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작은 다도해" 유람하는 섬마을 올레
상. 하추자도 넘나들며38개 섬 감상하는 18.3km
‘천고마비’ '가을의 올레길'
놀멍 쉬멍 먹으멍 (놀고 쉬고 먹으면서)걷고(걸으며) 즐기는 올레길
추자도의 본래 이름은 주자도(舟배 주子아들 자島섬 도)다. 말 그대로 어부의 섬. 지금도 추자도는 낚시꾼의 천국으로 통한다. 밤이면 고양이들이 귀한 돌돔을 물고 다닐 정도다. 하지만 제주올레 덕분에 추자도는 걷기여행의 천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제주 본섬과 전남의 중간쯤에 자리한 추자도는 상. 하 추자도, 추포도, 횡간도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군도다. 1946년 제주로 편입되기 전까지 전남에 속했기에 풍습은 물론 자연환경도 남도에 가깝다. 그래서 풍광 빼어난 것은 기본이고, 인심좋고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제주와 남도의 행복한 만남
추자도올레는 출발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레길이 추자항에서 시작해 추자항으로 끝나기에 추자항에서 출발, 원점회귀하면 될 것 같지만 문제가있다. 다음날 제주로 돌아가는 배편인 한일카페리 3호가 하추자도 신양항에서 오전 10시 30분에 떠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걷다가 일출과 일몰을 모두 만나고 싶은 욕심, 숙소는 인프라 갖춰진 인근으로 해야 하는 조건 등을 고려하면 신양항을 출발점으로 하는 것이 좋다. 추자항에 도착해 숙소로 정한 나바론민박의 봉고차를 얻고 타고 우선 용둠벙으로 향한다. 용둠벙에서 나바론절벽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올레길이 나바론절벽 정상을 지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나바론절벽의 웅장한 모습은 볼 수 없다. "나바론" 은 영화 "나바론 요새" (1961)에서 독일군 야포 진지가 있던 절벽을 닮았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용둠벙에서 본 나바론절벽의 웅장한 절벽과 거친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이 일품이다. 멀리 수평선에 무인도인 수덕도(사자바위)와 청도(푸랭이)가 떠있는 모습이 풍경의묘미다. (돈대산 정상에서 본 신양항과 수덕도,오른쪽 멀리 아스라이 한라산이 보인다.) 용둠벙은 낚시포인트로 유명하다. 낚시꾼 몇 명이 그림 같은 풍경 위에 낚싯대 드리웠다. 무슨 고기를 잡았나 궁금해 다가가 보니, 맙소사! 낚시통에는 그 귀한 돌돔들이 가득하다. 쩝~입맛을 다시며 신양항으로 출발한다. 신양항을 출발해 모진이 몽돌해변 위쪽 언덕을 지나면 황경한 묘가 나온다. 황경한은 학교 다닐 때 배운 "황서영백서사건' 의 주인공인 황서영의 아들이고, 어머니는 정약용의 형 정약전의 딸 정난주다. 올레 11코스에는 정난주의 묘지를 만나게 된다.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그의 아들이 이곳에 묻혔을까. 황서영(1775~1801)은 열여섯 나이인 1790년 진사시에 급제한 신동이다. 그는 조선의 유교가 아닌 천주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
(Paradigm).("변화")을 본 듯하다. 하지만 그 이념은 시대가 허락하지 않았다. 신유박해로 황서영이 처형되자 정난주는 두 살배기 아들 황경한을 품고 제주 관노로 귀양길에 오른다. 대역죄인의 아들은 결국 죽임을 당할것을 정난주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젖먹이를 추자도 예초리 물쌩이끝 바위에 내려놓고 떠난다. 갯바위에 놓인 황경한은 그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온 어부 오씨에 의해 키워졌다. 지금 황경한의 후손이 하추자도에 살고 있고, 섬에서 황씨와 오씨가 결혼하지 않는 풍습도 이 때문에 생겨낫다고 한다.
*추자도 올레길. 올리기*
황경한 묘 위에 놓인 정자는 이름이 "모정의 쉼터" 다. 황경한은 어미가 그리워 얼마나 바다만 바라봤을까. 또 어머니 정난주는 아들이 그리워, 얼마나 많은 한숨을 바다에 내뱉었을까. 정자 뒤로 화강암 섬들과 보름섬이 둥둥 떠 있고, 그 뒤로 보길도 가 선명하다. 이곳 바다는 황경한의 사연 때문인지 슬프게 시리다. 정자에서 내려오면 신대리 몽돌해안이 펼쳐진다. 추자도 해안은 모래가 없고 전부 자갈밭이다. 여기서 신대산전망대 가는 길은 시멘트 도로를 그냥 따라도 되고, 구불구불한 해안길을 선택해도 된다. 신대산전망대에서 보길도와 섬들을 조망하고 내려오면 수려한 예초리 기정길이 펼쳐진다. 예초리 포구로 들어서면 돌로 쌓은 방파제가 남아 있는데, 그렇게 예쁜 방파제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추자도에서 가장 동쪽에 자리한 예초리는 예로부터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마을이라 하여 "예초" (禮예절 예草풀 초)라는 명칭이 유래됐다고 한다.
추자등대 일출에 드러난 조도군도
예초리 포구에서 도로를 따르면 엄바위장승이 나온다. 장승은 높이 270cm, 지름 20cm 정도의 통나무로 얼굴 부분만 조각햇다. 올라간 눈꼬리와 이빨이 드러나도록 입을 벌린 모습이 해학적이다. 주민들은 "예추 장석" 이라 부르며 거대한 엄바위가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엄바위 밑에서 태어난 억발장사는 인근 바다에 있는 "장사공돌" 이라는 바위돌로 공기놀이하곤 했는데, 어느 날 횡간도까지 뛰어넘다가 그만 미끄러져 바다에 빠져 죽었다. 이때부터 예초리와 횡간도 사람이 결혼하면 청상과부가 된다고 해서 결혼하지 않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날이 좋은 날에는 신양항 오른쪽 수덕도 뒤로 한라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돈대산 능선을 좀 타면 산불감시 초소가 나오는데, 그뒤로 상추자도의
모습이 멋지게 펼쳐진다. 돈대산을 내려와 추자교를 건너
다시 추자항으로 돌아와 봉글레산에 오른다.
*봉글레산에서 본 일몰을 '직구낙조' 라 부른다. *
장승 앞에서 뒤돌아본 아담한 예초리 포구는 정감 넘친다. "학교 가는 샛길" 을 따르면 돈대산 입구이고, 기지국 철탑을 지나면 정자가 선 돈대산 정상에 오른다. 그리고 해가 지기를 기다리자, 붉은 불덩이가 드물게 직접 바다로 떨어진다. 정자 반대편에는 추자항이 점점이 어둠 속에 묻히고 있었다. 추자등대는 아주 먼 곳을 향해 알 수 없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나바론민박에서 1박 후, 다음날 새벽 일찍 길에 오른다. 어두운 항구의 바람은 차갑지만, 촉감이 부드럽다. 순효각을 지나면 처서각에 닿는다. 처서각 앞에서 펼쳐지는 추자항과 추포도 등 섬 풍경도 일품이다. 처서각 왼쪽 숲으로 들어서 한동안 산길을 오르면 나바론절벽 정상을 지나 추자등대에 올라선다. 서둘러 추자등대 2층 전망대에 올라 일출을 기다린다. 상추자도의 가장 높은 산에 자리한 추자등대는 하추자도 돈대산과 함께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다. 수평선에 살짝 안개가 끼었고, 여명은 생각보다 좋지않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돈대산 오른쪽으로 불덩이가 솟아오른다. 시나브로 밝아진 빛에 추자항이 동화 속 마을처럼 예쁘게 보이고, 상. 하추자도가 거느린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추자항 오른쪽으로 염섬, 예도, 추포도, 횡간도, 보길도가 첩첩이어지는데, 추자도 주민들은 상추자도 북쪽 바다를 "육지 바다", 하추자도 남쪽 바다를 "제주 바다", 라고 불렀다. 육지 바다는 잔잔하고, 제주 바다는 매우 거칠다. 그래서 추자도 주민들은 정서적으로도 제주보다 육지인 남도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섬보다 작은 바위섬을 '여' 라고 한다. 추자도는 작은 섬을 거느리고, 또 그 섬들은 여를 거느린다. 물에 잠기면 암초, 물에 뜨면 여가 된다. 추자항 뒤로 자세히 보면 수평선 근처에도 섬이 가물가물하다. 그방향을 생각하면 그것은 진도 앞바다의 조도군도다. 아주 맑은 날에는 국토의 가장 서쪽 가거도까지 보일 듯하다. 등대에서 내려와 추자교를 건너면 하추자도이고, 한동안 산길을 오르면 사거리인 묵리고갯마루에 닿는다. 묵리마을을 지나면 대망의 종점인 신양항이다. 멀리 육중한 완도카페리3호가 미끄러지듯 항구로 들어온다. *발행처| 조선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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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올레 가이드
추자도올레는 추자항~추자등대~신양항~돈대산~추자항 18.3km, 7시간 걸린다. 1박2일 일정으로 잡아야 전 코스를 밟을 수 있다. 당일로 추자도올레를 즐기려면 코스 단축이 필요하다. 제주여객터미널에서 오전 9시 30분 핑크돌핀호로 타고 들어가면 추자항에 10시 40분쯤 도착한다. 그리고 오후 4시 10분 핑크돌핀호를 타고 나와야 한다. 추천코스는 상추자도는 전구간을 잇고, 하추자도는 추자교를 거쳐 묵리 고갯마루까지 간 다음, 여기서 곧장 돈대산을 오른 후에 예초리 포구로 내려오면 된다. 예초리에서 15:30 버스를 타고 추자항으로 돌아온다. 1박2일 코스는 신양항을 출발, 돈대산을 넘어 봉글레산에서 일몰을 맞고 추자항에서 1박, 다음날 새벽에 출발해 추자등대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오전 10시 30분까지 신양항에 도착하면 된다. 이 코스는 선택하면 알차게 일몰과 일출을 모두 즐기며 추자도 올레를 완주할 수 있다.
*교통(지역번호064)
추자도는 제주, 완도, 진도와 목포에서 갈수 있는데, 제주에서 가는 것이 가깝고 편하다. 제주에서 오전 9시 30분 핑크돌핀호(758-4234)로 타고 들어가, 다음날 오전 10시 30분 신양항에서 완도카페리3호(751-5050)를 타고 나오는 게 좋다. 핑크돌핀호는 추자까지 1시간 10분, 카페리호는 2시간쯤 걸린다. 제주공항에서 제주여객터미널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어 택시를 타는 게 좋다.
*숙식(지역번호064)
주인장이 낚시꾼이자 추자도 토박인 나바론민박(742-8205)이 좋다. 그밖에 태흥모텔(742-5600)과 여정여관(742-3152), 추자도 게스트하우스(010-4057-3650)도 괜찮다. 추자도의 대표적 먹거리는 조기와 삼치다. 조기는 굴비정식으로 맛볼 수 있고, 조기매운탕도 맛나다. 삼치는 추자도의 대표적인 횟감으로 육지에서 본 구이용 삼치보다 매우 크다. 추자항의 대표적 횟집은 제일식당(784-8940)으로 삼치회와 돌돔 등 다양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고, 조기매운탕도 일품이다. 회 5만원. 조기매운탕 1만원. 굴비정식은 중앙식당(742-3735)이 잘한다. 굴비정식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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