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여래흥현경 제2권
3. 여래를 뵙고 한량없는 곳에 이른다는 것(2)
[여섯 번째 들어가는 문]
“또 불자여, 비유하면 달의 궁전이 네 가지의 미증유(未曾有)한 법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무엇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깊숙하고 어두운 곳을 모두 비추니 많은 별들 가운데서 항상 널리 밝혀 길 잃은 사람들에게 처소를 알려주는 것과,
두루 천하를 다니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중생이 달빛을 보고 우러러 받드는 것과,
방면(方面)에 따라 빛을 비추되 의심을 품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네 가지이다.
이와 같이 여래의 몸에도 네 가지의 미치기 어려운 것이 있다.
예로부터 아직 없었던 것으로, 나타내 보이시되 체득하기 어려운 것이니 사람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모든 배우는 이[學]와 다 배운 이[不學], 연각승(緣覺乘)을 두루 나타내시는 것과,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들이 믿고 기뻐하는 데 따르며, 한계가 있는 일과
수명의 단락[節] 등 감손된 일을 나타내어 장구한 이익을 보이신 일과,
여래의 도량은 늘지도 줄지도 않아 모든 불세계의 중생들이 생각하는 것을
다 보시고 그들이 믿고 기뻐하는 데 따라 응하시어 도기(道器)가 되게 하시는 것이다.
어떤 광명으로 인하여 모든 중생들의 추앙을 받으시는가?
부처님의 몸을 뵈면 모두 그 광명을 받으며,
또 여래의 몸은 상념이 없으시니 곧 능히 집착 없는 마음을 체득하게 된다.
이것이 여섯 번째 들어가는 문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그 달빛 밝게 비추어
신령스럽게 수미산을 에워싸고
그 빛이 모든 산에 이르고
그런 후에 언덕에 이르며
다음에 높은 땅 비추고
마침내 평지에 이르고
점차 낮은 모든 곳의
모든 토지 비추듯이
안주광(安住光) 역시 먼저
모든 보살의 몸을 비추고
다음에 휘황하게 떨치어
연각 소행(所行) 비추며
마침내 자재(自在) 비추고
다음 학(學)과 불학(不學) 비추고
드디어 모든 중생 남김없이 비추나
불도(佛道)는 생각이 없도다.
[일곱 번째 들어가는 문]
“또 불자여, 마치 삼천(三千)이라고 하는 대범천(大梵天)이 삼천세계에 두루 몸을 나타내되, 또한 몸을 나누는 일이 없는 것과 같다.
중생들이 용맹스럽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있으면 그 모습대로 모두 그 앞에 나타나므로 중생이 그 모습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다.
여래ㆍ지진께서도 이와 같으시다.
몸을 나누시는 일이 없어 많은 몸이 없으시되, 모든 세계에 두루하신다.
그리하여 모든 백성이 믿고 즐거워할 수 있는 지성(志性)과 형체를 나타내 보이시나, 대성신(大聖身)의 마음 역시 상념이 없다.
이것이 일곱 번째 들어가는 문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삼천이라 이름하는 범천이
두루 스스로 형체를 나타내어
중생이 각기 존중하는 세력 따라
자재하여 보지 못하는 일 없으나
또한 이 범천은
그 몸체를 나누지 않듯이
모든 법의 길잡이[導師]께서도
자재하심이 이와 같으니
부처님의 몸 두루 나타내 보이시어
시방세계에
그 모습 한량없으나
또한 다른 몸으로 나누시는 것도 아니도다.
모든 사람이 각각 생각하면
지금 바로 그 앞에 나타나시리니
모두 부처님 모습 뵙고
강설하시는 법 들으리라.
[여덟 번째 들어가는 문]
“또 불자여, 마치 대의왕(大醫王)이 모든 약을 알아서 좋고 나쁜 것을 분별하고, 많은 경전에 있는 주술(呪術)을 익혀 확실히 아는 것과 같다.
이 대의왕은 사람들이 염부제에 있는 많은 약들을 알지 못하기에 쓰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의약의 본덕(本德)과 의사의 주력(呪力)을 많은 백성들에게 나타내 보인다.
그러므로 이런 의사를 만나면 곧 모든 병이 낫고 편안해진다.
그러나 또한 이 의사가 사용하는 능력은 현재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 의사가 스스로 마음속으로 말하기를,
‘이 모든 사람들이 장차 구제받지 못하리니, 만일 내가 죽은 후에 의지할 곳 없이 외롭고 천해지는 일이 없게 하려면 임시방편[權善方便]을 써서 보여 주어야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많은 약을 채집해서 스스로 몸에 바르고 자기의 술력(術力)과 모든 약을 합하여 목숨이 끊어진 모습을 보이되, 몸이 허물어지지도 않고 또 마르지도, 썩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이리저리 왕래하고 앉고 서고 경행(經行)하는 것이 모두 의약에 해당하게끔 변화하여 나타내서 중생의 병을 치료하여 없앤다.
그리고 그 음성을 듣기만 하여도 편안해지니, 처음과 끝이 다름이 없다.
여래 또한 그러하시니, 여래께서 무상(無上)의 의왕이 되시어 모든 중생의 번뇌의 병을 치료하는 법을 환히 아신다.
억백천해(億百千姟)의 모든 겁수(劫數) 동안 의약을 만드셨으며,
두루 일체지(一切智)에 돌아가시어 무극(無極)에 건너가셨으며,
방편으로 도술(道術)과 법약(法藥)을 잘 익히셨다.
이는 모두 예전에 보살이셨을 적에 건립하시어 봉행하신 것으로서 지혜로 훌륭한 방편을 써서 주술과 약을 먹은 위세(威勢)의 힘으로 미래에까지 머무실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량없이 중생에 처하시는 것은 중생의 모든 병을 치료하여 그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일 뿐이어서, 실은 몸도 없고 사업(事業)도 없어 그 몸이 청정하시다.
모든 중생이 그 몸을 뵈면 곧 애욕과 번뇌의 병이 모두 나아 없어지며, 비록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계속 은혜를 받아 안락하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불사(佛事)가 아직 단절된 적이 없다.
이것이 여덟 번째 들어가는 문이다.”
그리고 게송으로 읊으셨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의사가
모든 방술(方術) 배워
이 의사를 만나면
온갖 병이 다 나으며
어떤 사람이 병들어 괴로워하면
약을 지니고 가서 치료하고자
자기 몸에 먼저 칠하고
모든 위의를 나타내는 것 같다.
인중존께서도 이와 같으시어
한량없으신 의왕(醫王)으로서
성지(聖智) 현양하시려
지혜의 의술 배우셨도다.
예전에 본래 행하셨던 것이니
거룩하신 성신(聖身) 나타내시어
많은 사람이 뵙고서
탐욕의 병 남김없이 없애도록 하시도다.
[아홉 번째 들어가는 문]
“또 불자여, 마치 큰 바닷속에 유리로 된 보고[藏]인 등연제광(等演諸光)이라고 하는 큰 보배구슬이 있는 것과 같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 보배구슬의 빛을 보거나 이 구슬을 만나면 형상과 얼굴 모습이 모두 변하여 유리장(瑠璃藏)과 같이 되고,
만일 어떤 사람이 이 큰 보배구슬의 색을 보면 눈이 곧 청정해지고 모두 편안해진다.
나아가서 큰 구슬의 광명이 위신궁전을 모두 비추게 되면 중생들이 그 빛을 받아 영원히 근심이 없게 된다.
또 안중(安衆)이라고 하는 큰 보배구슬과 비를 내리면, 그 때에 중생이 곧 편안해져 모든 고통을 그치게 된다.
여래의 광명도 또한 이와 같이 큰 보배이니, 모든 복이 모이는 곳이며 끝없는 지혜의 보고[藏]이다.
만일 중생이 여래의 성스러운 지혜의 광명을 만난다면 모두 일류(一類)를 획득할 것이며, 정진도(正眞道)의 보배 형상(形像)으로 올라갈 것이다.
만일 여래를 뵌다면 곧 5안(眼)을 체득하여 대성광(大聖光)을 만날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 빈곤한 사람들이 법의 보배를 얻어, 곧 풍요로운 무극(無極)의 재물을 얻고 마침내 도안(道安)과 여래안(如來安)에 이르게 된다.
불자가 정각(正覺)의 위용(威容)을 뵙기만 하여도 연설하시는 것 없이 두루 교화시켜 이익을 주시고 백성을 개도(開導)하신다.
이것이 아홉 번째 들어가는 문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비유하면 마치 진기한 보배 없어
깊은 바다에 들어가 보배 구하여
일체명주(一切明珠)에 이르니
그 광명이 주변에 두루 비추는 것 같으며
만일 사람이 이 구슬 만나면
곧 자연에 이르고
눈으로 보면
곧 청정안(淸淨眼) 얻는 것 같으니
승보(勝寶) 또한 이와 같으시어
지혜의 광명 펴시니
만일 사람이 이 광명 만나면
부처님 모습 될 것이며
만일 최승(最勝)을 관찰한다면
곧 5안(眼)을 얻어
모든 어두운 번뇌 없애고
곧 불도지(佛道地)에 머물리라.
[열 번째 들어가는 문]
“또 불자여, 일체정념장왕(一切淨念藏王)이라고 하는 큰 보배구슬이 있다.
이 큰 보배구슬의 공덕과 위신은 다른 구슬을 열 개나 천 개를 합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이 큰 구슬이 놓여 있는 곳에 있는 중생은 모든 병이 없고 또 온갖 근심도 없다.
많은 백성들이 마니보(摩尼寶)에게 소원을 빌어 모두 구족히 뜻대로 얻지만, 저 보배구슬은 덕의 근본이 없는 자에게는 비추지 않는다.
이 일체정념장왕이라는 구슬은 곧 여래를 말하니, 모든 중생을 기쁘게 하신다.
지진ㆍ정각께서 나타내 보이시는 몸인 삼매정(三昧定)은 모든 성문들을 찬탄하고 칭찬하시고, 저 생사(生死)의 다섯 가지 고통 속에 있는 모든 중생을 뛰어난 곳으로 초월하게 하시어 종시(終始)를 건너게 하신다.
또 이러한 불자는 여래의 몸이어서 전(前)도 없고 후(後)도 없다.
모든 세계에 있는 형체를 가진 중생 중에서 전생에 복이 있는 자는 모두 일심(一心)이 되어 뜻이 어지러운 일이 없이 정념(正念)을 따라 수행하고, 모든 행이 순수하고 깨끗하며, 정진하여 여래존께 향하고 모두 법원(法願)을 획득하여 구족한다.
죄가 무거운 자는 덕의 근본이 없기에 여래의 광명을 보고 건립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들을 권화(勸化)시키시려고 덕의 근본을 나타내 보여 주신다.
이것이 열 번째 들어가는 문이다.
[모든 여래께서 하나의 청정함이 되시다]
이로써 보살행을 하여 진정각(眞正覺)에 이르며, 여래와 근접한 곳에 들어가서 무량심(無量心)으로 생각하여, 그 그물이 시방의 모든 곳에 두루하되 행하는 데에 장애가 없다.
또 법계(法界)란 모든 경계가 본제(本際)에 머물지 않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또 여래란 생기지도 않으시고 멸하지도 않으시어 모두 삼세(三世)에 평등하시며,
모든 생각[想]에 대하여 생각하시는 일도 없으시되 중생을 인도하시어 이익을 주는 분이시다.
그리하여 장차 마음의 경계[心際]가 이 도(道)에 남김없이 들어가 모든 불세계에 가득 차게 하신다.
법신을 구족하신 모든 여래께서는 모두 하나의 청정함[一淨]이 되신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비유하면 마치 여의주가
능히 모든 원 들어주어
구하는 것 있으면
곧 뜻대로 얻건만
공덕 없는 자
보배 볼 수 없으며
그 거룩하고 묘한 구슬은
영원히 인색한 생각 없는 것처럼
안주신(安住身)도 이와 같으시어
모든 원 들어주시니
다니시는 것 본다면
뜻대로 성취하리.
흉하고 위태한 생각 품으면
이런 사람은 부처님 뵐 수 없으나
여래께서는 인색한 마음 없으시고
탐내거나 시기하지도 않으시도다.