사이의 대화이다.
2) 동쪽 산이 물위로 간다. (東山水上行)
한 스님이 운문 선사에게 물었다.
‘어느 곳이 모든 부처님의 나온 곳입니까?’
운문 선사 말씀하셨다.
‘東山水上行, 동산이 물 위로 간다.’
이 물음에 대해 원오극근(圓悟克勤, 1063~1135) 선사는,
‘薰風自南來 展閣微凉生,훈풍이 스스로 남쪽에서 불어오니 전각이 서늘하다’라고 답하셨다.
법경 법사님은 ‘흐르는 강물에 동산의 모습이 비쳐 보이는 것이겠지만, 운문 스님에게는 동산이 스님 자신인 것이다.’ 라고 더 이상 어떻게 말해줄 수 없을 정도로 바로 다 말씀하셨다.
3) 날아가는 비행기를 멈춤
이상한 화두이다. 화두하면 옛날 선사들과 연관해서 태어난 옛날 물건인데, 아니 요즘에나 쓰는 단어인 비행기가 들어가다니!
화두는 점잔빼며 조용히 참구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할과 방, 소리를 질러대고 몽둥이가 난무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난다느니 멈춘다느니 하는 이원적二元的 분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날아가거나 멈추거나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어린아이 마음으로 철저히 화두와 하나가 된 경계를 제시하시라!
4) 손을 쓰지 않고 호미를 쥔다. (空手把鋤頭)
空手把鋤頭 빈손으로 호미 자루를 잡고
步行騎水牛 걸으면서 물소를 탄다!
人從橋上過 사람이 다리 위를 지나는데
橋流水不流 다리가 흐르고 물은 흐르지 않는구나!
부대사傳大士의 시다. 일상적으로 추론해 온 지식과 인식의 범위를 확 뛰어넘은 발상의 전환이다.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으로 보이지만 선의 세계는 이처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각의 구조 나아가서는 머리의 구조를 바꾸려는데 이 정도는 약과다. 손을 쓰지 않고? 어떻게 하면 손을 쓰지 않고 호미를 쥐겠느냐!
5) 이천 소가 밥 먹으니 제주 말이 배부르다. (懷州牛喫禾 益州馬腹脹)
懷州牛喫禾 益州馬腹脹 天下覓醫人 炙猪左膊上
회주의 소가 여물을 먹는데, 익주 말이 배가 부르다.
천하에 가장 뛰어난 의사를 찾아, 돼지의 어깨 위에 뜸을 뜨네.
화엄종의 초조 두순화상杜順和尙의 법신송法身頌이다.
스승과 제자가 길을 가다가 스승이 물었다.
‘회주라는 곳의 소가 벼를 먹었는데 남쪽 지방인 익주의 말이 배탈이 났다.’
그러니 너는 이때 어떻게 하겠느냐. 그랬더니 제자의 대답이 걸작이다.
‘천하에 가장 뛰어난 의사를 찾아서 돼지 왼쪽 어깨에 뜸을 뜨겠습니다.’
언어의 집착에서 벗어나고. 분별을 끊으라는 뜻이다.
뜻은 그렇다 치고 자 그럼 이걸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복잡하다! 단순하게!
6) 김 서방이 술 마시니 이 서방이 취하네! (金公喫酒李公醉)
이하 동문!
7) 찬찬히 살펴 날아가는 새 발자국을 그린다. (縱觀寫出飛禽跡)
去却一拈得七 하나를 버리고 일곱을 들어 올리니,
上下四維無等匹 온 천지 사방에 견줄 것이 없다.
徐行踏斷流水聲 천천히 걸으면서 흐르는 물소리를 밟아버리고,
縱觀寫出飛禽跡 찬찬히 살펴 날아가는 새 발자국을 그린다.
草茸茸 煙冪冪 풀은 더부룩하고, 연기는 자욱한데,
空生巖畔花狼藉 수보리(空生)가 좌선하던 바위 가에는 꽃이 가득하다.
彈指堪悲舜若多 손가락을 튕기며 슬픔을 가누는 순야다신舜若多神이여!
莫動著 動著三十棒 꼼짝하지 말라. 움직이면 삼십 방망이다.
벽암록 제6칙 송이다. 하늘을 보라! 요사이 새는 그리 흔하게 볼 수 없지만.
8) 천천히 걸으면서 흐르는 물소리를 밟아 끊는다. (徐行踏斷流水聲)
통신시이通身是耳, 온 몸이 귀인, 본래면목을 그대로 드러내는 화두다.
가라! 가서 물소리를 밟아 끊어라! 徐行踏斷 流水聲, 밟아 끊어라! 물소리를!
(여기서 ‘서행답단’은 조건절이고 ‘유수성’이 주절이다.)
9) 사람이 다리 위를 지날 때 다리는 흐르는데 물은 흐르지 않는다. (人從橋上過 橋流水不流)
무심히 정말 무심히 다리를 건너라!
(여기서도 人從橋上過, 사람이 다리 위를 지날 때가 조건절이고, 橋流水不流, 다리는 흐르는데 물은 흐르지 않는다가 주절이다.)
10) 무 (無)
조주 선사의 ‘개는 불성이 있느냐’ 는 질문에 ‘無, 없다’고 한데서 시작된 화두이다. 붓다는 모든 사물에 불성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조주 선사께서는 왜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했을까가 핵심인데, ‘무’와 조금도 빈틈이 없이 하나가 되는 경계를 참구하시라. 숭산 노사님은 당시 불성에 대해 너무 집착하니까, 그 불을 꺼버리려고 불성이 없다고 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절을 들어설 때 우리는 일주문을 지난다. 일주문? 왜 기둥이 둘인데 일주문이냐, 一心! 한마음으로 들어오라는 소리다.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 ‘무’자 화두,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즉, ‘무’자 화두는 모든 화두의 근본이다.
‘무~’ 하면서 앉아라. 방법은 없다. 떠오르는 온갖 경계를 입실해서 점검해라. 아니라고 하면 버리고, 아니라고 하면 버리고, 버리고, 버리고, 모든 잡념이 떨어질 때 쯤 보인다. 모든 생각을 쉬어라, 그러나 화두는 놓치지 마라! 뱃심도 기르고 정신도 집중하고!
11) 남산 꼭대기의 외짝 손! (南山絶頂隻手)
통신시안通身是眼, 온 몸이 눈인, 본래면목을 그대로 드러내는 화두다. 어디든 올라가 보는 것이 제일 빠르다. 남산이 멀면 가까운 산이라도! 도시라면 옥상이라도! 그러나 생각은 아래에다 두고 올라라!
12)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은 모두 이 경에서 나옴!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는, ‘아’는 ‘없다’는 뜻이고, ‘뇩다라’는 ‘최고’, ‘삼’은 ‘바르다’의 뜻이고, ‘먁’은 ‘같다’의 뜻이며, 보리는 ‘깨달았다’는 뜻이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최고로 위없는 도를 깨달았다는 말이다.
이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의 법이 어느 경에서 어디서 나오겠는가? 어느 경이든 그것은 다 부처님 말씀이고 부처에서 나오겠다.
凡聖不二 佛與衆生不二
범부와 성인이 둘이 아니고, 부처와 중생도 둘이 아니다.
스승은 학식[지식知識]과 지혜(智慧)의 옹호자였다.
그는 학식에 대해 질문을 받고 대답했다.
“학식은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음으로써 얻어진다.”
“그러면 지혜는요?”
“너라는 책을 읽음으로써 얻게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날의 순간마다 그 책의 새 판(版)이 나오니까!”
(앤서니 드 멜로 신부, 『일분지혜』 (분도출판사, 1986), p. 203.)
내가 經 속에 있고 經이 내 속에 있는 것이다.
(이현주 목사, 『이아무개목사의 금강경읽기』 (샨티, 2001) pp. 97~102.)
13)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인데 어느 心에 떡을 먹겠는가!
(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家得 未來心不可得)
이는 금강경 제18분에 나오는 말로 우리의 마음자리를 밝힌 유명한 게송이다. 덕산(덕산선감德山宣鑑, 780-865) 선사가 남방에 가서 교리 밖에 특별히 전했다는 뜻을 모두 쓸어 없애 버리려고 예주 땅에 이르렀을 때다. 점심이 되어 길가의 떡집 노파에게 점심을 사 먹으려고 하니 노파가 물었다.
“스님의 바랑 속에는 무슨 책이 들어 있습니까?”
“금강경소초요.”
“금강경에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하였는데, 스님은 어느 마음으로 점심을 드시렵니까?”
이 물음에 덕산 선사는 입이 콱 막혀 버렸다. 자 여러분은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어떻게 해야 떡을 먹겠는가. 평상심! 하던 대로!
14) 천길 속의 돌 자갈을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끄집어내는 솜씨!
카~아! 천 길에 걸리지 마라! 물은 또 어떻게 하고.......
15) 만산萬山에 눈이 가득 쌓였는데 한 봉우리孤峰만 왜 검은고!
조산록에는 다음과 같은 선문답이 전한다
53.
僧問, 雪覆千山. 為甚麼孤峯不白. 師曰, 須知有異中異. 僧云, 如何是異中異. 師曰, 不墮諸山色.
한 스님이 물었다.
“눈이 모든 산을 덮었는데 무엇 때문에 한 봉우리는 하얗지 않습니까?”
“다름(異)속에 다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무엇이 다름 속의 다름입니까?”
“갖가지 산색山色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눈이 왔나?
16) 지렁이를 두 토막으로 잘랐는데 어느 것이 진짜인고! (蚯蚓兩斷 那箇是眞底)
사과를 반으로 쪼갰는데 어느 쪽부터 먹겠는가?
* 문재답처 답재문처 問在答處 答在問處 라!
재독
17)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의 진짜 눈과 손은 천 개 가운데 어느 것입니까?’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이 모셔진 관음전에서 이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어떻게 제시하시겠습니까?
* 허~허~ 절부터 하고...
첫댓글 응무소주 이생기심! 은 없나요?
비슷한 것들은 생략하고 무문관 재독 후 마무리 하는 화두들, 벽암록을 마치면
추가로 새로운 화두들을 살피고, 다시 시작하는 화두들로 돌아오는데,
그때 모든 화두들을 2독의 경계와 함께 다시 살펴 나갑니다.
그때 점검을 합니다만....그 이전에 이미 알게 되지요.
네!_()_
회원들의 눈 높이에 맞추어 공부 할 수 있도록
깊은 배려 감사 드립니다._()()()_
감사합니다.
전원 합장
공식상'으론 이리 쉬운 단답형'이 없는데도.......
무아지경'은 먼나라'에 있는 것'만 같습니다...
초보'가 너무 욕심이 과해도 오히려 다치겠지요
평안하신 가을날'이 되여지옵소서....
쉬운 단답형인데도 모두들 무아지경'은 먼나라'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화두가 있습니다.
그것을 깨는 것이 화두로 단도직입하십시오. 심은 다치지 않습니다. 다친다는 생각이 있을 뿐입니다.
평안하신 가을날 되세요. 전원 합장.
멀지 않은 道'가 산란스런 가을바람'에 휩쓸리니....... 싶습니다....^^;;
속인의 탈'이 굳건한가
평안한 날'속에서....
생각없는 진입을 시도하려 하옵니다....
화두'까지는 언감생심'이옵고....
진일보'하는 자세로 가까이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감사드립니다.... 카페지기님
읽어 보아도 생각해 보아도 마음 안에서 뱅글 뱅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