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경남 남해군은 비록 섬이긴 하지만 금산 망운산 호구산 설흘산 응봉산 등 명산이 즐비해 근교산행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산행 기점은 남해대교를 건넌 직후 만나는 노량공원(통일동산)이다. 대형버스까지 주차 가능하다. 400여년 전 치열했던 전쟁의 기억을 머금은 노량해협의 푸른 물결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노량공원에서 동남쪽을 올려다보면 봉우리가 우뚝하다. 산행의 첫 기착지인 구두산이다. 거북 머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 노량해협을 '지키는' 대형 거북선 모형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다. 공원 주차장에서 도로를 건너 임도로 들어선다. 콘크리트 포장 임도를 따라 1.8㎞는 꼬박 올라야 한다. 이 길은 편안한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 지루한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럴 때는 숨도 고를 겸 뒤돌아서서 손에 잡힐 듯한 남해대교와 노량해협을 감상하자. 들머리에서 1.2㎞ 정도 오르면 임도가 좌우로 갈라진다. 왼쪽 길을 택해 좀 더 가면 비포장과 포장이 연속되고 10분쯤 가면 비포장 임도가 제법 넓어진다 싶을 때 오른쪽 산 능선으로 들어서는 산길 입구가 보인다. 길이 2m가량인 로프와 근교산 리본을 참고해 숲길로 진입한다. 한적하고 편안한 숲길이다. 쭉쭉 뻗은 소나무 숲 사이로 걷기 수월하게 잘 정비된 산길을 걷노라면 너무 늦게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들 정도다. 편백나무 군락지를 통과할 때는 몸 속 깊은 곳까지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 일부러 심호흡을 크게 해본다.
능선을 따라 직진해 300m 정도 가면 철탑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길을 택해 내리막을 탄다. 7분 후 임도와 만나면 임도를 건너 오른쪽으로 40m가량 이동해 다시 두 번째 철탑을 보면서 내리막 산길로 들어선다. 무덤을 지나고 10여 분 후 안부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작은 언덕 쪽으로 길을 잡아 살짝 넘으면 내리막. 10분 후 다시 갈림길이 나오지만 마을 방향이 아닌 세 번째 철탑 방향으로 직진, 임도를 따라 5분만 내려서면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는 용강고개. 덕신리와 남양리를 잇는 고개다. 도로를 건넌 후 정면 임도가 아니라 오른쪽으로 60m가량 이동, 왼쪽 오르막 임도를 따른다. 곧바로 나오는 갈림길에서 왼쪽 임도를 택한 뒤 10분 가량 오르면 임도 오른쪽으로 '등산로 입구' 표지판을 만난다. 잘 정비된 길을 따라 25분쯤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이는 전망대다. 잠시 뒤돌아보면 거쳐 온 구두산과 멀리 광양만, 남해대교, 그리고 다리 건너 하동땅에 솟은 금오산 등이 한 눈에 든다. 이곳에서 5분 정도면 422봉 삼거리에 닿는다. 주능선에 올라 선 것이다. 이곳부터는 평지나 다름없는 능선길. 걸음걸이가 빨라진다. 10분 뒤 전망대. 동쪽으로 사천 와룡산이 확연히 드러나고 남해와 사천 사이의 바다는 초가을 하늘보다 더욱 푸른 빛을 내뿜는다. 전망대를 거쳐 30분 정도 완만한 오르막을 타면 이번 산행의 최고봉인 금음산 정상이다. 삼각점과 국립공원표지석이 있지만 조망은 지나온 능선길보다 못하다.
약치곡산과 대국산 사이의 안부다. 운동기구 몇 개와 주차공간이 있는 이 사거리에서 왼쪽은 설천면 비란리, 오른쪽은 고현면 남치리를 거쳐 면소재지인 대사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취재팀은 전방의 대국산성을 향해 직진. 완만한 오르막을 3분만 가면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작은 주차장. 왼쪽으로 휘어진 비포장 길을 3분만 더 오르면 대국산 정상을 빙 둘러싼 대국산성이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19호인 대국산성은 축조 연대는 명확하지 않지만 왜적의 침입에 대비한 성의 역할을 했으며 성내에 우물터와 건물 축조 흔적이 남아 있다. 또한 성 입구의 안내판에는 '출토된 토기와 자기 파편 등 유물로 보아 삼국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짐작된다'고 전하고 있다.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입구에 도착했지만 이곳에서 취재팀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원래 계획했던 산행로는 입구에서 오른쪽 성벽 아래길을 따라 가다가 크게 왼쪽으로 꺾이는 지점에서 곧바로 내리막 능선을 타는 것이었는데 수풀이 너무 무성한 탓에 그대로 감행하기에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논의 끝에 취재팀은 임도사거리로 돌아가서 왼쪽 길을 따라 남치저수지 방면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2㎞가 넘는 길을 임도를 타야 하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유적 탐방을 겸한 웰빙형 가족 산행지 소개라는 취지에는 오히려 더 맞을 수도 있겠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이다. 대국산성 부근은 고현면 관할이라 설천면 측에서 정비를 할 수 없었던 듯하다. 한적한 임도를 따라 25분쯤 내려가면 남치저수지가 나오고 15분가량 더 가면 날머리인 고현초등학교 앞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남해대교와 똑같은 모양의 '쌍둥이 다리' 건립 기대
한국 교량 건설사의 한 획을 그었던 남해대교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산행지가 그동안 한 차례도 소개된 바 없었지만 이번주 '근교산&그 너머' 지면을 통해 비로소 그 아쉬움을 덜 수 있게 됐다. 등산로 정비에 힘써 준 설천면사무소 직원과 주민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산행 후에 맛집을 찾는 산꾼이라면 들머리인 노량공원 아래 노량리 횟집타운의 유진횟집(055-862-4040)을 비롯한 식당들을 방문해 볼 만하다. 돔과 전어 등 제철 생선회가 싱싱하고 특미인 우럭찜도 맛나다. 식사 중에 남해대교와 웅장한 거북선 모형을 바라보는 운치도 포기하기 힘든 경험일 것이다. ◆ 교통편 - 서부터미널에서 남해행 버스 이용 노량입구 하차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해행 버스는 오전 6시20분, 7시20분, 8시20분, 9시15분 등 40분~1시간 간격으로 오후 7시20분(막차)까지 하루 17회 운행한다. 남해대교를 건넌 후 노량입구에서 내려달라고 기사에게 부탁하면 된다. 들머리인 노량공원(통일동산)까지는 50m 떨어져 있다. 요금은 9100원. 1시간 40분 소요. 산행 후에는 날머리 고현초등학교 앞에서 10분만 걸으면 고현면 소재지인 대사리 버스정류장까지 갈 수 있는데 이곳에서 오후 5시15분, 5시40분, 6시30분, 7시30분(막차)에 부산행 버스를 탈 수 있다.(남해터미널 055-864-7101)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진교IC에서 내린 후 삼거리에서 남해 방면으로 좌회전, 남해방향으로 1002번 지방도로를 탄다. 하동군 금남면 상촌을 거쳐 남해대교를 건너면 300m 전방에서 설천 노량 방면으로 1024번 도로를 타고 좌회전, 50m만 가면 노량공원에 닿는다. 산행 후 차량 회수는 고현면 대사리에서 버스를 이용, 노량 입구까지 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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