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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주한 밥상과 씨름하며 스스로를 고문할 때가 있다. 그 고통은 맛난 게 너무나 많아 젓가락질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시작된다. 배부르고 행복한 고민과 실로 오랜만에 대면했으니 바로 남도의 자랑거리이자 순천이 자랑하는 한정식, 미인밥상 앞에서다. 사실 ‘미인밥상’이라는 이름의 메뉴는 없다. 이는 순천시가 손맛 좋은 여러 음식들을 명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한식을 일컫는다. 순천의 땅과 바다에서 나는 신선하고 깨끗한 식재료를 가지고 어머니의 손맛으로 ‘징허게 맛난’ 음식들을 차려낸 것이 바로 ‘미인밥상’인 것이다. 순천의 미인밥상은 순천 대표음식 1호점으로 지정된 풍덕동의 ‘싸목싸목 해파랑’에서 맛볼 수 있다. ‘천천히, 느릿느릿’이라는 뜻의 전남 방언 ‘싸목싸목’은 순천의 공동 음식 브랜드이기도 하다.
주인장에게 청을 넣어 코스로 나오는 음식들을 부득이 한 상에 차려 달라 했다. 고운 한복 차려입은 여인네들이 때깔 좋은 호박죽을 시작으로 생선회와 멍게, 생굴, 떡갈비를 내왔다. 거기에 향 좋은 더덕구이와 잡채, 오이에 둘둘 만 낙지호롱, 전복구이와 문어숙회무침, 발갛게 달달 볶은 주꾸미볶음, 순천만 갯벌에서 난 꼬막찜과 쌉싸래한 맛이 일품인 갓김치, 순천 사람들이 차례상에 꼭 올린다는 민어구이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찬 음식을 가져다 놓았다. 이렇게 차려진 밥상을 앞에 두고 고작 한다는 것이 짧은 한숨의 연속이다. 수저를 움켜쥔 손이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심장은 두근두근, 젓가락은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삼합 접시를 향해 달려간다. 잘 삭은 홍어 한 점과 비계마저 폭신한 돼지고기에 칼칼한 남도식 김치를 쭉 찢어 올려놓고, 새우젓 조금에 화룡점정의 역할을 해 줄 청량고추 하나 곁들이니 순천의 맛은 이미 완성이다. 시작은 어렵지만 그 다음은 쉽다. 젓가락은 절로 춤추며 접시들을 넘나든다. 순천시에서 새로 선보인다는 갈대주와 함께한 미인밥상의 미각여행은 새로운 명제를 남기고 끝났다. 길러내고 만들 때는 ‘싸목싸목’이겠으나, 먹을 땐 ‘게눈 감출 듯한 스피드’가 필요하다는 것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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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우습기도 하다. 머리 꼭대기 옆으로 붙은 작은 눈알은 툭 튀어나왔고 짧고 둥근 주둥이에 볼록한 배와 펄럭이는 등지느러미를 가졌다. 물고기임에 틀림없는데도 ‘다리’가 있어 뻘을 살금살금 기어 다닌다. 이 야릇한 생김새와 습성을 가진 것이 뭔가 하니 바로 짱뚱어다.
언젠가 서해의 갯벌에서 한 어르신이 낚시로 짱뚱어를 잡는 것을 본 적 있다. 그는 빈 낚싯대를 갯벌을 향해 쉭쉭 소리 내며 휘둘렀는데, 놀랍게도 바늘 끝에 짱뚱어들이 한 마리씩 매달려 있었다. 30분도 되지 않아 어르신이 가져온 커다란 양은 냄비가 짱뚱어로 가득 찬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경이로운 일이다. 그리고 이 짱뚱어로 끓여낸 탕 한 그릇은 식도락가라면 놓치지 말아야할 ‘잇(it) 메뉴’이기도 하다.
순천만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별량면사무소 앞에 짱뚱어탕으로 유명한 ‘욕보할매집’이 있다. 가을볕에 잘 말린 시래기와 한 번 삶아 살만 발라낸 짱뚱어를 넣고 푹푹 끓여내면 된다지만, 그 맛을 내기가 그리 간단치 않다. 시래기에도 등급이 있다면 이 집 시래기는 단연 1등급이다. 질기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살아 있는 맛이다. 국물은 또 어떠한가. 보기엔 진하지만 맛은 의외로 담담하고 향이 좋다. 짱뚱어는 뚝배기 안에서 이미 ‘용해’되어 그 잔해를 찾아보기 힘들다(대신 향과 영양가는 그대로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짱뚱어들은 갯벌 아래 2m 깊이까지 파고 내려가 봄까지 길고 긴 겨울잠을 잔단다. 그러니까, 요즘 순천만의 갯벌에서 눈에 띈 짱뚱어들은 죄다 바람난 녀석들이란 얘기다. 한 가지 더, 욕보할매집에서 짱뚱어탕을 먹다가 할매로부터 세상 듣도 보도 못한 욕을 얻어먹더라도 너무 놀라지 말아야 한다. 이유가 궁금하다면 다시 한 번 식당 이름을 들여다 볼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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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와서 좋은 것 중 하나가 바로 굴 때문이다. 자타공인 ‘굴 마니아’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씨알도 굵고 향도 좋은 통영이나 여수 바다의 굴을 개인적으로 최고로 여긴다. 17번 국도를 따라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는 오동도를 지나 돌산대교에 접어들면 바람을 따라 향긋한 굴 냄새가 나는 듯하다. 돌산도 앞바다는 남해안에서 손꼽히는 굴 양식 단지가 들어선 곳. 특히 돌산도 서편 금봉리 앞바다에는 바다 가득 굴 양식장이 넓게 자리하고 있어 또 하나의 장관을 이룬다.
자연스럽게 굴 파는 곳, 굴 요리를 하는 식당도 많으며 겨울에만 문을 여는 굴 구이 집들도 몰려 있다. 굴을 맛나게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참기름에 달달 볶은 미역에 찬 물 붓고 알 굵은 생굴 듬뿍 넣어 한소끔 끓여내는 굴 미역국도, 아삭아삭한 채 썬 무에 굴 함께 넣어 고슬고슬 지어낸 굴밥도, 밀가루 옷 달걀 옷 차례로 입혀 노릇노릇 지져낸 굴전도 좋다. 아니면 달랑 초고추장에만 찍어 청정한 바다의 맛 그대로 배어 있는 생굴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딱 이맘때, 봄이 오기 전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것이 굴 구이 아니던가. 울퉁불퉁 딱딱한 껍질 붙은 각굴을 통째로 뜨거운 철판 위에 올려놓고 불을 때기 시작한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굴 껍질이 슬쩍 열린다. 이때부터 완력이 필요하다. 열린 틈으로 칼을 넣어 껍질을 완전히 드러내면 통통하게 살 오른 뽀얀 속살을 내보이며 들어앉은 굴과의 대면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워진 굴은 더 고소해진다. 어떤 사람들은 굴이 익자마자 먹어야 부드럽고 맛이 좋다지만 바짝 구워낸 굴은 그 나름의 맛이 있다. 게다가 양은 얼마나 푸짐한지. 3만 원을 내면 커다란 양푼 가득 각굴을 가져다주는데 어른 4명 정도가 질리도록 먹을 양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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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선 얼굴 자랑 말고 여수에선 돈 자랑 말라고 했다. 뒷골목 어슬렁거리는 누렁이도 빳빳한 만 원짜리 물고 다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부유했던 아름다운 항구도시 여수가 새로운 히스토리를 쓰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내년 5월 12일부터 석 달간 열리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다. 등대와 동백꽃으로 유명한 오동도에서 여수역과 여수신항에 이르는 76만여㎡(약 23만 평)부지의 해안가에 들어서는 박람회장 건물들은 하나둘씩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먼저 들러볼 곳은 여수세계박람회 홍보관. 영상과 함께 박람회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박람회장에 들어설 시설과 문화이벤트에 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번 여수세계박람회의 주제는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 바다와 인간의 멋진 공존을 위해 필요한 것, 행동해야 할 것을 이야기해보자는 의미다. 박람회 전시구역에는 104개 이상 국가들의 부스가 들어설 국제관과 미래 인류와 바다의 공존을 구현할 주제관, 현대건설이 건설 중인 한국관을 비롯해 국내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과 최고 시설의 호텔 등이 들어서고 있다. 박람회장의 핵심 공간은 단연 ‘빅오(Big- O)’라는 이름의 해상무대다. 엑스포가 열리는 93일 동안 매일 40회, 총 3,700여 회 이상의 크고 작은 문화 공연과 이벤트가 빅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국내외 공연팀이 선보일 해상공연과 해상 퍼포먼스를 비롯해, 분수를 이용한 리빙스크린(Living Screen)을 통해 환상적인 쇼를 보여줄 예정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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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한국의 첨단 IT 기술과 조명 예술을 보여줄 엑스포갤러리와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으로 변신한 55m 높이의 버려진 사일로(시멘트 저장공간) 등 건축과 디자인, 예술이 결합된 공간들도 박람회의 기대감을 높인다. 박람회장 맞은편에 들어설 엑스포타운은 박람회가 끝나면 일반 시민들의 주거시설로 활용된다. 인구 30만여 명의 작은 도시가 보여줄 또 하나의 기적, 새로운 여수의 멋이 탄생할 날이 멀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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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여행이라는 말이 있다. 그 시기에 꼭 가봐야 하는 여행지라는 뜻인데 이맘때의 순천만이 그러하다. 세계 5대 연안습지라거나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지로 지정돼 있다는 장황한 수식어가 아니더라도, 그 광활한 갈대밭과 또 그것의 몇 배에 이르는 갯벌 그리고 그 위를 둥지 삼은 온갖 철새들과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더없이 매력적인 곳이 바로 순천만이다. 햇살이 내려앉은 순천만의 갈대밭은 온통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보숭보숭한 솜털 붙은 갈대는 갯벌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낭창이길 멈추지 않는다.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대대포구에서 출발하는 생태탐사선에 몸을 실어야 한다. 구불구불 요동치는 갯골을 따라 움직이는 작은 목선에 올라 해설자가 나눠주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다음 눈과 마음을 열어 놓으면, 이곳 갯벌이 내주는 풍경이 스윽 다가온다. 웃자란 갈대밭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오리 떼와 몇 시간이고 꼼짝 않고 먹이를 기다리는 왜가리들을 지나 한 무리의 흑두루미 가족과도 만난다. 흑두루미는 세계적으로 1만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조. 지난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525마리의 흑두루미가 이곳 순천만에서 겨울을 났단다. 지난 10월 20일 선발대 7마리를 시작으로 올해 이곳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가 700여 마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순천시도 이 귀한 손님들을 위해 비상(飛上)에 방해되는 전봇대 280여 개를 뽑아냈다 하니 그 노력이 대단하다. 흙투성이다. 갯벌에서 뒹굴던 고니 떼가 바로 앞 물길로 뛰어들어 참방이며 요란하게 몸을 씻는 모양새가 우습다.
순천만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들은 아직 탐사선의 엔진 소리가 낯선지 배가 가까이 가자 훌쩍 날아오른다. 고니 떼 근처에는 호주에서 1만km를 쉬지 않고 날아와 겨울을 보내는 작은 도요새 무리도 보인다. 서리 맞아 벽돌색으로 변한 칠면초도, 칠게 잡이에 쓰이는 옛날식 그물 장대도 순천만의 그림 같은 풍경 한자락이다. 순천만 생태탐사선을 타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예약을 받지 않고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승선권을 살 수 있는데다, 순천만의 생태계 보호를 위해 인원과 운항 횟수를 엄격히 제한하기 때문이다. 순천만 생태탐사선은 오전 9시 30분부터 25분 간격으로 다닌다. 하지만 물때에 따라 뱃시간이 탄력적으로 조정되니 홈페이지를 통해 운행 시간을 알아봐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귀여운 갈대열차도 좋다. 대대포구에서 문학관까지 왕복 2.6km의 짧은 길을 운행하고 <무진기행>의 김승옥과 동화작가 정채봉 등 순천만을 노래한 작가들의 기념관에도 들러볼 수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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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상관없이 산사에서의 하룻밤이 필요할 때가 있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너무 많은 생각이 짐이 될 때, 허한 속 탓에 마음 둘 곳을 못 찾을 때가 그러하다. 그럴 때면 고요한 산사를 찾아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 적잖이 도움된다. 신라시대에 창 건된 송광사는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대한민국 3대 사찰 중 하나로 꼽힌다. 오래된 벚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한참을 달려간 후일 주문을 지나 다시 1.4km의 산길을 걸어 들어가면 사찰이 나온다.
따끈한 온돌방에 짐을 풀고 스님이 건네준 옷으로 갈아입은 뒤 사찰 생활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나면 마음 씻기 시작이다. 해질 무렵 거대한 법고의 울림으로 시작하는 송광사의 예불은 특히나 장엄하다. 실제 송광사의 법고 소리는 굉장히 유명해 이 소리만 듣기 위해 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기다란 소매 자락을 펄럭이며 마치 춤을 추듯 북을 두드 리는 젊은 스님들의 경건한 모습과 법고 소리는 절로 마음을 가다듬게 만든다.
감사한 마음으로 한 끼를 나누는 발우공양과 스님과 함께 차를 우려 마시는 다도를 마치면 잠자리에 들 시간. 도시생활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이른 시간이지만 낯설고 긴장된 반나절을 보낸 후인지라 이내 단잠에 빠져든다. 그러기도 잠깐 달, 빛 아래 고즈넉한 평온이 찾아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아 도량석이 울려 퍼진다. 새벽 3시. 혼미한 정신으로 옷을 챙겨 입고댓 돌 아래 내려선 순간, 쏟아져 내릴 듯 가득한 밤하늘의 별 무리에 잠이 홀딱 달아난다. 저토록 많은 별을 본 것이 언제였던가 싶다. ‘ 내가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평소에는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불교의 교리가 어떻건 간에, 가끔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고가 짜가 아닌 진짜의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인 듯싶다. 최소한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해질 수있 을 테니 말이다. 사찰에서의 하룻밤을 정리하며 송광사의 암자인 불일암으로 산책을 나선다. 불일암은 지난해 입적한 법정스님이 머물던 곳이다. 작지만 단정하고 정갈하게 손질된 암자의 마당에 서니 그의 글 중 한 구절이 떠오른다.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않 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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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 입에 짱뚱어 맛 느낌은 적었고,
차라리 벌교에 가면 꼬막정식(제일회관), 여수에 가면 저녁에는 해물한정식(동백장)으로 소주 한잔
그리고 아침에는 여수식장어탕(어시장인근)으로 속풀이 하면서 또 한잔...
가시가 돋힌 까칠한 송광사(3대사찰:승보사찰) 보다 유홍준이 가장 아낀다는 선암사가 훨신하고도 더 아름답다.....
돈자랑(여수), 주먹자랑(벌교), 미인자랑(순천) 하지 말라했던 이 곳...
여수에서는 내년에 엑스포 개최한다고 도시 전체가 흥분 도가니 상태란다...
광양에서 자동차전용대로인 이순순대로가 개통 되었다니 우리도 함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