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고등학교 (수학)교육과정의 문제점
김창식(혜성여고 교사)
(1) 국가 독점적인 교육과정 제•개정의 문제점 이해
(2)명시적인 교육과정과 현실적인 교육과정의 괴리
(3)국가단위의 수능 평가가 모든 교육과정을 종속시키는 문제점 이해
(1) 국가 독점적인 교육과정 제•개정의 문제점 이해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에 의거해서 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과거에는 국회에서 교육과정을 발표하였으나 이후 교육부에서 고시문 형태로 발표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2003년 10월부터 기존의 일시전면 개정체제에서 수시 부분 개정체제로 전환하였고 이에 따라 공식적으로 몇 차 교육과정이라는 용어는 7차 교육과정을 끝으로 폐기하였다. 참고로 2011년 기준 가장 최신의 교육과정은 1997년 12월 30일 교육부 고시 제1997-15호로 발표된 제7차 교육과정,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 고시로 발표된 2007개정 교육과정,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고시로 발표된 2009개정 교육과정과 그 후속 조치인 2011교과 교육과정이 있다.
그동안 제 개정 절차상 정부의 독점적인 문제점을 포함한 채 이루어지는 졸속 교육과정 입안과 교육과정을 종속시키는 입시제도의 개선안 등이 우리 학교교육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미래형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의 졸속 추진 및 보완, A, B형 수준별 수능 제도 도입과 폐기, 성취형 절대평가제의 도입 및 대입에 미반영,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학교 교육은 경쟁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문제풀이식 주입식 수업형태를 고수하게 만들뿐 우리교육의 낙후된 교수학습 내용과 방법에 변화를 줄 수 없음이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역대 정부에서부터 누적되어왔다. 이는 초•중등 교육의 최상층부인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되었기에 문민정부의 5.31교육개혁 정책 및 국민의 정부의 2002년 대입제도 화려한 혁신안, 이후 정부들에 의한 7차 선택형 교육과정 도입, 2007개정 교육과정 및 2009개정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추진 정책들이 그 하층부인 초•중학교 교육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모순을 방기한 채 집행되어 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 본질적인 문제는 5지 선택형 객관식 문항이 주가 된 획일적인 국가단위의 수능평가가 실로 국가 교육과정 전체를 획일화시키고 게다가 교수 학습방법과 내용마저 획일화시키는 불가사의 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수능고사가 모든 교육주체의 창의력과 자율성을 사장시키고 모든 학생들은 일렬로 세우는 거대한 사교육시장을 형성시키는 주범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우리교육의 본질적인 핵심 문제임을 이제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할 것이다.
(2)명시적인 교육과정과 현실적인 교육과정의 괴리
교육과정의 올바른 목표와 실현을 위해서는 이를 함의하는 교육철학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좁은 의미에서 이 교육철학을 국가 교육과정에 국한하여 적용해 볼 때, 국가가 운영하는 ‘공교육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미로 접근하여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공교육의 개념을 세계적으로 볼 때 정립과정상 미국식 공교육의 특징인 성취, 학력, 지식의 전수를 목표로 하는 학교교육 형태가 있으며, 또 다른 모습은 관계, 생각의 깊이, 가치들을 중요시 하는 프랑스식 학교교육의 형태로 구분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 두 가지 모습은 모두 공교육에 존재할 수 있는 요소들이지만, 이 요소들이 오직 개인 간, 국가 간 경쟁력 강화의 수단으로만 기능한다면 이는 국가 교육철학을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나라의 교육현상처럼 많은 부작용과 국민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교육과정상 각 교과교육의 목표에는 지식의 학습뿐만 아니라, 정의적이고 태도적인 영역까지 함양시키고자 하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제시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쟁교육이 이마저 왜곡시켜 공동체성과 민주시민 양성을 지향하는 미래교육과정의 구현이라는 구호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3)국가단위의 수능 평가가 모든 교육과정을 종속시키는 문제점 이해
우리 학교교육은 대학입시와 그것을 준비하기 위하여 치르는 일련의 평가들 때문에 오히려 학교 교육이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 본래의 주된 교육 절차는 교육과정→교수 학습→평가의 순으로서 실천된 수업을 통해서 교육과정이 잘 성취되었는지? 피드백을 추구하는 방법으로서 평가가 되어야함에도 현실의 우리의 교육은 평가문제를 추출하여 그 문제를 바탕으로 하여 획일적, 주입식, 암기식으로 수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즉 교육과정이 평가에 종속되고, 수업이 평가에 종속되는 주객이 전도된 역순의 불합리성을 띄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중심의 학교교육의 문제점으로는 평가의 빈도가 너무 잦고, 평가가 객관식 일변도이기에 창의력, 사고력, 분석력, 비판력 등 고등정신의 기능을 측정하기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평가는 극심한 시험점수와 경쟁을 유발시키며 학부모, 지역교육청, 동창회, 교사, 교장, 지역유지 등에 의해서 강요되기도 한다.
우리 중등 교육이 변화되어야 할 핵심적인 사안은 먼저 교과학습에서 주입식· 문제풀식 전 근대적인 학습방법과 획일적인 평가방법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수능시험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객관식 문제풀이 위주의 획일적인 국가단위의 평가에 종속된 교육과정 운영에 기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수능시험에 전도된 채 이루어지는 수업과 평가는 대체적으로 지식의 이해와 암기가 주된 내용이며, 획일적이고 단순한 주입식 강의위주의 수업이 유용한 학습 체제로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교과학습은 학생 개별 수준에 맞는 맞춤식 교육과정 운영과 수준별 개별평가가 용인될 수 없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고 포기하게 된다. 또한 이미 정해진 다량의 문제풀이식 수업의 유용성으로 말미암아 질 높은 창의성, 사고력교육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됨은 당연한 귀결이다.
학습을 통한 창의성과 사고력의 배양은 틀에 박히지 않은 교과 간 융합적이고 종합적인 학습과, 협동, 체험, 토론, 표현, 발표라는 학습자 중심의 수업방법과 그에 자율적으로 대처하는 수업환경이 갖추어 질 때 유용하게 길러지는 내재적인 학습내용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입시에 종속되지 않은 교육과정 운영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이 말은 곧 석차 중심의 학교내신 평가가 아니라 교사별 절대평가체제로 전환이 되어야 함을 뜻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다양하고 질 높은 학습자 중심의 학교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교육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중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과 학습과 평가가 수능시험이라는 국가 단위의 획일적인 평가에 종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