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하세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두 남녀가 숲 속에서
기발한 사랑 연극을 벌입니다. 남자와 여자 웃음과 눈물
거짓과 사랑이 뒤죽박죽인 연극, 가장 불행한
사람들의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
쫒겨나는 사람들
"언니, 그렇게 방에만 쳐박혀 있지 말고 기운을 내요. 오늘은
날씨가 참 상쾌해요. 우리 함께 나가 바람 좀 쏘일래요?"
실리어는 로잘린드를 부추기며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로잘린드는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쉴 뿐입니다. 실리어는 로잘린드가
딱해 보여 어떻게든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실리어, 고마워. 네 마음은 알아, 하지만 아버지를생각하며
나 혼자 이렇게 편히 지내는 게 죄스러워 못 견디겠어."
"큰아버님은 잘 지내고 계실 거야. 그러니 제발 활짝 웃어 봐.
자구 징그리면 장미처럼 고운 얼굴이 망가지잖아."
로잘린드는 실리어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그래서 동생을
위해서라도 기운을 내야겠다고 결심하고 살짝 웃어 보였습니다.
"거 봐,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
로잘린드와 실리어는 사촌 사이입니다. 로잘린드의 아버지는
이 나라의 훌륭하고 인자한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추방당하여 아든의 숲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왕을 내쫓고
강제로 왕위를 배앗은 사람을 바로 왕의 동생 프레드릭입니다.
그는 형을 쫓아 냈지만 조카인 로잘린드만은 그대로 궁정에서
살게 했습니다. 자신의 딸인 실리어가 로잘린드를 무척
따랐기 때문입니다.
실리어는 아버지와는 달리 마음이 착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로잘린드가 우울해 있을 때마다 위로하고 달래느라
애를 썼습니다.
동생에게 쫓겨난 왕은 몇몇 신하들을 데리고 아든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왕은 이제까지의 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활했습니다. 원래 성품이 인자하고 너그러웠기 때문에 왕을
따르는 신하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왕이 쫓겨난 후에고 계속
그를 섬겼습니다. 자신들의 지위와 재산을 모두 버리고 숲 속까지
왕을 찾아오는 신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왕은 생각만큼 외롭지
않았습니다. 아름드리 나무의 그늘 아래 누워 사습들이 장난치는
것을 바라보고나,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인생의 진리를 깨닫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불행한 운명을 되새겨 보며 그 속에서
숨은 교훈을 찾아 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왕은 숲 속 생활이
서서히 몸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맑고 따뜻한 날입니다. 실리어는 오늘도 시름에 잠겨 있는
로잘린드를 위로하느라 애를 쓰고 있습니다.
"언니,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 얼굴이 그게 뭐야?
잔뜩먹구름이 끼었잖아, 저 태양이 무색하게 말이야.
이러고 있지 말고 우리 씨름 구경이나 갈까?
신나는 경기를 보고 나면 기분이 좀 풀릴 테니까."
"씨름?"
"응, 오늘 아버님께서 궁전에서 씨름 시합을 여신대.
내게 보고 싶으면 와도 좋다고하셨어, 어니, 같이 가자, 응?"
로잘린드는 자신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애태우는 실리어를
생각해서 씨름 구경을 가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이 씨름장에 도찯하지 곧 시합이 시작되려는지 모래판에
두 선수가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선수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몸집이 크고 얼굴도 험상궂은 게 힘이
아주 세어 보였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럴굴이 예ㅃ즈장산 젊은이로
상대에 배해 체구도 작고 매우 약해보였습니다. 로잘린드와
실리어가 프레드릭 왕 옆에 앉자 그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습니다.
"이 시합은 재미가 없겠어. 저렇게 덩치가 차이가 나니
해 보나마나지 뭐, 그나저나 저 청년이 위험하겠는거, 상대방은
오랫동안 씨름판에서 싸워 온 결력이 있는데다 시합 도중에
사람을 죽인 적도 있거든.아예 시합을 포기하라고
말렸으면 싶은데........"
로잘린드와 실리어는 이 말을 듣자 가슴이 섬뜩해졌습니다.
처음보는 젊은이였지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 청년을 설득해 보기로 마음먹고
그를 불렀습니다. 먼저 로잘린드가 말했습니다.
"젊은이, 이 시합을 그만두는 게 어떄요?듣자 하니
상대방 선수는 어마어마하게 힘이 세고 잔인하다는데,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요."
젊은이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을
하자 몹시 감동했습니다. 곧이어 실리어도 걱정스레 말했습니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데 경기를 한다는 것은 무모해요.""
그러나 젊은이는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아가씨들꼐서 열려해 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전 시합을 처음부터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시합에서 지거나 잘못해서 죽더라도
울어 줄 사람 하나 없으니 뭘 주저하겠습니까? 전 그저 이세상에
하나의 조그만 점에 불과한 보잘것없는 존재입니다. 이미 죽기를
각오한 몸이니 더 이상 말리지 마시고 힘껏 응원이나
해 주십시오."
이렇게 해서 씨름이 시작되었습니다. 로잘린드는 외톨이인 그의
불쌍한 신세가 자기와 비슷한것 같아 더욱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녀는 젊은이가 다치는 모습을 차마 볼수가 없어서
눈을 손으로 꼬옥 가렸습니다.
"으라차차!"
"쿵!"
"와와!"
한판으로 시합이 끝난 모양입니다. 로잘린드는 조심스럽게
손을 떼고 경기장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머!"
모래판에서는 그 젊은이가 두팔을 들고,환호하는 군중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게 아닙니까? 한쪽 구석에는 덩치 큰 선수가
쓰러져 있고요. 이 청년은 로잘린드와 실리어의 아름답고
상냥한 마음씨에 힘을 얻어 예상을 뒤엎고 상대를
완전히 눌러 이긴 것입니다.
프레드릭 왕은 직접 그를 불러 그의 용기와 씨름솜씨를
칭찬했습니다.
"정말 훌륭한 경기였어.자네만 좋다면 당장 내밑의 장수로
삼고 싶군.그래 젊은이 이름은 뭔가?"
"올랜도입니다.로런드 경의 막내아들이지요."
그러자 금세 왕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좀 섭섭하군 아버지가 다른 분이면
좋았을 텐데......"
롤런드 경은 추방된 왕의 충직한 신하이며 친구였습니다.
프레드릭 왕은 청년이 그 사람의 아들임을 알자 기분이 상해서는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 나가 버렸습니다.올랜도는 영문을 모르는
채 멍하니 왕의 뒷모습만 바라보았습니다.승리자에게 당연히
돌아와야 할 어떤 축하나 인사도 받지 못랬기 떄문입니다.
그러나 로잘린드는 올랜도가 아버지 친구의 아들임을 알자 무척
반가웠습니다.그래서 그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말을 걸었습니다.
"당신이 롤런드 경의 아들인 줄은 몰랐어요, 아버지꼐서는 롤런드
경을 좋아하셨죠.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뻐요."
그러고 나서 로잘린드와 실리어는 부드럽고 상냥한 말로
조금 전 왕의 태도를 사과하고 그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올랜도와 헤어지면서 로잘린드는 자기의 목걸이를 풀어서
그에게 주었습니다.
"선물이에요.값비싼 것은 아니지만
제 성의이니 받아 주세요. 그럼 안녕히!"
올랜도는 사라지는 로잘린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목걸이를 두 손에 꼭 쥐었습니다.
그 후, 로잘린드는 생각에 잠기거나 한숨을 쉬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올랜도의 늠름한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까닭입니다. 그녀는 실리어와 얘기할 떄도 올랜도
얘기 뿐이었습니다.실리어는 로잘린드가 올랜도를 사랑하고
있음을눈치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레드릭 왕은 로잘린드에게 당장 궁전을
떠나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는 추방당한 왕이 아든의 숲 속에서
당당히 살고 있는 게 늘 신경 쓰였습니다. 귀족들도 그 왕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거나, 남아 있다 해도 자기에게 협조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백성들 사이에서 로잘린드의 인품고
아름다움을 찬양학, 전 왕을 기억해서 그녀를 동정하는
소리까지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프레드릭은 화가 나 견딜 수가
없엇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로잘린드를 내쫓기로 한 것입니다.
실리어는 아버지에게 매달려 울며 사정했습니다.
'아버지, 갑자기 왜 이러세요? 언니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쫓아 내신다는 거예요?"
"저 애는 역적의 딸이야, 나중에 어떤 큰 일을 저지를지도 몰라,
또 예쁘고 얌전한 겉모습에 속아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저 애를
칭찬하고 있어, 저 애가 없어져야 네가 빛을 보게 될 거야.'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요? 전 언니가 없으면 하루도 못 살아요.
만약 언니를 내쫓으시면 저도 따라서 나가겠어요."
"네가 아무리 졸라도 소용 없다. 당장 나가래도!"
로잘린드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 없이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실리어, 그 동안 정말 고마웠어. 그리고 너무 슬퍼하지 마.
난 아버지를 찾아갈 거야, 그럼, 잘 있어.
로잘린드는 눈물을 감추며 돌아섰습니다.
"잠깐맘, 언니! 나도 함께 가겠어."
실리어가 로잘린드의 필을 붙들며 말했습니다.
"뭐? 그건 안 돼, 넌 여기서 행복하게 살아야 해."
"언니가 없으면 난 조금도 행복하지 않을 거야. 응? 언니,
제발 같이 데려가 줘. 안 그러면 난 앞으로 밥ㅈ도 먹지 않고
울기만 할 거야."
"네 고집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좋아, 같이 가자."
로잘린드와 실리어는 밤에 아무도 몰래 궁전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들은 아든 숲으로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그런데 실리어, 우리가 이런 화려한 차임으로 가다가는
얼마 못 가 사람들 눈에 띄고 말 거야. 그러니 변장을 하지."
로잘린드의 말을 실리어는 귀기울여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 옷을 벗어 버리고 평범한 시골 사람 차림을 하는 거야.
음,그래도 안심할 수 없으니까 나는 남자로 변장하는 게 좋겠어.
낵 너보다 키가 크니까.'
"좋아, 어니, 그렇게 해. 참, 아예 이름도 바꾸는 게 어때?
나는 가난한 시골 처녀답게 알리나하고 하겠어.
언니는 남자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아, 게니미드가 어때?"
"멋진 이름이야. 이제부터 언니는 게니미드 오빠야."
두 사람은 쫓겨났다는 슬픈 사실을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마치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나근 같았습니다.
그들은 즐겁게 아든의 숲으로 향했습니다.
한편 올랜도는 시름장에서 쓸쓸히 돌아오던 길에 아담 노인을
만났습니다. 아담 노인은 로랜도 집안의 충직한 하인입니다.
그는 올래도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을 지키고 서 있다가
올랜도를 보바마자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습닏.
"도련님, 어서 피하세요. 올리버 도련님께서
지금 도련님을 죽이려고 벼르고 계세요."
"아니, 갑자기 그게 모슨 소리요? 차근차근 자초지종을
말해 봐요.
올랜도는 흥분한 노인을 진정시키며 말했습니다.
노인을 올리버가 오늘 밬, 잠잘때 올랜도의 방에 불을 질러
그를 태워 죽일 작정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뭐라고요? 형이 그런 끔찍한 일을 계획하다니!"
올랜도는 주저앉아 울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이러고 잇을 게 아니라 당장 도망쳐야 한다니까요.
이건 얼마 되지 않지만 평생 동안 제가 푼푼이 모은 돈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어디로든 가세요."
아담 노인은 올랜도 앞으로 돈을 내밀었습니다. 오랜도는 목이
메어 말을 할 수 엇었습니다. 잠시 후 그는 노인이 내민 돈을
받아 넣으며 "자, 함께 갑시다."
하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살 길을 찾아 정처없이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콜런드 경은 죽을 때, 당시 어린아이였던
올랜도를 형인 올리버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올리버는
아버지의 유언을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는 재산을 자기 혼자
차지해 버리고, 동생을 미워하여 매일같이 구박했습니다.
올랜도가 시름 시합에서 죽어도 자기를 위해 울어 줄 사람도
없으니 괜찮다고 했던 것은 바로 형의 학대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오리버는 씨름에서 예상 밖으로 올랜도가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동생을 없앨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올랜도를 감쪽같이 해치울 방법이 없을까?'
올리버는 한참을 고민하다 그의 충복을 불러 의논했습니다.
"주인님,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제게 좋은 방법이 있어요."
그 하인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올리버 도련님이 잠드시면 그 방에 불을질르는 겁니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올리버가 이 끔찍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우연히 지나던 아담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곧장 밖으로 나오 ㅏ올랜도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올랜도와 아담은 발길 닿는 대로 흘러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아든의 숲으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녔기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습니다. 아담은 몇 거름 걷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올랜도는
그를 위해 이를 악물고 먹을 것을찾아 헤메었습니다.
열마를 가다가 그는 큰 나무 그늘 아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올랜도는 몹시 배가
고팟기 때문에 무작정 그 곳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꼼짝 마.' 어서 그 음식 이래 내놔!"
모두들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나 왕은 꼼짝도 않고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누군데 이렇게 무례하게 덤벼드는 거요?
도둑이요. 아니면 음식을 구걸하는 거지요?"
왕이 점잖게 꾸짖자 올랜도는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배가 고파 큰 실수를 했습니다."
왕은 올랜도의 모습을 보고 그가 도둑이나 불한당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목자고 친절하게 권했습니다.
올랜도는 아담을 업고 와 그 자리에 함께 어울렸습니다.
올랜도는 음식을 먹으며 왕에게 말했습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신데 이런 곳에 숨어 사시오? 보아하니
지체 높은 귀하신 분 같은데..."
왕은 인자하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맞아 우리 모두 좋은 때가 있었지. 주일에는 종 소리에 맞춰
교회애 나가기도하고, 좋은 참대에서 잠을 자기도 했지. 도시의
흥청거리는 잔치에 참석해 본 적도 있고.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나무 그늘에 앉아 세월을 잊고 산다오. 젊은이도 음식을
구걸하러 다닐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내게 자네 사연을
얘기해 주지 않겠나?"
올랜도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아니, 그러면 자네가 롤런드 경의 아들이란 말인가?
이렇게 친구의 아들을 만나게 될 줄이야!"
"네? 제 아버님을 아십니까?"
"알다마다, 내 둘도 없는 신하이자 치눅였지.'
"그, 그렇다면 당신은 동생데게 쫓겨났다던 전 왕!
세상에 이런 실레를 하다니..."
올래도는 어른 무릎을 꿇고 사죄했습니다 왕은
그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괜찮네. 자네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니까.
우리, 처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앞으로 의지하며 잘자고."
재회
한편 오누이로 변장하고 길을떠난 로잘린드와 실리어는
어떻게 됐을까요?
두 사람은 무사히 아든의 숲에 도착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넓디젋은 숲 속에서 왕이 사는 곳을 찾기란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그들은 며칠을 계속헤매 다녔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가도가도 빽빽한 나무뿐입니다.
두 사람은 아무 데나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재치 있는 말로 동생을 달래며 믿음직한 오빠 역할을나무락 데
없이 해 오던 게니미드도 이제 완전히 지쳤습니다. 체면이고 뭐고
너무나 피곤했기에 엉엉 울고 싶었습니다.
그 때 한 시골 노인이 그들 앞으로 지나갔습니다. 양치기
차림이었습니다. 개니미드는기운을 내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남자 목소리로 그를 불렀습니다.
"영감님! 인적 없고 쓸쓸한 이 곳에서 사람을 만나니 무척
기쁩니다. 저는 누이동생과 함게 여행을 하던 길인데
숲 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이렇게 지쳐 쓰러져 있답니다.
어디 이 근처에 인가가 없을까요/ 제발저희를 쉴 만한 곳으로
안내해 주십시오. 그 대가는 충분히 지불하겠습니다."
"고생이 많구먼 하지만 나도 남의 양이나 치면서
입에 겨우 풀칠이나 하는주제이니 어떻게하나?
어쨌든 우리 주인 집으로 가 봅시다."
양치기 노인은 친절하게 두 사람을 안내했습니다.
ㄱ니미드와 알리나는 이제 살았구나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노인을 따라갔습니다.
노인이사는 집은 작고 아담한 오두막이었습니다. 안에는 불도
따뜻하게 지펴 놓고 먹을 것도 충분히 갖춰져 있었습니다.
게니미드와 알리나는 이 집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감님, 이 집에서 혼자 사십니까?'
"아니오, 난 이 댁의 양으 치는 하인이라오. 주인은 이 집고
양을 팔려고 내놓고 나서 도시로 나갔다오. 새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내가 돌보고 있지요.'
"그래요? 그렇다면 우리가 사겠어요."
겐미드는 궁전을 나올 때 가지고 온 돈과 보석으로 당장
그 자리에서 오두막을 샀습니다. 양과 양치기노이도 계속 함께
살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당분간 이곳에 살면서 왕이 사는 곳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로잘린드는 양치는 목동이 되었고, 실리어는 젖 짜는 아가씨가
되었습니다. 둘은 새로운 생활에 잘적응해 갔습니다.
하지만 보통 때는 게니미드로서 씩식하게 살아가는 로잘린드도
가끔은 우울해졌습니다. 바로 올랜도가 생각나는 때입니다.
그녀는 올랜도가 저 먼 고향에 있는 줄 알았기 때문에 그가
더욱 그리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게니미드와 아리나는 숲은샅책하다가
로잘린드라는 이름이 새겨진 나무들을 발견하고
깜찍 놀랐습니다. 게다가 이름 밑에는 사랑의 시가 적혀 있는
쪽지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게니미드는 뒤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올랜도가 여기에 왔을 리 없는데..."
그 때 아리나가 소리쳤습니다.
"오빠, 저기 참나무 아래를 좀 봐, 누군가가 앉아서 쉬고 있어.
올랜도 같은데."
동생이 가리키는 방향을쳐다본 게니미드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습니다. 꿈엗 그리던 올랜도가 바로 코앞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그에게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게니미드는침착을 되찾고, 왜 그가 이 곳에 있는지자세한
사정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올랜도에게천천히
다가가 남자 행세를 하며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하슈, 젊은이! 여기서 물 하고 있소?"
멍하니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며 로잘린드를 생각하고 있던
올랜도는갑작스런 말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 이 숲에 사는 양치기인 모양이군요. 난 사냥하러 나왔다가
잠시 쉬는 길이라오. 저 쪽 숲 에서 살고 있지요.
올랜도는 로잘린드가 준 목걸이를 걸고 있었습니다.
게니미드는 시침을 뚝 떼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반갑군요. 그럼, 나도 좀 쉬어 갈가? 그런데 댁은 원래
이 숲에 살던 사람 같지는 않은데어떻게 된 일이오? 혹시 무슨
딱한 사정이라도 있어 숨어 사는 것은 아니오?"
올랜도는 이런 숲에서 젊고 잘생긴 젊은이를 만나게 되자
무척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게니미드의 외모나 말시로 보아
그가 평범한 시골 사람 같지는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사연이 좀 길지요. 당신도 양치기로 보이지 않는데
댁이야말로 사람의 눈을 피해 숨어 사는 건 아니오?"
"아, 천만에도. 난 이곳 토박이지요. 그저 도시에 사는 친척한테서
이것 저것 주워 들은 게 있어서 당신이 그렇게 느낀 모양이오.
말꼬리 돌리지 말고 당신 얘기나 해 보시오."
올랜도는 게니미드의 소탈한 모습과 성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친구가 되어도 괜찮겠다 싶어 그 동안의 일을
털어놓았습니다.
ㅔ니미드는 그의 악독한 형에게 화가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가까운 곳에서 건강히 지내신다는 것을
알자 마음이 놓였습니다.
"참 딱한 처지군. 난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오두막에서
누이동생과 살고 있소. 언제 한번 놀러 오시구려.
당신만 좋다면 친구가 되고 싶으니까.'
"좋지요. 아, 이제 그만 가 봐야 될 것 같군요. 오늘 매우
반가웠소. 그럼 또 봅시다."
게니미드는 올랜도와 헤어져 알리나에게로 돌아왓습니다.
"언니, 정말 연가 잘 하던데? 그런데 왜 올랜도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어?"
"두고 봐, 올랜도를 뜻밖에 이 곳에서 만나고 보니
그를 좀 골려 주고 싶어졌어. 재미있을 거야. 후후."
그후, 게니미드와 올랜도는 처음 만났던 나무 밑에서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ㅇㄹ랜도는, 만날 때마다 사랑 때문에 괴로운
마음을 호소했습니다. 게니미드는 기분 좋게 그의 얘기를
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게니미드는 좀 심각한 표정으로
올랜도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숲에 지독한 상사병에 걸린 사람이 있나 봐,이 나무
저 나무에 로잘린든가 뭔가 하는 이름을 마구 새겨 놓았으니
말이야.게다가 유치한 시까지 붙여 놓았더군.자넨 본 일 없나?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만 있다면 내가 즉시 고쳐 줄 텐데....."
이 말에 올랜도는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사실은 내가 그 주인공이야.자네도 내가 어떤 아가씨를 굉장히
사랑하고 있는 건 알고 있지? 그 아가씨 이름이 바로 로잘린드야.
보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그런 짓을 했어.
그러니 어서 내게 상사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게."
"그랬었군.좋아, 알려주지.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야.바로
사랑의 연극을 하는거지.내가,자네가 좋아하는 로잘린드가 돼
주겠어.자네는 나를 진짜 로잘린드라고 생각하고 매일 날 찾아와
사랑을 호소하는 거야.나는 보통의 아가씨답게 때론 상냥하게,
때론 쌀쌀하게 굴면서 자네 애를 끓이겠어.그러면 마음의 상처도
치료되고 사랑의 허망한 꿈에서도 꺠어나게 될 거야."
올랜도도 재미삼아 그렇게 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게니미드의 집을 찾아가 그의 말대로 했습니다.
"로잘린드,제발 나의 사랑을 받아 주시오.그대를 위해서라면
이 목숨도 기꺼이 바치리다."
그러면 게니미드는 로잘린드가 되어 대답했습니다.
"글쎄요, 그 말을 믿어도 졸을까요?사랑의 열병이란 한바탕의
소나기처럼 부질없는 것이라던데요."
"내 사랑은 저 하늘의 태양이 빛나는 한 변하지 않을 거요."
올랜도는 비록 연극이긴 하지만 이런식으로라도 자신의 사랑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어서 속이 시원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두사람은 연극의 재미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로잘린드는 아버지가 계신 곳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그 곳을 찾아 볼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알리나는 그런 두사람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언니, 왜 솔직하게 말하지 않아? 그러면 훨씬 좋을 텐데."
"실리어,넌 잘 모를 거야. 난 그분의 진심을 알고 싶을 뿐이야.
그 분의 사랑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인지 말이야."
"사랑을 하면 다 이상해지나 봐.난 사랑 같은건
절대 하지 않을 테야."
실리어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붕얼 거렸습니다.
하루는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올랜도가 오지 않았습니다.
초조하게 그를 기다리던 게니미드는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숲으로 그를 찾아 나섰습니다.
얼마 안 가서 게니미드는 올랜도를 발견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왕과 함께 있었습니다.
"올랜도!"
"어이,게니미드! 여긴 웬일인가?난 오늘 왕을 모시고
사냥을 하느라 자네 집에 가지 못했어."
"그랬었군.나도 왕께 인사시켜 주지 않겠나?"
로잘린드는 왕이 태평하게 잘 지내는 얼굴이라 안심을 하고
아는 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좀더 있다가 자신의 정체를 밝혀
아버지를 놀라게 하고 싶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저는 게니미드라고 합니다.
숲에서 양을 치고 있죠."
왕은 이젊은이가 자신의 딸이라고는 전혀 짐작도 못 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디며 인사를 받았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란데.어쨌든 만나서 반갑네.
양치기치고는 제법 귀티가 나는군.정말 이 시골 사람이오?"
"지금은 완전히 몰락했지만 아버지 떄만 해도 이 근방에서는
꽤 알아 주는 집안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래? 참 안됐군. 앞으로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자주 놀러 와요."
"이거 영광입니다,하하하."
로잘린드는 기쁜 마음으로 아버지와 헤어져 돌아왔습니다.
행복을 되찾은 아든 숲
한편,로잘린드와 실리어가 말없이 사라진 후 궁전은
발칵 뒤집혔습니다.딸이 없어진 것을 알자 프레드릭은
노발대발하며 신하들을 닥달했습니다.
"아니,너희들은 뭘했길래 공주가 궁궐을 빠져 나가는 것도
몰랐단 말이냐?이런 머저리 같은 녀석들!"
프레드릭은 길리어가 정말로 로잘린드를 따라나설 줄은 몰랐습니다.
"어디 가서 그 애를 찾는담.아,그래!로잘린드와 함꼐
나갔으니까 아든의 숲으로 전 왕을 찾아갔을 거야.
그 쪽으로 사람들을 보내 보자."
며칠동안 숲 속을 뒤졌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습니다.맹수에게
잡아먹혔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얘기만 들렸습니다.프레드릭은
안절부절목했습니다.게다가 그에게는 더욱 기분 나쁜 소문이
들려 왔습니다.쫓겨난 왕이 숲속에서 젊은이들을 모아 왕위를
되찾기 위해 힘을 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안 되겠다.내가 직접 병사들을
데리고 아든의 숲으로 가 보는 게 좋겠어.이 기회에 실리어도
찾고, 걸리적거리는 왕도 완전히 없애 버려야지."
프레드릭은 날쌔고 용감한 병사들만 데리고 아든의
숲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그와 비슷한 시간에 올랜도의 형 올리버도 아든의 숲으로 가고
있었습니다.올랜도를 죽이려고 아무리 기다려도 그가 나타나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하던 올리버는 나중에야 그가
도망쳤음을 알았습니다.
올리버는 동생을 그대로 살려 놓고서는 두 발을 뻗고 잘 수가
없었습니다.그래서 사방팔방 동생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아든의 숲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숲속을 이리저리
헤매던 올리버는 곧 지쳐 버렸습니다.사람이라곤 그림자도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팠습니다.
"에라, 모르겠다.여기서 쉬어 가자."
올리버는 큰 나무 그늘 아래에 누웠습니다.그는 몹시 피로했던
탓에 눕자마자깊이 곯아떨어졌습니다.
조용한 후입니다.숲속의 온갖 짐승들도 모두
낮잠을 자는 모양입니다.
로잘린드와 실리어는 그들의 오두막집 앞에 나와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휴우,올랜도가 왜 안오지?"
로잘린드는 목이 빠지게 올랜도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실리어는 그런 언니가 딱하다는 듯 말했습니다.
"왕을 모시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지 뭔.그런데 언니,
하루라도 안 보면 못 살만큼 올랜도가 좋아?"
그 때 올랜도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드디어 왔어!"
로잘린드는 이제까지 찡그리고 있던 얼굴에 함박꽃 같은
미소를 띠며 일어섰습니다.올랜도는 숨을 헉헉거리며
달려와서는 말했습니다.
"안녕! 사랑스런 로잘린드!"
그러나 로잘린드는 일부러 토라진 척했습니다.
"올랜도,어디 있다 이제야 오는 거죠?그러고도 나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어요?"
"화를 내니 더 귀엽군.실은 왕께서 계속 내게 말을 하시기 떄문에
빠져 나오기가 힘들었어요.미안해요,로잘린드."
"나보다 왕이 더 좋은가 보죠?당신은 내 애인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차라리 달팽이를 애인으로 삼는 게 낫겠어요."
로잘린드는 이렇게 톡 쏘아붙이고 돌아섰습니다.올랜도는
그녀의 팔목을 붙들어 세웠습니다.
"제발 화내지 말아요.진짜 로잘린드라면 이만한 일쯤은
이해해 주었을 텐데....그녀는 아주 착한 사람이니까."
실리어가 웃으며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습니다.
"맞아요.올랜도가 진짜 사랑하는 로잘린드는 게니미드처럼
사사건건 따지고 토라지는 고약한 사람은 아닐 거예요."
"좋아.그럼, 그만 화를 풀기로 하겠어.하지만 날 진짜
로잘린드라고 생각해야 돼요."
그러면서 로잘린드가 생긋 웃자 올랜도도 싱글거리며 말했습니다.
"물론이요.나는 당신이 그 예쁜 얼굴을 한 번 찡그리기만 해도
심장이 멎는 것 같소.제발 날 믿어줘요,로잘린드."
"그렇다면 앞으로 당신에게 더욱 상냥한 로잘린드가 되겠어요."
"아,로잘린드!부디 나를 사랑해 주시오."
올랜도는 간절히 애원했습니다.
"물론 당신을 사랑해요."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랑 연극에 몰두했습니다.그러다
어느 새 어두컴컴한 밤이 되었습니다.올랜도는 매우 섭섭해 하며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로잘린드,벌써 밤이 깊었군요.나는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내일 다시 오지요.그럼,안녕!"
"내일은 틀림없이 제 시간에 오시는 거죠?
어두우니 조심해 가세요."
로잘린드 역시 서운함을 이기기 어려웠지만 할 수 없었습니다.
올랜도가 돌아가자마자 로잘린드는 그가 보고 싶어져
실리어에게 하소연 하듯 말했습니다.
"실리어,벌써 올랜도가 보고 싶어.한순간이라도
그를 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아."
"정말 못 말리겠네.난 가서 잠이나 자야지."
실리어는 입을 삐쭉 내밀어 보이곤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음 날 올랜도는 점심 식사를 하자마자 로잘린드를
찾아갔습니다.도중에 그느 어느 나무 밑에서 한 남자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무심히 그 곁을 지나치려는 순간
올랜도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습니다.그 남자의 목에 시퍼런
독사 한 마리가 감겨 있었기 떄문입니다.독사는 혀를 날름거리며
금방이라도 그 남자에게 달려들어 목을 물 것 같았습니다.
올랜도는 자신의 칼을 빼들고 살금살금 그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남자는 아직도 정신 없이 자고 있었습니다.그런데 가까이서
남자의 얼굴을 본 올랜도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그는 바로 자신을 학대하고 죽이려고까지 했던
형 올리버였습니다.
뱀은 올랜도가 다가가자 스스르 사라졌습니다.그러나
올랜도는 기쁜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흥,형인 줄 알았더라면 그냥 지나칠 걸 그랬군.
날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니까 내가 자신을 구해 줘도
전혀 고마워하지 않을거야."
올랜도는 그대로 돌아섰습니다.그러다 그는 또한번 크게
놀랐습니다.사자 한마리가 이 쪽을 노려보고 있었기 떄문입니다.
올리버가 자다가 돌아눕자 사자는 곧장 올리버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올랜도는 칼을 들고 사자를 막았습니다.
"얏!"
"으르릉!"
올랜도와 사자는 한 덩어리가 되어 뒹굴었습니다.
그제야 올리버는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는 눈을뜨자마자 자기 앞에 벌어진 끔찍한 광경을 보고
몸서리쳤습니다. 얼른 나무 뒤로 가 숨어서는 벌벌 떨며 이 싸움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사자와 사우는 사람은
바로 동생 올랜도였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한참이 격투 끝에 사자가 울랜도의 칼을 맞고 나가덜어졌습니다.
그러나 올랜도도 사자의 날카로운 발톱에 한쪽 팔을 다치고
말았습니다. 오리버는 사자가 스러진 것을 확인하고 올랜도에게로
뒤어갔습니다. 올랜도의 팔에서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올랜도, 괜찮니?"
오릴버는 동생이 자기를 위해 목숨을 걸고 사자와 싸웠다는 걸
개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닏.
"올랜도, 널 죽이려고 했던 내 생명을 구해 주다니!
널 대할 면목이 없구나."
로리버는 올랜도의 손을 잡고 후회의 눈물을 흘렷습니다.
"올랜도, 제발 날 용서해 다오. 그 동안 난 정말 못된 형이엇어.'
올랜도는 형이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그를 용서해 주었습니다.
"형님, 그만 진정하세요. 이제라도 우리 형제가 화해하고
사이좋게 살아가면 되잖아요."
두 사람은 서로 다정하게 끌어안앗습니다.
"참, 내 정신 좀 봐. 네가 상처를 입어 피를 흐리고 있는 것도
잊고 있었네."
올리버가 올랜도의 상처를 살펴보니 아까보다더욱 많은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살점이 떨어져 나갔나 봐. 어떻게 핮?"
올리버는 손수건을 꺼내어 상처르 ㄹ사매어 주었습니다.
올랜도는 얼굴이 새하얘져서는 간신히 말했습니다.
'형님, 여기서 조금만 가면 제가 살고 있는 곳이 나옵니다.
그 곳에 가면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지금 당장
그리고 가겟으니 형님은 제 부탁이나 하나 들어주세요.저 쪽으로
곧장 가다 보면 아담한 오두막이 나올 겁니다. 그 집에는 양을
치는 오누이가 살고 있는데, 그들에게 오늘 일어난 일을 자세히
설명하고 제가 못 간다고 전해 주셍. 그리고 증거로
이 손수건을 보여 주세요."
상처를 동여맸던 손수건은 어느 새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오리버는 손수건을 받아 들고 쏜살같이 오두막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오두막에서는로잘린드가 문간에 나와 올랜도를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올랜도의 사정을 전혀 모르느 로잘린드는 기다려도
기다려도그가 나타나지 않자 속이 상해 있었습니다.
"오늘도 오지 않으려나 봐. 아이, 속상해."
그 때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올리버가 나타났습니다.
'이 댁이 양치기 오누이가 산다는 집입니까?
로잘린드와 실리어는 갑자기 낯선 사람이 나타나자
눈이동그래져서는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요. 당신은 누구죠/ 어떻게 우리를 찾아오셨나요/"
"난 올리버라고하며 올랜도의 형입니다. 올랜도의
심부름을 왓습니다.'
"올랜도의 형이라고요?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올랜도를 구박하고
얼마 전에는그를 죽이려고 했다던, 그 형이란 말씀이에요?
로잘린드는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며 물었습니다.
올리버는 머리를 긁적이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는 피 묻은 손수건을 로잘린드 앞에 내놓았습니다.
올리버의 얘기를 듣고 있는 동안 차츰차츰 얼굴이 파랗게
질려 가던 로잘린드는 피로 붉게 물든 손수건을 보고는 더 참지
못하고기절하고 말았습니다. 올리버가 재빨리, 쓰러지는
로잘린드를 받아 안았습니다. 곁에 있던 실리어는 놀라서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해 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올리버는 로잘린드를 침대에 눕히고 나서그녀의 허리띠를
느슨하게 풀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침착한 목소리로
실리어에게 말했습니다.
"아가씨, 진정하세요. 좀 있으면 깨어날 테니까요."
실리어는 그의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태도에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정말 밎어지지 않네요. 당신이 그렇게 악독하고 잔인한
사람이었다고는 도조히 생각할 수가 없어요.'
이 말을 듣자 올리버는 얼굴을 붉혔습니다.
"사실입니다. 저는 세상에 둘도 없는 못된 인간이었어요.
하지만 동생 덕분에 새 사람이 되었답니다.'
실리어는 오릴버의 눈을 쳐다보았습니다.
'참 맑은 눈동자구나, 분명 나쁜 사람은 아니야.
실리어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임을 느꼈습니다.
"으.......,' 음, 올랜도!"
로잘린드가 눈을 뜨자 올리버는 그녀를 보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 당신은 그만한 일로 기절을 하다니, 부그럽지도 않소?
그러고도 진짜 남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오.ㅏ"
로잘린드는 기운을 차리고일어나며 말했습니다.
"하하하, 모두 깜쪽같이 속았죠? 난 진짜 기절한 게 아니라
기러란 척 연극을 한 것분이오. 올랜도와 나는 사랑 연극을
하고 있는데 그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그랬단 말이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말이군. 하지만 믿기로 하지요.
다음부너는 남자다운 씩식한 역할을 맡으시오. 그럼 난 이만
돌아가 보겠소. 올랜도가 어찌 되엇나 걱정이 돼서........"
올리버가가려고 일어서자 로잘린드도 따라 일어서며
다급하게 말햇습니다.
"올랜도를 만나면 내가 얼마나 실감나게 기절했었는지
전해 주시오. 그럼, 안녕히 가시오.'
올리버가 돌아서 가는 모스븡ㄹ 실리어는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늠름하고 멋있을까/'
실리어가 올리버 생각에 뻐져 있을 때, 로잘리드는
올랜도 걱정에 여념이 없엇습니다.
'손수건을 보니 많ㅅ이 다친 모양인데ㅐ....../
내가같이 가 볼 걸 그랬나?'
그러다 로잘린드는 문득 멍하니 서 있는 실리어를
돌아다보았습니다.
"실리어, 너도 올랜도가 무척 걱정되나 보구나.'
그제야 실리어는 꿈에서 깬 듯한 목소리로
"응?"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한숨을 폭 내쉬었습니다.
"왜 갑자기 그러니? 올랜도 때문만은 아닌 것 같구나.
무슨 고민거리라도 생겼니?"
실리어는 잠시 망설이다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어니, 사실은 ㅗㄹ리버 그분을 ㅂ고 나서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아무 생각도 안 나.'
"뭐? 너 첫눈에 사랑에 빠진 거로구나.'
실리어는 얼굴을붉혔습니다. 로잘린드는 살며시 미소지으며
실리어를 골려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너, 언제는 사랑느 바보들이나 하는 시시한 거리고 하고선......
그래 사랑에 빠지니 기분이 어때?"
"잊야 언니의 심정을 이해하겠어. 그 동안
놀려 댔던 거 미안해.'
두 사람은 정답게 마주 보고 웃엇습니다.
올리버는 롤랜도가 있는 곳을 ㅗ돌아왔스빈다. 그는 올래도를
보자마자 동생의 상처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물어 보지 않고
외쳤습니다.
"오, 세상에 그처럼 아름답고 얌전한 숙녀가
이런 숲 속에 살고 있을 줄이야."
올랜도는 형이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하자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ㅅㅂ니다. 올리버는 여전히 흥분에 겨워서 말했습니다.
"올랜도, 난 사랑을 하게 됐어!"
"예?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네 말대로 난 오두막을 찾아갔었지, 그런데 그 곳에 눈처럼
순결하고 백조처럼 우아한 아가씨가 있더구나, 난 그 아가씨를
보자마자 마음을 온통 ㅃ저ㅐㅅ기고 말았어, 아, 그 아가씨의 모습이
어찌나 눈부시던지 난 눈도 뜰수가 없었어.?
"그렇다면 알리나를 사랑하게 되었단 말이군요, 그것도 첫눈에."
"그래, 난 당장 그 아가씨와 결혼해서 이 숲에서 양이나 치며
조용히 살고 싶어. 아마 그 아가씨도 날 좋아할 거야, 둘이 결환만
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을 모두 네게 주겠어. 숲에서 살자면
돈은 전혀 필요하지 않읉니까.'
"축하합니다. 형님, 이로고 있지 말고 당장 가서
청혼하는 게 어때요?"
올리버와 올랜도는 곧장 게니미드와 알리나가 살고 있는
오두막으로 달려갔습니다.
오리버 생각에 ㅃ자져 있던 알리나는 그가 갑작스레 나타나자
무척 기쁘면서도 당황해했스빈다. 올리버는 망설이지 않고
그녀 앞으로 나셔며 말했습니다.
"알리나, 저는 당신을 처음보는 순간부터 사랑하에 되었습니다.
제발 저와 결혼해 주십시오.'
알리나는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할수가 없었습니다.
자기 혼자서만 좋아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자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잠시 후 그녀는
"올리버, 기꺼이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이겠어요."
하고명랑한 목소리로 말했ㅅㅂ니다. 올리버도 크게
기ㅃ저하며 소리쳣습니다.
"좋소, 그렇다면 우리 내일이라고 결혼식을 올립시다.
지금 왕께 가서 주례를 부탁하는 게 어떻겠소?"
"예, 그래요."
올리버와 알리나는다정하게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돈 게니미드와 올랜도도
즐거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무득올랜도가 어두운 표정이 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게니미드, 형고 ㅏ알리나의 행복하 ㄴ모습을 보니까 더욱 로잘린드가
그리워. 이제는 거짓 연극만으로는 만족을 할 수가 없어.
진짜 로잘린드를 만나고 싶어, 아, 나도 내일형과 함께
결혼식을 올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랜도는 먼 하늘을 보며 한숨으 슁었습니다. 그러자 게니미드가
그의 어깨르 힘 있게 치며 말했습니다.
"뭐 그런 일로 그렇게 풀이 죽나? 자네가 정말 로잘린드를
사랑하며 그녀와 결호나하고 싶다면 내가 나서서
그 소망를 실현시켜 주겠어.'
"워라고/ 아니 자네가 어덯게/"
올랜도는 밎어지지 않느다는 듯 눈을 커다랗게 뜨며 물엇습니다.
"내 아직 자네한테 말을 하지 않았는데 사실 난 마술을 좀 부릴
줄 알거든, 우리 친척 아저씨 중에 유명한 마술사가 한 분
계시다네. 전에 그분한테서 마술을 좀 배워 두었지.'
"정말인가? 그 마술로 로잘린드를 여기까지
북러 올 수 있단 말이지?"
"날 맏어. 자네는 내일 있을 결혼식 준비나 하게.'
게니미드는 자신 있게 큰소리쳣습니다. 올랜도는 그래도
완전히 그의 말으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일 두고 보면 알게 됙ㅆ지.'
올랜도는 그렇게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결혼식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왕과 신하드리 행복헤 들떠 있는
오리버와 알리나를 둘어쌌습니다. 모두 즐거운 표정입니다.
그러나 올랜도는 초조하게 주위르 서성거렷습니다. 게니미드가
아직 나탄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니미드가한 말을 믿어도 되는 건가? 괜한 소리를 할 사람은
아니데.....'
올랜도가 이렇게 샹가하고 있을 때 드디어 게니미드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혼자였습니다.
올랜도는 달려가 그를 맞으며 물었습니다.
'아니, 왜 혼다 오니? 로잘린드는 어디 있어?"
올랜도가 두리번거리며 묻자 게니미드는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로잘린드를 데려오기 전에 한 가지 다짐핻ㄹ 게 있어.
올랜도, 자네 정말로 로잘린드를 아내로 맞아 평생을
함개할 자신이 있나?"
"물론이지 내가 로잘린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나/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겠어.
올랜도가 간절한 눈빛으로 대답했습니다.
"좋아, 그럼, 이번에는 전하께 여쭙겠습니다. 만약 따님인
로잘린드가 울랜드와 결혼을 하겠다고 하면 허락하시겠습니까?"
게니미드가 왕에게 묻자, 왕은흔ㅋ놰히 대답했습니다.
"아, 물론아지 내 말이 올랜도 같은 훌륭한 청년과
결환하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하나도 없지.'
"좋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곧 로잘린드를
데려오겠습니다."
게니미드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사라졌습니다. 그 ㅗ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습니다.
잠시 후 신부 차림을 한 로잘린드가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먼저 아버지 앞으로 가서 인사를 했습니다.
"아버지!"
"오, 로잘린드! 세ㅐ상에 내 딸을 여기서 다시 보다니,
익 분명 꿈은 아니겠지?"
두 부녀는 감격에 겨운 포옹을 했습니다.
올랜도도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로잘린드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도모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로잘린드는 올랜도에개 다가가 지금까지의 자초지종을
다 털어놓았스빈다. 그녀의 얘기를 듣고 난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 아비까지 그렇게 속일 수 있냐?
내 귀여운 로잘린드, 응/"
"로잘린드가 게니미드엿다니? 그러면서 그 동안 속으로 나를
얼마나 바보 같다고 생각했을까?"
왕과 올랜도도 기가 막히다며 껄껄 웃엇습니다. 실리어도 뒤늦게
큰아버지인 왕에게 인사를 올렷습니다.
곧이어 올리버와 시리어, 올랜도와로잘린드으 결혼식이
치러졌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돈 사람들은 진심으로
이 두 쌍의 행복을 빌어 주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숲에서는 축하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모두 싱글벙글한 얼굴로 즐겁게 마시고 떠들었습니다.
그런데갑자기 어디선가 급히 말을 달리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사람들은 잠시 얘기를 중단하고 소리난 쪽으로 귀를
기울엿습니다. 그 때 어떤 젊은이가 말을 타고 그들 앞에
도착했습니다.
"전하!"
그는 왕을 보저 멀애소 냘 ㅇ헝 엎애 뮤릎을 꽁ㅎ었습니다.
"아니, 자네는 궁전을 지키는 병사가 아닌가? 그런데 여긴
웬일인가?'
완이 묻자 병사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전하! 실을 플드릭 전하께서 병사드릉ㄹ 모아 이 숲으로
쳐들어오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병사들을 돌려보내고 자신은
수도승과 함께 산 속을 ㅗ들어가셨습니다. 모든 지위와 재산을
전하께 다시 돌려 드린다는 말씀을 남기시고요.'
병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만세를 불렀습니다. 왕과
로잘린드, 올랜도, 올리버, 그리고 실리어의 기븜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그들은 모두 이 나라의 왕을 위해 즐겁게 건배를
했습니다. 고난을 참고 꿋꿋하게 잘 견뎌 낸 그들의 웃음소리가
온숲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