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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나귀 그림자 재판
극단시민극장 공연작품
당나귀 그림자 재판
원작:F.듀렌마트
번역:고금석
연출:최유진
제작:장선웅
등장인물
의사(칫과의사)
마부
의사부인
마부부인
이리스(티피스의 애인)
재판장
변호사1(의사측 변호사)
변호사2(마부측 변호사)
티피스(선장)
사제1
사제2
당나귀
원로원 원장
지배인
남자1,2
여자1,2
시민들
판사1,2,3,4,5
소리
텔레지아
제1장 사막에서의 시비의 발단
제2장 재판정과 변호사들의 개입
제3장 변호사들과 당사자들
제4장 마부와 마부부인
제5장 티피스와 이리스
제6장 사제1과 텔레지아
제7장 10인회의
제8장 마부 부인의 이별, 사건의 확대
제9장 밀사의 파견
제10장 불
제11장 허탈, 당나귀
[장] 제1장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자 마부는 동서남북을 향해 정중하게 절한다. 의사는
당나귀에서 내린다)
[마부] 저런 망할놈의 이교도!
[의사] 아이고 더워라, 웬 더위가 이리 심한고!
[마부] 이 평지는 무덥기로 아주 유명합죠. 흔히들 일사병 평지라고
부른답니다.
[의사] 자네 아까 개구리에게 절을 하는걸 보니 농부를 개구리로 변하게 했다는
라토나 여신을 숭배하는 모양이군
[마부] 그럼 의원님은 우리 개구리들이 신성하지 않단 말입니까? 우리 라토나
사원은 개구리를---
(의사는 벌써부터 당나귀 그림자에 앉아 땀을 씻고 있다)
아니! 선생님 어쩌시려는 겁니까? 이게 무슨 짓 입니까?
[의사] 여보게, 뭐가 잘못됐나?
[마부] 글쎄 나리 이건 약속이 틀리지 않습니까? 난 당신에게 당나귀를 빌려준
것이고 그림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죠.
[의사] 아니 자네 미쳤나? 그림자란 당나귀를 따라가게 마련
[페이지] 002
이지, 내가 당나귀를 빌렸다면 양쪽을 다 빌린 걸세
[마부] 하늘을 두고 맹세하죠!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당나귀와 그림자는
별개의 것이죠. 당신은 열냥을 주고 당나귀를 빌렸는데 그림자까지 빌리고 싶다면
그 이야기를 했어야죠. 긴 얘기 할 필요없이, 나리, 일어나서 길을 떠니시죠.
아니면 얼마 안되는 그림자 값을 지불 하시던가
[의사] 뭐라고? 당나귀 값을 지불했는데, 이제와서 또 그림자 값을 내라고?
내가 만약 돈을 내는 일이 있으면 나를 당나귀 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부르게나!
오늘 하룻동안은 그 당나귀는 내 소유니까 이따금 마음 내키면 그림자에 앉을
수도 있고, 얼마든지 그속에서 쉬어갈 수 있지 않나, 그 얘기는 이제 그만
두게나!
[마부]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의사] 진심일세
[마부] 그렇다면 나리, 당장 압데라로 돌아가서 재판관을 찾아 갑시다. 거기
가서 우리 둘중 누가 정당한 지를 밝혀내기로 합시다. 신성한 개구리는 틀림없이
나와 나의 당나귀에게 자비를 베풀테니, 누가 감히 내 당나귀 그림자를 억지로
뺏을 수 있는지 두고 봐야지!
[의사] 이거 어떻게 한다! 더구나 나는 메가라 출신으로
[페이지] 003
압데라에 이주한 처지이니! 사실 트라키아 지방이니까 이런 봉변을 당하지!
당장이라도 저 마부녀석을 두들겨 패주고 싶은데, 하지만 자세히 보니 저놈은
키가 구척인데 다가 몸은 당나귀의 두배나 되니 어림도 없군. 사랑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압데라로 돌아가서 재판관을 찾아가는 수 밖에 없군
(막간)
[의사] 저는 이 극에서 치과의사역을 맡은 스트루티온 입니다. 이제 여러분이
보신 이 빌어먹을 사건은 저 때문에 생겨났읍니다. 이 사건은 나를 송두리째
망쳐놓게 됩니다. 속속들이 말입니다. 가정이나 사업, 재산, 명예까지도. 하지만
제 잘못은 아닙니다. 절대로 아니고 말고요! 제가 잘못이 있다면 개구리가
우글대는 이 저주스런 압데라로 이주해 왔다는 사실 뿐입니다. (제고향은
메가라이거든요)개구리만 보면 나는 현기증이 나니, 그 얘기는 그만둡시다. 이곳
압데라에는 사원이 두 곳 있는데 농부를 개구리로 변하게 했다는 라토나 사원과
반신인가 하는 야손을 상대로 하는 야손 사원입니다. 야손이 사나운 황소를
두마리 죽였다고 하지만 그것 역시 뻔한 얘깃거리죠. 본혼으로 들어갑시다. 저는
이곳에서 사흘이나 걸리는 게라니아 지방으로 급히 가게 되었읍니다. 그 지방에
[페이지] 004
사는 노예 수입회사 감독이 왼쪽 사랑니를 앓기 때문 입니다. 다른 때 같으면 내
당나귀를 타고 갈텐데, 어제 저녁에 새끼를 낳아서 할수없이 그 꺼부정한 마부의
당나귀를 빌리게 된 것입니다.
[마부] 지저분한 개구리니, 이곳을 더러운 지방이라고 욕설을 늘어놓는 것을
제하고는 거짓말을 했다고는 볼수 없읍니다. 당나귀를 빌리러 오늘 아침 내게
왔을 때 그 사람에게 호감이 가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게다가 포도주
냄새를 풍기고 있었는데, 이건 한잔 정도가 아니라 입김에서 분명히 알수 있지만
한병을 다 마신것 같았죠. 나처럼 일년 내내 마늘 쪽 밖에 먹지 못하는 노동자
계급에는 무조건 적개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죠. 게다가 그 의사놈이 사원에
가는것은 한번도 본적이 없읍죠. 지독한 무신론자 인데다가, 이방인 주제에
자기집에 목욕탕 까지 갖고 있는게 아닙니까! 그러니 나의 당나귀 그림자에
앉으려면 돈을 내야지 않겠습니까
[장] 제2장
[의사] 사깃군! 난 네놈 때문에 나는 왕진도 못가고 말었다
[마부] 도적놈! 가난뱅이 속옷까지 베껴 먹으려 들다니!
[페이지] 005
[의사] 이 빌어먹을 거지놈아! 당나귀는 네것이라 해도 그 그림자 까지도 네
소유란 말이냐? 모든 사물은 네놈의 더러운 몸뚱이 까지도 그림자가 있는
법이지만 그 그림자는 네 소유가 아니란 말이다.
[마부] 집구석에 있는 쥐새끼 까지도 자기소유라고 하는 판인데 내 몸뚱이에서
생기는 그림자가 내것이 아니란 말이야? 비계덩이 도적놈아!
[의사] 에이 사기꾼! 그림자까지 팔아먹을 만큼 뱃심이 좋다니! 네놈의 가죽을
벗겨 천막을 만들겠다
[재판관] 조용히 하시오! 원고는 누구인고?
[의사] 저는 마부를 고발합니다. 저놈이 계약을 위반했읍니다
[마부] 저는 칫과의사를 고발합니다. 저놈은 빌리지도 않은 그림자에
앉았읍니다.
[재판관] 그러면 둘다 고발자로군. 피고는 없는 셈이다. 괴상한 소송이로군. 자
그러면 다시한번 사건을 상세히 한사람씩 차례차례로 설명해 보시오. 같이 떠들어
대면 무슨 소린지 똑똑히 알아 들을수 없지 않소.
[의사] 존경하는 재판장 각하! 저는 하룻동안 사용한다는 조건 아래 이
마부에게서 당나귀를 빌렸읍니다. 당나귀 그림자에 대해서는 계약하지 않은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거래를 할때, 그림자 때문에 부차규정이 삽입 되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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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있읍니까? 이건 맹세 할 수 있지만 압데라에는 이 당나귀 말고도
빌릴수 있는 당나귀가 얼마든지 있읍니다.
[재판관] 칫과의사의 말이 맞소
[의사] 당나귀의 그림자는 같이 따라 다니는 것이 아닙니까 재판장 각하,
그런데 어째서 당나귀를 빌렸는데도, 그 그림자에 대한 권리가 없단 알입니까
[재판관] 사실 그렇소, 여보게 마부, 자넨 무슨 할말이라도 있나?
[마부] 각하, 저는 비천한 사람에 지나지 않으나 내 당나귀를 쓸데없이 다른
사람이 그 그림자에 앉도록, 햇볕 아래 세워둔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라는 사실은
저는 이 의사에게 당나귀를 빌려주었고 의사는 저에게 반액을 선불 해 주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나귀의 그림자는 별개의 문제죠
[재판관] 역시 옳은 얘기요
[마부] 그가 그림자를 원하면 당나귀 값의 반액만 더 지불하면 됩니다. 제가
요구하는 액수는 아주 헐값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제발 저의 권리를 되찾게 해
주십시요
[재판관]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선량한 마음으로 서로 화해를
하는 길이오. 이봐요. 점잖은 안트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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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 그건 겨우 그림자에 지나지 않으니까 어쨌든 당나귀 그림자를 빌려주도록
하시오 그리고 스투루티온씨 당신은 그대신 마부에게 석냥을 주시오 그러면
두사람 다 만족할 수 있을테니까. 화해를 하는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오
[의사] 이 더러운 마부놈에게 한푼도 줄수 없오! 나의 권리를 찾아 주십시오!
[마부] 나도 마찬가지요!
[재판관] 이거 일이 곤란해져 가는데, 나는 화해시키는 것을 모토로 하는데---
에--- 당나귀는 어데있오?
[마부] 문밖 골목길에 있읍니다, 각하
[재판관] 당나귀를 데려오시오
(처량하게 당나귀 들어간다. 재판관 측은한 마음이 든다)
[마부] 자, 보십시요. 재판관나리님! 이렇게 훌륭하고 늠름한 당나귀의
그림자가 다섯냥의 가치도 없단 말입니까? 게다가 오늘처럼 이렇게 뜨거운 날에
말이죠.
[재판관] 그럼 자네는 그림자 값으로 다섯냥을 받겠다는 말인가?
[마부] 하늘을 두고 맹세하죠! 그 이상을 절대 양보하지 않겠어요! 저는 허풍은
필줄 모르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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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좋소, 마부양반. 그렇다면 공판 일자를 정해야겠군 이봐 당나귀를
마당으로 데려가게, 판결이 날때까지는 여기 법원에 유치해 둬야 할테니까
[마부] 각하, 그럴수는 없읍니다!
[재판관] 그건 어쩔수 없네, 법이란 엄격한 것이니까, 당나귀는 이 소송의
대상이니 여기 두어야만 하네.
[마부] 당나귀는 제 밥줄이예요!
[재판관] 이봐요, 마부양반, 화해가 가장 좋은 방법인데, 사람들은 화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일이 생기는 것이요 만일 전쟁이 일어나면 당신은 벌지도
못하고 당나귀를 부대에 공출해야만 할거요. 마찬가지로 당신이 소송을 원한다면
그것을 법원에 맡겨두어야만하오. 이제는 납득이 가오? 자, 의사양반, 당신은
마부에게 넉냥을 주어서 당신의 선의를 증명해 보이도록 하고, 마부 자네는
그것을 받도록 하게. 그리고는 어서 서둘러서 왕진을 가게. 그렇지 않으면 그
불쌍한 친구는 이가 아파서 아마 죽을지도 모를걸세.
[의사] 아니, 재판장님!
[마부] 환장하겠네
[재판장] 변호사들이 개입하는 유감스러운 사태만 없다면 이 정도에서 사건은
끝나는 것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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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변호사, 벌써 무대 양쪽에서 듣고있다)
[변호사1] 유감스런 사태라니?
[변호사2] 압데라 법조계의 한사람으로서 마부의 변호를 맡기로 한다.
[변호사1] 나는 칫과의사의 변호를 맡기로 하겠읍니다. 저 친구가 마부의
변호를 맡는다니 이해할 수가 없읍니다.
[변호사2] 나도 저 친구를 이해 할수 없읍니다. 아마 칫과의사의 돈이 탐이난
모양이죠
[변호사1] 칫과의사의 변호를 맡기로 한것은 저의 신성한 의무입니다. 어처구니
없는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이 소송은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읍니까? 돈이 중요하다는 말입니까? 엉큼한 목적을 위해서 언제나 되풀이 되는
그런 오만 불손함에 대해서 이번 소송은 투장하는 것입니다. 정의 자체가
중요하단 말입니다.
[변호사2] 이번 소송은 정의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저친구의 말은
옳습니다. 그럼 정의란 무엇입니까? 그럼 저는 아담하고 살찐 당나귀가 탐이나서
이번 소송에서 마부의 변호를 맡았단 말입니까? 그럼 무슨 이유
때문이었겠읍니까? 바로 시민들 속에서 빈곤과 더럽고 비참한 생활에 시달리는
그들중의 가장 하찮은 사람의 입으로부터 하나의 새로운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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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겨났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 인 것입니다. 모든 무산 계급자들은 어째서
그들의 그림자에 대한 권리를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인가라는 새로운 법칙이란
말입니다. 이러한 부르짖음을 우리는 아무런 편견도 없이, 바로 법 그 자체의
부르짖음으로서 사실 그대로 들을수는 없읍니까?
[재판관] 모두 퇴정 하시요!
[마부] 당나귀는요?
[재판관] 당나귀는 법원이 맡겠소
[장] 제3장
[변호사2] 용기를 내요! 당신의 당나귀가 비록 억류는 되어 있지만 당신은 이번
소송에서 어쨌든 120냥을 벌수가 있소
[마부] 120냥 이라구요? 틀림없이 120냥이죠, 변호사님? 정신이 아찔한데요!
[변호사2] 틀림없이 120냥이죠
[마부] 120냥이라. 그돈이면 훌륭한 마제도니아산 당나귀를 세마리나 살수
있어요. 그러면 나는 압데라에서 제일 빠른 마부가 될거예요
[변호사2] 소송에서 이긴다는것은 쉬운일이 아니예요. 당신은 이점을 분명히
알아두길 바래요. 그것은 나한테만
[페이지] 011
관계 되는 일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당신의 생활이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오. 사람들은 지금 당신을 주시하고 있오. 가령 당신은 때때로 술에 취해
있다는 소문이 들린단 말이오
[마부] 그렇지만, 선생님!
[변호사2] 어제 나는 당신이 테오니다스 술집을 나와서 야손거리를 비틀거리며
가는것을 보았소
[마부] 소주 한잔 마셨어요, 가끔 한잔 정도죠
[변호사2] 그것도 끊고 철저히 금주 생활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당신
마누라를 패는 일이 있어서도 안되요. 그래야 부녀자 협회를 우리 편으로 끌어
넣을수 있을테니까요
[마부] 하지만 선생님---
[변호사2] 아무말로 말고 시키는대로 하세요. 이제 대중에 대한 믿음을
일깨울수 있게 될거요. 현재 대중은 바로 당신이요 당나귀 그림자만 갖고는,
아무도 거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테니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마부] 변호사님 대중이라면 많은사람을 가리키는데, 나는 혼자가 아닙니까?
[변호사2] 당신이 바로 문제가 되고 있는 당사자란 말이오 장군이란 군대
자체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그가 없으며 틀림없이 전쟁에는 패할거요.
지금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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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러한 장군이요, 안트락스, 덕망있고 금욕적인 명예로운 장군이오.
법정규정에 따라 나는 가난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40냥의 보수를 받기로 되어
있으니, 앞으로 3일 이내에 지불하시오
[마부] 40냥 이라구요? 아이쿠! 그러면 당나귀를 두마리밖에 못사겠는데
[변호사2] 결과적으로는 전부 합해서 당신은 120냥을 버는 셈이예요. 안됐지만
나는 예외적인 보수를 받을수는 없어요. 규정은 꼭 지켜야 하니까요
[변호사1] 칫과의사님 당신은 고작해야 40냥 밖에는 소송에서 얻지를 못합니다.
[의사] 제게는 권리가 문제 입니다, 변호사님, 변호료는 얼마나 됩니까?
[변호사1] 제1급 납세자에 대한 법정규정에 따라서 400냥이죠 앞으로 3일
이내에 200냥을 선불해 주셔야만 합니다
[의사] 흠, 제기랄, 게라니아 여행이 꽤 비싸게 드는군. 변호료를 선불해
드리겠읍니다. 원칙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그리 비싼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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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4장
[마부] 정신차려, 안트라스, 저기 네 불쌍한 마누라가 기다리고 있다. 두들겨
패지말고 상냥한 표정을 지으라고. 이제부터는 세상이 깜짝 놀랄 모범적인
부부라는 것을 보여 주어야지. 80냥을 생각하라구. 마케도니아산 당나귀가
두마리야, 마누라에게 백번이라도 절을 하라구
[의사] 에이--- 재수없어, 그놈의 마부! 당나귀! 당나귀 그림자! 그림자
당나귀!
[마부부인] 죽이 다 됐어요 마늘도 넣었구요. 당나귀는 어쨌어요?
[마부] 집어 넣었소, 여보, 집어넣고 왔지. 이제 곧 당신은 "당나귀가 어디
있어요?"라고 묻지 않고 "당나귀 세마리가 어디 있어요?" 라고 물어보게 될걸
원래 있던것 하고 두마리의 마케드니아 산 당나귀말이지, 수지 맞는일이 생겼어,
여보, 80냥이 생길거요
[마부부인] 80냥 이라니요?
[마부] 놀랬지, 마누라
[마부부인] 당신 정말 취했군요
[의사] 아니 난 안 취했어
[페이지] 014
[마부] 당신에게 손찌검을 하지 않기로 했오. 여보, 나는 지금 민중을 대표하기
때문에 너그러워졌단 말이야 자, 뺨에 키스나 한번 할까! 요 깍쟁이 마누라야!
여보, 침대와 가구들을 밖으로 내놓으라구, 벚나무로 만든 것이니까, 전당포에
갖다 맡겨야겠오
[마부부인] 아니, 여보?
[마부] 여보라니? 40냥은 변호사에게 사례금으로 주어야 한다구. 요
잔소리군아, 내가 80냥을 벌고 변호사는 40냥이니까 모두 합해서 120냥이 된다구,
어떻게 그런 돈이 생겼냐구?-당신이 알턱이 없지. 내 착한 당나귀 그림자 때문에,
그 아무것도 아닌 그림자 덕분이란 말이야
[마부부인] 아아구머니, 내 남편이 미쳐버렸군!
[의사] 그 빌어먹을 놈의 마부 때문에 돈도 못벌고 망신만 당하게 됐으니
변호사에게 400냥 아니라 400냥의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이번 재판에서 이겨야
되겠어
[마부] 정신이 돈건 칫과의사 쪽이야 여보, 그자는 내 튼튼한 당나귀가 만든
훌륭한 그림자 속에 공짜로 앉으려고 했거든. 그렇게 뙤약볕이 내리 쬐는 날에
말이요. "그게 압데라에서 할수있는 바람직한 돈벌이요?" 이렇게 나를 탓할
사람은 없을거요. 민심을 대표하는 나를! 이제는 신들도 손을 쓸수가 없는 소송이
있을
[페이지] 015
뿐이오, 침대를 밖으로 내놓으라구. 한 여름이니 마루바닥에서 잘수 있소!
[마부부인] 가구와 침대까지 팔아버린다구요?
[마부] 소송만 끝나면 바로크식 침대와 로코코식 가구를 사줄테니 주둥이좀
닥쳐!
[크로빌레] 유일한 밥줄인 당나귀까지 재판소에 두고온 주제에 이젠 가구와
침대를 팔아버리자고 하는군요. 사는게 항상 이모양이죠 저는 구두수선공 요리사
딸로서 노예 히도르와 양치기였던 페르세포네의 아들이 마부 안트락스의 불쌍한
아내 크로빌레 입니다 마부인 주제에 치과의사와 소송을 걸다니 이일을 어쩌면
좋겠읍니까? 난 세상을 잘알죠. 요즘 세상에 변호사만 가지고 어떻게 소송에
이기겠어요. 더구나 마부인 주제에!
[마부] 난 민중을 대표하고 있어! 내 뒤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단 말이야.
[크로빌레] 여보, 개구리 사원에 부탁해봐요. 라토나사원의 주임사제가 우리를
도와준다면 소송에 이길수 있어요
[마부] 무식한 소리 말라구 그게 어디 될법이나 한 소린가? 대 사제가 일개
마부의 걱정거리에 아랑곳이나 할라구?
[페이지] 016
[크로빌레] 간단해요. 내 친구중에 화장품을 파는 여편네가 있는데 대장장이인
마스탁스라는 자가 눈독을 들이고 있죠. 그런데 마스탁스 한테는 선장을 하는
티피스라는 동생이 있는데 그 선장이 이리스라는 하녀하고 약혼한 사이이거든요.
왜 당신도 아시잖아요. 그 금발머리---
[마부] 이 여편네가 성경을 새로 쓰고 있나. 재판얘기를 하다가 이리스라는
계집애 이름은 왜 들먹거리는 거야?
[크로빌레] 어휴 한심한 양반, 그 이리스가 무용수 텔레지아의 하녀란 말이예요
[마부] 미치겠군, 도대체 무용수 하고 내 소송하고 무슨 상관이야?
[크로빌레] 그 무용수가 말이예요. 가끔 밤늦게 스트로빌루스 사제를 찾아간단
말이예요. 춤을 춰주러요. 그건 세상 어린이들도 다 아는 얘긴데
[마부] 이 답답한 마누라좀보게. 그분은 신성한 분이야, 그런 분이 어떻게
그런짓을 할수가 있겠오
[크로빌레] 물론이죠. 하지만 신성한분도 사람이에요. 거기가서 텔레지아는
사원 앞에 서있는 아프로디테와 아르테미스의 조각처럼 춤을 춘대요
[마부] 아하! 그래서 크로빌레가 내 친구한테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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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빌레] 내친구는 대장장이 마스탁스 한테, 마스탁스는 선장인 동생 티피스
한테, 티피스는 이리스한테, 이리스는 텔레지아한테 텔레지아는 춤을 추면서
스트로빌루스 사제한테--- 여보, 당나귀는 법원에 있는게 아니라 바로 당신 머리
속에 있다는걸 알아야 해요.
[마부] 80냥이라! 여보 제발 그돈이 생겼으면---
[장] 제5장
(티피스가 노래한다)
[티피스] 압데라는 이 선장한테는 대수로운게 아니죠 당나귀 사건은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는 사건 입니다 이리스한테 부탁을 해서 무용수 텔레지아한테
사건을 설명해 달라구요? 구역질 나는 사건입니다. 한손으로 코를 막고있는 편이
낫겠어요. 마부가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그리고 이리스는 역시 아무
상관도 없읍니다. 금발머리에 뚱보 나한텐 안어울려요.
(노래한다)
[노래시작]
안녕 압데라여 검푸른 바다로 나가자
파도에 몸을 씻으며 별이 빛나는 나라로 헤엄쳐 나가자
[페이지] 018
미지의 세계가 굶주린 상어떼처럼 나를 삼켜버리려
하는구나. 아호이! 돛을 높이 매달고 다른 항구로
다른 마누라를 찾아 떠나자
[노래끝]
[이리스] 티피스님! 선장 티피스님!
[티피스] 갑판위로 기어 오르는게 누구야? 여자로군. 금발머리에다 뚱보!
어디서 본듯 한데 델리리움 같지는 않고--- 아이고 이리스로군, 좀더 빨리
도망갈걸 그랬어. 자 용기를 내요 티피스 선장! 용기를 내라고!
[이리스] 티피스님---! 압데라엘 오셨으면서 저한테는 들리지도 않고 그냥---
[티피스] 여! 이리스 이거 이리스 아냐?
[이리스] 밤새껏 기다렸다구요. 우린 서로 약혼한 사이 아니예요?
[티피스] 그랬던가? 뱃사람 하고 약혼을 했다면 그건 결혼을 두번 해야 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지
[이리스] 오, 티피스님! 난 언제나 당신만을 생각했는데, 언제나요! 나의
티피스님, 저길봐요 갑판위로 달이 떠있네요 은빛 찬란하게!
[티피스] 페르시아의 백동전 같군, 사모스에선 저걸루 자두주를 한병밖에
못사지.
[이리스] 아유 별이 많기도 하여라. 꼭 하늘에 우유를 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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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은것 같군요. 오 티피스님! 수만개나 되는 별들이 검은 바다위에서 춤을 추고
있어요
[티피스] 이러고 있을때가 아냐, 난 아드리아로 떠나야 돼
[이리스] 떠나요?
[티피스] 유감스럽지만 급한일이야 곧 올께
[아리스] 절데리고 떠나시면 안되나요? 지금 둥근달이 바다위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데---
[티피스] 신부들은 모두 근적거리는 데가 있어서 질색이란 말이야. 그때
다행스럽개도 그 저주스런 당나귀 그림자사건이 머리에 떠올랐읍니다. 이리스!
사정이 그렇게 됐으니까 당신이 좀 도와줘야 되겠오 그러면 난 태풍처럼 돌아와서
당신하고 결혼을 하게 될거요
[이리스] 티피스님은 어쩌면 마음씨가 저렇게도 고우실까? 불쌍한 마부 곧
주인마님을 찾아가야지 난 벌써 부두로 내려왔읍니다. 나의 기사님은 사령탑위에
의젓하게 서서 나에게 고통에 찬 윙크를 보내는군요.
[티피스] (노래한다)
[이리스] 티피스님, 나의 티피스님 당신은 둥근 은빛 달속으로 떠나는군요.
배는 검은 그림자를 남기고--- 그러나 내일 다시 오시기로 한 약속을 이번에는
잊지
[페이지] 020
마세요. 여섯시라고 했지?
[티피스] (멀리서 노래한다)
[장] 제6장
[사제] 마부 안트락스와 칫과의사와 소송에 걸렸다며?
[텔레지아] 예, 사제님, 당나귀를 몰고 게라니아로 가던 중 몹쓸놈의
칫과의사와 소송이 생겼대요. 사제님, 이제 그사람은 아주 착한 사람이 됐어요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그 사람은 이틀에 한 차례씩 또 달력에 표시된 것처럼
석달마다 두차례씩은 호되게 부인을 때렸읍니다. 그 달력은 농부들이 가축이나 잘
키우라는 소리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사람이 갑자기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어요. 월요일 부터는 한번도 부인을 때리지 않았고 술도 한잔도 안하는
성인군자가 되었대요. 제발 착한사람이 된 그 마부를 도와 주십시요!
[사제] 그것참 잘된일이군
[텔레지아] 마부가 일사병 정원에서 더위에 고생하는 개구리님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고 있을때 그 이교도 놈이 마부 당나귀 그림자 속에서 땀을 닦고 있지
않겠읍니까?
[사제] 그런 고얀놈
[페이지] 021
[텔레지아] 요전번, 나는 사랑니가 아파서 칫과의사를 찾아 갔더니, 다섯냥이나
요구하더군요.
[사제] --- 이젠 조각을 만들어봐요. 왼손을 오른쪽 젖가슴에 올려놓고 왼발을
뒤로 꼬고--- 아주 멋지군 그래 오른쪽 무릎이 너무 뻣뻣하군. 한번
엄지발가락으로 서봐요.
[텔레지아] 사제님, 이번 소송에서 마부가 이기면 남편들은 모두 마부를 본받아
패는 일이 없어질거예요.
[사제] 내 교구에 속하는 마부가 곤경에 빠져 있는 것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메가라에서 온 이 칫과의사란 자는 벌써 오래전부터 내눈에 가시같은
존재였어. 아주 옛날부터 압데라에서는 이가 아프면 누구든지 라토나 사원을
찾아왔지. 닭 두마리를 여신에게 바치면 아픈것이 낫게 되었는데 요즈음에는 뭐
과학인간 하는 속임수를 쓰는 이 칫과의사가 난데없이 나타났거든. 물론 언제나
여신이 도와주는것은 아니니까 그러때는 합리적인 치료방법을 생각해야지 사실
닭을 두마리 대신 세마리를 바치기만 하면 틀림없이 여신은 도와주거든. 이제
드디러 하나의 본보기를 보여줄 기회가 왔어. 칫과의사란 자에게 나의 위력이
어떤가 한번 맛보여
[페이지] 022
줄테다. 내일이면 원로원에서 종교예식에 관한 문제로 회의가 열릴텐데, 거기서
나는 라토나사원의 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몇몇 재판관들과 이야기를 나눠야겠어
칫과의사는 소송에 진거나 다를 바 없지
[장] 제7장
[재판장] 이리하여 사건은 유감스럽게도 사제까지 개입하게 된 종교적인
문제까지 확대되고 말았읍니다. 지금 칫과의사 스튜르티온과 마부 안트락스의
소송사건을 심의하기 위한 10인 위원회가 벌어지고 있지만 이런 재판은 압데라
역사이래 유일무이한 재판이 되어가고 있읍니다. 열명의 판사들은 사실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채 무조건 휘파람을 불어대거나 갈채를 보내거나 욕설을 퍼부어대고
있읍니다. 지금까지 재판관으로 늙어온 나 필리피데스는 일찌기 이런 혼란을
경험해본적이 없읍니다.
(밀티아스 떠들고 있다)
[판사1] 집어치우시오
[2] 계속하시오
[3] 더이상 들을수가 없군
[4] 잘한다, 밀티아스
[페이지] 023
[재판장] 조용히 하시오
[남자1(밀티아스)] 존경하는 압데라 10인회의회원 여러분! 일개 당나귀
그림자로 인한 사건으로 이와같은 긴급회의를 열게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 합니다.
현명하신 10인회의 회원여러분! 당나귀 그림자가 일개인의 소유가 될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광장앞에 서있는 아데네 여신상의 그림자에 모여앉아 뙤약볕을
피하는(사람들이 나무 그늘에 혹은 스탠드 밑 그늘에 앉는)것도 불법이란
말입니까? 다시 한번 거듭 말하거니와 또는 우리 모두가 호흡하는 공기나 그림자
같은 것들은 상속을 하거나 팔거나 선물로 주거나 빌려줄 수도 없으며, 어떤 다른
빙식으로라도 시민들간의 계약의 대상이 될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러가지 상솔한 이유로서 마부 안트락스의 칫과의사에 대한 고소의 기각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아우성)
[(마)판사1] 세상에 이럴수가!
[(마)판사2] 압데라는 정의라는 것도 없단 말인가!
[(의)판사3] 밀티아스 잘한다!
[(의)판사4] 마부를 쫓아내라!
[(마)판사5] 저런 고약한 것이 있나!
[재판관] (종을 흔든다) 조용히 하십시요! 10인 위원회는
[페이지] 024
조용히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곧 표결에 붙이겠읍니다. 밀티아스의 제안에
찬성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요. 다섯분이 찬성이군요.
[판사2] 다섯은 반대요!
(아우성)
[변호사2] 발언을 요구합니다!
(아우성)
[재판관] (종을 흔들며) 변호사 폴리포우스 씨의 발언이 있겠읍니다.
[변호사2] 대단히 존경하는 압데라시의 판사님들! 여러분 가운데 다섯분이 사실
법정에서 일어난 기괴한 제안에 동의를 하셨읍니다. 하지만 그렇게 결백하고
선량한 마음, 옳고 그른것은 분명히 구별할 줄 아는 그렇게 가장 소박한 생각을
누가 감히 조롱할수 있겠읍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은 앞으로도 영원히 인간성을
파괴하실 생각으로 그런 판결을 제의하셨단 말씀입니까? 이렇게 말씀드리는
까닭은 만약 이 도시에서 결코 당나귀와 그림자를 빌려줄 수 없게 된다면,
근본적으로 위협을 받게되는 모든 사유 재산은 송두리째 잃게 될것이 뻔한
사실이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다시 원시인들과 같은 생활을 해야 할 것입니다.
[재판관] (종을 흔들며)소송과 관련된 사실만을 얘기 하시오!
[페이지] 025
[변호사2] 나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이땅의 아들이 밀티아스여! 내게
대답해 주시오. 그저께저녁 열한시와 새벽 한시 사이에 치과의사 부인 돌로우
슈트류티온이 무엇 때문에 당신을 찾아 왔읍니까? (동요) 자, 이걸 보십시오
밀티아스는 얼굴을 붉히고, 칫과의사는 얼굴을 가리고 있읍니다. 아, 이 시대의
윤리란 어디에 있읍니까? 압데라의 정신적 지주이며, 모든 전통을 한몸에 지닌
가장 지존하신 분까지 악덕과 간통의 노예가 되는 마당에, 귀족인 밀티아스라고
어떻게 선량해 질수가 있겠읍니까? 저는 아가티르수스 대사제에 관해서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판사1] 무슨 얘긴지 들어봅시다!
[판사3] 그만 두시오!
[판사2] 계속 하시오!
[판사4] 모욕적인 언사요!
(재판장이 종을 흔들자, 다시 조용해진다)
[변호사2] 저는 밀티아스의 불법적인 제안에 찬성을 표시한 다섯분의 판사들이
이 야손 사원의 신봉자라는 사실을 말씀 드릴수 있읍니다. 그들은 지난 월요일
종교예식에 관한 문제로 열린 원로원 위원회 석상에서 대사제를 만났읍니다.
[페이지] 026
이들 다섯분의 판사가 대사제와 함께 특별 회의실로 들어 갔다는 사실을 확인
시킬수 있고, 신성한 개구리를 두고 맹세하건데, 언제라도 그런 사실을 보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할 수도 있읍니다. 무엇때문에 대사제는 이런 비밀회의를
가졌겠읍니까? 치과의사와 대사제 사이에 무슨 관계라도 있단 말입니까? 여기에는
어떤 관계가 있었던 겁니다! (동요) 정신을 차리십시요, 압데라 시민 여러분!
당신들 뒤에는 단도를 뽑아든 살인자들이 서있읍니다. 당신들의 가장 존귀한
분이, 가장 높은 사제님이 다섯명의 판사와 더불어, 당신들의 생명을 해칠수도
있는 메가라 출신의 이방인 치과의사와 손을 잡고 있읍니다.
[재판관] (종을 울리며) 사실만은 얘기 하시오
[변호사2] 저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읍니다, 재판관님, 왜냐하면 이번 사건에
가장 큰 불화를 야기시킨 여자들 가운데 하나이며 제2의 메데아라고도 할 수 있는
치과의사 부인은 이틀전에, 그러니까 토요일 저녁에 이번에도 역시 예사로운 때가
아닌 열한시와 한시 사이에 야손 사원으로 갔읍니다. 거기서 그녀는 누구를
만났을까요? 아가리루스 대사제님 바로 당신이 아닙니까? 압데라 시민은 답변을
요구할 권리가 있읍니다!
[페이지] 027
[의사]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요! 거짓말이예요! 모든게 거짓말이예요!
[재판관] 조용히 하시오! 이봐 슈트루티온씨를 진정시키게!
[변호사1] 재판관님!
[재판관] (종을 흔든다) 조용히 하시오! 변호사 피지냐투스씨의 발언이
있겠읍니다.
[변호사1] 대단히 존경하는 재판관님! 그리고 판사님들, 역사와 전통을 지닌 이
법정에서 우리 모두가 봉사하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 앞에서, 지금 당장
한마디라도 말을 꺼냈다간, 비록 그것이 행동이 아니라, 말로 이야기 하려는
것일지라도, 일대 소동을 일으킬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당장
아가티르수스 대사제님을 또 그분을 따르는 모든 사제들 모든 고결한 처녀들과
함께 이곳으로 어서 불러 오십시오. 폴리포누스의 주잡한 언동으로 더럽혀진 이
법정을 그분이 다시 정화시킬수 있도록 어서 무릎 꿇고 그분에게 오시기를
청하십시오
(동요)
판사 여러분! 그리고 사제님들! 우리는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모든 문화시민들이
이 도시에서는 잔뜩 겁에 질려서 발길을 돌리는 놀랄만한 이 사실은
무엇이겠읍니까? 돌로우 슈트루리온 부인은 육군대령 슈틸본의 딸로서 치과의사
슈트루티온씨와 결혼했으며, 정숙하기로 이름난 부인
[페이지] 028
들중의 한사람 이였읍니다. 그녀가 그저께밤 열한시와 한시 사이에 밀티아스를
찾아 갔다는 것입니다. 좋읍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더 나아가 폴리포누스씨는
흥분된 어조로 이 부인이, 여러분도 그녀의 남편이 풀이 죽은채 자리에 앉아
있는것을 보실수 있을테지만, 이 부인이 또한 아가티르수수 대사제를 밤에
방문했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보통때와는 다른 시각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러나
우리의 고결한 이상의 견지에서 보건데---
[재판관] 사실만을 얘기 하시오!
[변호사1] 여러분들도 폴리포누스와 같은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겠읍니까?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들의 어머니나, 아내가 또는 우리의 딸들이
그렇게 좀 늦은 시간에 대사제를 찾아 간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어떤 의심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읍니까? 우리가 만약 부인들의 순결성이나 정조를 의심하게
된다면, 사제 여러분! 압데라는 자멸하게 될것입니다. 폴리포누스를 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간 또 누구에게 혐의를 뒤집어 씌우거나 공공연히, 명예를 더럽힐지
누가 알겠읍니까? 우리들 모두 일테죠--- 폴리포누스는 월요일에 종교 예식에
관한 위원회가 <<00>> <<제의>>되었다고 얘기했읍니다. 사제 여러분! 그자리
[페이지] 029
에는 아가파르수수 대사제뿐만 아니라, 라토나의 주임사제인 슈트로빌루스도 참석
했었죠. 주임사제도 마찬가지로 마부를 지지했던 다섯명의 판사들과 함께 다른
회의실로 물러났던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라토나의 주임사제가
술주정뱅이인 일개 마부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입니까? 일개 마부와--
[판사1] 이제는 술을 마시지 않던데!
[재판관] 조용히 하시요! (종을 흔든다)
[변호사1] 그는 전에도 술을 마셨고, 또다시 술을 마시게 될겁니다. 느닷없이
술주정뱅이가 점잖아 졌다고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질문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슈트로빌루스는 누구와 왕래가 있읍니까? 한밤중에 그를 찾아가는 것은
누구입니까? 불을 밝힌 그의 서재의 창문으로 격분한 시민들은 누가 가벼운
옷차림으로 무언극을 춤추고 있는것을 보았읍니까? 밀레트 출신의 무용수
텔레이자 입니다. (동요) 형편없는 일개 시골 술집에서 이곳 시립극장의 솔로
무용수로 출세한 이 여자가 마늘냄새 풍기는 마부 안트락스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아주 불길하고 소름끼치는 사슬을 하나하나 풀듯이, 계속 살펴보기로
합시다. 텔레지아의 하녀는 어떤 선장과 약혼한 사이였고, 그 선장의 형되는
사람은 무기상인
[페이지] 030
으로서 야만족과 비밀리에 거래를 맺고 있었는데, 이 작자가 어떤 여직공을
사모하고 있었죠. 이 여자에 대해서는 충분히 짐작이 가겠지만, 굴속같은
헛간속에 살면서 밤낮 매만 맞는 마부 여편네의 가장 친한 친구 라는 것입니다.
[판사1] 마부는 이제 때리는 버릇이 없어졌어!
[변호사1] 그는 또다시 때리게 될겁니다. 아무리 고삐를 풀어도 짐승같은 자가
겉보기에는 품행이 방정해졌다고 해도, 주임사제에게 물어본것은 물어
보아야겠읍니다. 슈트로빌루스씨, 당신은 이런 관계를 반박하실수 있겠읍니까?
[판사1] 이건 모함이요!
[판사2] 명예 훼손이요!
[판사3] 라토나싱 안의 보수주의자들을 몰아냅시다!
[판사4] 아가티르수스 만세!
(소란한 아우성 소리, 종소리가 들린다. 소동은 점점 더 커진다)
[페이지] 가-001,,0A0010
[장] 제8장
[재판관] 네 잠작대로 였어요. 사람들은 근본적인 사건만을 문제삼으려 들지
않았죠. 군중들은 몰려들어서, 치열한 난투극을 벌였죠. 마부는 치과 의사를
갈기고, 치과의사는 배석 판사를, 배석판사는 폴리포누스를, 폴리포누스는
피지냐투스를, 피지냐투스는 내가 소송을 대법원으로 위탁하려니까 내 머리위로
종을 집어던져 버렸죠 정리들(법원직원)은 마부를 두들겨 패고, 열명의 판사들은
손에 잡히는 것을 닥치는대로 치고 박고 하다가 모든 사람들한테 두들겨 맞았죠.
결국 누구라 할 것 없이 피투성이가 된채 비틀거리면서 집으로 돌아갔으며, 나는
내방으로, 판사들은 시내로, 마부는 폴리포누스와 함께 야손가로 가고, 치과
의사는 피기냐투스와 함께 별장 지대로 가버렸죠
[의사] 게라니아에 있다는 그 망할 놈의 노예 장사꾼! 그자가 사랑니가 아팠기
때문에 난 도대체 이게 뭐람! 고객의 절반은 잃고 말았잖아! 어느새 바짠스에서
온 치과 기술자가, 순수한 그리스말이라고는 한 마디도 못 하는 이 몰 상식한
놈이 황새가에서 영업을 시작했잖아! 수술 의자 위에는 고작 개구리 한 마리가
펄쩍거리고 있긴 하지만 말이야! 그런데 난 내 마누라에 대해서 무슨 얘기까지
들었지! 이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페이지] 가-002,,0A0020
변호사님 고작 이러한 말입니까? 열두시가 되어서 야손 사원앨 가라니! 나의
철칙대로 이혼을 해야만 하겠어요 차라리 소송을 포기하는 건데!
[변호사1] 슈트루티온씨, 아 시 전체가 지금 당신을 주목하고 있으며, 모든
트라키아인들은 당신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어요!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당신은
단념을 하실 생각입니까? 당신은 이미 부인을 잃었고, 당신의 영업도 물론 희생을
시켜야 합니다. 또한 사실이 그렇게 되었죠. 하지만 의사 선생님!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좀 더 차원 높은 것, 관념적인 것이나, 인간적인 것이 문제되고
있읍니다. 자, 다시 한번 제게 사백냥을 비용으로 쓰십시오. 그러면 상대방은
여지없이 무너져 버릴테니까요!
[변호사2] 당신 뿐만 아니라 모든 마부가 당하고 있는 물의에 대항하여
투쟁한다는 것은 무산가로서, 또한 노동자 계급으로서의 당신의 성스러운
의무입니다. 안트락스씨 용기를 내요! 이렇게 좋은 기회가 어디 있읍니까! 또
한번 사십냥 내시면, 치과의사를 물리칠수 있죠!
[마부] 하지만 이젠 가진 돈이 없는걸요. 변호사 선생님! 당나귀도 법원에
묶여있는데나, 가구들과 침대도 저당 잡혔고, 선생님께서도 아시다시피 내 딸
어린
[페이지] 가-003,,0A0030
고리고를 연금 생활자 팜푸스에게 노예로 팔기까지 했지만
[변호사2] 목적지를 바로 코 앞에 둔채 포기하실 생각입니까? 안트락스씨
앞으로는 마부꾼 노릇이 벌이가 잘 될 계기가 바로 코 앞에 닥아 왔는데
[마부] 좋습니다. 선생님, 곧 돈을 만들도록 하죠
[변호사2] 여어, 아주 현명하신 생각입니다. 돈은 내일까지 주십시요. 활기있고
단정하게 행동하세요. 그럼, 이만 가 보겠어요. 이 빌어먹을 놈의 코가!
[마부] 먼저 40냥을 주었는데 또 40냥을 요구하는군. 이제 나한테 남을
것이라곤 40냥밖에 안 되지만, 그대로 최소한 당나귀 한 마리값은 되는군. 이미
80냥을 조달하느라고 나는 가산을 탕진하지 않을 수 없었죠. 이제는 내 마누라
크로빌레 차례예요. 포도주 상인인 코락스가 벌써 그녀를 데려가기로 했죠. 별 수
없잖아. 안트렉스, 코나 풀라구 너는 이미 굶주림 때문에 고생도 해 봤잖아, 술
생각이 간절하군.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겠어. 난 지금 민중의 입장이니까
[마부부인] 수수죽이 다 됐어요. 그런데 여보, 마늘은 이제 떨어졌어요
[마부] 이젠 마늘마저 없군. 여보 세상살이가 힘들군. 여보, 폴리포누스
변호사가 또 40냥을 내라더구만
[마부부인] 이젠 가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잖아요, 여보!
[페이지] 가-004,,0A0040
[마부] 별 수가 없오. 빚 까지 졌으니 소송에는 이겨야만 하겠오
[부인] 딸년까지 팔았잖아요?
[마부] 그래.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오. 변호사도 먹고 살아야 할 테니까
[부인] 그 사람들은 잘 만 살데요
[마부] 포도주 상인인 코락스와 얘기를 해 봤는데 당신에게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하더군. 당신이 가는 대신 50냥을 준다는데, 요리만 하면 되니까 일은
그렇게 많지 않을거야. 코락스라는 사람은 호인인데다 심장병이 있어서, 당신을
때리는 것 같은 일은 없을거야 좋은 일자리지. 당신은 착한 아내였어. 훌륭하고,
성실하고, 정말이지 수수죽만은 언제나 맛있었지 게다가 마늘까지 넣으면
일미였어. 여보, 뭐라고 말 좀 해봐
[부인] 코락스 집에는 언제 들어가야 하나요?
[마부] 지금 당장이라도 되지만 당신은 가고 싶을 때 가도 되
[부인] 안녕히 계세요. 여보
[마부] 잘가도록 하오. 크로빌레. 당신은 좋은 여자인데다 착한 마누라였오. 이
굴속같은 집을 그녀는 나가버리는군요. 웬놈의 쥐새끼가 언제나 그녀가 없어지면,
나오거든 이젠 괜찮아지겠죠. 수수죽이 한 그릇이 남아있군
[페이지] 가-005,,0A0050
눈에 뭔가 아주 축축한 것이 느껴지는군. 또 한 번 코를 풀어야겠어. 이럴 때
소주 한잔 마실 수도 없다니 비참하군. 안트락스 지독히도 철저히 비참해졌군!
소송에 이기게 되면 당나귀는 한 마리만 하고 크로빌레를 도로 찾아 와야지. 저기
쥐가 또 한 마리가 나왔근 빨리 밖으로 나가야지. 도데체 압데라에서는 무슨 일이
생겼단 말입니까? 어디를 가나 내 이름이 몰리고 어디를 가나 갈채를 보내거나
휘파람을 불어대고 서로 치고 박고 하고 있읍니까 도대체, 압데라에 무슨 일이
생겼단 말입니까?
[시민] 결국은 압데라를 오늘날의 문명을 갖춘 도시로 만드는 일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압데라가 그리이스의 발전과보조를 맞출 것인가 아니면
사방은 골칫거리인 늪지로 둘러 쌓이고, 개구리들은 꿔꿔거리며 마부는 마늘 냄새
풍기는 트라키아의 초기 암흑시내로 다시 돌아가야만 할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되고 있읍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부같은 철면피한 자가 당국의 감시하에서도
제멋대로 계속 문명을 비방한다면, 도저히 그것은 불가능한 일 일것입니다.
한시가 급합니다. 압데라 시민 여러분! 우리는 지금 세계 역사상 가장 결단을
요구하는 시기에 살고 있읍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정신과 물질주의, 자유와 노예상태에서
[페이지] 가-006,,0A0060
우리는 갈림길에서 서 있읍니다! 자 우리 모두 함께 뭉칩시다. 칫과의사를 위해
모인 당, 그림자 당에서 우리 모두 함께 자유를 수호합시다.
[함성] 그림자 당 만세!
[시민2] 우리의 늪과 우리의 개구리들과 우리의 마늘을 조롱하는 것은 바로
시민을 조롱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성과 문명을 찬양하지만 그것은 바로
도의를 떠난 무질서한 생활을 방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확실히 그리이스는
위대합니다. 하지만 트라이카는 더 위대합니다. 왜냐하면 고향이 가장 위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제 트라이카인들이여, 당나귀당으로 모입시다! 우리 당은
이렇게 꾸짖을 수 있는 하나의 교훈을 이번 소송 사건에서 얻었읍니다.트라이카의
적이며, 또한 압데라의 적이기도 한 그림자당을 몰아칩시다. (아우성)
[동물애호가] 압데라 시민 여러분 이번 소송 사건은 무엇이 문제점인가 하는데
대해 궁극적으로 우리의 눈을 뜨게 해 주었읍니다. 그것은 바로 인정의
문제입니다. 동물 애호가로서 나는 치과의사가 저지른 당나귀에 대한 잔인한
처사를 고발하는 바입니다. 이빨을 뽑을때의 치과의사의 잔인성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읍니다. 연약하고 궁지에 몰린 환자에게 얼마나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페이지] 가-007,,0A0070
정도입니다. 그는 죄없는 당나귀 그림자에 앉았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부족해서
당나귀에 탔읍니다. 비록 진보적인 동물 애호가들이 하듯이, 그 열에서 따라
가지는 못할 망정 말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압데라의 동물 애호가로서 여러분에게
요구하는 바입니다.
[시민2] 아니 절대로 우리는 그의 말에 현혹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치과 의사에
대한 공격은 곧 위생상의 문제입니다. 다 썩어 가는 이빨을 가지고는 그 따위
역설을 늘어 놓지도 못 할 것이 아닙니까?
[시만3] 귀족 정치와 아테네의 고위층 금융업자들이 노동자들의 눈을 속일수는
없으며 칫과의사가 땜질 해 준 이빨들은 땀에 젖은 무산자들의 주먹에 부러지고
말 것입니다. 이러한 그리이스의 귀족 민주당원이 당나귀 위에 앉았다는 사실은
또한 그가 우리들 위에 앉아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지금이야말로 무산자계급은 다시 한 번 봉기 할 때가 되었읍니다.
(아우성)
[장] 제9장
[선장]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부른다.)
[노래시작]
사월의 저녁별들의 자취는 보이지 않고, 고요한 바다는
느닷없이 그들에 싫증이 났다네. 연민에 가득찬 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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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잠들지 않을줄 그들이 알고 있는 사이
바람은 그들을 휘감은체 한 밤중이 되기도 전에
그들을 죽여버렸네
난 다시 사령고 위로 나왔죠. 소주를 잔뜩 마신채
내 머리카락에는 별이 빛나고, 어깨위에는 달이
떠있고, 내 넝마조각 같은 찌들은 옷에는 소나기
같은 파도에 씻겨 해초가 붙어있군요
어이 키잡이 롯 상륙이다! 코끼리 다리같은
벽이 어둠속에서 차츰 다가오는군! 자 상륙이다.
어떤 항구인지 어떤 도시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의 키스와 우리의 팔을 향하여 애타게 살찐
팔을 내뻗고 있군. 어디-돈 벌이가 생길지 두고
보자
[노래끝]
[남자1] 티피스 선장(밀사)
[티피스] 어서 오시오, 선생. 난 누구인지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을 좋아
하거든, 그럴 땐 수지가 맞는 일이 생긴단 말이야. 무슨 일이오?
[남자1] 시내에 불을 질러주시오
[티피스] 이 티피스 선장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네 여자 술 방화나 살인
같은 것 말일세. 보수만 좋다면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지. 그런데 그 도시
이름이 뭔가?
[남자1] 그 도시는 압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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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피스] 이봐, 술아, 뱃속에 잘 들으라구, 그 도시가 압데라라면 내 형이 살고
있는 도시잖아! 거기서 우리는 미친 것처럼 정신없이 돌아다녔잖아. 달빛이
비추는 절벽위에서 나하고 내 술은 항상 빙빙 돌았지 그런데 어디에 불을 지르란
말이오?
[남자1] 라토나 사원에요
[티피스] 개구리들이 있는 사원에다! 그러면 수천마리나 되는 가축들이
구워지겠는데, 이봐. 술아 이제 우리가 성스러운 횃불로 하늘을 밝히게 될테니
두고보라구 그런데 신사양반, 무엇 때문에 그러는거요?
[남자1] 그러지 않고는 우리가 살아 갈 수가 없오. 선장 우리는 낡은
잡동사니를 청산하고 앞으로 전진해야만 하오 자유란 중요한 것이요
[티피스] 이봐, 술아 지금 자유가 문제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나! 자유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불을 지를 수 있지. 높은 목적을 달성하려면 우리가
필요하거든 그렇지 않나 우리들이 자네 소주와 내가, 어떤 해안이나, 항구 어떤
지방이냐 어떤 태양아래서도 언제나 그랬었지! 너희들 한테는 이상이
중요하겠지만, 나한테는 술이나 여자, 돈이 중요 하다구 하지만 내 칼이 없으면
그러한 이상도 소용이 없을 걸 이봐, 술아! 사람들은 우리의 가치를 알아 준다구,
우리를 무시 할 수야 없지 얼마 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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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1] 오천냥요
[티피스] 이리주게, 그런데 자네 그 가죽 주머니 속에는 뭐가 들었나? 이리 좀
보여주게.혁대에서 내가 잘라내는 것이 더 쉽겠군 야! 이거 진주로구나!
[남자1] (걱정스러운듯이) 내 전 재산이오, 선장 잃어버릴까봐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오
[티피스] 우리끼리 얘기지만 이십만량이라면 굉장한 재산이지 이렇게 내손에
들어왔으니, 당신이 몸에 지니고 다니길 잘했오 당신에겐 이상이 있으니, 진주란
필요하지 않을거요
[남자1] 선장!
[티피스] 왜 그러시오, 선생? 결투 할 생각이오? 이상을 가진자는 이상이 없는
자보다는 싸움을 잘하지 못하는 법이거든. 자, 칼은 내 손안에서 마음대로 놀거든
여보게, 자네는 나를 찾아왔오, 나는 이 피묻은 손으로 자네의 이상을 성취시켜
주겠네, 그러니 자네 가게, 오늘밤이면 이 술취한 나를 보듯이 자네 사원이
불타는 것을 보게 될걸세. 소주 냄새가 자네를 날려 보내기 전에 배로 돌아가게,
이 답답한 친구야! 자, 일어들나 "천리안을 가진 키잡이, 롯체, 일어나라구! 자,
진주다!" (서로들 욕지거리를 하며 싸우는 소리) 잘들 한다, 이 짐승같은 놈들
개새끼들처럼 물어 뜯고 지랄들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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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피스] 꺼져 버리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칼로 찌를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오늘 마신 술은 관대한 술이오! 에페수스산 브랜디었으니, 당신을 보살펴준
디아나 여신에게 감사나 드리시오 당신은 낡은 양피지처럼 활활 타오르는 사원을
보게될거고, 나는 이배위에서 그 불 꽃에 맞춰 춤을 추며 손바닥으로 박자를
맞출거야. 당신 보트로 돌아가시오! 자, 다들 일어나 키잡이 롯체, 일어나라구!
건장한 웃통을 벗어젖힌채, 칼을 입에 물고 육지로 헤엄쳐 가는 거다! 내
명령이라면, 눈짓 하나로 살인을 감행하고, 눈썹을 한번 찡그리면 불을 지르는
상어떼들! 상륙이다, 상륙! 짚더미같은 거짓 투성이의 사원들에 불을 질러라!
(화재를 알리는 나팔소리와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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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10장
[소리] 불이야! 불이 났읍니다. 라토나사원이 불타고 있어요!
[마부] 뭐라고? 나토나 사원이? 그 썩어 문드러진 낡은 목조건물이?
[소리] 야손사원이, 야손사원이 불타고 있읍니다!
[의사] 야손사원도? 자네들 계속 나팔을 불게, 이건 불씨를 날려 보내느라고
불꽃이 발정을 했거나 낮과 밤이 뒤바뀌는 세기의 종말이 왔군!
[의사] 얀손 사원으로 빨리 갑시다.
[마부] 라토나 사원으로 갑시다.
[시민1] 나는 그림자당의 당원이요 제가 그 사원이 멸망하기만을
확신하고있는데, 그 사원을 구하러 가라고 말 할수는 없읍니다.
[시민2] 전 당나귀 당이요. 야손 사원을 구한다는 것은 저의 이상과
어긋납니다.
[의사] 제기럴, 그렇다면 각자 구하고 싶은 사원으로 갑시다 어서 빨리!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게!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전 도시가 불타 버리고
말테니까
[소리] 구 시가가 불타고 있읍니다. 구시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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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출발하게! 명령이다! 사방으로 불이 번지고 있다
[시민1] 우리의 이상을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저는 그림자 당의 서약을
엄수해야만 해요. 절대로 당나귀를 돕지 말고 그림자 만 도와라
[시민2] 무슨 일이 있어도 열성당원인 저는 신념을 바꿀수는 없읍니다.
[티피스] 활활타고 있구나. 활활! 압데라여, 즐거운 장작더미여 티피스는
사령교 위에서 너의 불빛을 받으며 춤추고 있다. 저기 신들과 개구리들이,
상점들이, 속옷 바람의 주민들이 활활 타오르고 있군. 여기 저기서 아우성을
지르고 도망다니며 울부짖고, 이상이나 소송같은 것은 다 잊어버렸구나!
압데라여, 너의 열화로 달빛은 오히려 푸르며, 연기는 하늘까지 치솟는구나!
승선이다! 승선! 이 늑대, 여우, 살쾡이 같은 놈들아! 승선이다 티피스는
바닷속에 잠겨 버릴거야. 가득찬 술통과 기름통과 함께, 술과 그 지독했던
술주정도 함께 잠겨 버릴테지. 배는 무한한 대양 속으로, 별이 떠오르는 끝없이
높은 곳으로 미끄러저 가고 있구나! 나는 너희들이 과거를 불테워 버리기 위해
화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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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넣었고, 이 도시를 덮쳤던 정의의 역활을 했으며 그것은 언제까지나 되풀이
될것이다. 너희들 자신이 꿈결에 잠깐 소망했던, 너희들 자신이 저지른 소행으로
말마암아 나는 지옥을 짊어지게 되었다. 다시 한번 최후의 파도는 저주스런 배를
하늘로 던진다. 그러나 저기 마지막 광명속에 거대한 암초가 나타났구나! 폭풍은
거세게 몰아치고, 드디어 돛대 꼭대기에서 지옥으로 내닫히는 그들은 전에 없이
큰소리로 노래 불렀네 아 하늘이여, 내리 비치는 푸른 광선이여! 돛을 날리는
거센 바람이여! 바람과 하늘은 내버려 두어라! 오직 우리에겐 바다가 있을뿐!
[장] 제11장
[재판관] 이제 올것이 오고야 말았읍니다. 압데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타버렸죠 여기 폐허위에서 우리는 머리와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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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대고, 다시 빛나고 있는 또한 언제나 빛나고 있는 또한 언제나 빛나고 있을
잔인한 태양아래 밤의 유령처럼 둘러서 있읍니다.
[여자1] 시꺼만 벽만 남았군
[마부부인] 창문들은 휑하게 뚫린구멍들 같아
[남자1] 아직도 사방은 연기 냄새로 꽉차있군
[마부부인] 코링트산 목욕탕이 둘로 갈라져 버렸어 그건 대리석으로 만든게
아니었어, 모두다 사기꾼들이야
[사제1] 나의 신성한 개구리들이 타 죽었어
[사제2] 내 서원은 아직도 타고 있어 제일가는 상나무 목재였지
[의사] 내 집은 불타버리고, 영 집도 잃어버렸고
[마부] 이제 헛간같은 집조차 없군
[남자1] 저기 오는게 뭐지?
[사제2] 시장 한가운데로 오는것 말이오?
[의사부인] 어머 저것봐!
[사제1] 당나귀다 안트락스의 당나귀야!
[재판관] 불타버린 마굿간에서 도망쳐 나온게로군!
[남자1] 저놈 때문이었어!
[마부부인] 저놈이 범인이야
[여자1] 나쁜 놈!
[사제2] 사깃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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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방화범!
[모두들] 저놈 잡아라! 저놈! 저놈 잡아라!
(아우성, 당나귀가 뛰어간다)
[모두들] 저기다! 저기! 네놈 잡아라! 죽여버려! 돌뎅이로 짓이겨 버려!
찢어죽여!
[마부] 저건 내 당나귀야 내 당나귀에 손대지 말아요!
[망나귀] 신사숙녀 여러분! 안트락스의 당나귀인 저는 점점더 포위를 당한채
잔뜩 겁에 질려 불타버린 압데라시의 골목길로 도망을 치면서, 추격자들의 돌이
날라오기 전에 그들의 칼이 내 몸을 찌르고, 그들의 개가 내 몸을 물어뜯기전에
당나귀가 말을 안다는것은 조금 외람된 일이기는 하더라도 여러분께 한가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제발 허락해 주십시오 사실상 저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니까 여러분은 더우기 화를 내시지 말고 정직하고도 양심적으로
대답해 주십시오 지금 당신들의 형제들에게 돌 팔매질을 당한채 비참하게
죽어가는 나는 이 이야기 속에서 정말 당나귀였을까요?
(음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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