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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창작도 멀티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글: 사진평론가 장한기)
지금처럼 명실의 모니터 앞에서 작품을 눈으로 확인하며 작업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사진가 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암실에서, 눈을 감고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아날로그 타
입의 사진가 들에게는 손끝의 감각으로 사진을 만들었던 때가 있었다.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의 신경을 손끝으로 모아
실수를 최소화 하기 위함 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암실에서 눈을 감고 작업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린 필자에게도 이
제는 아날로그 타입 보다는 디지탈 작업이 더욱 편리하게 느껴진다.
사람의 감각기관은 오묘하게도 오감 중 어느곳이든 한 곳으로 집중 되게 설계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는 간혹
한가지 일을 하면서 딴전을 피우는 경우를 보면 산만하다고 표현한다. 신이 만들어준 감각의 단일화를 지향하는 구조
적 원칙을 깨트리고 감각을 분산시켜 놓는다는 사전적 의미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원칙도 모두
깨트려지고 있다. 현대인들이 즐겨하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는 한가지 일만 할 수 있는게 아니라 한 화면에 여러가지
일을 다양하게 펼쳐놓고 동시에 수행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사회의 구조가 다원화 되고, 일의 종류나 형태가 다양해 짐에 따라, 그 방법이나 모양도 복잡하게
변화 되어 가듯이, 사진이 추구하는 방향도 이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사진의 기본은 주제를 단일화 시키고, 형식을
단순화 하여, 내용을 심도있게 표현 하는 것이지만, 이를 창작하는 과정에서는 소재를 다변화 시키고,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 하여,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움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물을 형성하는 근
원이 많아짐에 따라, 사진의 창작 방법도 다원화 되어 멀티시대를 지향하고 있으며, 뉴-패턴의 새로운 시각의 다양한
창작 방법이 속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한 예로서, 2008년 9월 10일부터 23일 까지 2주간 인사동 "아트비트 갤러리" 에서 전시한 "서지영"작가의 "행복한 꽃
(Dreaming Flowers)" 이란 주제의 사진전은, 얼핏보면 화가가 붓으로 그린 그림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디지털시대의
수많은 데이터의 조작에 의한 편리성과, 빨리빨리 문화에 길들여져 있는 현대인들의 생활에 경종을 울리듯,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화병에 꽂아둔 꽃들이 자연스럽게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f256의 핀홀 카메라를 통하여 3~6일 간 쉬지않고 바
라본 '느림의 미학' 을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조그만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통하여, 그 무엇에도 간섭을 받지않고, 자
연스럽게 시들어가는 꽃의 생태를 통하여, 현대의 과학에 의해 인위적으로 변화되는 기계적 속도감에 심미적 브레이크
를 걸고싶다고 하였다.
작가의 생각은, 사람이든 자연이든 외부의 간섭을 받지않고 자연스러운 삶을 영위할 때,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표현하
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엄격하게 보면, 꽃병에 꽃을 꽂아둔 그것 자체는 인위적인 행위지만, 그것은 어디 까
지나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의 한 단면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표현된 작품이 행복한 꽃의 실체인 것이다.
변화된 방법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 국내외 사진계에 인기절정을 이루고 있는 이명호 작가의 Tree의 실체
는, 그 창작 방법에서 부터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획기적인 기획을 한 것이 주효하여, 국내외 사진계의 극진한 대접
을 받고 있다.
문제는 아이디어 이며, 실천능력인 것이다.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 한강 고수부지에 우뚝선, 높이 10~15m의 나무를 찍기
위하여 3개월 이상을 현지를 답사하고, 구상하고, 준비하여 촬영한 것이 Tree이다. 그는 이 나무를 촬영하기 위하여 높이
가 20~30m나 되는, 천으로 된 캠퍼스를 만들었으며, 그것을 거대한 크레인으로 끌어 올려, 나무의 배경으로 설치한 후
촬영을 한 것이다. 이렇게 촬영된 작품은 2007년 "갤러리 팩토리" 에서 첫 개인전을 열여 한국 사진계에 새바람을 일으겼
으며, 세계적인 사진전문지 <foam>에서 조차 무모함<Audacity>이라는 표현을 사용 하면서도, 상상으로만 가능한 작업
을 시도한 작가를 높이 평가한다고 하였다.
그는 2008년 10월 16일 오후7시에 신촌 홍대앞에 위치한 갤러리 잔다리(Gallery Zandary)에서, 동 주제로 두번째 개인전
을 진행중에 있으며, 내년 봄에는 뉴욕 첼시의 "요시미로 갤러리" 에서 특별기획전이 예약되어 있다. 이토록 현대사진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돋보이는 작가들의 참신한 작품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있으며, 도전하
는 사진가들에게는 언젠가는 기회가 도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사진작품도 멀티시대를 맞이 하였음을 확실하
게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디지탈포토포럼(KDP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