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아침이슬에 피어오르는 풋풋한 풀 냄새에 한결 마음이 맑아집니다.
희끗해 지는 머리카락,
구부정해 지는 어깨며 손놀림,
주름져 가는 얼굴들,
아버지에 아버지 그 아버지에 아버지의 꼭 빼닮은 모습으로
느릿한 말을 이어가며 예전에도 아주 잘 해왔던 일처럼 자세를 가다듬고,
익숙하고도 때로는 서투르게, 미소는 한가득 머금은 모습들이였습니다.
지금 벌초를 하기 위해 경향각지에서 모여든
어리석은 자손들의 모습을 폼나게 이야기하는 중입니다.
상종 왕부님 첨존께서 지켜보시고 살펴 주시기에
모두 밝고 환한 모습으로 무탈하게 벌초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흘린 땀방울은
우리 선대 할아버지, 할머님의 영식을 위한 일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값진 것이라 생각되어 집니다.
모자람 없이 지키려는 각오들이 대단합니다.
불현듯 떠오릅니다.
그 예전에 대문을 나서, 도량 길을 건너서고, 산모퉁이 돌아서면
콧등을 스치고 지나가던 흙이며 향긋한 풀냄새, 순한 바람 냄새!
아련히 기억되어 잊혀지지 않는 향기이며 냄새들,
이곳 선영에서 이는 바람결에 묻어있는 것과 꼭 같았습니다.
내년에도 모두 이곳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바라며,
오늘 모두 수고하시고 고생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