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무료 제공 ㆍ010 골드번호 선점 등 현혹
정통부 ㆍ이통사선 "주의 당부"만 ...무대책 일관
"번호이동 시 단말기를 무료로 드립니다" "유치 고객의 평생통화료
20%를 수수료로 드립니다" "수만원대 예약비를 내면 010 골드번호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내년 이동전화번호이동성(MNP) 및 010 통합번호
제 도입을 앞두고 다단계 판매업체들의 사기 행위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어 소비자 혼란만 가중되고 있
다.
◆소비자는 어지럽다=최근 한 이동전화 고객은 010 번호 가운데 인기가
높은 이른바 골드번호를 선점해 준다는 가판상의 말에 솔깃해 3만원의
예약금을 치렀다.
하지만 현재 이벤트 형태로 본사 차원의 010 골드번호 예약행사(오는
27일까지)를 벌이고 있는 SK텔레콤이나 대리점 차원에서 010 골드번호
예약을 받는 KTF의 경우 모두 예약금을 금지하고 있다.
더욱이 010 번호 체계가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고 번호정책이 이통사의
중요 전략인 점을 감안할 때 골드번호를 무더기로 특정 대리점이 확보해
사전 마케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이통사들의 하나 같은
설명이다.
"번호이동 시 단말기를 무료로 준다는데 사실이냐"는 질문도 최근 이
통사에 쏟아지는 문의전화 내용. 장월규 KTF 유통기획팀 차장은 "대리
점 창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사기 행위를 벌이던 다단계판매업체가 최근
에는 단말기를 무료로 준다며 고객에 접근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고 전했다.
LG텔레콤의 경우`유치 고객의 평생통화료 20%를 수수료로 주도록 L
G텔레콤과 계약이 돼 있다`는 식의 다단계판매업체 광고를 접한 예비
대리점 창업주들의 혼란을 더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다단계판매 수법=문제의 업체는 지난 9월께 KTF,
LG텔레콤 본사와 계약이 돼 있는 것처럼 가장해`100만원을 내면 이동
전화 무점포 프랜차이즈점을 내게 해주겠다`‘유치 고객의 평생통화료
20%를 수수료로 준다`며 프랜차이즈점을 모집했다가 정보통신부 통신
위원회의 민원예보 대상이 되고 검찰에 고발 조치까지 당했던 업체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최근 들어 이통사 본사와는 무관하지만 일부 대리
점과는 계약 관계가 있음을 암시하는 방법으로 수법을 바꿔 버젓이 소비
자와 예비 대리점주를 대상으로 영업을 벌이고 있다.
LG텔레콤 대리점 창업을 희망하는 경우 기존 수수료 조건을 그대로 제
시하고 KTF 희망 때는 "번호이동 유치 고객이 1년간 사용한 요금의 7%
와 8만원을 성과급으로 주겠다"며 좀더 현실성 있는 듯한 대안을 제시
하는 양공작전도 편다.
문제의 업체가 확보한 무점포 프랜차이즈점이 전국적으로 2000~3000개
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피해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실상 대책 없어=문제는 이 같은 불법 영업행위에 대해 정통부나 이
통사들이 실질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조병일 LG텔레콤 법인판매추진팀장은 "내년 MNP 시행과 함께 대리점
창업주 및 소비자들의 피해가 가시화될 경우를 대비해 대리점 관리에 만
전을 기하고 있지만 복잡한 유통체계상 일부 대리점이 관계됐을 가능성
을 완전 배제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KTF의 장 차장은 "최근 관련 내부회의를 갖고 고객홈페이지에 다단계
판매업체의 사기 행위를 조심할 것을 당부하는 공지문을 올렸으나 그 이
상의 대책이 현실적으로 없는 상황"이라며 "통신위에도 문제의 심각성
을 전달하며 이통3사 모두 홈페이지 고지를 하고 관련회의 등을 가질 필
요성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상권 통신위 조사1과장은 "문제가 되고 있는 다단계판매업체
가 대리점과도 무관한 경우 사법부 관할이고, 만약 일부 대리점과 연계
가 돼 있으면 이통사의 대리점 관리상의 문제여서 정통부가 할 수 있는
별다른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